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처럼 - 남극에 사는 황제펭귄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것
송인혁.은유 지음 / 미래의창 / 201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펭귄을 좋아한다. 펭귄을 왜 좋아하는지 쉽게 설명하기 어려울정도로 좋아한다. 그냥 펭귄을 보고 있으면 귀엽다. 느긋한 분위기도 느껴지고, 움직임이 둔한데 생각 외로 섬세한 것처럼 느껴져서 좋다. 흑백의 대비도 마음에 들고 긴 몸뚱이에 짧은 팔다리의 미묘한 조화도 좋다. 아마 이 책을 보는 이들도 바로 그런 펭귄의 매력을 잘 알고 있고, 또 그 매력에 푹 빠질 것이다. 이 책은 내가 펭귄을 좋아하는 만큼 좋아할, 좋아하는 책일 것이다. 펭귄을 좋아한다면 꼭 보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펭귄들이 책 가득히, 가득히 담겨있다. 한마리 한마리가 소중하리만큼 보기 좋다.

 

 자발적 유배라고 표현하는 그들의 남극행은 그들만의 이유있는 여정이다. 천적도, 바이러스도 없는 극지에서 단단한 얼음과 바람을 막아줄 빙벽이 있는 장소로의 번식을 위한 고된 여정. 그런 그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안타깝고 안쓰러운 애정이 솟아오른다.

 

 "황제펭귄 서식지에는 천적보다 더 무서운 무리들이 있으니, 바로 새끼를 잃어버린 수컷들 입니다. 그들은 무리를 지어 새끼를 품은 펭귄을 공격하고 부모들은 필사적으로 방어합니다. 남의 새끼를 빼앗는 게 쉬울 리 없습니다. 그도 안 되면 죽을 새끼를 뱃속에 넣고 며칠간 밤새워 품기도 합니다. 행여나 뚝 끊어진 인연의 끈이 도로 이어질까 하여 쉬이 내려놓지 못합니다."

 

 전에 펭귄의 행진이라는 프랑스의 영화를 본 적이 있다. 한 때 PMP였나 하는 기계에 넣어두고 출퇴근을 할 때 계속 켜놓고 졸다 보다, 졸다 보다 반복적으로 그 평화로우면서도 사랑스러운 화면들을 그저 바라보기만 했었던 적도 있었다. 화면에 가득한 희고 까만, 펭귄들의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그냥 그저 좋다는 생각에 스트레스가 풀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것 같다. 그런데 그 영화에서 좀 충격적이었던 부분이 바로 저 내용이었다. 알이나 새끼를 잃은 펭귄이 전에 없는 공격성을 보이던 그 장면. 다른 펭귄이 품고 있는 알을 빼앗으려 집요하게 따라붙거나, 다른 펭귄의 새끼를 억지로 제 품에 끌어당기려고 하는 통에 작은 새끼가 시달리다 죽을 것처럼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그 난폭한 몸짓을 보고 놀랐다. 그리고 한 편으로 죽은 제 새끼를 바라보던 이루 말할 수 없는 슬픔이 느껴지는 펭귄의 모습에 종을 뛰어넘는 슬픔의 공유를 했던 기억도 난다. 그 내용을 이 책에서도 다시 만나니 또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책의 말미에는 펭귄을 촬영하며 펭귄을 닮아버린 송인혁, 김진만 씨의 남극체험도 실려있다. 그리고 그들의 뒷모습을 담은 사진도 있다. 이 남극의 신사들과 직접 공감하고 돌아온 그들이 부러우면서 고맙다.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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