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
모리 에토 지음, 권남희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2년 9월
평점 :
절판


모리 에토 작가의 책은 아주 예전에, '컬러풀'을 읽은 적 있다. 그 때, 신간으로 나와서 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서점의 신간 코너에 놓여져있던 기억이 난다. 언젠가 약속이 꼬여서 집으로 가는 길이 조금 헛헛하게 느껴지기에 서점에 들러서, 그 책을 서서 읽었던 기억이 난다. 제목 때문에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다가 나름 꽤 재미있게 흘러가는 내용 때문에 그 책을 그 자리에서 다 읽었었다. 비슷한 경험으로는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이란 책이 있다. 그 책도 제목 때문에 호기심에 들었다가 그 자리에 서서 선채로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 책은, 바로 그 '컬러풀'을 쓴 작가, 모리 에토의 신간이다. '언젠가 파라솔 아래에서'라는 제목을 달고 있는데, 태평한 분위기의 제목이지만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완고하고 깐깐하고 엄격했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겨진 가족들에게 밝혀진 아버지의 비밀. 보수적이었던 아버지가, 자식들의 삶에서 반짝거리는 모든 것을 뺏고 억압해왔던 그 아버지가 사실은 대를 이어 흐르는 '나쁜 피'를 가지고 있어 평생을 자신을 제어하며 살아왔던 것, 그리고 결국 돌아가시기 전 그 '나쁜 피'로 인해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머니는 전과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렸고, 집을 나갔던 첫째 아들과 둘째 딸은 방황하던 삶의 한 중간에서 다시 걸음하지 않았던 집을 다시 찾아오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지의 총애를 받았던 막내 딸은 심각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그들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던 아버지, 그리고 그 아버지의 독특한 가치관, 갑갑했던 규칙들. 오로지 믿고 따르거나, 반항하거나, 참고 도망치거나, 그 안에서 순종하는 방법으로 아버지의 그늘에 머물렀던 가족들은 아버지의 비밀을 알고, 진실을 찾기 위해 걸음하게 되면서 비로소 자신의 발로 서게 된다.

 

책을 읽다보면 마치 모든 것이 엉망으로 흐트러져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 줄기차게 여자가 바뀌는 아들, 불감증으로 남자들과 이별을 반복하는 딸, 그런 오빠와 언니를 경멸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지금까지의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도 자신도 없는 막내가 결국은 가족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해체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다 그들이 일견 무의미해보이는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사람을 떠올리고, 이해해보려고 버틸 때마다 망가져있던 큐브가 다시 맞춰지는 움직임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가족의 재발견. 해체되고 망가진, 그러나 서로라는 구속력 안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가족이 결국 다시 그 안에서 자신을 찾고 자유로워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가장 큰 영향을 주는 타인이자 자신의 일부인 가족이 겪는 갈등과 그 화해를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그 안에서 개인의 성장까지도 함께 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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