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 대한 예의
권석천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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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경건함은 무엇일까?
제목과 책을 더욱 귀하게 여기게 되는 것은 출판사의 배려덕분이다.
지난 번 책을 받을 때에도 정성스런 포장에 감동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한번 더 포장하고 마끈으로 묶었을 뿐인데
<사람에 대한 예의>가 드러나 존중받는 기분이 들었다. 사람이 사람을 기쁘게 하는 이유는 참으로 다양하지만 크고 성대한 일이 아니라 작고 소소한 일에서 비롯되는 것임을 깨닫는다.

작가는 법학을 전공하고 경향신문과 중앙일보를 거쳐 JTBC 방송국 보도국장을 역임한 이력을 가졌다.
사회와 정치의 문제점을 저널리스트 특유의 예리함으로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명료하게 드러내는 점이 탁월했다.
유독 내게 부족한 부분이라 부러운 마음과 경탄하는 심정을 담아 조금씩 조금씩 곱씹어 가며 읽은 책이다.
일상의 색다른 변화와 사회의 문제에 밋밋한 사람들에게 생각을 던져주는 다소 촘촘한 에세이다.


"인간이라는 한계, 인간이라는 구원
한없이 약한 인간도 악마가 갖지 못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가족, 친구, 사람에 대한 마음이다. 오롯이 인간으로서 살고자 하는 마음이다. 악에 무릎 꿇지도, 용서하지도 않겠다는 마음이다. 그리하여, 인간이란 한계는 오히려 구원이 된다."

인간으로 인해 피폐해지고 책임의 논리가 피해자보다 미끼를 물어버린 자의 책임으로 가해자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려는 음모들을 드러내놓고 이야기한다.
사회적인 문제에 귀착되었을 때 개인적 윤리와 사회적 윤리의 잣대를 달리하며 피해자와 생존자의 경계에서 부당한 요구들은 교묘하게 은페되기도 한다.

막연하게 성폭행 책임을 피해자에게 묻는 현실들에 대해 가해자의 책임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려하는 음모와 모함이라고 속시원하게 이야기한다.

"밤늦게 다니지 마라"-밤늦게 다니니까 그런 일을 당한다는 책임전가
"짧은 치마 입고 다니지 마라"-너가 짧은 치마를 입어서 일을 당한 것이다라는 책임 떠넘기기
"인적이 드문 곳에 가지 마라"-인적이 드문 위험한 장소에 왜 갔느냐는 죄책감을 유발하는 등의 불행한 질문들이 지금 우리 사회의 오래된 우화이다.

"왜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느냐?"
"왜 세월호에 올랐느냐?"
"그 위험한 장소에 왜 갔느냐?"
이 물음들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가해자의 책임을 피해자의 책임으로 떠넘기려는 음모다. 무고한 피해자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려는 모함이다. 인간을 성욕의 제물로 삼은 자의 잘못이고, 독성물질이 들어간 살균제를 제조. 판매한 자의 잘못이고, 바다에 떠서는 안될 배를 띄운자, 구조하지 않은 자의 잘못이고, 사람에게 흉기를 휘두른 자의 잘못이다.
피해자는 죄가 없다.
모두가 피해자의 얼굴을 궁금해하는 사이 가해자는 유유히 암흑 속으로 빠져나간다."


불행이 엄습했을 때, 범죄와 혐오의 대상이 됐을 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자책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를 혐오하는 것도 아니다.
불행과 범죄와 혐오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호해야 할 인권은 가해자의 인권이 아니라 피해자의 인권이 우선이라는 것을 망각하는 일들이 너무도 흔하게 일어난다.

더이상 범죄자일 뿐인 가해자들에게 서사를 부여하고 용서를 빌고 반성하는 말을 하도록 마이크를 주는 행위조차 멈춰야 한다는 가수 김윤아의 말에 박수를 치게 된다. 반성하고 사과할 기회를 주고 시민들에게 용서를 빌기 위한 발언권이라...
그따위의 행동과 한마디의 말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과연 그 기회를 얻어 미안하다는 말을 듣는다고 달라지는게 있는가.
상처가 치유되는가.
왜 그의 말을 듣고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그들을 향해 가는가...
그동안 당신은 어디 있었나....

"어둠 속, 갑자기 불이 켜지면"

우리 사회는 크건 작건 서열의 고리 속에 묶여서 살고 있다. 그 속에서 젊지만 나이 든 척 행동하는 '애늙은이'와 나이들었지만 철들지 않은 '늙은 애'들이 공생하고 있다.
어른을 구분짓는 것은 나이로도 행동으로도 함께 대접받을 수 있는 어른스러움이 병행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어른들이 살아가며 어른의 시선으로 어른답게 행동하는 것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당당한 어른이 되어야겠다는 일침도 잊지 않는다.

"어른이 된다는 건 자신의 판단에 책임을 진다는 뜻이다. 한발 한발이 두렵고 떨린다. 그러나 어른이 되지 않으면 영원히 누군가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남의 인생에 전세 사는 것은 비참한 일이다.
어른으로 행동할 때 어른이 되는 거다. "

"사람에 대한 예의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한계들 속에서 주장으로, 반박으로, 재반박으로 공통의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진실인 것이다. 우리가 계속해서 무언가를 쓰고 있는 그 순간, 무엇이 진실인지 고민하는 그 순간, 반딧불이처럼 작은 진실들이 깜빡거리며 캄캄한 밤을 밝히고 있는 것이다."


자기 기준을 세우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나만의 확고한 신념.
어떤 경우에도 타협하지 않는 분명한 나만의 기준은 중요하다.
거창한 것도 아니고 그저 단순한 것.
어떤 유혹에도 흔들임이 없이 밀어부칠 수 있는 것이면 된다.
동백이 엄마의 말처럼 쫄지말고.
쪼니까 만만하게 보고 하찮게 보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동백이처럼 노 매너에 노 서비스 정신!!^^


몇 년전 딸과 함께 재밌고 유익하게 보았던 애니메이션
<쥬토피아>의 캐릭터 중에 가장 생각나는 건
나역시 나무늘보였다^^
행동과 말이 느린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나무늘보에 대한 편견.
하지만, 차를 운전할 때는 기계가 움직이므로
나무늘보가 운전하는 차도 과속할 수 있다...ㅎㅎ
과속딱지를 떼는 반전에서 빵터졌던 엔딩.
나무늘보는 느리다는 우리의 편견을 보란듯이 뒤집어 놓는다.

사람에 대한 에의 안에는
편견이라는 먼지를 털어내고 걷어내야 한다


영화와 책을 넘나들며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다양한 형식으로 짜여진 책이다.
<그들이 가지고 다닌 것들>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다니는 것들은 그들의 필요와 취향에 따라, 혹은 계급이나 임무에 따라 다르다. 회사원이라면 노트북과 명함과 사원증, 지갑, ...등등
더 나은 사람, 더 높은 위치의 명함을 내밀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와 인정욕구로 전하는 명함은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일까?
유독 우리 나라 인사치레법인 명함주고 받기에 대한
불편한 진실들. 집에 있는 나는 지레짐작일 뿐이지만
어떤 누군가에게는 절실한 명함 한장의 의미...

나의 경우에는 가지고 다니는 것이 단출하다.
에코가방 안에 작은 지갑과 카드 한장과 현금 조금이면 되거나 간단한 립밤과 핸드크림 정도이다.
종종 한두권의 책과 동행하기도 하고 요즘은 손수건을 챙겨 넣는 편이다.
외출의 목적에 따라 달라지는데 독서모임이나 강의를 들으러 갈 때는 필기도구와 독서노트는 필수이다.
그러고 보면 아이를 키우거나 반려견과 생활하면 짐이 늘어난다.
아이를 위한 짐만으로도 가방이 한아름 가득 차고 넘치던 시절이 생각난다.
지저귀에 유윳병, 보온병과 간식 등등....
애를 키우는 엄마라는 정점을 찍게 되는 것이 기저귀 가방이었던 것 같다. 오로지 아이만을 위한 물품들.

가방 속에 도라에몽처럼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일회용 밴드부터 시작해서 손톱깎기 등 말만하면 다 나오는 신기한 가방도 있다.
분명 필요함과 쓸모를 느끼고 챙겨 넣었을 것이다.
나를 위해 혹은 상대를 위해....
소지품을 하나씩 들여다보며 그것들의 쓸모를 생각해본다.
작가는 묻는다.

자, 지금 당신 가방엔 무엇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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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씩, 천천히 안녕
나카지마 교코 지음, 이수미 옮김 / 엔케이컨텐츠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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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목욕탕> 나카노 료타 감독의 영화로 만날 수 있는 원작 소설이다.
조금씩 기억을 잃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억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병에 걸린 남편을 돌보는 요코는 각자 떨어져 사느라 명절에도 만나기 어려운 딸 세자매를 불러 모은다. 인지증이 심해진 아버지를 마주한 딸들은 그동안 미뤄왔던 아버지의 간병에 대해 어떤 마음이 들었을까?

"어차피 시시한 물건일게 틀림없었다. 어머니는 들꽃이라든가 형편없는 솜씨의 종이접기 같은 걸 자주 건네곤 했다. 하루오는 어머니의 다정한 눈빛을 추억하며 손수건에 쌓여있는 선물을 꺼냈다. 꾸러미를 펴고, 거기 있는 물건을 보고, 입을 반쯤 벌리고, 외면했다가 다시 한 번 그 물체를 응시했다."

그러던 중에 자신을 돌볼 겨를도 없던 엄마 마저 망막박리 증세로 수술을 받고 입원하게 된다. 혼자서는 생활이 불가능해진 아버지의 간병을 엄마를 대신해서 며칠 동안 딸들이 도맡게 되지만 가족의 어려움은 곳곳에서 일어난다.

나는 이런 인지증이나 알츠하이머 병으로 불리우는 치매에 대한 책을 읽다보면 치매로 고생하다가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떠오른다. 점점 어린아이처럼 변해가는 할머니 곁에 늘 할아버지가 계셨다.
몇 년동안 홀로 간병하신 외할아버지의 지극한 정성은 명절에나 볼 수 있었지만 오래동안 아름다운 노년의 사랑으로, 그리고 한켠에는 한 인간의 어찌할 수 없는 외로운 죽음으로 뇌리에 남아있다.

일상의 소중함과 모든 기억이 사라진다고 해도 함께했던 추억이 남았으니 괜찮다고 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곁에서 보았을 때 간병하는 가족의 삶은 살얼음판과 같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사라지거나 길을 잃거나 집에서도 넘어져서 다치는 일이 다반사이다.
정말 오래 가는 '긴 이별'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치매라는 병은 쉽게 고쳐지지도 않고 오래오래 서서히 멀어져 가는 병이다.
또한,, 홀로 고독하게 자신만의 방에 갇혀 있는 병이다.

"남편은 내 이름을 잊었다. 결혼 기념일도, 세 딸을 함께 키웠다는 사실도, 우리 집의 주소도, 그 곳이 자기 집이란 사실도 잊었다.
아내라는 단어도 가족이라는 단어도 잊어버렸다.
그래도 남편은 내가 가까이 없으면 불안한 듯 찾는다.
언어도 잃었다. 기억도, 지성도 대부분 잃었다.
하지만 긴 결혼 생활을 함께 하는 동안 둘 사이에 항상 존재했던 어떤 때는 강하게 어떤 때는 그리 강하지 않았는지도 모르지만 틀림없이 존재했던 무언가를 통해 남편은 나와 유대감을 나누고 있다.
이따금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 초조해하며 사람을 밀치거나 큰소리를 내는 경우는 있지만 거기엔 늘 이유가 있었다. 웃는 얼굴이 사라져 없어져버린 것도 아니다.
이 사람이 많은 것을 잊었다 해도 이 사람이 아닌 그 누군가로 바뀐 건 아니다.
내 남편은 나를 잊었어요,
근데 그게 무슨 대수라고요."

'잊는다'는 단어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을까?
남편은 아내의 이름을 잊었다.
그게 뭐 대수라고....
가볍게 흘리듯 말하는 요코의 심장이 더 아팠을거 생각된다.

서서히 진행되는 병의 징후는 시시때대로 변하기 때문에 행동을 예측하기 어렵다.
존재했던 어떤 것을 강하게 지우고 싶다는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느 순간 기억에서 말끔히 사라져 버리는 일.
막연한 상상으로 가늠되지 않는 슬픔이다.
감정도 서서히 무뎌진다.
의학적으로는 뇌의 이상이라고 하지만
우리가 느끼기에는 마음의 병처럼 다가와
한없이 흐릿한 삶들의 기록이 비탄에 젖게 만든다.

인지증이나 알츠하이머 병을 앓는 가족을 간병하는 주변의 어려움을 따뜻한 이야기로 담아내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왜 여기에 있는지,
무엇때문에 나왔는지,
어떻게 하면 집에 돌아갈 수 있는지도 생각이 나지 않는
노인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눈 앞에서 천천히 돌아가는 관람차에 이끌리듯 다가와 서 있는 모습에 막연한 상실과 고뇌로 꽉 차 있다.

가족 중에 누군가는 해야하는 일.
간병하는 사람이 오히려 병을 얻게 되는 일이 종종 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께서 암진단을 받으셨는데 지극 정성으로 병간호를 하던 남편이 오히려 병이 들어 먼저 하늘나라로 가 버리고 선생님은 완치를 했다.
그런 사연을 알고 선생님을 보면 어딘가 모르게 슬픈 그림자가 드리운 듯 보였다.

사랑하는 사람을 먼저 보내고 남는다는 것은
커다란 상실감이다.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을 것 같은....

조금씩, 천천히 안녕
고리타분한 옛날 드라마처럼 신파적인 내용이 아니라 비교적 밝게 만들어진 일화들이었지만
공간도 시간도 점점 잃어버리는 한 인간의 마지막이
안타까웠다.
연줄이 서로 얽혀서 끊어지는 고통의 순간을 만나듯 어느 순간 잠시 기억이 나지 않을 때도 당혹스러운데 자신이 잊고 살아간다는 것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것....
관람차를 타고 시간여행을 하듯
한바퀴 돌고나면 다시 제자리의 기억으로 돌아와주길...
사색을 자유롭게 오가는 나의 하늘과 기억들이 선명해져서
침범당하는 일이 부디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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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성장을 위한 8개의 질문
김종원 지음 / 나무생각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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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멈춰야 하는가?
어디에서 시작해야 하는가?
우리가 인생을 치열하게 달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무작정 달리기만 할 것이 아니라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멈추어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도착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 도착지는 성공일까? 죽음일까?

인생을 사는 이유가 무작정 빨리 다리는 속도전이야 하는지 잠시 멈춰야 할 곳을 발견할 수 있는 안목이 있는 사람인지 성찰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다.
그동안 잠시 나태했던 근원적인 질문들,
나의 생각의 지축을 흔들어 깨우는 것들을 마주하며 제대로 살아가는지 자문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성장하는 삶을 원하지만 어떤 방법과 시간과 순서를 따라야 하는 모를 때가 있다. 과연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인가.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 시냇물처럼 사는 사람이 있고 깊은 강물처럼 사는 사람도 있다. 그것은 대개 소리로 구분이 가능하다. 속이 훤히 보이는 얕은 시냇물은 소리 내어 흐르지만 깊은 강물은 소리 없이 흐른다.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은 시끄럽다. 자신은 실천하지 안는 것을 타인에게 강요하고 얕잡아 보며 밟고 올라갈 생각만 하므로 그것이 그대로 말이 되어 나온다. 그러나 스스로 실천하는 사람은 조용히 그 자리에서 강물처럼 흐르며 산다."

"언어는 곧 그 사람의 품위를 결정한다. 내면이 근사한 사람은 그 빛을 감추지 못하고 밖으로 발산한다. 그 사람이 일상에서 발하는 빛을 우리는 '품위'라고 말한다.
말은 서로의 존재를 감싸는 행위다. 그렇게 시작한 말은 서로에게 분명한 희망이 된다. 한 사람을 위로할 최고의 음악은 그 사람을 걱정하며 안아주려는 한 사람의 마음에서 나온다. "

앞으로 살아가며 뭐든 하고싶은 것이 있다면, 그것을 이루게 하는 두 가지 용기가 있으니, 바로 실수할 용기와 실력과 운을 구분할 용기다. 가장 가련한 자는 실수하는 자가 아니라 그것을 몰래 지우는 자다.
실수를 그대로 보아야 한다. 마치 근사한 조각을 바라보는 것처럼 당신의 실수를 관찰하고 분석하고 통찰하라. 성장으로 가는 지도는 실수라는 흔적 위에만 있다.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에 의해 우리의 삶은 흔들리고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세상이 바라는 대로 움직이며 살고 있다. 우리 주변에는 지식의 실천을 막는 수많은 장치가 있다.
세상에 널린 온갖 '수치심'이 바로 그것이다.
평균과 비슷하거나, 크게 다르지 않게 말하고 살기 위해 자신이 정말로 원하거나 추구하고 싶은 것을 꺼내지 못한다. 그게 바로 아무리 새로운 것을 배워도 삶이 새로워지지 않은 가장 큰 이유다.
진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용기가 필요하다."

"시간은 사람을 변하게 한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모든 변화는 우리가 살아온 일상의 합이다. 참 무서운 일이지만 반대로 희망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다. 자주 생각하는 삶의 목적을 진실하게, 자주 말하는 단어와 표현을 아름답게, 자주 접하는 사람과 풍경을 기품있게 바꾸면, 우리의 모습도 그렇게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운 것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지금 배우고 있는 사람을 곁에 두라. 쌓은 지식이 많은 사람이 아니라 쌓아갈 지식이 많이 남았음을 깨달은 사람과 자주 대화하라.
배움은 만족이 아닌 허기에서 출발하는 지적인 도전이다. 그리고 좋은 마음으로세상을 보라
배움은 언제나 관계 속에서 자라는 꽃이기 때문이다."

좋은 문장들이 많은 책이다.
8개의 주제로 다양하게 작가 나름대로의 철학을 일상의 언어로 질문하고 사색하도록 돕는다. 예전의 나라면 모든 책에서 하는 말들을 그대로 수용을 할 뿐
나의 생각과 철학이 없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런 수용적인 독서에서 끌어내 준 고마운 시간은 독서의 힘에서 비롯되었다.

인문학적 소양이 갖춰진 사람과 대화를 하고 강의를 듣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그것이 나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골라서 듣고 나에게 맞는 것들은 바로 실천에 옮기는 편이다.
이 책에서 근사하게 포장하지 않은 우리의 삶을 통찰하고 나 스스로 질문하는 삶과 사색하는 삶을 살아가라고 다시 한번 나에게 길을 열어주는 것 같다.

나는 얼마나 열정적인 사람인가?
나의 말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일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가?
결핍은 어떻게 살의 철학이 되는가?
나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기품 넘치는 눈빛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평온한 삶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우리는 어떻게 하나가 될 수 있는가?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하는 시간을 통해 나만의 해법을 추구하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야겠다.
책을 읽다가 좋은 문장을 필사하고 멈춰서 나의 생활에 어떻게 연결지을 것인가 곰곰이 사색하던 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블로그 하기 전에는 필사 노트에 채우던 일들이다.
언젠가 다시 돌아가는 날이 올테지.....

집중하는 삶,
그리고 내 안의 것들이 응집되어 기품있는 빛나는 언어로 살고 싶다는 희망.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다시금 모아서
내부로 향하고, 나에게로 집중할 수있는 풍성함을 허락해주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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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클로이
마르크 레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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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표지와 뒤표지가 내용을 예고하는 것 같다.
오래된 건물의 창에서 서로 바라보는 주인공들.
그리고 공원 벤치에서의 봄날같은 만남.

2013년 보스턴 마라톤 대회에서 일어난 참혹한 폭탄테러, 결승선을 앞두고 불의의 사고를 당해 신체의 일부 다리 40cm를 잃은 클로이의 일기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읽는 순간, 처음부터 직감했다.
내가 그녀 클로이를 사랑스럽게 보게 되리라는 것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위기에 놓인 수동식 엘리베이터 운전기술을 보유한 디팍을 중심으로 건물에 삵고 있는 주민들의 이야기가 다채롭다.

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현대식 엘리베이터 비용이 훨씬 적게 들 것이다. 하지만 오가면서 나누는 인사와 경청해주는 배려를 어떻게 금적적 가치로 환산할 수 있을까?

수동식 엘리베이터를 자동화하는 것은 숭무원 인건비를줄이면 비용이 절감됨에도 불구하고 5번가 12번지 건물의 주민들은 삶의 일부가 된 오래된 수동식 엘리베이터에 애착이 있다. 오랜 세월 성실하게 근무한 디팍과 리베라씨를 해고하는 것에 반대하면서 엘리베이터 교체를 반대한다. 사람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묻어나는 대목에서 감동을 받았다.
지금 사회의 갑질 따위는 이런 마음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디서나 이런 기회를 노리고
편법으로 자신이 이익을 꾀하려는 사람은 있기 마련이다. 주민의 대표라는 그룸랫은 승무원 리베라의 사고가 뜻밖의 기회라고 생각해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려 애쓰는 모습이 비열해 보였다.

"잔에 물이 넘치지 않을 때를 알아야 한다"
-인도 속담-

"가까운 사람에게 무슨 큰일이 일어나면 왜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걸까? 결코 똑같지 않은 삶을 각자 살다가 맞이하는 죽음도 각자 다 다른것인데."

휠체어를 타게 된 클로이가 포기한 지하철이 쓸쓸해 보인다.
간단한 삽화들은 스케치만으로도 빛난다.

클로이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내려는 의지로 마라톤에 참가한다. 마지막 결승선을 바로 앞에 둔 14시 50분,
폭파 사고로 다리 40cm를 잃고 휘체어를 타게 된다.
함께 살고 있는 건물의 주민들은 클로이를 특별한 사고를 입은 장애로 바라보지 않고 그 전과 같이 정상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뭉클하고 마음까지 촉촉해졌다.
클로이 역시 자신의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하므로
휠체어 손잡이를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와 달리 끌려다니고 싶지 않은 강한 의지의 표명이자, 복잡하지만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 자신의 삶에 책임지는 것.
멋지다. 클로이!!

"나는 엘리베이터에서 나갔고, 디팍은 목례했다. 전과 다름없이 기품있는 인사에 나 자신도 예전과 달라진 게 없음을 느꼈다. 누구도 내 휠체어를 밀지 못하게 하리라.
14시 50분의 그 일이 있기 전, 나는 아무나 내 손을 잡게 두지 않았다."

당당한 그녀 클로이도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관심을 갖는 것과 휠체어 그리고 자신을 꼭두각시로 만드는 의족에 대한 불만이 내재되어 있다. 그런 클로이의 곁에 산지라는 인도 남자가 마음의 문을 두드린다.

"당신은 멋진 휠체어에 앉아 있는데 나는 피부색이 달라요. 당신 생각에는 누가 더 저들 눈에 들어올 거 같아요?"

인도에서 온 산지는 미국에서 사는 고모 댁에서 살다가 클로이와 만나게 된다. 피부색이 다른 사람이 낯선 곳에서 겪는 인종차별과 사람들의 편견과 위선에 대한 일침이다.
다르다는 것과 사람들이 받는 상처까지 사랑하게 만들어 주는 것.
산지와 클로이의 거리는 다른 대륙에서 왔다는 문화적 거리일까?
아니면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일까?
그들을 갈라놓은 거리가 두 대륙 사이의 바다인지 아니면 9층인지, 그것보다는 정확히 40센티미터가 훨씬 큰 거리라는 클로이의 말은 장애를 가진 사람이 갖는, 가깝지만 멀고도 먼 마음의 괴리감을 느끼게 한다.

또한 집안의 반대에 부딪힌 랄리 고모와 디팍 고모부의 러브스토리. 결국 계급주의였던 것에 염증을 느낀 랄리 고모는 집안의 완력에 굴복하지 않고
사랑을 선택하고 이 곳에 정착해서 살고 있다.
의연하게 자신들의 사랑과 삶을 이루어가고,
상처와 사랑이 함께 만들어간 세월의 층위들이 사려깊은 인간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랄리 고모의 대사들과 생각은 사람들이 원하는 지혜롭고 현명함이 배어 있었다.

"인도에서 도망칠 용기를 어떻게 내셨어요?"
"질문이 잘못 됐구나. 우리는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을 피해서 떠난거야. 무릇 용기라 하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다른 삶을 끌어안을때 쓰는 말이고....
용기는 희망이 있다는 거니까."

랄리고모의 말에 들어있는 문장들도 너무 탁월하고
디팍과 랄리의 사랑에 대한 확고함에 설레고 부러웠다.
일상에서 잔잔하게 묻어나고 우리가 겪는 이웃들의 배려와 친절함 속에 들어있는 설익은 이기심들까지 면밀히 들여다 볼 수 있다.

"러브 스토리의 시작에는 이상한 패러독스가 있다. 두려움 때문에 머릿속에 가득 차 있는 말을 선뜻 꺼내지 못한다. 모든 걸 다 주고 싶으면서도 행복이 깨질까 감정을 아낀다.
싹트는 사랑은 깨지기 쉬운 만큼 무모하기도 하다."

골동품같은 엘리베이터에 애착을 가진 승무원과 아파트 주민들의 일상을 그리면서 인종차별, 편견, 다름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 다른 사람들을 바라보는 시선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책을 읽고 생각했던 부분이다. 조금이라도 모습이 나와 다른 사람이 지나가면 그냥 지나가는 것이 평화적인 공감이자 암묵적인 배려와 존중일 수 있는데 우리는 한번 더 쳐다본다.
그들은 타인이 흘깃거리며 바라보는 그 시선조차도 느끼기 불편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이 책에서 그런 시선은 다르다는 두려움과 타인에 대한 공포를 줄 수 있지만, 동시에 관심의 대상이 되고 싶어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나타냈다.
클로이 역시 아픔을 바라보는 것 외에도 정작 원하고 필요했던 것은 사랑이었다고 고백한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시간은 주위의 풍경을 다르게 연출한다. 공원 벤치의 연주가 아름답고 깊어가는 봄을 느끼고, 장미화단에서 여러 종류의 장미향을 맡는다.
그렇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클로이는 살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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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개의 잔 진구 시리즈 5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20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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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추리소설에 관심이 있던 터에 제목까지 취향저격이다.
세개의 잔...어떤 스릴과 트릭이 펼쳐질지 기대된다.
궁금한 책을 어서 만나고 싶다
작가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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