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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Spy Phonics Fun Boxed Set (12 Books With CD) - 아이 스파이 파닉스
Scholastic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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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 스파이 시리즈가 뭔지 잘 몰랐다. 영어를 배울 때만 해도 초등학교 시절에는 선행학습 외에는 방법이 없었고, 중학교 들어가기 전에 보습학원이나 방문학습을 통해 선행을 했다. 당연하게도 요즘은 영어 유치원이니 발음 수술이니 하는 것들을 한글 배우기 전부터 시작한다고 하고, 그때와 비교도 하지 못하게 많이 달라졌다고 들어서 그런가보다 싶었다. 대한민국이 영어 공화국이 된 것은 너무나 오래 전의 일이고, 필요성 또한 절감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아직까지도 영어 교육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새삼 느낀 것이, 초등학교 1학년이 된 조카가 방과후 활동으로 영어를 배우게 되면서였다. 에이비씨디 외울때까지만 해도 집에 와서 영어 단어 몇개씩 말하고 쪽지 시험 만점 받았다고 곧잘 자랑하던 애가 여름 방학 들어갈 무렵 되서부터는 조금씩 영어를 부담스러워하고 시키지 않아도 시험 준비를 하던 태도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단어 암기를 숙제로 내주고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학교 수업 방식에서 문제를 맞고 틀린다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았다.

 

 지금 공부하면 스폰지처럼 흡수하고 발음도 잘 할 것 같은데 당장 부담스럽다고 공부하길 멈추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서 다른 공부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던 중에 딱 지금 조카 수준에 맞는 파닉스 편이 있어서 권해봤다. 무엇보다 컬러풀한 색감의 사진이 많고, 설명 위주가 아닌 듣고 말하는 방식으로 되어 있어 부담이 적다는 점이 좋다. 단어만 줄줄 외우던 것에서 리듬이나 라임을 살린 문장을 들으며 따라하고 알파벳 하나도 여러 방식으로 발음해보게 되니 발음도 전보다 좋아진다.

 

 특히 아이 스파이의 이 파닉스 편 교재가 좋았던 것이 첨부한 사진처럼 박스 세트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알파벳 그룹을 나눠서 깔끔한 페이퍼 교재 형식으로 되어 있고 플래시 카드와 씨디까지 박스에 수납되기 때문에 어디든 가볍게 가지고 다닐 수 있고, 아이가 원하는 파트를 골라 공부하고 스스로 정리해놓을 수 있다. 공부하고 박스에 담아 정리하여 책장에 넣어두니 보관이 용이해서 더 좋았다. 단순 암기나 시험 외의 다른 방법으로 영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교재라 영어 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유용한 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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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야의 비밀 높새바람 41
윤숙희 지음, 김미경 그림 / 바람의아이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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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웅녀가 어떻게 사람이 되었는지 아니?"

갑작스런 반야의 질문에 선재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당연히 알지. 사람이 되고 싶은 곰과 호랑이가 쑥과 마늘만 먹으며 햇빛이 비추지 않는 어두운 동굴 속에서 지냈는데, 호랑이는 못 참고 동굴을 뛰쳐나가고 곰만 사람이 되었잖아. 사람이 된 곰이 바로 웅녀고."

"맞아. 근데 난 가끔 궁금해. 웅녀는 사람이 되어서 행복했을까? 사람이 되기 전에 함께 지냈던 곰 가족이랑 친구들이 보고 싶지 않았을까?" - p70 단군사당 "

 

 '반야의 비밀'은 독특한 매력이 있는 동화다. 서울에서 잠시 할아버지, 할머니가 계시는 지리산 마을로 오게 된 선재의 입버릇은 "얼른 서울로 가고 싶다!" 이다. 낯선 시골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선재가 할아버지를 따라 지리산을 오르다 비탈에서 미끄러지는 사고를 당하게 된다. 위기의 순간, 선재는 불현듯 나타난 낯선 여자아이의 도움을 받게 된다. 선재는 자신을 도와주고 사라져버린 여자아이에게서 묘한 여운을 느낀다. 부모님의 출장이 길어져 선재는 지리산에서 잠깐 산골 학교를 다니게 된다. 전교생이 30명 밖에 되지 않던 작은 학교에서 선재는 자신을 구해준 '반야'라는 여자아이를 다시 만난다. 반야에게 도와줘서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은 선재는 말을 건넬 기회를 잡기위해 반야를 유심히 지켜보다 조금씩 미스터리어스한 점들을 발견하기 시작하는데...

 

 의문스러운 구석이 매우 많은 지리산 소녀 반야, 지리산에 던져진 도시 소년 선재. '반야의 비밀'은 두 아이가 점차 가까워지며 쌓아가는 풋풋한 우정과 지리산에 숨겨진 비밀, 인간과 자연에 대한 깊이 있는 질문까지 독자에게 선사해준다. 지리산을 배경으로 한 한 편의 이 예쁜 동화는 우리의 개국신화인 단군신화에 있는 웅녀 설화가 모티브가 되었다. 독특한 설정이 주는 몰입감만큼이나 짜임도 탄탄해 동화의 끝의 끝까지 어떤 결말을 선사해줄 것인지 궁금함을 갖고 책장을 넘기게 만든다. 한없이 자연에 가까운 반야를 통해 선재 뿐 아니라 독자들도 지리산과 지리산의 풀, 열매, 계절에 한층 가깝게 다가가는 체험을 하게 된다.

 

 한편으로는 '그곳에서 돈으로도 금으로도 살 수 없는 귀한 친구를 사귀길 바란다.'는 아빠의 문자에서 느껴지는 위화감, 도시와 산촌에 대한 대조적인 설정, 전형적인 인물상을 가지고 있는 등장인물들, 다소 빠른 전개로 인물간의 연결고리가 탄탄해질 수 있는 충분한 요소를 다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 등이 아쉬웠다. 사춘기가 금방 온다는 요즘 초등학생, 열두살 나이의 아이들의 난이도 높은 교우관계를 고려한다면, 한두개의 사건을 더 넣어 선재와 반야가 깊은 교감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넉넉히 보여줬다면 흐름이 더욱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반야의 비밀'을 읽으며 깨끗하고 맑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재미있을 뿐 아니라 순수함이 묻어나는 자연 그대로의 소녀 반야의 안내를 받으며 지리산 구석구석을 살펴보는 기분이 든다. 곳곳에 놓여진 단군신화의 흔적을 살피며 신비로운 전설의 일부분이 잘 녹아든 미스터리 물을 즐기게 되는데, 모처럼 아련하면서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동화를 만나게 된 듯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읽었다. 자연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해볼 수 있고, 아이들이 책을 읽는다면 어떤 선택을 할지 생각해볼수도 있을 것 같다. 선재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안겨주는 인물이었는데, 선재가 좀 더 용기있는 소년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며 독서를 마무리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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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가지 않은 길 소금창고 그림책 1
잔니 로다리 글, 풀비오 테스타 그림, 이현경 옮김 / 소금창고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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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 유명한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 있다. "...전략...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라는 잘 알려진 내용이다. 잔니 로다리의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아이들에게 전하는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전자가 좀 더 생의 비애와 수수께끼에 대해 은유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면 후자는 마치 권장 캠페인처럼 '아무도 가지 않은 길'에 대해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어른의 눈으로 책을 읽은 결과, 이 짧은 동화 안에서 세 번의 예상 외의 줄거리를 맞닥뜨렸다. 고집쟁이 마르티노가 어디로도 갈 수 없는 길을 떠나리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길을 걸으면서 아무 어려움이 없었다는 점이 첫번째였다. 두번째는 도착한 성에서 고집쟁이 마르티노에게 권했던 보물들을 거절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세번째는 그것을 마을 사람들과 고루 나눴다는 점이다. 이것들이 이 짧은 동화를 다른 것들과 다르게 느끼게 만드는 점이기도 하면서 어른의 눈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점이기도 했다.  

 

 남들과 같아지지 않을, 주어진 환경에 순응하지 않을 주체적인 사고를 가지도록 도와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그 길이 어디선가 나타난 한 마리의 개가 길잡이 역을 해줄 순탄한 길이 아닐 수 있음을 그래서 고집쟁이 마르티노 역시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만의 길을 갔음을 알려주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을 읽을 어린아이들이 차차 자연히 알게 될 현실이지만, 빠져있으니 어쩐지 '만약에 이 길에 사나운 개가 가로막고 있다면 어떻게 할 거니?'하고 물어보고 싶어지는 부분이었다.

 

 두번째는 고집쟁이 마르티노의 성실함, 요행을 바라지 않는 태도를 시험하기 위한 권유라고 생각했는데 쉽게 받아들이고 말 그대로의 포상이었음이 의외였다. 세번째는 가진 것을 나누면 더 많은 것을 바라는 다른 사람들의 욕심을 경계하는 마음에서 함께 나눴다는 점이 예상 밖이었는데 이 모든 것들이 어른의 눈으로 동화를 읽은 감상이라, 아이들은 이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을 가장 흥미롭고 즐겁게 생각할지 또 이런 부분들이 의외의 요소들로 느껴질지 궁금해졌다.

 

 책 안 가득히 펼쳐진 조화로운 삽화와 반복해서 읽어주어도 부담되지 않을 분량의 글 조합이 매력적인 동화책이다. 책을 권장할만한 연령층에 대해 생각해보았는데, 유치원생인 조카는 이제 책 읽어달라는 말 대신 핸드폰이랑 컴퓨터 하고 싶다는 말을 하기에, 5세 아이들 정도까지에게 읽어주면 좋을 것 같다. 혹 독후활동을 겸한다면 초등학교 3학년까지는 읽고 학년 별 독후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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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가 된 소녀들
정란희 지음, 이영림 그림 / 현암주니어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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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를 올리는 오늘 8월 14일은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다. '나비가 된 소녀들'은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이야기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하고 있다. 시대와 국가, 사회의 문제인 이 깊은 주제들을 어떻게 짧은 동화 안에서 풀어낼 수 있을지 궁금했었다.

 

 책에서 주인공 나연이는 열세 살이다. 나연이의 외증조 할머니인 넬마 할머니에게는 '넬마의 비밀'이라는 비밀이 있다. 넬마 할머니는 여성도 배워야 한다며 나연이의 엄마를 열심히 교육시켜 대학까지 보냈고, 예쁘고 똑똑한 엄마는 나연이의 자랑이자, 동경이다. 나연이는 엄마가 열세 살일 때 할머니께서 알려준 '넬마의 비밀'이 엄마가 멋지게 성장한 원동력임을 알고 그 비밀을 알고 싶어 한다. 좀처럼 한국으로 와 나연이네를 만나려 하지 않던 넬마 할머니는 과거 도움을 받았던 한국인 정복순 할머니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를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온다. 나연이는 넬마 할머니가 한국에 온다는 사실에 들떴지만, 곧 넬마 할머니로부터 '넬마의 비밀'과 한국으로 온 이유를 알게 되고 혼란에 빠진다. 넬마 할머니는 위안부 피해자로 열세 살 어린 나이에 일본군에게 속아 끌려가 위안부로 지내야 했던 과거가 있다. 넬마 할머니는 그것을 '넬마의 비밀' 불렀고, 그리고 나연이가 열세 살이 된 지금 그 비밀에 대해 알려준다. 

 

 여기서 나연이가 매우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아무리 요즘 아이들이 많이 똑똑해지고 성숙해졌다 하더라도 위안부 문제는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충격적인 주제일거라 염려가 되었다. 주인공인 나연이는 성숙하게 극복하고 이해하게 되지만 잔혹하고 비인간적인 참상을 전달하려면 제대로 된 교육과 많은 시간의 투자가 없이는 어린 아이들에게 충격을 줄 수도 있는 주제가 될 것 같아 읽으면서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나연이의 엄마가 필리핀 사람이라는 이유로 나연이가 학교에서 놀림을 당하는 내용이 심각성에 비해 좀 가볍게 해결되는 모습을 보인 점이 아쉬웠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나연이의 감정 변화는 비교적 섬세하게 다루었으나 외의 다른 인물들의 행동이 너무나 빠르게 긍정적인 면으로 바뀌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특히 나연이를 놀리던 학교 친구들의 행동이 그렇다. 한편으로는 아직도 갈등이 남아있고,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남아있다는 점도 보여주고 그것 역시 시간을 들여 풀어가게 될 문제라는 점을보여줬다면 좋았을 것이다. 더불어 바쁜 엄마와 나연이 자매들 사이에 있는 갈등이 어떻게 고조되고 해소될 것인지 궁금했는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예사로이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웠다. 엄마가 하는 일을 함께 해보고 머리로는 이해한다고 해도 어른의 사정으로 인해 이해하는 척하게 되는 겉으로만 성숙한 아이가 되는 것일텐데 싶었다.

 

 짧은 동화지만 위안부 문제에 관한 내용들은 읽는 이의 마음을 복잡하게 만들고 울컥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요즘만큼 많은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위안부 문제가 잘 알려지고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시기가 없는 것 같다. '나비가 된 소녀들'은 더 많고 정확한 기록을 남기고 알리는데에 힘을 보태게 될 좋은 동화다. 그동안 영화 '귀향'의 멋진 성공에 뒤이어 '눈길'이나 '나의 마음은 지지 않았다' 등의 영화들이 등장했는데, 아이들을 위한 관련 작품이 등장하여 반가웠다. 우리 모두가 다 알고 배우는 역사속의 수많은 사건들처럼 위안부 문제도 함께 안고 갈 수 있도록 배우고 접해야 할 것이다. 다만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이해가 많지 않은 초등생 아이에게 이 책을 읽힌다면 충분한 설명과 대화를 통한 전후의 독서 활동이 함께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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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진 장루이와 68일 황선미 선생님이 들려주는 관계 이야기
황선미 지음, 신지수 그림, 이보연 상담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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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은 너무나 감명 깊게 읽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선물했던 작품이고, '나쁜 어린이 표'는 아이들 독서 논술 교육을 할 때 항상 목록에 있었던 작품이었다. 황선미 작가의 새로운 작품이라니 반갑고 기대되고 읽어보고 싶었다. 황선미 작가의 신작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 독특한 재미를 준다. 제목에서부터 전해지는 이국적인 느낌은 외국을 배경으로 한 어린이 도서인가 싶은 생각을 들게 만든다.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은 장루이라는 이름의 소년이 전학을 오게 되면서 생기는 68일 동안의 일을 담은 내용인데, 길지 않으면서도 인물과 사건간의 변화와 흐름이 잘 정돈되어 책안에 빠져들어 읽도록 만드는 흡입력이 있다.

 

 나는 그냥 남들 사이에서 평범하게 중간만 하고 싶다'는 아이, 잘난 친구에게 경쟁자처럼 보여지면 친구가 더이상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아이. 뭐든지 잘하고 싶고 중심이 되고 싶어하는 요즘 아이들이랑은 정반대의 모습을 가진 오윤기가 이 책의 주인공이다. 한마디 더 해도 될 상황에 끝내 그러지 못하는 윤기가 안타깝기도 하고 너무 소극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 학교 생활은 그런 것들도 걱정해야 할 만큼 복잡한 인간관계가 장기간 유지되는 정글같은 곳이었다. 윤기의 모습을 그 나름의 숙련된 처세라고 생각하니 또 나름 기특하게 여겨졌다.

 

 또다른 주인공 장루이는 다른 친구들과 말도 섞지 않고 혼자있기만 한다. 프랑스에서 온 귀국자녀인 장루이는 독특한 외모와 이력으로 전학 간 반의 아이들 이목을 사지만 모두의 관심을 스스로 거절한다. 전학 첫날부터 오윤기와 부딪히게 되는 일들이 생기면서 아이들의 미움을 사고 모두와 멀어지게 되기도 하지만 뜻밖에 모습에서 진심이 드러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다른 친구들에 비해 조숙한 느낌을 주는데 그래서 장루이가 보여주는 태도가 점점 이해하게 될수록 마음이 아파진다. 루이의 건방진 모습은 루이 나름의 자기주장이었던 셈이다.

 

 큰 사건이 있는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읽는 사람의 마음에 깊이 들어와 꽂히는 글들이 있다. 작가 황선미의 글들이 그렇지 않을까. '건방진 장루이와 68일'을 읽으면서도 천천히 내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져서 참 좋았다. 처음엔 시작하는 부분이 다소 평이한 느낌이 들어서 여타의 동화들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구나 싶었다. 썩 개운하지 않은 하루를 시작하는 주인공의 모습이나, 자기 자신을 평범하게 여기는 태도 등이 꽤 익숙한 느낌을 준다. 머리속으로 '요즘 애들은 다들 자기 자신을 특별하게 생각할텐데'하고 떠올리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루이와 윤기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이야기의 끝으로 다가갈수록 내 마음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루이와 윤기의 사이처럼 천천히.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책과의 사이에서 이해를 주고받은 느낌이 들었다. 두 소년이 부딪히면서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모습과 다른 솔직한 면모를 보여주고 서로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감동적이다. 그리고 글의 분위기와 삽화가 참 잘 어울려서 삽화를 보는 즐거움도 있었다. '꼬마 니콜라'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니콜라처럼 앞으로도 두 소년의 이야기가 두작가분들의 공동작업 시리즈로 나와서 계속 만나게 된다면 좋을 것 같다.

 

 흔히 동화를 통해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이나 궁금증을 해결해주는 계기를 마련해주곤 하는데, 동화와 함께 전문적인 카운슬링을 접목했다는 점이 새롭고 놀라운 장점이었다. 독자가 스스로 행간을 파악하여 내면화 시키는 것에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주요 독자인 아이들을 위해 좀 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을 챙겨놓아 주었다. 앞으로도 이런 구성의 작품을 다양하게 만나게 된다면 좋겠다. 공부야 선행을 하든 복습을 시키고 학원을 보내든 부족한 부분을 어떻게든 메꿔주도록 도울 수 있지만, 아이들의 교우 관계는 그런 식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아이 뿐 아니라 학부모를 위해서도 요즘같은 때에 더욱 관심가고 도움이 될 작품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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