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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의 몰락 - 신자유주의는 어떻게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가
리사 두건 지음, 한우리.홍보람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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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17년, 1925년 이래 사상 최저 신생아 수가 기록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이 기록이 점점 더 갱신될 것 같지만. 경제적 안정이 실현되지 않은 현 시점에서 저출산 청년실업 등 사회문제는 늘어가고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 대한 반성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을 탓하고, 20대들은 현 세태에 분노하고 좌절한다. 자신의 욕망을 거세하는 것으로 방법을 대체하는 것에 그친다. 사회의 양극화는 점점 심해지는데 갈등만 심화될 뿐인 상황이다.

 

 단지 경제의 문제만이 아니라, 개인의 삶은 점점 더 다양화 되어 가고 있는데 그에 맞는 인식의 개선이나 제도의 변화가 따라오지 못하는 정체현상이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다. 다문화가정들이 생겨나고 동성애자의 존재가 표면화되었다. 뿐만 아니라 페미니즘에 대한 의식이 깨어났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이 일부 단체의 예민한 사람들이 악용하는 이기주의로 표현되거나, 전체에 반하는 소수를 비난하는 혐오적인 단어로 표현되는 일이 생겨나고 있다. 

 

 저자 두건은 신자유주의 세력이 이런 사회의 여러 문제들의 연관관계를 교묘히 분리시켜 촉발될 사회운동의 범위를 구분짓거나 축소시키고 각 운동이 포괄해야 하는 의미와 대상을 한정짓도록 유도하였음을 역설한다. 거기에 진보적인 정치인은 물론 저명한 학자들마저 각종 사회운동을 일부 대상의 사소한 문제로 나누거나 국한시켜보게 됨으로써 흐름이 정체되었음을 비판한다. 이런 논점흐리기적인 파벌 나누기는 우리 사회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일이라 읽으며 많이 공감되었다.

 

 '평등의 몰락'안에는 우리의 지금, 그리고 너무나 많은 쟁점들이 들어있다. 미국 사회에서 1960년대부터 일어났던 '아래를 향한 재분재를 추구하는 사회운동들, 페미니즘과 레즈비언-게이 해방' 등의 운동들이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예민하게 대두되어진 문제가 되었다. 앞서 언급된 문제들이 미국 사회에서 대두된 시기상으로 우리와 비교하기에는 많이 늦은 것 같지만 그 뒤로 이어진 '친기업운동', '다문화' 까지 수십년을 통해 이어진 미국 사회의 흐름이 지금 한꺼번에 대한민국 안에서 발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현상은 이번 주 주말  광화문 종로일대를 걸쳐 확인할 수 있다. 서울광장에서 18회 퀴어문화축제가 열리는 날이다. 그리고 그 반대편에는 동성애 퀴어축제반대 국민대회가 자리잡을 것이다. 다른 두 곳에는 박근혜 석방촉구국민대회와 국가비상대책국민위 등의 집회가 함께 시행될 것이다. 지금 당신이 읽은 책을 우리사회의 '평등의 몰락'으로 실제적으로 확인하고 싶다면 주말에 종로를 걸어보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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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화된 거짓말 - 진실보다 감정에 이끌리는 탈진실의 시대
대니얼 J. 레비틴 지음, 박유진 옮김 / 레디셋고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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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이것은 한동안 우리의 모토였다. 절실한 추구였다. 우리는 진실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믿었고, 불의에 대적할 수 있는 가장 강한 무기라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가 절실히 저 모토를 외쳤던만큼 거짓의 힘은 커졌다. 인간은 하루에 10-200회 가량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그것이 예사로운 것이던 큰 것이던 거짓말에 그만큼 익숙해져 있고 때로 의식하지조차 못한 채 거짓을 이용하는 것이다. 거짓은 여러 용도로 쓰인다. 때로 진실보다 간단히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혹은 더 자극적이고 재미있기 때문에, 그리고 남을 해하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대니얼 J.레비틴의 '무기화된 거짓말'은 사회적으로 거짓말이 어떻게 대중의 눈을 속이기 위해 사용되어져 왔는가를 중심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리가 접하는 매체의 정보들이 어떤식으로 거짓 정보를 전달하는지, 어떤 시각으로 정보를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한 정리이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하루에도 몇번씩 지지율 그래프가 뉴스에 올라왔다. 그때만큼 치열하지는 않지만, 지금까지도 꾸준히 나오고 있기는 하다. 지난 기간 동안 스스로 감시의 눈을 키우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들은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에서 보여주는 그래프의 오점을 지적하기 바빴다. 전같았으면 아마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를 일이지만, 각 방송사에서 일부러 그러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많은 그래프 표기 실수?와 각 지수별 편차 표기 오류가 나왔다. (p87 기만적인 삽화의 내용과 유사하다.) 그것도 특정 후보에 관해서만 특히. 그렇게 빈번하게 시도되는 것을 보니 한 후보에 대한 지지율의 실제적인 변화에 있어 보는 사람의 눈을 교묘하게 속이는 일이 참 유용한가보다 싶었다. 거짓된 정보에 잦은 빈도로 노출 시키면 그게 진실이라도 되는 것마냥.

 

 물론 그러한 오점들은 매의 눈을 가지고 혹은 관심을 가지고 진실 여부를 확인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쉽게 속일 수는 없었다. 질타를 맞고 '어디서 장난질이여'라며 비꼼을 당하고 결국은 짧게 형식적으로 나마 자신들의 실수?를 사과하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방송되는 정보에 대한 믿음을 가진 사람들은 길건 짧건 그때 본 조작, 아차 실수를 그대로 믿었을 것이다. 거짓을 무기삼아 진실을 뒤흔들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 최근에야 완전히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던 의혹도 있던 것처럼. 거짓은 그저 아니면 말고,로 끝나는데 진실은 왜 자신의 결백을 힘겹게 증명해야만 했던 것일까. 우리가 너무 비대해졌을때 무엇을 위해서든 체중조절을 하듯이, 우리에게 주어지는 황색언론의 자극성을 좇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무기화된 거짓말'을 읽어보고 자신 나름의 관점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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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 - 91년 5월투쟁과 김은국의 《순교자》로 본 정치.죽음.진실
강정인 지음 / 책세상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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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의 주제가 된 죽음과 정치, 현대사의 끊어지지 않은 흐름은 처음 책장을 펼치는 일부터 주저하게 만들었다. 이유는 어려울 것 같아서. 중심적 사건이 되는 91년 5월 투쟁이라는 표현조차 낯설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서문에서부터 지금 이 책을 접하는 젊은 세대에게는 책의 주제가 생소하게 느껴질 것이라 예상하여 그에 관한 내용과 김은국의 '순교자'를 부록으로 첨부해두었다고 쓰여있다. 내용을 전반적으로 알고 책을 읽고 싶다면 부록을 먼저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렇지 않더라도 본 내용 안에도 충분한 설명이 있기 때문에 읽다보면 흐름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정치적 표현으로 선택된 죽음을 두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전태일 열사'였다.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이라는 작품과 함께 70년대 노동자의 삶을 대표하는 상징이었다. 학창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열악한 노동현실을 고발하기 위해 스스로 분신하여 죽음을 맞이한 이 인물로 인하여 죽음을 통한 정치적 행동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을 것이다. 이 책의 시작에도 그의 이름이 언급된다. 그리고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참된 삶'을 선택한 이들에 대한 내용과 함께 천천히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러고보니 겪어보지 못한 70년대의 사건은 알면서도 91년도의 사건을 모른다는 것이 민망하다. 교육과정 구성의 중요성이 다시금 절실하다.

 

 사실 반전/비폭력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기이니만큼 죽음으로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선이 있었다. 때문에 처음엔 이 수많은 죽음들이 개인적으로 그저 아깝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박승희 학생의 분신에 대한 내용을 읽으며 적잖은 충격을 받고 생각이 좀 더 트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학생들의 시위가 일시적 저항으로 끝날 것을 우려한 박승희는 자신의 몸에 불을 붙여 자살을 결행함으로써 '일상으로 철수하려는 학생들의 퇴로'를 결정적으로 차단하고자 했(p81)"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시인 박노해의 '어머니'라는 시의 내용을 언급한 부분에서도 (p77) 그러하였다.

 

 정치적 죽음과 사회적 죽음의 차이점에 대해 명확히 정리가 되고, 머리속으로만 떠올렸다 지나쳤던 의문점들을 책 안에서 보게 되니 나와는 멀리 떨어져있다고 생각됐던 '정치 죽음 진실' 의 키워드가 조금 더 가깝게 다가왔다. 3장의 내용을 읽으면서는 '죽음으로 표현된 정치적 행동'에 나 자신도 모르게 거리두기를 했었다는 것도 비로소 의식되었다.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 현실에서 공감되는 내용도 있고, 읽으면서 깨닫게 되는 것들도 많아서 지난 겨울을 치열하게 지나온 사람들에게 권유해주고 싶은 책이었다.

 

 오랜 기간에 걸쳐 쓰여진 논문을 다시 고쳐내어 옮긴 책으로 읽기에 대한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 나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워낙 조심스럽고 중요한 주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몰입하여 읽을 때 느꼈던 '깨달음의 환희'를 달리 표현할 길이 없었다. 그것을 '흥미롭게'라고 써두었는데 이 표현이 불편함이나 누가 되질 않길 바랄 뿐이다. 몰입하여 읽게 될 정도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고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되어 있어 읽을수록 좋은 책이라 생각되었다. 정치적 행동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왜 필요한 것인지 적게나마 더 배우게 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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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에서 민주주의로
진 샤프 지음, 백지은 옮김 / 현실문화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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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읽기 수월한 내용은 아니었다. 그렇지만 대학 도서관에서 꼽히는 필독도서들의 목록에 들어간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드는 책이었다. (학교 입장에선 달갑지 않을 책일 수도 있겠다.) 마치 기능서나 교양도서처럼 우리 사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떤 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맞서야 하는지 안내해주는 내용이라, 상식처럼 알고 있다면 더 민주적인 시민 의식을 갖게 되지 않을까 싶었다. 지난 겨울동안의 집회 과정을 통해 새롭게 피어난 시위 문화처럼, 화염병이나 전경들이 떠오르는 격렬한 대립이나 꼭 어떤 사회적 운동을 하는 열정적인 투사가 되는 것만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모두가 이해하고 공유한다면 좋을 것 같았다.

 

 아직도 뉴스를 보다보면 사회가 개인을 억압하거나 이념의 대립으로 갈등을 겪고 있는 지역들이 많다는 것을 본다. 모두가 똑같은 국가관을 가지고 있을 필요는 없겠지만, 전 세계 30여개 언어로 이 책이 출간되었다는 사실은 많은 이들이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책의 내용은 우리 근대사와도 많이 연관되어 있는데, 독재정권에서 필수적으로 활용되는 권력의 원천이 군대라는 내용은 6-70년대 군사정권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투쟁으로 인해 독재 정권이 와해된 뒤에 어떤 활동이 단계적으로 필요한지 이어지는 내용을 읽으며, 우리가 이뤄냈던 저항에 비해 그 청산과 처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그 여파가 아직도 우리 사회를 병들게 만든 것 같아 안타까웠다. 누구 하나도 아직 제대로 책임을 묻지 못하고 오히려 대우받으며 지내도록 하고 있으니.   

 

 작가의 이력 중에는 한국전쟁 징집 반대로 감옥에 다녀왔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금까지도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위해 함께 싸워준 다른 나라의 참전 용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활동이나 모습을 곧잘 접할 수 있다. 그저 단순히 그들과 피를 나눈 국가가 되었다거나 중요한 도움을 준 고마운 사람들이라는 생각만 갖고 있었는데, 반전과 비폭력 평화를 추구하는 입장에서는 그조차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행위에 지나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한편으로는 타인의 일이기 때문에 그랬던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과 약간의 불편한 감정이 들었다. 과연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것이 오랜기간동안 학습되어온 역사관에 기인한 것인지, 아니면 그 상황에서 반전을 이유로 파견 징집을 반대하는 의견이 원론적이었던 것인지 판단을 내리기 어려웠다.

 

 자연스럽게 지난 겨울부터 한국 사회가 겪어온 정부 교체 과정을 떠올려본다. 물론 우리가 기념하는 더 오래 전의 흔적들도. 과거의 일이 아니라 수많은 촛불들로 겨우 밝혀낸 긴 겨울이 끝나고 드디어 봄을 느꼈던 변화의 한 가운데에 서있어 봤던 시간들이었다. 지난 수개월동안 우리가 권력에 맞섰던 방법은 저자 진 샤프가 말하는 이상적인 모습에 가장 가까웠으리라 생각한다. 이로인해 새로운 정권을 맞이하게 되는 결과를 맺었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가 제대로 기능하여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바꿔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을 것이다. 사회가 우리의 이상향에 가까워졌다 하더라도, 그에 만족하고 안심하는 순간 또 잇속을 챙기고 규범을 어기려고 하는 욕망들이 생겨날 것이다. '정치적 저항을 경험한 대중은 앞으로도 독재정권에 시달릴 가능성이 적'다는 내용이 위로가 된다. 앞으로 더 신중한 선택과 감시, 행동이 필요할 것이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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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셰프 분투기 - 음식에 가려진 레스토랑에서의 성차별
데버러 A. 해리스 & 패티 주프리 지음, 김하현 옮김 / 현실문화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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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하고 있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김영하 작가가 나왔다. 박경리 문학관에 들린 작가가 한 말 중에 여류작가란 표현에 대한 언급이 인상적이었다. 여류작가란 말을 쓰지 말아야 한다고 했는데, 여성 작가들이 쓰는 글을 여류라는 수식으로 한데 묶어서는 안된다는 얘기였다. 여류작가라는 흔한 표현을 나도 쓴 적이 있어 순간 확 의식되었다. 20년 전만 해도 여류문학에 대해 여성적 특징을 가진 문체로 쓰여진 사사로운 글이라는 설명으로 정의했다. 소설을 쓰더라도 남성이 쓴 글과 여성이 쓴 글의 가치에 차등을 두어 구분지은 것이다. '여성 셰프 분투기'도 그런 이야기다. 그 무대가 종이 위가 아닐 뿐이다.

 

 '여성 셰프 분투기'를 읽으며 떠올랐던 몇가지 문제점들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그 중 하나는 가사노동으로써의 요리이다. 가정에서 식사 준비를 담당하는 사람은 별다른 가정사정이 없는 한 여자일 것이다. 지금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자연스럽게 끼니를 준비하는 역할을 여성에게 맡긴다. 그런데, 직업으로서의 음식 조리를 담당하는 것은 대부분 남성이다. 우리 사회 구조상 남성이 직업을 가지고 여성은 가사 노동을 담당하는 분위기가 팽배했기 때문도 있을 것이다. '여성 셰프 분투기'에서도 이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앞으로 시대의 흐름이 여성이 더이상 가정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의 삶을 꾸려나가거나 직업 활동을 포기하지 않도록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가 점차로 해결되어 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다른 하나는 주방으로 진출하는 여성들의 분야가 제한적인 현실이 그대로 이어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점이 있다. 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을 찾으면 공교롭게도 그 식당의 메뉴가 전문성을 요하거나 규모가 클 수록 혹은 현대적일수록 식당의 주방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은 남성이 된다. 중식당, 일식집, 프렌치 레스토랑 등등의 식당은 거의 대부분 남성이 주방을 맡고, 떡볶이등을 파는 분식집이나 백반집, 국밥집 같은 곳들은 여성이 주방을 맡는 경우를 도드라지게 볼 수 있다. 과거 교육 기회의 불균등 등도 이 문제와 연관이 되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음식의 가격에서도 다르게 나타고 사람들이 그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가치를 두는지에 대한 차이도 이끌어낸다. 직업군 안에서도 차별적인 인식이 생겨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흔히 미세한 미각의 차이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음식들은 여성이 요리를 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는 것이다. 생리를 하게 되면 미각이 시기에 따라 달라져서 그렇다는 이유다. 그 외에도 손이 작아서 혹은 손이 따듯해서 이런 이유들이 더 있었다. 안되는 이유를 여성적 특징 때문이라고 하지만 각자가 꼽는 최고의 음식은 어린 시절부터 집안의 여성들의 손에서 만들어졌던 가정식을 떠올리는 경우도 많다. 비록 전문적인 음식은 아니지만 그 모든 안된다는 이유들 사이에서도 개개인에게 소울푸드로 남을 음식이 그 손끝에서 나온다. 같은 손끝에서 더 많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전문적인 요리가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다. 이런 인식들도 개선되어 더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셰프들을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책의 첫머리에서 나는 영화 '라따뚜이'를 떠올렸다. 남자주인공은 레스토랑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그 주방 안에 단 한명뿐인 여자 셰프를 만난다. 그녀는 서툴고 어리숙한 남자에게 자신이 어떻게 유일한 여자 인력으로써 이 레스토랑의 주방에 남게 됐는지 보여주겠다며 그를 을른다. 영화에서 그는 그녀와 작은 생쥐의 도움으로 주방에서 가장 인정받는 셰프의 자리까지 오른다. 그 뒷 이야기는 좀 달라지지만, 영화 '라따뚜이'는 그와 한 작은 생쥐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여성 셰프 분투기'는 레스토랑 주방의 유일한 여자 인력인 그녀의 이야기이다. 영화에서조차 끝내 조연밖에 되지 못했던. 초대받은 지인의 가정에서만이 아니라 거리의 맛있는 식당에서 더 많은 여성 셰프들을 만나고 싶다. 그 반대의 경우도 바라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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