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내가 결정합니다 - 내 감정의 주인이 되는 자기결정권 연습
정정엽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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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자고, 잘 먹고, 잘 쉬는 것(8)" 이 당황스러웠다. 그걸로 만족감과 편안함을 누릴 수 있다는 저자의 단언은 어쩐지 당연하고 조촐했다. 우리를 괴롭히는 자잘한 고민들이 저 당연한 것들로 해결될 수 있다고? 정색하여 굳어진 얼굴을 풀고 생각해보니 우선 끼니가 불규칙하다. 수면 패턴이 망가지는 바람에 지난 밤을 꼬박 새웠다. 덕분에 책을 한 권 읽었으니 어쩔 수 없지만, 오늘 하루종일 밤샌자에게서 때로 풍겨나오는 광기를 내뿜으며 미뤄둔 일들을 뜻밖으로 해치웠다. 그리고 이제 막 좀 쉬어보려고 하는데, 문득 지난 밤에 읽었던 책 내용이 떠올라 자리를 잡고 앉은 참이다. 무거운 머리와 뻐근한 눈, 굳은 어깨, 쓰린 속 같은 것들이 당연한 세가지를 다 무시한 자에게 찾아왔다. 피로와 카페인이 만나 쥐어짜낸 생명력이 갈수록 사위어감을 느낀다.

 

 까다로운 독자이기 때문에, 라고 하고 어디 뭐 잡을 꼬투리없나 노리고 있는 스타일이라 초반에는 회전문처럼 책에 대한 평가가 몇번이나 오갔다. 누구나 할 법한 말을 포장해놓은 책은 아닐까 색안경을 옆에 준비해두고 봤는데, 같은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이 차례로 서로에 대한 스트레스를 상담하기 위해 찾아왔다(44)는 내용이 있는 부분에서 너무 소재거리인데? 싶었다. 책의 정말 초반이었는데, 앞으로도 이런 식의 내용이 반복해서 나오면 이 책이랑 내 마음의 거리는 이대로 멀어지겠구나 싶었다. 들어간 문으로 돌아서서 막 나서는데, 눈에 띄는 내용들이 읽히기 시작했다.  

 

 " 바쁘게 지내면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안도감'을 보상으로 얻을 수 있다. 여기서의 안도감은 그 어떤 성과보다 중요하다. 이 안도감을 얻으려면 전혀 가치 없는 일이 아니라 차순위로 중요한 문제로 도망쳐야 한다. 대부분은 일이다. 이들은 마음속으로 '하루하루 열심히 살고 있으니까 어쨌든 괜찮을거야'라고 생각한다. (47) "

 

 상담자의 상황(아버지 병간호)과 더불어 특히 저 자기위안을 위한 도피적 행동을 인생의 위기가 올 때마다 잘 써먹었던터라 마음을 다시 잡고 책을 읽었다. 사실 책을 읽는다는 행위 자체가 개인적으로는 '보상'이 되기 때문에 바로 그 순간의 자신에게 깊숙이 들어오는 내용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좀 더 가치있다고 여겨지는, 남들과 같은 평범에 속하기 위한 노력을 달리 시도할 것은 아니지만 버릇처럼 '독서'를 현재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자신을 위한 도피처로 쓰고 있는 것에 대해 남들은 몰라도 나는 아는 반성을 했다. 이쯤되니 어쩐지 신뢰도는 올라갔지만 마음이 씁쓸해졌다.  

 

 연이어 " 내 마음에 '타인을 재본다'라는 생각이 조금도 없다면 이처럼 해석되지 않을뿐더러 이 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53)" 는 내용에서 누군가가 싫어질 때면 항상 떠올리는 생각 '누군가가 싫은 것은 그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을 연상했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언젠가 어디선가 주워듣고 이 말이 와닿는 면이 있어 남이 싫거나 험담하고 싶어지면 자제하려고 늘 떠올리는 말이다. 내 안에 가지고 있는 숨기고 싶은 욕망, 생각이 타인에게서 보일 때 그를 미워하고 싫어하게 된다는 생각인데 책에서도 비슷한 맥락을 얘기하고 있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책을 읽어나갔다.

 

 이어지는 감정에 대한 내용은 대체로 평이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감정은 모두 가치가 있는 것이라는 내용이 주요한데, 화를 내는 것에 대해서는 좀 더 생각이 머물렀다. 부당하거나 불합리한 일을 인터넷에 올려 공유하는 일이 흔하다. 사람들은 함께 공감해주고 공유자가 처한 상황이나 맞선 상대방에게 제대로 사이다같은 결말을 내기를 조언하고 응원해준다. 책에서 나온 상담자도 화를 내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데, 개인적 경험으로는 화냈던 일이 그때는 속시원해도 지나고보면 오히려 찜찜하게 남아있는 일이 더 많아 부정적 감정 표출에 대해 여러모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가장 관심이 갔던 부분은 "사랑받을 자격(164)"에 대한 것이다. 대체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에는 아무런 의심없이 상대에게 호감을 가졌던 것에 비해 누군가 나를 좋아한다고 하면 왜 이 사람은 나를 좋아하게 된 것일까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더 잘나고 완벽한 사람이 많은데 나의 무엇을 보고, 왜 하필 나를 좋아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나 자신에게만 가진 것이다. 내가 누군가를 좋아할 때 상대방의 완벽함을 보고 좋아한 적은 없으면서, 반대로 나는 완벽하지 않다는 이유로 호감의 대상이 된 사실을 어색하게 느낀 것이다.

 

 자신이 의식하건 의식하지 못하건 이런 생각이 정서적 안정감을 잃어버린 탓에 생겨난게 맞는가 궁금해졌다. 정말 책에서 말하는대로 타인과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한 경험이 적었던가, 근데 다들 저런 생각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다만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야 한다(168)고 조언한 부분이 맨 처음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는 것'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면서 정말 정서적 안정감이 잘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고 해도 할말이 없겠다 싶었다. 신체와 정신의 건강을 위해 잘 먹고, 잘 자고, 잘 쉽시다.

 

 마지막으로는 관계에 대한 내용도 괜찮게 읽었는데, 프로 단절러의 삶을 살아온 탓에 이제는 관계를 끊지 않고 이어나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참이라 잘 끊는 법에 대해서는 더는 참고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끊지 않아도 관계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알아서 끊겨나가는 것이라는 걸 한참 끊고 다닐 때는 몰랐다. 앞으로 생각이 또 바뀔지는 모르겠지만 요즘 생각에는 끊기보다 맺고 이어나가는 것이 훨씬 더 어렵고 성숙한 인간관계 모델인 것 같으니, 미니멀라이프라든지 나 자신에게 집중 같은 모토를 가지고 싹 다 끊고 정리해버리는 일은 하지 않길 추천한다. 결국엔 미니멀해지고, 코로나시대의 생활상이 자신에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환경도 만들어줄 것이다. 

 

 아직 마음과 금전의 벽을 다 내려놓지는 못한 탓에 언젠가 여유가 되면 심리정신에 대한 상담을 받아보고 싶다는 생각만 좀 해봤다. 내가 모르는 나에 대해서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그건 좋을까 나쁠까 궁금해졌다. 예상보다 생각할 것이 많게 읽었다. 불신의 깍지를 끼우고 시작했음에도 재밌게 읽었으니 이래저래 마음이 어지럽다거나 남는 시간이 많아 생각도 많아졌다면 기회를 빌어 한번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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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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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로 세상의 도시들이 잠겨지기(lockdown) 시작했을때, '언락'을 읽었다. 속속들이 전해지는 속보를 통해 보이는 잠겨진 도시의 풍경들은 생소하고 아름다웠다. 사람이 더이상 오가지 않는 거리의 황량한 분위기와 아름다움이 이 강력한 바이러스가 주는 충격과 함께 인식되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외부 활동을 최대한 제한해야 한다는 지침을 거의 전세계가 따르고 있다. 와중에 여전히 밖으로 나가 이웃과 함께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향해 이탈리아의 한 시장이 분노에 찬 영상을 업로드했단다. 영상 속의 그는 '당신이 언제부터 조깅을 즐겨했는가, 이웃과 함께 어울리길 좋아했는가'하는 냉소적인 물음과 함께 집안에 머무르기를 강력히 경고했다.

 

 우리가 집 안에서 최대한 홀로 있어야 하는 이 때에,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거품 낸 커피를 만들어 마시는 일? 거품 낸 계란을 구워먹는 일? 필요 이상으로 고생스럽고 결과물은 대단한 맛을 내지 않을 것이다. 대신에 책을 읽어보자. 코로나 바이러스가 몰고 오는 경제 불안에 맞서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 에 대해 소개하는 '언락'을 읽어보기에 좋은 시기다. 비록 해마다 봄이면 즐기던 꽃놀이는 할 수 없어도, 나 자신을 일깨우는 자기계발을 시도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다 이 한권을 가지고 며칠은 버틸 수 있을만큼 적당히 두툼하고, 적당히 오래 읽힌다.

 

 '언락'은 세상의 절반, 혹은 그 이상일 수포자들의 가냘픈 마음을 파고든다. 나는 수학과는 절대 함께 갈 수 없는 운명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부정적인 생각만 바꾼다면 달라질 수 있다고? 믿기 어려운 주장이지만 과거에 공부할 때 좋아하는 과목, 잘한다고 생각하는 과목의 공부는 어려운 부분이 나와도 힘들지 않게 계속하고 못하는 과목, 싫어하는 과목의 공부는 조금만 어려워도 금방 포기하고 하기 싫어했던 기억이 났다. 나는 수포자니까, 수학은 원래 잘 못해. 하는 생각이 노력을 포기하는 뒷받침이 되어주었다. 만약 그런 부정적 생각이 없었다면, 수학을 포기하지 않았을까? 뇌 과학자들이 제시하는 뇌 과학 및 한계 제로 접근법이 변화의 초석을 마련해줄까?

 

 '언락'을 읽으면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정관념들이 어떤 식으로 사고에 영향을 주었는지 많이 생각해보게 되었다. 캘리포니아주립대학의 제니퍼교수의 일화(35)만 보더라도 사회의 통념으로 갈라놓은 가능성들의 방향에 대해 의심하도록 만든다. 정말 여학생이 문과적 재능이 더 뛰어날까? 정말 남학생이 이과적 재능이 더 뛰어날까? 혹은 나는 원래 남들보다 공부를 못하는 걸까? 내 수준에 맞는 한계가 있는걸까? '언락'은 이 모든 의문에 대해 아니라고 답한다. 물론 그동안 학습된 고정관념이 뿌리뽑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대답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때문에 책은 뇌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인간에게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음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여러번 증명한다.

 

 읽으면서도 믿기 어려운 것이 세번째 법칙에서 소개하는 " 생각을 바꾸면 신체와 뇌도 함께 바뀐다 " 는 부분이었다. 머리로 트레이닝하는 것만으로도 신체에 실제적인 변화가 생긴다니. 운동하기는 싫지만 운동해야겠다고 버릇처럼 생각하는 게으름뱅이에게는 이보다 더 반가운 얘기가 없었다. 하지만 실제 조사 결과를 앞에 두고도 솔직히 진짜 가능하리라고는 믿기 어려운 내용이었다. 내재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하는데도 의심하기에 바쁜 자신의 마음을 생각해보니 다른 무엇보다 오랜 시간동안 굳어진 틀리는 것, 느리게 배우거나 실행하는 것(법칙5), 실패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될까?' 하고 의심하고 '안되겠지' 하고 포기하는 " 자기 불신 (123)"의 태도를 바꾸는것이 어렵겠구나 싶어졌다.   

 

 '간절히 바라면 온 우주가 돕는다'는 말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언락'에서 말하는 개념을 뜻하는 바라면 조금은 이해가 될 것도 같다. 우주는 아니더라도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로 노력한다면 가능성이 더 많이 열릴 수 있다는 수많은 예시들을 읽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그릿'에 대한 책을 읽은 적이 있었기 때문에 에필로그에서 이를 언급하며 '그릿' 방식을 뛰어넘는 모토로 한계 제로의 마인드 셋을 제시하는 내용도 인상적이었다. 선택과 집중이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특히 청소년시기에는 얼마나 심리적으로 부담을 주는지 이해했기 때문이다. 교육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두 책 다 읽어보길 권한다.

   

 국내 확진 경로는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으나 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입국자들이 남아있는 탓에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에, 혹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는 이 기간이 더 길어지게 된다면 그동안 '나는 잘 못해, 나는 재능이 없어'라고 생각했던 분야에 대해 시도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단어나 숙어를 외워본다거나, 제 2의 외국어를 다시 시작해보거나, 과감하게도 책장 구석에 있는 수학의 정석을 꺼내들어 문제를 풀어 볼지도 모른다. 혹은 이 기간이 끝나고 구직활동을 다시 열심히 도전할 사람들은 자격증 공부에 도전해도 좋겠다. 준비없이 불경기를 걱정하고, 집안에 틀어박힌채 넷플릭스를 보는 것보다 더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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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
애비 웜백 지음, 이민경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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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비 웜백의 글을 읽으면서 잘 쓴 글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그가 표현한 '늑대'의 뜻이 단순히 야생성이나 용맹함 같은 것을 의미하는게 아니란 점은 좋았다. 물론 그런 의미도 포함하고 있지만, 책의 앞부분에 그가 예로 든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에 대한 이야기는 좀 다르다. 이 이야기를 나도 인터넷을 통해 본 적이 있었다. 아마, 이 책을 읽지 않은 사람들 중에서도 몇 마리의 늑대가 불러온 환경의 놀라운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뉴스나 다른 매체로 접한 적이 있을 것이다. '체계의 위협으로 간주되는' 존재가 사실은 사회가 기능하도록 만드는 존재가 될 수 있다는 증명을 여성에게 대입한 점이 영리했다.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늑대에 대한 이야기 영상을 본적이 없다면 한번쯤 찾아보는 것도 좋다.

 

 여성들이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 영감을 주는 여성 리더들의 책을 많이 읽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성인 리더들의 강연이나 책도 자극이 되겠지만, 여자로서 사회에 나가 헤쳐나가는데에는 같은 경험을 공유한 이들의 생생한 경험과 이해가 가장 큰 영향을 준다. 전에 읽은 책에서 본 간단한? 실험에 대한 내용인데, 여성과 남성 직원이 서로의 이름만 바꿔서 일을 했을때 어떤 차이를 경험했는가를 말했다. 같은 일을 처리할때 남성 직원의 이름으로 요청하고 제안한 건이 더 쉽게 받아들여지고, 여성 직원의 이름으로 제안된 것은 몇번의 확인 절차나 지체가 있었다는 결과였다. 사회에서 벌어지는 이런 차이는 경험해보지 않고는 알아채기 어려울 때가 많다. 피파가 내셔널 풋볼 리그 경기장에서 여자팀의 경기를 허용하지 않으려고 한 것도 마찬가지다. 

 

 애비 웜백이 자신이 상을 받은 이야기를 꺼냈을 때 그 경험에 대한 감상과, 다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는 점,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차림을 한 결단에 대해서 말하려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가 " 나는 우리 셋이 비슷한 경력을 끝마치고 내려가지만 매우 다른 미래를 마주하게 될 것임을 직감했습니다. 코비, 페이턴, 나는 각자의 경력을 위해 같은 것을 희생했습니다. 비슷한 양의 피와 땀, 눈물을 흘렸습니다. 비슷한 수준의 세계 챔피언십을 거머쥐었습니다. 똑같은 야성, 재능, 헌신을 몇십 년 동안 필드에 쏟아부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은퇴 이후는 전혀 같지 않았습니다. 코비와 페이턴은 무대를 떠나 내가 가지지 못한 미래를 향해 걸어갈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59) " 를 언급했을때 의외성을 발견하고 책이 더 흥미로워졌다.

 

 자신이 이룬 것을 진열하고 당신도 할 수 있다고만 말하려는 것은 아니구나 싶었다. 리더에 대해 말하면서 타인을 압도하고 리드하는 것을 강조하기보다 " 이곳에서 불친절은 용납되지 않아. (76)" 라고 정의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사실 리더십이라는 게 "벌어들이는 자리(76)"라면 개인적으로 그런 것에는 큰 흥미도 의미도 찾기 어려운 성향이라 리더십의 필요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책에서 설명하는 리더십이라면 자신의 성향과 떨어진 것이라는 거리감이 들지 않았다. 포용하는 것이라면, 또 친절과 마음씀이 속해있는 것이라면 나와도 가까운 것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빌어먹을. 공. 내놔 (109) " 부분을 유쾌하게 읽으면서 욕심내고 열망하는 것을 숨기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도 했다. 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의 미덕을 배웠던 것 같은데, 요즘 90년대생의 등장과 함께 세상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며 '꼭 그래야만 되는게 아닌가보다'하던 참이었다. 내가 그래야만 하는 것, 그래야 미덕이라고 여겼던 태도들이 관습에 지나지 않고, 욕망해도 괜찮고 솔직해도 괜찮다는 것을 문득 깨닫는다. 특히나 내가 여성이어도. '우리는 언제나 늑대였다'는 짧지만 강렬한 메세지로 많은 생각을 유도했다. 내가 평소에 포기했던 것, 의구심을 가지고 있던 것, 의식하지 않았던 것, 때로 무시했던 것들을 하나씩 되돌아보게 만든다. 쿨하고 열정적인 어조로 저자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책이었다. 2020년 새해를 한달 정도 보내고 정체된 자신에게 자극제가 필요하다면 가볍게 읽어볼만 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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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사람을 읽다 - 소비로 보는 사람, 시간 그리고 공간
BC카드 빅데이터센터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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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데이터로 분석된 소비 패턴은 재미있었다. 이런 비유를 하면 세련된 기술, 분석가들은 이마를 칠지도 모르지만, 마치 혈액형이나 별자리 유형을 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들이 가진 소비 패턴을 가지고 이용자들이 어떤 유형인지 분리해놓고 각각의 이름을 붙여놓은 것을 보며, 나도 모르게 나는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내 성향을 맞게 분석해놓았는지 확인해보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다만 오랜 시간동안 허무맹랑하게 이어져온 별자리나 혈액형은 보다보면 다 내 이야기같은 기분이 드는 반면, 빅데이터가 제시한 소비 유형은 어느 것도 나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점이 달랐다. 세상에 이렇게 다양한, 하지만 비슷한 소비 패턴을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왜 나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까. 확실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분석된 유형에 속하기는 거부하고, 별자리는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아직 빅데이터가 인간의 깊은 내면까지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가 BC카드를 안써서 나와 같은 유형의 데이터가 쌓이지 않아서일까. 

 

 책의 내용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래프로 옮기고 수치화해놓은 것들이 많지만 읽기에 전혀 어렵지 않았다. '돈을 쓴다'는 것은 생활에 너무나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어느 내용 하나 관심가지 않는 부분이 없고 대부분의 내용들을 직간접적으로 접해봤던 경험이 있었다. 다만 막연히 내가 생활하면서 만들어 낸 모든 흔적들이 정보로 수집되어 통계를 이루고 있을 거라는 짐작이 있었지만, 기업에서 실제로 그것을 활용하여 데이터를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게 된 것은 신선했다. 핸드폰으로 검색한 키워드에 관한 광고가 인터넷 페이지의 배너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경험이, 카드사에서 보내주는 할인 안내가 내가 남긴 정보를 통한 상술이자, 정보안내 서비스라니. 그동안 수없이 팔리고 털린 나의 개인정보, 별 생각없이 동의한 각종 사이트 약관들, 이대로 괜찮은가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프로파일에 관련된 미드를 너무나 재밌게 봤던 경험 때문에 소비자 프로파일링에 대한 부분을 매우 기대하며 읽었다. 각 유형별로 체크리스트도 확인해가며 세세하게 읽었는데 어디에도 딱히 부합되지 않는 것 같아 유형 자체가 구분이 좀 애매한 게 아닐까 싶었다. 책에 조금 아쉬움을 느낄 때 쯤 요즘 상권에 대한 내용이 나왔다. 을지로가 힙지로로 이름을 날리게 된 이후로 의식적으로라도 을지로 쪽으로는 약속을 잡지 않았다. 힙을 따라가기 어려울만큼 나이를 먹은 것 같다는 탓도 있고, 힙이나 분위기같은 것을 체험하고 싶은 욕구보다는 맛과 안정을 원하는 성향 때문이기도 하다. 책에서 꼽아놓은 트렌디한 거리들을 가본 일이나 유행을 따라가 본 적이 없는 것을 보니 어느 유형에 속해 있지 않은 것이 아니라, 소비 자체와 멀어진 삶을 향하여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졌다. 책의 유형 구분의 스펙트럼이 좁고 단순한 것이 아니라 내 소비욕이 떨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딱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었지만 분석해놓은 각종 데이터들을 보면서 내가 어떤 분류에 있는 사람인가를 고민해보게 되었다. 현대인은 물질에 의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소비하는 인간(호모 콘스무스)이라 명명될 수 있는 소비인류로서 나는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운이 좋은 BC카드 사용자라면 데이터를 읽고 요즘의 흐름을 분석해보는 재미와 함께 당신이 속한 소비 유형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좀 더 규모에 맞는 계획적인 소비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거나 혹은 기왕 쓰는 거 제대로 돈을 쓸 수 있는 소비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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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빗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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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우리에게 끊임없이 '더 나은 나'가 되라며 험난한 과제를 안겨주지만, 또 한편에서는 그 과제를 달성하는데 더 큰 비용을 지불하도록 몰아붙인다. 험악한 세상이다. 이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 (49) ]

 

 험악한 세상이다. 어김없이 연초는 찾아왔다. 시간의 흐름은 유연한 것인데 거기에 기준을 두어 시작과 끝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매년의 의식이 폭풍처럼 지나갔다. '작심삼일' 새해가 시작한지 삼일이 지났다. 19년의 31일밤부터 20년의 1일의 첫날까지 당신이 세운 올해의 목표들을 이루기 위한 수많은 계획은 3일의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있는가? '해빗'은 3일째 슬슬 의지가 무너져가고 있는 당신이 또 다른 실패를 기록하지 않도록 도와줄 책이다. 어쩌면 이번에는 실패하더라도 다시 도전할 희망을 안겨줄 책일지도 모른다.

 

 삶의 변화, 성공적인 삶 같은 것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자기계발 같은 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해빗'의 내용이 익숙할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책은 당신의 삶을 바꾸기 위해서 '습관'을 활용하라고 강조하고 있다. 당신이 목표로 하고 있는 행동이 습관으로 형성되면 당신은 그 일을 수행하는데 있어 불필요한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당신의 '의식적 자아(43)'는 목표도 잘 세우고 계획도 잘 잡지만, 특히나 그것이 장기적이고 복잡한 것일수록 하지 않아도 될 핑계를 찾는데도 열심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살을 빼기 위해 식단을 만들고 운동을 하기로 계획표를 짜는 것도 잘하지만, 오늘 야식을 시키고 운동을 빼먹으려는 구실도 잘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습관화된다면 '비의식적 자아'가 저항을 줄여주기 때문에 이를 강조한다. 

 

 책에서는 아주 일상적이고 사소한 행동들이 패턴화 된 것이 그것이 습관화되었기 때문이라고 하는데 읽으면서 정말일까 싶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양치를 하는 일이나, 안전벨트를 하는 것, 아이에게 자기전에 책을 읽어주는 일등을 꼽았는데, 습관의 범위를 너무 넓게 잡은 것은 아닐까 싶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것들 역시 해야만 하는 일들이기 때문에 혹은 요구받았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것 같다. 늦게 일어나 시간이 없거나 양치가 너무 귀찮아도 남들 앞에 그냥 나갈 수 없기 때문에 양치를 한다. 안전벨트는 법으로 강제되어 있기도 하고.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일도 아이가 원하기 때문과 더불어 자신이 잡은 좋은 부모의 이상적인 기준에 맞추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습관은 무의식의 영역이 더 크게 작용하는 행동이라 생각한다. 마트에서 늘 먹던 브랜드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습관적 선택에 가깝다. 또 책을 읽을 때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여 앉는 것 같은 버릇처럼 일상의 영역에서 조금 벗어난 특이성이기도 하고. 그래서 책을 읽으면서 제시된 방법들이 습관 설계라기 보다는 좀 더 오래가는 계획 실행 방법 제시같다는 생각을 했다. 책에 나오는 많은 예가 다이어트와 연결되어 있었는데, '바꿔치기 전략(190)'은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얼마 전 읽은 책에서는 우리 뇌는 우리가 다이어트를 위해 열량이 낮은 식단으로 식사를 대체한다면 그 차이를 귀신같이 알아채고 이내 다른 음식을 요구한다고 한다. 우리가 뇌를 속이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이는 습관화로는 이루기 어려운 의지의 문제 가까울 것이다. 좋은 습관을 들이고자 희망하는 우리를 매번 좌절하게 했던 그 '의지(170)'.

 

 참 이상한 것이 왜 우리가 피하고자 하는 일들은 노력하지 않아도 습관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육식, 밀가루 음식, 단 음식 먹기, 전혀 운동하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있기, 다리떨기, 늦잠자기 같은 것들은 그 자체로 습관이 된다. 보상이나 바꿔치기 같은 것도 필요없이! 이 때문에 습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것이, 노력이 필요하다는 부분에서 습관과는 이미 떨어져있는 것이 아닐까 싶어졌다. 습관도 이미 본성에 가까운 것이라 노력을 통해 얻은 습관은 지치고 방심한 때에 와해되지 않을까? 습관을 만들려는 노력 자체가 불필요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을 읽을수록 나도 모르게 어떤 행동을 하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과연 습관화 된 행동으로 이루어진 삶이 만족스러울까. 비록 전부 좋은 습관이라하더라도. 습관적으로 삶을 산다면 완벽할지 몰라도 어쩐지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물을 한잔 마시고 (뜨거운 물을 틀어놓고 그 앞에서 물을 맞으며 서있는 안좋은 습관없이)씻고 신선한 채소를 곁들여 균형잡힌 아침식사를 하고 몸에 좋지 않은 커피 등의 음료를 마시지 않고 고구마나 과일, 채소스틱으로 간식을 먹고 매일 집청소도 하고 30분 이상 책을 읽고 30분 이상 운동을 하고 2시간 이상 티비를 보지 않고 할일을 미루지 않고 일할때는 일에 집중하고 6시에 저녁을 먹으면 야식을 먹지 않고 스킨케어를 빼먹지 않고 자기 전에 핸드폰을 하지 않고 12시 전에는 꼭 잠자리에 든다면. 인생이 완벽할지는 몰라도 사는게 즐겁거나 좋지는 않을 것 같은데, 이렇게 써놓고 보니 저렇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읽으면서 평소의 생활태도와 그동안 목표를 세우고 실패했던 것들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든 책이었다. '습관은 애쓰지 않는다'고 하지만 나에게 들여지지 않은 행동을 습관으로 설계하려면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읽으면서 약간의 모순을 느꼈다. 복잡한 생각은 접고 올해의 목표에 집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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