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 전2권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인젠리 지음, 김락준 옮김 / 다산에듀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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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을 읽으며 저자의 교육법에 대한 조언보다 부모로부터 보내진 사연들이 문득 더 눈에 들어왔다. 아이들을 직접적으로 교육하던 시기가 있었다. 담당했던 것은 초등학생 정도의 아이들이었는데, 유난히 지쳐보이는 어머니들이 종종 찾아와 상담을 하곤 했다. 선생이란 자리에 있지만 딱 봐도 그들보다 나이도 어리고 경험이 적어보이는데도 고민 가득하고 절실한 얼굴로 한참을 상담하곤 했다. 선생이기도 하지만, 그들이 직면한 육아 문제에서 누군가에게라도 털어놓고 조언이든 위로든 한마디 듣고만 싶었으리라. 옆에서 힘써 상담도 하고 관련 도서도 찾아보며 보조도 해보았지만 그때 그 아이들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건 엄마의 지침과 절실함이었을 것이다. 누가 그 아이들을 위해 그토록 지칠 수 있겠는가. 잘 지켜보겠다는 말 한마디에 얼굴이 환해지고 고개숙여 감사를 표하겠는가. 부모뿐이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일까.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 연습' 학습과 관계편을 두루 읽으면서 어떤 부분은 공감이 되고, 어떤 부분은 구태의연하다 생각도 했다. 쨌든 이러한 찬반의 견해를 넘어서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고 신호를 보내온 수많은 부모들의 편지가 다르지만 같은 고민을 갖고 있음을 느꼈다. 그것은 아이에게 잘해주고 싶고, 잘 키우고 싶고, 가급적이면 좋은 부모의 역할을 하고 싶다는 소망에서 비롯된다. 부모가 원해서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논조의 글을 가끔 볼 때가 있는데, 반대로 부모에 의해 태어나졌을 뿐이더라도, 아이는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에서 그만큼의 고민을 할까 싶었다.

 

 물론 부모를 사랑하고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겠지만, '제가 자식으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나 '부모님께 이렇게 행동하고 있는데 괜찮을까요' 하는 질문을 전문가에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관계의 길을 모색했던가 싶었다. 성인이 되고 난 뒤라면 몰라도 그 전의 시기에는 개인적으로는 항상 나 자신으로 있기에 집중했을 뿐 부모의 역할을 잘하고 있을까 고민하는 것처럼 자식의 도리를 잘하고 있을까 의식하며 자문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래서 옛어른들이 '다 키워놓으면 저 혼자 큰 줄 알지' 하고 푸념하시던 걸까. 그랬던 자신을 문득 되돌아보니 큰 틀 안에서는 결국 인간관계인 부모와 자식 관계에서 한쪽이 기울이는 노력이 얼마나 크고 희생적인지 새삼 어버이 은혜를 부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전문가의 조언이지만 아이를 키우기 위해 읽고 참고할 수는 있겠지만 무조건 수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훈육 방법에서 자신이 정하고 싶은 기준이 있다면 그 기준을 확고히 따르는 것도 좋다. 자신은 이러한 조언들에 맞게 훈육되지는 않았으나 또 그 나름으로 성장하여 형성된 자신을 좋아하고 만족한다. 아이를 이렇게 키워야한다는 가이드라인을 알고 참고하는 것은 좋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이럴 땐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안돼' '이런 부모가 되어야만 해' 하고 압박을 느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지나치게 폭력, 억압적이거나 방치되는 극단의 문제적 경우가 아니라면 각각의 가풍대로 성장한 개성적인 타인들이 사회를 구성하는 것이 전문가의 조언보다 더 이상적인 구조라 생각된다.

 

 책은 편지 사연을 소개하고 그에 대한 답변을 남기는 식으로 되어 있는데, 현실감이 넘치고 '아이 선생님에게 선물을 해야 할까요' 나 '아이가 귀신을 보는 걸까요' 같은 재밌고 실제적인 고민들도 나오기 때문에 꽤 재밌다. 거기에 '교도소 수감 사실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같은 예상 밖의 질문들도 있다. 때문에 권당 분량이 적지 않은데도 지루하지 않게 흐르듯 읽을 수 있다. 실제로 선물의 경우 공동으로 소소히 하는 것이 아니면 받는 입장에서도 신경쓰이고 부담이 되는 것이니 현실적으로는 하지 않기 어려워도 하지 않도록 모두가 합의, 노력하는 것이 맞다. 혹여 고리타분한 내용만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더라도 아이를 위해 밑져야 본전이란 마음으로 한번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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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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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분이 그러하겠지만, 이미 성인이 된 세대들은 성교육에 대한 뿌리깊은 불신과 비웃음을 가지고 있다. 언제고 성교육은 진짜로 궁금하거나 필요한 것을 교육시켜준 적이 없었으며, 인생의 어느 시점에 몇번을 받아도 늘 음지에서부터 전해오는 정보와 문물을 앞서나갔던 적이 없었다. 성교육은 정자와 난자가 만나 한두시간 수업 대신 시간을 때우는 기능을 하는 것 외에는 아무 장점이 없었다. 물론 학생 시절에 그만하면 큰 장점이라 쓸모는 없어도 성교육 시간을 좋아했다. 인체 해부도가 나오면서 어느결에 남자의 정자가 여자의 난자를 만나러 갔는지 모를 영상물을 감상할때면 어두운 틈을 타서 좀 졸수도 있고, 서로 알건 다 알면서 모르는 척 아는척 '응~? 그러니까 조심해!' 하고 끝맺는 선생님의 민망함도 우스웠다. 옆학교에서는 순결 서약을 하면 사탕도 준다던데, 순결이고 뭐고 사탕이나 나눠주지 하는 부러움도 있었다.

 

 나의 성교육 인식은 어디에 머물러 있느냐면, 그 이름도 찬란한 '구성애' 강사였다. 그것도 세대가 맞아서라기 보다 그 이전의 성교육은 전무했고, 구성애 강사의 성교육 내용이 워낙 큰 화제로 다가온 솔직한 성교육이라 기억에 남아있을 뿐이다. 그 이후로는 딱히 성교육에 관해 관심을 갖지 않았다. 성교육의 유용함에 대한 불신도 불신이거니와 성인이 되고나니 어른에게도 성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아서였다. 이 두가지 이유 모두 손경이 저자의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을 읽고 난 뒤에 생각해보니 크나큰 착각이었다. 십수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성교육은 큰 발전과 변화를 이뤄냈고, 아이들에게 올바른 성교육을 하려면 성교육 부재 여건 속에서 자라난 어른들부터 성교육을 하기 위한 성교육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수많은 성교육의 반복 등장으로 게슈탈트 붕괴가 일어날 것만 같지만, 결론은 이 책은 굉장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책의 가치를 매우 얕잡아보고 책읽기를 조금 미루고 미루고 미루다 그럼 한 번 조금 읽어줘볼까 하는 마음으로 책을 들었다. 반성합니다. 하지만 핑계를 대자면 성교육에 대해 뿌리깊은 불신을 갖게 한 기성 교육과 문화가 나를 그렇게 만들었을뿐, 천성이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게다가 '딸' 성교육하는 법이라니. 안 읽어도 알 것 같은 생일, 가슴 몽우리, 처녀막 등의 단어들이 벌써부터 지루했다. 그런데 '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은 달랐다. 딸 성교육하는 법이라고 했는데, 읽다보면 부모의 성과 인식을 교육하고 있다. 읽다보니 교육 당하고 있는 책이다. 그것도 아주 자연스럽게. 기존의 혹은 쉽고 편한 길로 가는 교육법을 원한다면 당황할 것이다. 진짜 아이의 성교육에 대해 고민하며 읽는 부모라면 책을 읽고 난 뒤에 더 크게 다가오는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과제에 무거움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이 만족스러운 점은 표괄적인 의미의 성교육을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최신의 민감한 주제들을 예로 들면서. 성 고정관념에 대해 이야기할때는 연예인 봉태규의 아들 시하의 에피소드가 나온다. 아주 가볍게 티비로 보면서 의문을 품었거나 공감했던 내용으로 관심을 끌고 이해를 돕는다. 젠더교육에 대한 주제에서는 다양성을 함께 언급한다. 인종, 장애같이 디폴트 밸류된 고정관념에 대해 건드린다. 성폭력에 관한 주제에서는 예방 옷차림, 행동수칙을 조언하기 보다 생존의 중요성, 피해자에게 씌워지는 프레임, 미투 등의 주제를 다룬다. 어쩌면 페미니즘이나 미투 같은 단어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만으로 이 책을 못견딜지도 모른다. 하지만 딸을 가진 부모라면 그 아이를 위해서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성교육을 할 것인지, 주체성과 자기 결정권을 어떻게 심어줄 것인지 고민해본다면 좋겠다. 흥미롭고 인상깊게 읽었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기쁜 마음으로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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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 고대 가요.향가.고려 가요 편 이토록 친절한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
하태준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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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에 수록된 문학 작품들을 읽어본 적이 언제였던가 생각해본다. 생각보다 가깝다. 애들 가르치면서 읽어봤다. 읽기만 했나, 외우고 분석하고 수업도 하고 문제도 내고 학교 다닐 때보다 더 열심히 팠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건 읽은 것이 아니었다. 읽지 않고, 외우고 분석하고 수업도 하고 문제도 냈던 거다. 그래서 언제 읽었더라 하고 내면이 진실된 반응을 먼저 한 것이다. 학생 때는 그렇다. 작품을 읽지만 읽는다기 보다는 해체한다. 교과서에 나온 지침대로 이 단어에는 이 의미가, 이 부분에는 이 기능이 있다는 것을 외운다. 그렇다면 과연 이 책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매력적인 터치의 삽화가, 친절한 설명이, 함께 넣어 놓은 핵심 정리가, 문학 작품을 공부하지 않고 읽도록 해줄 수 있을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교과서'란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문학 작품으로서 작품들을 바라볼 수 있도록 두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아쉽지만, 생각해보면 교과서에 나온 작품들을 좀 더 쉽게 마스터하기 위한 기능적인 부분을 뺄 수 없음에 공감도 된다. 다만 삽화들이 주는 안정적 분위기와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좀 더 천천히, 풍요로운 감상으로 작품을 읽어볼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책이 참 괜찮아서 아쉬웠던 점이다. 딱히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라고 제목이 붙여져 있지 않았다면 오히려 시리즈 별로 챙겨두기 더 좋았을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이 삽화가 가볍지 않고 전체적으로 색감이며 분위기가 좋다. 지금은 고대 가요, 향가, 고려 가요 편으로 나왔지만 좀 더 친숙한 현대시나 소설 쪽으로 넘어온다면 책 읽고 모으기 좋아하는 어른들의 눈에도 들 것 같다. 하지만 제목에 문학 교과서 작품 읽기로 되어 있다면 매력적인 책임에도 중학생 조카 읽어보게 권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책 내용은 마음에 들지마는. 그리고 이 지점에서 또 하나의 의문점이 고개를 든다. 과연 이 책을 실용적 측면에서 고전 문학을 '그림으로 마스터하'기 위해 읽는 중고생이 있는가.

 

 물론 있기는 할 것이다. 공부하랬더니 책상에 엉덩이 붙이고 앉아서 한참을 있기에 뭐하나 보면 교과서가 아닌 책을 읽고 있던 과거의 나와 같은 학생. 공부는 뭐 그냥 그래도 책 읽는건 했던 유형이라면 "엄마 이거 문학 공부하는 책이야!" 하면서 하기 싫은 공부는 안해도 책은 읽을테니. 그렇지만 그런 타입은 대개 이런 풀이 없이도 대부분의 고전 문학 작품을 -시험 위주의 교과서 해석 방식으로- 이미 이해한다. 이 책을 읽는다면 그저 재미로 읽을 뿐. 다만 이런 친절한 그림으로 고전 문학을 마스터해야 하는 유형의 아이들은, 또 딱히 이런 자상한 책에 관심이 없고 그나마 한문제라도 더 맞히려면 핵심만 달달 외우는 공부법이 실용적이다. 책은 참 좋은데 과연 주요 독자층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올지 의문이 든다. 안그래도 공부하느라 바쁜 우리의 10대가 과연 책을 얼마나 읽을 수 있겠는가! 

 

 예전에 외국에서는 문학 시간에 단기간에 최대한 많은 작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분석하여 외우는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 학기를 통틀어 여러 작품 중 한 권의 책을 선정하여 모두 함께 읽고 대화를 나누며 공부한단다. 토론도 하고 에세이도 쓰고. 우리가 손들어 정답을 외칠때 걔들은 의견과 감상을 말한댄다. 힘들겠지만 우리도 그런 수업시간이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친절한 작품집도 더 많이 읽히겠지. 어른이지만 그래도 삽화와 함께 찬찬히 읽어봐도 좋겠다. 학생 때 읽었던 것과는 다른 마음으로 다른 감상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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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고 작은
알베르틴 그림, 제르마노 쥘로 글, 정혜경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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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은, 무엇보다도 삽화를 찬찬히 살펴봐야 한다. 이러저러한 색감이 있는 것도 아니고, 대단한 솜씨로 세밀하게 그려낸 것도 아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게 이어진 선들과 둥글고 따뜻한 표정의 면면을 넘기다보면 무감했던 눈길을 사로잡는 온도를 느끼게 한다. 아이에게 전하려는 말을 천천히 남기면서 아주 작고 작았던 존재가 점점 자라나는 과정을 무한한 애정으로 바라보는 눈길이 따스하다. 그러면서도 지나치지 않는, 거리감이 느껴진다. 아마 수다스럽지 않은, 절제된 단어로만 나열된 문장이 주는 균형일 것이다.

 

 이 조용한 여백에서 오는 아름답지만 천천한 시간의 흐름이 서로의 존재와 유대를 반전시킬때 우리는 이 책에서 모성만이 아닌 삶을 발견하게 된다. 인간의 삶이 어떻게 시작되어 멸하게 되는가를 지극히 단순하고 또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처음 그저 그림책일뿐 일 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감상이 확장되어 여운을 느낄 수 있는 무게감을 준다. 문장이 모호하다는 점도 생각에 넓은 여지를 준다. 읽기에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책이니 어느 때고 만나게 된다면 사양않고 꼭 한 번 읽어보길 권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변화해가는 삽화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어쩐지 묘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빠져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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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 - 탕가피코 강에서 배우는 나눔의 규칙 모두가 친구 35
디디에 레비 지음, 알렉상드라 위아르 그림, 마음물꼬 옮김 / 고래이야기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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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름방학을 맞아 아빠를 만나기 위해 탕가피코 강을 따라 밀림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소년 마르쿠스의 이야기가 담긴 이 그림책은 탕카피코 만의 독특한 규칙이 함께한다. 배가 정박하는 곳에서 누군가의 물건을 받으면 그 대신 자기가 가진 것을 하나 내어 줘야 하는 것이다. 이 독특한 규칙이 눈길을 끄는 동화책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의 마음도 술렁이게 만든다.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나누는 것보다 받은 것에 익숙한 우리가 자신이 가진 것을 남과 나누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미니멀 라이프를 위해 가진 것을 덜기도 참 어려웠는데, 다른 이에게 준다는 것은 더 힘들것이다.

 

 탕가핑코 강을 여행하며 낮선 여자아이에게 자신의 엠피쓰리와, 게임기를 나눠줘야 하는 마르쿠스는 이제 겨우 아홉살인데, 어른들도 실천하기 어려운 나눔을, 과연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눌 수 있을까 궁금한 마음을 안고 '나누면서 채워지는 이상한 여행'을 읽었다. 마르쿠스는 게임기 대신 무엇을 얻게 될까?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마르쿠스는 "정말 끔찍한 여행이야."라며 떠나온 집을 그리워한다. 모험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 마르쿠스에게 벌레가 많고 더운 밀림으로의 여행은 버거운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마르쿠스의 마음이 점차 변화한다. 나누고 가벼워질수록 마르쿠스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없어져간다.

 

  진하면서도 따뜻한 색감의 그림과 함께 신비한 여행에 동참하는 기분으로 동화를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몇가지 아쉬운 부분이 공들이 그림과 색감에 비해 글씨가 단조롭고 다소 묻히는 느낌이 들었다. 전혀 개성적이지 않은 텍스트의 배열로 오히려 그림이 주는 감상을 방해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마르쿠스의 변화가 다소 거칠게 표현되었다. 어른의 눈으로 봤을때, 짧은 내용으로도 전형적인 이유를 유추해낼 수 있지만 아이들은 왜 마르쿠스가 갑자기 변하게 되었는지 쉽사리 이해하기 어려울지 모르겠다.

 

 엠피쓰리가 없고, 게임기가 없고, 신발이 없어지고 마르쿠스가 느낀 것이 무엇일까. 여기에 대한 아이들의 "왜?"라는 질문에 어른의 시선으로 넘겨짚은 '정답'을 알려주게 되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약간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이와 함께 탕카핑코의 규칙을 활용해서 놀이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하루나 시간을 정해두고 탕카핑코 활동을 해보면 어떤 물건에 관심이 있는지 알아볼 수 있고, 다른 사람과 자신의 것을 나누는 경험을 해보기도 하는 등 이색적인 체험형 독후활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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