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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별에선 엄마가 보이겠지요 ㅣ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1
히구치 토모코 글.그림, 김난주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별을 헤는 밤>>
이 책 참 예쁘다. 어른의 눈으로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아이에게 엄마의 부재에 대한 상실성과 슬픔만 느낄 수 있지만 나는 아이의 눈으로 책을 보기로 하고 함께 읽었다. 아이에게 이 책을 읽어주었다. 또래인 남자아이는 일단 귀엽게 생겼다. 얼굴이 쌍둥이 같은 5살박이 동생과 함께 서 있는 모습이 개구장이 같기도 하고 여린 밤송이 같은 머리카락에 울 아이는 웃었다. 아빠의 월급날 풍경은 거기나 여기나 별반 다르지 않겠구나. 뭘 먹는 것도 그냥 '맛있는 거'면 되니 아이가 똑같다면서 나에게 진짜 사줄게 아니라면 묻지말라고 한다. 외식은 다 좋아한다는 계산이 깔린 대답에 나만 KO되었다.
오늘 선생님의 숙제는 '별을 보는 것'이었다. 아빠랑 밤소풍을 가는 길은 참 정겹다. 언덕에서 본 하늘의 별은 참 많았다. 별에 관해서 나도 할 말이 있는데 도시와 시골의 별은 차이가 난다. 현란한 네온과 간판으로 도심에서 별을 보는 것은 정말 힘이 든다. 내가 시골로 이사온 첫 느낌도 "이 곳에는 정말 별이 많구나!"였다. 같은 대한민국의 하늘이어도 이렇게 있는 장소에 따라서 별을 볼 수 있는 행운이 갈라졌다. 도시에서 살 때의 편리함은 때론 시골에서 한적함을 동경한다. 우리의 행복도 상대적인 것이다.
아이는 순간이동로켓이 있다면 광년을 거슬러 올라가 공룡이 뛰어놀던 시대을 구경하고 싶다고 하였다. 그리고 사년 전에 있던 우리 집을 보고 싶다고 하였다. 그 곳에는 빨래를 널고 주먹밥을 만드는 엄마와 함께 있는 가족의 행복한 모습이 보일 것이다. 이제야 비로소 엄마가 돌아가심을 알았다. 참으로 슬픈 일이지만 우울하고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불의의 사고나 병으로 엄마를 잃은 아이들이라고 할 수 없는 자연스러움과 건강함이 묻어나왔다. 그래서 아이는 커서 아주 훌륭한 박사가 되기로 결심하였다. 우리는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를 부르면 내려오는 그 친구들을 위해 함께 불러보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에 별을 보러 나갔다. 내가 시골에 살기에 누린 별을 바라보는 행복을 체험하였다. 오늘도 별빛이 지구에 드리운다.
이 책을 읽은 아이는 많은 느낌을 받았는데 확실하게 표현하기는 힘들어 하였다. 엄마가 없어도 밝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을 이해하기 쉽지는 않았나보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엄마가 있는 것은 아니란다." 다른 책에서도 엄마의 부재가 있었는데 이 책에서는 유독 슬프다기 보다는 읽는 내내 잔잔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