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365일 1
블란카 리핀스카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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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외에 자리를 잡고 앉아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윽고 와인 한 잔을 들고 온 주인 할머니는 이탈리아어로 무어라 말하며 내 손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럴 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한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는데도 뜻은 너무 잘 통했다. 남자란 하나같이 개자식이라 여자의 눈물이 아깝다는 이야기였다.(47) "


 진짜 재밌다. 새롭고 세련된 재미라기 보다는, 너무나 익숙해서 그 전형적인 면이 웃겨서 감탄하며 읽었다. 솔직히 말하면 깔깔대며 읽었다. 환상속의 여자를 찾아 헤매는 남자, 눈 앞에 우연히 스쳐간 현실의 여자를 보자마자 납치 감금 계획을 세운다니. 게다가 그 남자는 거구의 매력적인 이탈리아인이고. 다소 감각적인 도입부를 시작으로 이쪽 분야에 관심이 조금이라도 있었던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제대로 맛은 내겠구나 예감할 수 있을만한 전개가 계속된다. 왜 인기 있었는지 알 것 같은 대기업의 맛, 프랜차이즈의 맛이랄까.

 

 제목만큼 365일의 시간을 준다는 마시모의 제안은 신사적이었다. 그간의 마이크로 데이터를 떠올려봤을때 이 정도면 아주 정중하고 매너있는 남주였고, 이런데도 무조건 거부하고 원래의 삶으로 돌려보내달라고 야수처럼 날뛰는 여주 라우라의 태도가 오히려 어색했다. 고작 총질 한 번에 숨을 못 쉴 정도로 간이 작은 여주가 어째서 목숨을 지킬 방법을 택하지 않는걸까. 무례한 전남친의 모든 행실은 기꺼이 참아주면서 매너있고 잘생기고 부유한 심지어 사람을 감금 살해할 수 있는 남주에게는 야생마처럼 대들다니.

 

 500쪽 가까이나 되는 분량인데 두 사람이 서로 밀당하는 내용이 반복되면서 제대로 된 이야기는 다 진행되지 않은채로 끝나버렸다. 게다가 아주 절묘한 순간에 내용이 끝나버리는 바람에 확실히 뒷이야기가 궁금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외국인들의 가치관과 사고방식이 나와는 맞지 않아 이 상황에 왜 이런 반응을 할까 싶을 때도 있지만 전형적인 로맨스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고 있기 때문에 얼마든지 수긍하고 넘어갈만한 내용이다. 365의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 전형성아닐까. 쓸데없는 비밀을 만드는 것도 어쩔 수 없이 떨어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도 재밌는데 아쉽다.


 마시모가 라우라를 베이비걸이라고 부를때마다 읽는 사람이 다 오그라들 것 같은 애칭이었는데, 어차피 해피엔딩일 결말이 과연 어떤 방식의 해피엔딩이 될지 알면서도 궁금한 책이었다. 간만에 로맨스 소설을 읽으니 평소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누구나 한때 하이틴 로설에 빠지게 되는 시절이 있지. 아마 이렇게 추억을 느끼며 읽을 수도 있을테고 원래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너무 뻔하다고 불평하면서도 재밌게 볼만한 책이다. 그 유명한 그레이 이후로 수위가 좀 있는 로설들이 나오는가 싶은데 매운맛 중에 순한맛이라고 해야할까. 다른 독자들의 날카로운 평이 궁금해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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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개
하세 세이슈 지음, 손예리 옮김 / 창심소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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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와 함께 살고 있는데, 그래서 그런지 길을 걷다가도 지나가는 개들을 보면 시선이 저절로 간다. 개에 대한 소식이 있으면 한번쯤은 보게 되고 또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보고는 읽어보고 싶어졌다. '소년과 개'를 소개하는 글에 '개를 의인화하지 않고 사람들과의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코멘트가 인상적이었다. 어린시절 읽었던 시튼의 동물기를 보면 사람의 시점으로 동물의 행동과 심리를 표현했던 것이 떠올랐다. 개를 의인화하지 않았다는 것이 어떤 것일까 직접 읽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개와 인간이 나눌 수 있는 이야기를 어떻게 담아냈기에 나오키 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지도 궁금했다.


 여섯개의 큰 이야기를 묶어낸 소설인데 제목인 '소년과 개'는 마지막 꼭지의 제목이었다. 다몬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사람들을 만나며 각자의 삶과 충돌하는 순간을 다룬다. 막연히 개가 나오니 따뜻하고 좋은 이야기로만 채워져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첫 인물인 남자, 가즈마사의 결말부터 의외였다. 새 가족들의 품에서 서로 치유와 안정을 주고 받으며 교훈적으로 마무리 될 거라 예상했는데 가즈마사의 잘못된 선택이 계속되며 다몬은 다음 사람과 함께 하게 된다. 다몬이 향하는 남쪽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궁금하기도 하고 이렇게 사람에 의해 끌려다니는 다몬은 괜찮을까 염려도 되었다.


 이야기가 계속될수록 생각보다 더 어두운 내용이 이어졌지만 각자의 상황에 공감이 되기도 했다. 다몬이 가장 힘든 시간에 위로가 되준다는 것, 그게 저자가 생각하는 개와 사람 사이의 유대가 아니었을까 싶어졌다. 실제로 다몬이 만난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어주려고 했을지 혹은 사람들이 다몬의 행동에 의미를 부여했을지 모르지만, 다몬이 마지막까지 히카루를 위해서 노력했던 것과 히카루가 그 나름대로 다몬을 기억하는 방식은 소소한 감동을 남겼다.


 아마 개와 함께 사는 사람들은 공감할텐데 개들이 얼마나 기민하게 마음을 읽고, 또 존재 자체만으로 위로가 되는지 이 책을 읽으며 다시 생각해보게 될 것이다. 집에 있을 개를 생각하면서 읽었다. 책을 읽다가도 문득 강아지가 보고싶어질 책이다. 밝기만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길을 떠나는 개, 다몬의 여정을 함께 하는 시간동안 위로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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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지식 - 역사의 이정표가 된 진실의 개척자들
에른스트 페터 피셔 지음, 이승희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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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흥미로운 책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금지된 것에 대한 욕망이 있기 마련이다. 열면 안되는 상자를 열어보고 싶은 마음, 출입을 금하는 팻말이 세워진 잔디밭에 발을 들이밀어보고 싶은 마음, 읽어서도 소장해도 안되는 책을 구하고 싶은 마음, 미성년이기 때문에 금지된 것들을 일탈해보고 싶은 마음. 다산북스의 신간 '금지된 지식'은 제목만으로도 관심을 끈다. 지식은 무제한으로 제공되는 것이 아니었던가. 언제나 내가 원하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해야만 했던 십여년의 세월을 보내오면서 강요된 적은 있어도 금지된 적은 없던 것이 지식인데 무슨 까닭으로 금지된 것일까 궁금해진다. 사회과학자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안내를 따라 '금지된 지식'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기독교적 지식이 별로 없는 탓에 초반 성에 대한 원죄와 함께 성서의 내용이 나오는 부분은 유명한 아담과 이브의 등장으로도 낯설었다. 종교가 문화 지식 역사의 모든 분야에 뿌리깊게 내려 있기 때문에 이를 이해하는 바탕이 무엇보다도 필요한 부분이었다. 읽으면서 여성에 대한 2등 계급(36) 취급이 교리가 다른 동양권에서도 비슷하게 이루어져 왔음이 의식되어 그 지점이 궁금해졌다. 금지된 지식을 다루는 이 책이 처음에는 다소 무거운 느낌이 들었지만, 3장 비밀을 다루는 법(113)으로 들어가면서 점차 재미를 더해갔다. 말 그대로 비밀리에 가려지고 숨겨진 지식과 정보들에 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비밀정보기관들과 그 역사(128)'에서 비밀 정보를 캐내는 스파이들의 이야기를 주제로 해서 재미있었다.


 책의 매력은 4장으로 들어서면 더욱 커지는데, 과학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현 상황에 윤리와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부작용을 실감하고 있기 때문에 '물리학자들과 죄(166)'의 등장은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우리는 이미 오래전에 생활의 영역으로 끌어들여놓은 핵조차도 제대로 책임지고 관리할 수 없다. 이어지는 5장의 내용이 다루고 있는 생명과학, 유전공학의 내용 역시 금기된 지식이 어떤 것들인지 직시하게 한다. 더불어 인터넷과 개인, 국가 그리고 정보의 보호에 대해 다룬 7장의 내용도 아마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다루고 있어 관심을 끌만한 내용이라 생각된다. 전체적인 내용이 좀 무겁고 깊게 느껴지겠지만 중간중간 숨을 틔워주는 역할을 하는 부분들이 있다. 각 장에는 짧게 덧붙여진 '토막 이야기'라는 단락이 있는데 사실 서프라이즈 급의 깨알 상식 코너처럼 느껴지는 이 구성에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얻었다.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흥미롭고 또 너무 깊지 않은 내용들이 소개된다. 거기에 이어지는 특이한 결론들도 독특한 마무리가 되어준다.  


 처음의 느낌보다 읽을수록 완급조절을 잘 한 책이라 생각되는 책이다. 지식, 배움에 대한 욕구 또 그것을 전파하고자 하는 사람의 욕구는 대단하다. 우리는 흔히 자신은 아는 것이 별로 없다고 하거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는 아니라고 스스로를 낮추지만 실제로 여러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들을 전달하는데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뭔가를 배우는 것을 어려워하고 지루해한다고 하지만 생각보다 새로운 정보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받아들이려 한다. '알고보면 쓸모없고 신기한 잡학'들이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얇은 지식'들이 선풍적인 인기를 끈 것처럼 사람들은 지식과 정보를 갈구하고 또 습득한 것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든 퍼뜨리려 한다. 그러니 이 '금지된 지식'에 대해서도 분명 관심이 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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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삼킨 소년
트렌트 돌턴 지음, 이영아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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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림 할아버지는 내가 아이의 몸에 어른의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나는 겨우 열두 살이지만, 할아버지는 내가 어려운 이야기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14) "


 처음 엘리의 이야기를 받아들었을때 익히 잘 알고 있는 어린아이 제제를 떠올렸다. 어쩔 수 없었다. 책을 둘러싼 띠지에 담긴 소개글에 제제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예사롭지 않은 성숙함을 가진 이 열두 살 소년에게서는 과연 모든이의 애틋함을 한몸에 받았던 제제의 그림자가 느껴졌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어려운 주변 환경과 소년에게 의지가 되는 친구인 슬림 할아버지의 존재, 그리고 빨긴 전화기의 목소리 같은 미묘한 환상들이 엘리가 과연 제제 이상의 감명을 줄 수 있을지 가늠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겹쳐보이던 엘리와 제제는 서서히 분리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저 엘리의 이야기에 몰입한다. 유별난 소년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애정으로 엄마를 찾아 교도소에 숨어들어가려 할 때, 엄마를 위해 동거남이자 배신자인 테드에게 달려들 때, 범죄부 기자가 되기 위해 편집장 브라이언과 협상하려 할 때 엘리만의 빛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엘리 안에 빛나는 독특함들은 과연 소년 안의 빛나는 우주를 엿보게 해준다.


 " "내 이름은 캐럴라인 브레넌이야." 그녀가 말한다. "그리고 넌 용감한 엘리겠구나. 특별한 손가락을 잃어버린 소년." "그 손가락이 특별한지 어떻게 알았어요?" "그야 오른손 검지는 원래 특별하니까. 별들을 가리킬 때 사용하는 손가락이잖아. 학급 사진에서 네가 몰래 짝사랑하는 여자아이를 가리킬 때, 좋아하는 책에서 정말 긴 단어를 읽을 때, 코를 후비고 엉덩이를 긁을 때 사용하는 손가락이지. 안 그래?"(227) "


 거의 700쪽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엘리가 성장해가는 이 처절하지만 희망적인 이야기는 전혀 지루함이 없다. 타고난 이야기꾼인 엘리의 거친 입담과 별난 사고, 그리고 매번 등장하는 새로운 문제거리들이 이 소년이 무사히 살아남아 '좋은 사람'(223)이 될 수 있을 것인가 집중하게 만든다. 제발 그럴 일 없기를 바라지만 결국에는 잘려나가 버린 채 '남성, 13, 우검지(625)'의 라벨이 붙어버린 소년의 특별한 손가락처럼, 소년이 버텨내야 하는 환경은 그악하다. 위기의 순간마다 이 위태로운 소년이 어떻게 될 것인가 염려하고 응원하게 한다.


 " 나는 계속 천장만 뚫어져라 쳐다본다. 의문이 하나 생긴다. "할아버지는 좋은 사람이에요?" 슬림 할아버지는 얼떨떨한 표정이다. "그건 왜 물어?" 내 눈에 눈물이 차올라 관자놀이로 흘러내린다. "좋은 사람이에요?" "그래." 나는 할아버지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할아버지는 병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다. 푸른 하늘과 구름. "난 좋은 사람이야." 슬림 할아버지가 말한다. "하지만 나쁜 사람이기도 하지. 누구나 다 그래, 꼬마야. 우리 안에는 좋은 면도 나쁜 면도 다 조금씩 있거든. 항상 좋은 사람이 되는 건 어려워. 그런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안 그렇지."(223) "


 지나치게 성숙해보였던 엘리가, 그래서 어떤 말도 가감없이 들을 자격이 있던 소년(14)이 제 나이로 보이던 장면이었다. 누군가에게 당신은 좋은 사람이 맞는지 질문이라도 해서 확인을 받고 싶은 절박함과 외로움이 느껴졌다. 엘리 주변의 모든 사람들은 엘리를 포함해서 여러 면을 가지고 있다. 똑똑하지만 마약에 중독되어 제대로 된 삶을 살지 못한 채 남자들에 휘둘리는 엄마, 알콜 중독에 공황장애이지만 지독한 독서가인 아빠, 엄마와 엘리, 오거스트를 책임졌지만 마약거래로 끌어들인 라일 아저씨, 살인자였던 베이비시터 슬림 할아버지, 지역 사회 원로 유공자이자 마약상 타이터스. 그리고 그 모든 개인들의 본질에 대한 답을 슬림 할아버지의 입을 통해 전한다.


 " "그날 병원에서 네가 좋은 사람, 나쁜 사람에 대해 물었지, 엘리. 나도 그 생각을 해봤다. 아주 많이. 그저 선택의 문제라고, 그때 말해줬어야 하는데. 네 과거도, 엄마도, 아빠도, 네 출신도 상관없어. 그저 선택일 뿐이야. 좋은 사람, 나쁜 사람이 되는 건 말이다. 그게 다야."(351) "  


 곧 다가올 설 연휴 동안 거리두기를 하면서 이 매력적인 소년의 이야기를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 1월 1일에 세웠던 독서라는 새해 목표가 잠시 흐려졌다면 넉넉한 분량과 높은 몰입도로 21년을 새롭게 열어줄 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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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공의 힘 - 스스로 해내는 공부의 폭발력
송인섭 지음 / 다산에듀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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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언제부터 스스로 학습을 했던가 생각해보면 그 경계가 매우 불분명했다는 것이 떠오른다. 학교를 다니던 때는 주변 어른들의 관리와 어쩐지 공부를 해야될 것 같은 조바심이나 위기의식같은 것들 때문에 공부를 했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이제 막 진짜 공부하려고 마음먹었는데 '그만 놀고 공부해'라는 잔소리를 들어 잔소리(142)때문에 공부하기 싫어지는 일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투정들도 주변의 관리가 있었을 때가 가능한 것이고, 내가 어떤 공부를 어떻게 하는지 아무도 관여하지 않게 되는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공부를 어떻게 해야하나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시간표를 스스로 짜고, 과제를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몰라 당황하는 초보 혼공러들이 생각 이상으로 한둘이 아니다. 요즘은 취업 면접장에도 일명 헬리콥터 부모(88)들이 함께 찾아온다고 한다.


 자기주도학습이나 자율학습이라는 말이 강조되던 때가 있었다. 지금 통용되지 않는 개념이라는 것은 아니지만, 이후로 전인교육이나 창의교육 같은 것들이 주목을 받는 시기도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는 농담으로 자율학습을 두고 강제타율학습이라는 말을 하곤 했는데 요즘 교육 시스템에서는 확실히 전보다 자율성이 높아졌기 때문에 전과는 다른 분위기일 것이다. '진짜' 자유가 더욱 강조된 시기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것처럼 스스로 공부해야 하는 힘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아이들에게 배움을 강제할 수 있는 도구는 적어지고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관심을 돌릴 수 있는 다른 방법들이 필요한 때이다. '혼공의 힘'을 읽어보고 싶었던 것은 아이들의 학습 환경에 대해 궁금했던 이유도 있지만 평생의 공부를 이어가야 할 스스로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될 것 같다는 기대가 있어서였다.


 '혼공의 힘'을 읽으며 뼈를 맞는 순간들이 많았는데, '시험이 끝나는 순간 사라져버리는 지식들(40)'이나 '인터넷에 쉽게 빠지는 아이들(56)' 부분에서는 나이를 초월한 공감을 했다. 특히 인터넷 사용에 관해서는 요즘 개인적으로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 직접 체크리스트를 따라해보기도 했다. 평소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하는지 기록하는 것도 있고, 자가진단검사(68)도 있다. 결과는 참혹했다. 아마 아이들 뿐 아니라 성인들도 평소 인터넷 사용 시간을 체크했을때 충격적인 결과가 나올것이라 생각된다. 지하철에서 핸드폰을 하지 않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운 시대이니. 이 밖에도 책에 나온 상황들이 공부도 공부이지만, 업무적 상황으로 대입해놓고 생각해봤을때도 적용되는 부분이 많았다. 전략 11(200)의 내용 역시 마감에 쫓기는 타입이나 완벽주의 성향으로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공감을 살만하다.


 아이들이나 특히 학부모의 입장에서 가장 공감할만한 내용 중 하나는 '아이돌(187)' 전략 10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다. '응답하라 1998'같은 드라마에서도 나오는 것처럼 연예인을 좋아하는 시기가 되면 그 몰입과 열정이 참 크고 강렬해진다. 이미 그 시기를 지나온 어른들과 세대 차이 등의 문제로 서로 공감하기 어려운 지점이기도 하고, 아이들의 감정적인 부분과 밀접한 문제라 참 어려운 부분일 것 같다. 물론 이 열정을 잘 활용해서 의욕의 밑바탕이 되도록 선순환을 만든다면 참 좋겠지만 그 균형이 어려운 문제다.

 

 전반적인 내용들은 흥미롭게 잘 읽었지만 한가지 아쉬운 부분은 부록의 구성이었다. 전체적인 내용을 바탕으로 혼공 프로그램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내용으로 되어 있는데 이 부분이 분리형 책자로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 같다. 일체형보다는 관리가 어렵더라도 책 부피가 조금 있기 때문에 부록 부분의 혼공 프로그램만 따로 있다면 활용하기 더 좋았을 것 같아 살짝 아쉬움이 남았다. 교육 문제를 염두에 두어야 할 시기의 성인이 한번쯤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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