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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한 게 아니라 아팠던 것이다 - 무례한 세상에 지지 않는 심리학 법칙
권순재 지음 / 생각의길 / 2019년 12월
평점 :
지은이 권순재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로서 분당서울대학교 병원을 거쳐 현재 세종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및 치매전문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다.
평소 영화와 고전 소설을 즐겨보며 예술 매체에 담긴 여러 작가 및 감독들의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에 김탄하던 중, 이러한 통찰이 정신적 문제로 힘들어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했다. 영화가 보여주는 인간의 갈등과 주인공이 힘을 주어 강변하는 대사들은 우리의 내면세계 어딘가를 헤매는 우리 감정의 방향을 찾아주고, 이름이 되어주고, 그럼으로써 우리의 감정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길이 되어주기에 우리는 영화에 열광한다. 작가는 틈나는 대로 영화가 대변하는 여러가지 인간의 감정, 영화로 인해 표현되는 수많은 인간사의 갈등들을 글로 묘사하는데 열중하고 있다. 영화에 담겨있는 여러 가지 사건과 상징과 은유들이 닫혀버린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책은 영화속 인물들을 소개하며 평소에는 정리하지 못했던 감정의 흐름을 느끼고 공유할 수 있다.
스물두 편의 영화 소개와 더불어 그 안에 내재되고 투영되는 인간의 심리를 파헤치고 설명해 주는 책이다. 영화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이해하고 내 안의 감정이 해소되는 기분이 든다.
부서진 마음은 정답을 알면서도 고르지 못한다.
맨체스터 바이 더 씨, 2016, 케네스 로너건
23아이덴티티, 2016, M. 나이트 샤말란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2018, 나가이 아키라
그날 본 꽃의 이름을 우리는 아직 모른다, 2013, TVA, 나가이 타츠유키
쓰리 빌보드, 2017, 마틴 맥도나
첫 장에서는 다섯 편의 영화를 주제로 치유될 수 없는 상처, 자기분열, 내재화와 성장 그리고 분노의 감정을 끌어낸다. 사실 한 영화만으로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다. 영화화된 우리의 삶들이 이렇게 많은 것들을 내포하고 있는지 몰랐다. 심리학적 측면에서 들여다 본 인간의 마음을 관통해주는 말들은 깊은 공감과 따스한 위로를 전한다. 소개된 영화들을 찾아서 보고 싶어진다.
위로는 내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함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감싸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오래 참고 그렇게 오래 고른 소중한 말들만이 남아 부서진 마음과 끝까지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혹시 여전히 과거로부터 고통받고 있다면, 과거의 무력했던 자신을 너무 미워하거나 무가치하게 보거나 또는 잘라내야 할 어떤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일생동안 타인에게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않은 이의 삶을 선하다고 보지 않는 것처럼 과거로부터 어떠한 상처도 받지않는 인생을 우리는 좋은 인생이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고통이라는 이름을 한 극복은 이미 시작되어 있어요. 당신이 과거의 자신을 포기하고 손을 놓지만 않으면, 분명 무언가 달라질 거예요.
영화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된다. 영화를 왜 보는 걸까? 스크린 속 두 시간에 펼쳐지는 한정된 인물들의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공감을 할 때 열광하게된다. 등장 인물들의 삶과 행동의 기록인 동시에 감독이 우리에게 보내는 메세지이기도 하다. 그 메세지가 생생할수록 영화는 생명력을 얻게된다. 반대로 메세지가 희미한 영화는 아무리 많은 자본과 특수효과를 투입해도 기억되지 못한다. 그동안 영화보다는 책 속에서 많은 것을 얻었다면 작가의 소개처럼 영화 속에서 많은 메세지를 얻어낼 수 있었다.
나와 달리 감정표현에 거침없는 터인에게 상처받고 잠 못 이루던 그날 밤에도 당신의 마음은 있었습니다. 당신에게 어떠한 언어도 허락되지 않았던 시절, 무엇에 아파하는지도 모르고 단지 조용히 웅크리고 견딜수 밖에 없었던 시절에도 마음은 그 곳에 있었습니다. 스스로조차 인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마음은 항상 당신과 함께 태어나서 이미 그 곳에 존재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되찾은 당신만의 언어를 통해 마음은 그 형태를 이루고, 남들이 준 옷을 입고 타인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일하던 당신의 마음이 생애 처음으로 당신을 위해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소개된 영화와 문구들이 너무도 주옥같아 일일이 적을 수 없음이 아쉽다. 이제 첫장만 소개했으니 나머지에도 얼마나 벅찬 감동들을 영화속에서 이끌어내고 마음을 이해시켜주는지 모른다. 영화를 보고 또 다시 펼쳐서 읽어보게 될 것같다.
저는 고통받고 있지 않습니다. 애쓰고 있을 뿐입니다. 이 세상의 일부가 되기 위해.
예전의 나로 남아 있기 위해.
무한히 강해지기만하는 삶이 존재할까?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반드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 인생은 어쩌면 잃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건강을 잃고 가족을 잃고 생 자체를 잃어간다. 내 삶의 의미를 세상이 정해준다면 그 의미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면, 그 길이 중단되었을 때 우리의 삶도 멈춰버릴 것이다. 우리가 삶에 의미를 부과할 수 있다면 나 스스로 사랑하며 삶의 마지막에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돌려주고 싶다. 우리의 삶은 실존 앞에서 결국 고독한 것이기 때문일지 모른다.
책을 고를 때 제목이나 표지 혹은 작가의 이름이나 출판사 중에 어떤 것에 더 마음을 두게 될까? 그때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여러 책 중에서 유독 제목에 끌려서 기다렸던 책이다. 내가 정말 정말 힘들었던 시간에 그냥 들어만 주어도 고마운데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이미 벼랑끝인데 자꾸 말로 더 밀어내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냥 나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아팠을 뿐이고 조금 버텨낼수 있게 기다려주면 곧 털고 일어나 다시 나다운 나로 살 수 있는데.. 힘든 그 순간의 단면만을 보고 단정짓는 사람들이 위로라는 말로 가장해서 주는 상처로 더욱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말해주는 의미를 이해할 것 같고 내가 그 때 이 말을 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고마웠다.
우리는 누구나 몸이나 마음이 아플 때가 있다. 잠시 아플 때는 그대로 아파할 수 있게 옆에서 지켜봐주면 된다. 너는 지금 이렇고 저렇고 그러니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지금 힘들고 아픈 사람도 마음과 머리로는 다 알고 있다. 단지 힘들고 아파서 잠시 숨을 고르고 있을 뿐이고 할 줄 몰라서 안 하는게 아니라 그조차 할 힘이 없는 것이다. 섣부른 말과 자기의 편함을 위해 남에게 선심쓰듯 하는 일바른 말보다 제대로 된 이해와 공감만이 위로가 된다.
약한게 아니라 잠시 아플 뿐이다.
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