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르게네프의 햄릿과 돈키호테 교양 고전 Pick 1
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지음, 임경민 옮김 / 지식여행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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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대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산문이 국내 첫 출간되었다.
셰익스피어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햄릿>과 세르반테스의 작품 <돈키호테>
두 비극적 영웅을 비교하며 재해석하는 것은 과연 가능한 일일까?

투르게네프의 작은 소책자를 읽으며 감탄을 했다. 아직 돈키호테를 제대로 읽었다고 할 수 없어서 다양한 인물분석이 아쉬운 마음은 언젠가 도전해 볼 책으로 접수해 둔다.
어릴 적에 읽은 세계명작의 돈키호테가 전부이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두 인물을 결코 제대로 알고 있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의미심장하고, 인문학적인 고찰이 담긴 러시아 대문호의 산문답게 가치가 있는 사색이 가득하다.

<첫사랑>과 <무무>로 기억하는 투르게네프가 전하는 두 인물 <햄릿>과 <돈키호테>속으로 들어가본다.

제1장에는 간략하게 햄릿과 돈키호테의 줄거리를 소개한다.
제2장부터 적극적으로 햄릿이라는 인물과 돈키호테로 표현되고 상징된 의미들을 작가의 날카롭고 예리한 시선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미 햄릿이라는 작품에 대해서는 수많은 평론들이 존재하고 있고 또 수많은 비평들이 앞으로도 쏟아질 것이다. 햄릿이라는인물은 이미 깊이를 알 수 없는 샘처럼 불가해한 인물로 나름의 다양한 결론들을 내놓은 터이다.

"세르반테스는 글 쓰는 방법을 알았고
돈키호테는 행동하는 방법을 알았다.
이 두 사람은 오로지
서로를 위해 태어난 하나다"

"우리가 돈키호테라는 인물을 애매모호한 형태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어릿광대에게 돈키호테라는 이름을 붙여주기도 하고 돈키호테적인 발상이라면 공상적인 헛소리를 떠올리는가하면, 사람에 따라서는 돈키호테가 비록 터무니 없는 인물로 묘사되었다 할지라도 사실상 자기희생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져야 마땅하다는 견해도 있기 때문이다."

두 유형의 인물 속에는 기본적으로 대조적인 두 성향이 구현되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햄릿의 유형에 속한 사람과 돈키호테 유형의 사람.
과연 나는 어떤 유형이 사람일까?

"햄릿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먼저 분석과 진단과 자기중심과 그에 따른 불신이다. 햄릿은 전적으로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인물이다. (중략)
햄릿은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 자신의 자아 역시 매몰차게 의심의 대상에 올린다. 그는 지나치게 사려가 깊고 공정한 나머지 자신의 내부에서 스스로 발견한 것에 만족할 수 없다. 자의식이 강하고 자신이 나약한 존재임을 알고 있는 햄릿은 자신의 힘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깨닫는다.
햄릿은 자신이 찾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가 살아야 할 이유가 도대체 무엇인지, 왜 끈덕지게 삶에 집착하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돈키호테라는 인물은 쾌활하고 낙천적이고 겸손하고 감성적인 남부 지방 사람들의 정신을 반영한다. 그들은 삶의 수수께끼들을 깊이 파고 들지 않으며 삶의 밀물과 썰물에 대한 개념을 갖고 있지 않다. 아니면 돈키호테라는 인물은 삶의 고립된 현상 모두를 반영한다. 여기에서 나는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적어도 두 사람이 어느 면에서 다르고 또 어떤 점에서 같은지 강조해 둘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작품 속의 두 인물의 외모와 성격, 그리고 상징하는 존재들에 의한 모든 것들은 투르게네프의 시선으로 피력하고 있다.
햄릿의 절망과 나약함, 무력한 사랑과 자신의 위치 안에서 어떤 것을 드러내고 감추는 것인지에 대해 깊이 들어간다. 운명을 직접적으로 만나고 헤쳐나가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유형이 드러난다. 속으로 수많은 번민이 있어도 웃는 사람이 있고, 어떤 상황에서도 정직하게 돌파하는 사람이 있다.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어우러진 세상에서 살다보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러가지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기도 하고, 그것들을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다.

소설 속의 인물 분석을 통해 비춰지는 인생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것이다. 감상 위주의 시선에서 벗어나 다양한 시각에서 인물의 특징이나, 드러내고자 하는 의미들을 분석하며 책을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땅히 인정해야 할 사실이지만 돈키호테는 진짜로 우스꽝스러운 인물이다. 지금까지 그 어떤 시인도 그처럼 익살스러운 인물을 묘사한 적이 없다. 심지어 그의 이름이 러시아의 농부들 사이에서조차 비웃음의 별칭으로 불리고 있음은 우리들의 귀가 입증해주는 사실이다.

햄릿은 다르다. 그의 외모는 매력적이다. 쓸쓸한표정, 창백한 얼굴, 검은 벨벳옷, 모자에 꽂은 깃털, 정중한 태도, 시를 읊조리는 듯한 말투, 타인에 대한 변함없는 우월감, 자기 자신에 대한 신랄한 조소, 이 모든 것이 우리를 사로잡고 매혹한다."

*
새로 알게 된 점은 같은 해에 소설이 발표되었고
동시대를 살다가 정확히 같은 날에 세상을 떴다는 사실만으로도 의미심장한 상징이 된다는 점이다.
두 작품이 동시에 세상에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한 호기심으로 많은 학자들이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문제들이라고 한다.​
예술가이면서 철학자로서 ,작가로서 서로의 작품을 읽는 광경을 상상해 보면 서로가 스승이 되는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작가는 오히려 돈키호테가 완벽한 신사로 불릴만하다고 말한다. 신사의 기준이 우직하고 지나치게 호들갑스럽지 않은 행동거지에 있다고 한다면 신사의 자격이 충분하다.
돈키호테의 우직한 행동거지는 우월감이 아니며 편견에 사로잡혀있지 않고 타인만큼 자기 자신을 존중하며 남을 얕잡아 보는 행동을 할 생각조차 없는 인물이다. 오히려 햄릿은 자신의 결점을 메우기 위해 기이할 정도로 열정적인 감정 표출에 능하다. 돈키호테에게서는 어떤 사명감이 눈에 띄듯이 햄릿에게서는 미의식이 두드러진다는 말이 마음에 새겨진다.

겉으로보이는 말과 행동으로 그들의 진면목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 햄릿을 유약한 인물로, 돈키호테를 냉담한 인물로 느꼈다면 그들의 본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햄릿과 돈키호테가 군중, 이른바 인간과 맺고 있는 관계 또한 주목할 가치가 있다. 이 군중을 대표하는 인물이 <햄릿>의 폴로나우스요, <돈키호테>의 산초이다."

햄릿의 성격을 정확히 헤아리면서 자신의 존재에 흔들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햄릿을 존중하지 않는 폴로니우스는 햄릿의 언행을 대수롭게 여기거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랑하는 여인 오필리아에 빠져 무분별한 것이라고 오해한다.

반면에 산초는 돈키호테를 비웃는 듯하지만 모든 고난을 견디며 죽을때까지 그에게 헌신하며 돈키호테를 신뢰한다. 산초 판사는 어떤 보상을 바라지 않고 헌신과 열성을 다하며, 더구나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한다. 맹목적인 충심과 사사로운 이익을 따지는 관계의 능력에서 나오는 역사의 판가름일 것이다.

관계에 있어서 이익을 따지며 관게를 맺는 사람도 있고 우직하게 믿어주고 언제나 곁에서 응원하는 사람이 있다. 겪어보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의연히 앞으로 나갈 수 있도록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 곁에 있는지. 혹은 그런 친구가 되어주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대목이다.

돈키호테와 햄릿은 둘 다 자유를 궁극적 이상으로 여긴다. 돈키호테에게 자유란 "하늘이 인간에게 내린 매우 가치있는 자신 가운데 하나"이다. 또한 햄릿에게는 인간 영혼이 자유야말로 세상을 자유롭고 조화롭게 살아가기 위한 일종의 보증서이다. 이들 두 영웅의 이야기야말로 지난 4세기 동안 그들이 인기를 누린 비결이다.

아침형인간이니 저녁형인간이니 하는 말은 들어봤지만 사실 햄릿형인지 돈키호테형인지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이러한 창작자와 예술가들 사이에서는 소명의 공간으로 만나 세상을 살아가는 어떠한 상직적인 인물을 제시하고 서사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100 페이지 남짓한 작은 책자 속에 알알이 박힌 이반 투르게네프가 하는 모든 말을 담고 싶을 정도로 햄릿과 돈키호테, 그리고 셰익스피어와 세르반테스가 궁금해지는 묵직하고 울림이 전해지는 고전의 길잡이와 같은 귀중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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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일주 가이드북 - 대한민국 전국일주 여행 백과사전!, 2020-2021 최신 개정판
유철상 외 지음 / 상상출판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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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여행을 가기 전에 중요한 필수품은 고속도로 지도였다. 혹은 관광지도를 펼쳐놓고 코스를 짜고 길을 물어가며 낯선 여행지로 떠나는 출발은 언제나 설렌다.
지금이야 블로그 검색으로 미리 알아보고 코스를 짜기도 하지만, 어릴 때는 정말 고속도로 지도를 펼쳐놓고 가족이 모여 코스를 정하던 기억이 난다.

컴퓨터나 스마트 폰 화면을 보며 여행지를 검색하는 것도 좋지만 온 가족이 함께 책을 나눠 보면서 가고 싶은 곳을 정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될 것 같다.
화려한 사진들과 풍경뿐 아니라 지도와 맛집 소개까지 확실하다. 무엇보다 알수록 돈 버는 베스트 공짜 여행지라는 꿀팁도 제공한다.

여행 전문가들이 뽑은 사계절 여행지,
우리나라 최초 전국일주 코스 가이드 북을 상상출판사에서 개정판으로 출간했다.

놓치기 쉬운 명소와 색다른 테마 여행,
전국 고속도로 구간별 코스 가이드, 드라이브 스폿, 지도로 보는 베스트 여행 코스, 고속도로별 대표 추천 맛집과 체험, 숙소추천
전국 축제와 꽃놀이 등 시기별 여행지 추천
지역, 관광지별 찾기 편한 인덱스 수록까지 완벽한 백과사전이다.

고속도로를 이용해 전국일주를 하다보면 숨겨진 여행지를 만나는 즐거움이 크다.
유명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오히려 고즈넉한 풍경을 만나거나 역사적 의미가 큰 여행지들이 알알이 박혀 있는 곳이 우리나라 방방곡곡이다.
사진과 여행지 소개들을보니 지금 당장 드라이브를 하고 여행을 가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
입장료도 없고 주차비도 없고 멋진 추억을 선물해주는 공짜 여행지가 숨어 있다.
작가들이 직접 발로 찾아낸 베스트 공짜 여행지를 추천한다.
와우~~!!!!!

전국의 축제와 꽃놀이, 단풍놀이 정보, 한국 관광공사 선정 한국 대표 관광지 100선 수록,
꼭 필요한 전국일주 여행 정보를 지도로 한눈에 보기 쉽게 정리한 책이다.
놓치기 쉬운 명소와 색다른 테마 여행지를
콕!! 집어 추천한다.

지역별, 관광지별 찾기 편한 인덱스까지 수록되어 어디든지 검색이 가능하다.
걷고, 달리고, 원 포인트 휴식까지 철저한 코스 가이드 완성판이라고 할 수 있다.
휴게소 맛집과 사계절 베스트 드라이브 코스는 사진만 넘겨보아도 설렌다.

뚜벅이라서 차를 타고 드라이브하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편인데 계절별로 아름다운 풍경을 즐길 수 있는 드라이브 스폿을 소개해 주니 함께 갈 사람만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다.
아,,,여행이 정말 가고 싶다.
봄탄다고~~~!!!!

연인끼리 가족끼리 여행을 가기 좋은 장소와 벚꽃 터널이 이어지는 곳, 여행지의 특성에 맞게 제철에 여행하기 좋은 드라이브 코스까지 친절하고 다양하게 소개해 주니 눈부터 일단 호강을 하게 된다.
혼자보기 아까운 책이다!

경기도에 살면서도 별로 가 본 곳이 없고 , 수원에 살면서도 수원 화성조차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 우리나라에도 갈 곳이 너무 많다는 것을 또 한번 알게 되었다.
광주 화담숲이랑 인제 자작나무 숲에 가보고 싶다. 아름다운 거제 바람의 언덕도 가보고 싶고 제주도 올레길도 걷고 싶다.


동해안 7번국도는
파도소리를 따라가는 동해안 여행지로 매년 후가철이면 동해안과 속초일대는 로망의 대상이다.
푸른 바다는 한가로운 피서를 즐기기에 안성맞춤이고 7번국도와 해안도로는 자동차로 드라이브하기에 그만이다. 설악산의 신비로운 픙광부터 바다의 포구에서 회를 맛볼 수 있는 기회까지 얻을수 있는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고성통일 전망대→DMZ박물관→대진항/대진등대→화진포해수욕장→건봉사→왕곡마을→송지호 해수욕장→속초 등대전망대/영금정→동명항 활어직판장→속초 관광수산시장→속초 아바이마을→대포항→속초 설악산 국립공원→속초 해맞이공원→양양 낙산사→낙산 해수욕장→오색약수/주전골계곡→하조대 해수욕장→남매항

우리나라 전국의 여행지를 총망라해서 모아놓은 말 그대로의 백과사전이다.
가고 싶은 곳을 모두 모아놓은 책 덕분에 여행지를 정해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즐거워질 것 같다.

자세한 설명과 사진, 코스와 전화번호, 숙소와 주차요금까지 꼼꼼하게 정리되어 있어 여행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지금 당장 떠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해진다. 우와...읽는 것만으로도 신나는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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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눈
딘 쿤츠 지음, 심연희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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딘쿤츠라는 작가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책이다. 미국의 초대형 베스트셀러 작가로 스티븐 킹과 함께 서스펜스 소설계의 양대산맥으로 불린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몰입감과 강한 흡인력이 영화를 보는 듯 빠져들어 읽었다.

코로나 19를 예견한 소설답게 중국 우한 외곽 소재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바이러스 '우한-400'이라는 용어가 나올 때 섬찢했다.

"그녀는 이런 자신에게 화가 났다. 이제껏 스스로를 강인하고 유능하고 침착한 여자라고생각했다. 인생에 무슨 일이 생기든 잘 대처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데 대니의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함에 마음이 그저 착잡했다.
초반이 충격이 잦아들고 장례식이 끝난 뒤 티나는 어떻게든 트라우마를 극복해보려 했다.
그녀는 차츰차츰 대니를 떠나보냈다."

아무리 유능하고 침착하고 강인한 여자일지라도 자식의 죽음 앞에서는 오열하고 슬픔과 죄책감, 눈물과 쓰라린 마음으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 이것은 무능함과 다르다.
온 마음을 다해 아들 대니를 사랑했지만 대니는 자동차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티나는 언제부터인가 대니가 살아있는 악몽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티나는 마이클을 사랑했다.그래서 둘의 관계가 끝난다는 사실에 상처받고 슬퍼했다. 하지만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했다. 완전히 갈라섰을 때 그녀 역시 안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같은 해에 아이와 남편을 모두 잃었다. 남편을 먼저 잃었고, 그 다음엔 아들을 잃었다. 아들은 무덤으로, 남편은 변화의 바람으로 떠나갔다."

아들을 땅에 묻고 남편과 이별한 이후에 전문 댄서로서의 경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안무가로 열심히 일을 해 나가는 티나의 모습이 멋졌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일은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우울한 중에 꿈꿔오던 일을 하게 될 때 어쩌면 비통함 속에서 공허함과 무의미함을 상쇄할 수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편과의 대화 속에서 이혼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자의 능력과 재능을 과소평가하고 집에서 있는 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다른 곳에 점잖은 척하는 남자라니,,,정말 최악이었다.

"이제 제작자 일도 실컷 해봤으니 다시 얌전한 생활로 돌아올 때도 됐잖아. 티나"
'실컷 해봤다고?' 속에서 화가 치밀엇다.
그는 여전히 티나를 라스베이거스에서 제작자가 한번 되어보고 싶어 안달 난 변덕스러운 여자로 여기고 있었다. 저 재수없는 자식! 너무 화가 났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기 일에 전념하는 티나를못마땅하게 여기는 남편이라니 생각만해도 끔찌하다. 물론 티나는 남편과 대니에 소홀하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 대니는 엄마를 이해했지만 남편 마이클은 그러지 못했다. 티나의 열정과 성공을 못마땅해 하는 것을 넘어서 질투까지하는 남자였다. 자기 옆에 예쁜 여자를 두고 자부심을 느끼고 다른 여자를 필요로 하는 남자라면 티나를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상처를 받지 않고 자유를 얻은 것은 정말 박수쳐 주고 싶은 일이었다.

아들 대니의 방에서 악몽같은 일이 일어난다.
대니는 죽지 않았다.
대니는 살아있다.
도와달라...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어
대니는 살아있어
대니는 살아있어"

얼마나 무서울까.
하지만 모성은 강하게 아들을 향해 가고있다. 대니의 음성에 마음을 움직이며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산악에서 일어난 사고로 형체를 알아보지 못하는 충격에 시신을 확인하지않고 무덤에 묻은 사실을 알고나서,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 그러한 티나를 도와주는 엘리엇과 갑자기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하며 아들의 생사를 확인해가는 여정이 스릴넘치고 흥미진진했다.

거기에 다정하고 든든한 엘리엇의 달달한 로맨스는 아주 부드럽고 서정적이기까지 했다. 중년의 로맨스는 이런 중후한 매력이 있을까?
사랑하게 된 티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함께 하며 지켜주는 모습도 마지막까지 응원하게 되었다.

"괜찮아요?"
엘리엇의 물음에 티나는 멍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도 우린 아직 살아 있습니다."
엘리엇은 총부리가 티나의 반대편 문 쪽을 향하게끔 권총을 자기 무릎에 올려놓았다.
차 키는 그대로 꽂혀 있었다.
그는 시동을 걸었다.
손이 덜덜 떨렸다.
티나는 차창 밖으로 눈을 돌렸다.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처참하게 부서진 차고 지붕에서 집 지붕으로 불길이 퍼져가고 있었다.
늦은 오후의 주홍빛 햇볕이 내리쬐는 가운데, 넘실대는 불꽃이 길고 새빨간 혀로 그녀의 집을 게걸스레 핥고 또 핥아대고 있는 것만 같았다.


서서히 떠오르는 <어둠의 눈>의 정체..
생명에 위협을 받고 위험에 처해질수록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들이 놀라웠다. 어떤 어려운 일에 타협하지 않고 오직 아들 대니의 마음을 읽어가는 엄마의 눈물겨운 탐험같은 이야기는 스릴러와 액션이 가미된 영화처럼 짜릿했다.
스토리나 서스펜스가 다양하게 독자의 마음을 훔친다.

도입부에서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알아채는 티나로부터 도움을 받게 되는 절묘한 타이밍까지 읽는 동안 여러가지 감정이 오갔다.
과연 권력이란 어디까지 깊숙히 관여할 수 있는 것일까?

군사기밀이라는 통제아래에서 가족과 생명을 담보로 얼마나 많은 음모가 진행되고 있을지 상상을 할 수 있는 소설이었다.

로맨스로 시작해서 슬릴러와 액션이 가미된 이야기에 더불어 초자연적인 현상과 과학과 군사적인 요소까지 결합한 음모 등이 강렬한 공포를 주면서도 결말을 알고 싶어서 순식간에 읽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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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문제가 아닌데 내가 죽겠습니다 - 가족만 떠올리면 가슴이 답답한 당신을 위한 생존 심리학
유드 세메리아 지음, 이선민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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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유로 헤어질 수도, 멀어질 수도 없는 사람들, 가족에게서 건강한 거리를 만들어 줄 심리학의 해법이라는 소개부터 마음에 와 닿았다.

*서른이 넘었는데 엄마가 내 메시지를 다 확인하려고 하고 안보여주면 화를 내요.
*사고 치는 동생이 그게 내 탓이래요. 나 때문에 자기는 손해만 봤대요.
*매사에 죄책감이 많이 들어요. 실제론 잘못한 것도 없는데요.
*엄마의 불행을 내가 보상해줘야 할 것 같아요.

주변에서 종종 가족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보상심리가 강해서 해 준만큼 받지 않으면 서운해 하신다는 엄마 이야기, 가족들이 한 말로 인해 상처받은 언어 폭력, 가족의 불행이 내 탓인듯 자책감을 갖는 사람, 내가 다 해 줘야 할 것처럼 가족을 책임지는 사람, 이혼한 자식의 아이를 돌보느라 울 지경이라는 할머니(아이가 셋인데 코로나로 개학이 미뤄지니 우셨다는 할머니 이야기는 엄마 친구분 이야기)

가족으로 인해 다양하게 이어지는 상호의존적인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 나라의 특성상 밀접한 가족의 관계성에서 나오는 심리적 불안감이려나 생각했는데 프랑스의 심리학자의 책이라니 놀라웠다.

실질적으로 가족 간의 도가 넘치는 사생활 침해 문제라든지 모든 것을 해결하고 지시하려는 부모들의 문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심각한 심리불안을 만들고 있는 모양이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의존적 괴롭힘을 당하고, 서로가 피해자라고 우기는 사람들은 서로를 완전히 소진시키게 되어 관계에서도 좋지 않은 영항을 끼친다.
이런 상황에서 절실하게 벗어나기 위한 상담 사례들을 통해 가족간의 근본적인 변화 방법들을 소개하고 있다.

가족이라서 모든 것을 참아내고 충성해야하는 상황의 지속이라든지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일종의 암묵적인 약속처럼 정해진 존재가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떠맡기도 한다.

친구의 경우에도 삼남매가 있지만, 모든 일을 장녀인 내 친구가 일처리를 하나부터 열까지 다 챙긴다. 친구의 성격탓도 있겠지만, 어머님이 혼자 되시면서 가까운 딸에게 의존성이 커진 이유가 크다. 나이가 드실 수록 서운함도 커져서 멀리있는 자식보다 가까운 딸에게 더욱 의존하므로 내 친구가 지치는 모습을 보았다.
정서적 의존도가 높다보니 종종 놀러가면 입으로도 이러다 독거노인으로 죽어도 아무도 모른다'는 말로 주변을 불안하게 만든다.

"우리 흔들림의 근본을 짚다
:실존주의 심리학

실존주의 심리학에서의 상담치료는다른 종류의 심리치료와 달리, 다음과 같은 젠제를 근간으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불안과 심리적 고통은 자신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마주하는 방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죽음과 비존재/ 실존적 고립/ 삶의 무의미성/ 자유와 책임"

여러가지 심리적 발달에 따른 불가피한 불안을 스스로 지키려고 애쓰게 된다. 방어기제라고 부르는 것들을 작동시켜 엉뚱한 생각이나 대상에 집착하는 경우가 있다.

실제로 심리적 불안감이 있는 사람들이 하는 행동은 자신을 불쌍하게 만들어 동정심을 유발한다.
의존적 어른은 타인에게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파악하기 어려운 존재입니다. 의존적 어른은 명백히 '어디에도'소속되어 있지 않고, '아무도' 아닙니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하고, 공허함을 느끼며, 어디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지요.

가스파르는 이렇게 말했다.
"항상 가면을 써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요. 그리고 벽안에 완전히 갇혀 있는 느낌이에요. 이 곳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을 찾아 가면을 벗어 던진 뒤에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요"

책의 내용에 어려가지 욕구들을 살펴보면 의존적 어른은 거리낌없이 가족들에게 비밀을 털어놓고, 자기가 살아가면서 겪는 사소한 일들까지도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더불어 투명성 강요는 상대방에게도 유효하게 이어진다. 자신이 말해준만큼 이야기하지 않으면 언짢아하는 심리이다.

심리학 도서를 읽다보면 나도 모르는 숨은 자아를 발견하게 될 때가 있다. 정확하게 심리학에 근거한 해답을 찾는 것은 무리지만 내 안에 상처받거나 숨겨놓은 불안 등이 무의식 중에 사랑받기 위한 행동으로 드러나는 부분이 생긴 것 아닐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심리학과는 조금 다른 실존주의 심리학이라는 용어를 접하면서 사르트르의 말을 인용해 본다.

"인간은 먼저 존재한 뒤 서로의 만남을 통해 세상에 모습을드러내며.(중략)최종적으로 내가 누구인지를 규정짓는다. 실존주의자는 인간을 이렇게 바라본다. 인간이 정의할 수 없는 존재라면, 본질적으로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이다. 아무것도 아니었다가 나중에 자신이 스스로 만드는 대로 그 모습을 드러낸다." --사르트르

실존주의 심리학은 실질적 경험에 대해 간단하지만 본질적인 질문들은 던지며 치료하는 과정인 것 같다.

어떻게 진짜 내가 될 수 있을까?
나는 과연 참된 나로 변화할 수 있을까?
내가 가진 창의성을 어떻게 제대로 발휘할 것인가?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가?

만약 삶이 미리 졀정지어진 것이 아니라면, 각자가 자신의 모습그대로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러한 실존적 자유가 우리에게 놀라운 기회와 미래를 가져다 주기도 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지 언제든 이런 상황을 변화시키고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만드는 것은 내 안에서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내 문제가 아닌데 나를 괴롭히는 것들이 있디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경계를 지키는 관계를 확고히 하는 것, 의존적인 관계를 정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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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니나 라쿠르 지음, 이진 옮김 / 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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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과 메이블의 학창시절에 나눈 깊은 우정에 관한 책이다. 굳이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우정보다는 사랑 쪽에 가까운 감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며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2018년도에 <우린 괜찮아>가 미국 도서관 협회에서 한 해 가장 훌륭한 청소년 소설에 수여하는 프린츠상을 수상하며 평단의 인정을 받았고, 숨막힐 정도로 아름답다는 찬사를 받으며 대중의 인기를 동시에 얻었다고 한다.

세상의 종말이 찾아와도 단 한사람의 친구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시간을 겪으며 사춘기와 청소년 시절을 지내게 된다.
마린에게는 메이블만 있으면 될 것 같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러나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아버지가 거대한 파도 속으로 사라져 버렸을 때, 마린은 모든 걸 내팽개치고 뉴욕으로 숨어 버린다.
읽지 않았던 900개의 문자들 중 하나가 말한다. 나는 도망쳤고 메이블은 아직 나를 놓지 않았다.

"넌 슬픔을 쫓는 사람이야?
아니면 그냥 그 책이 좋은 거야?"​
"나도 모르겠어." 내가 말했다.
"내가 그런 사람안지 잘 모르겠어."
"나도." 메이블이 말했다.
"하지만 재밌는 말이긴 하네.'
나는 오히려 그 반대인 것 같다고 생각했다.
나는 슬픔을 차단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책에서 슬픔을 찾았다. 현실보다는 소설을 읽고 울었다. 진실은 틀에 갇히지 않았고 꾸밈이 없었다. 진실에는 시적인 표현도 없고, 노란 나비들도 없고, 엄청난 홍수도 없었다. 물에 잠긴 도시도 없고 똑같은 이름을 갖고 태어나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남자들도 없었다.
진실은 그 안에서 익사하고도 남을 정도로 광활했다."

마린은 소설을 읽고 <제인에어>에 푹 빠진 사춘기 소녀이다. 메이블과 긴밀한 교류를 하며 사랑을 갈구한다.
마린과 메이블은 호기심으로 시작한 비밀스런 애정도 나누고 각자의 사정에 의해 떨어져 지낸다. 사실은 메이블이 제이콥을 좋아하고 가까이하는 것을 알고 마린이 떠난 것이 맞다.
문득 사람들에겐 시간이 각기 다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을 한다.

"하늘은 가장 어두운 파란색이고, 별 하나하나가 환하게 빛난다. 무릎에 닿는 내 손바닥이 따스하다.
혼자인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것만큼은 확실히 알고 있다.
숨을 들이쉰다, 별과 하늘.
숨을 내쉰다, 눈과 나무.
혼자인 방식에는여러 가지가 있고,
내가 마지막으로 혼자였을 땐 이런 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기분좋은 우정은 풋풋함으로 가득하다. 감정의 기복과 혼란스러운 성장과정을 혼자 견디는 마린에게 메이블이 있다는 것은 참 감사한 일이다. 함께 장을 보고 서로를 위해 선물을 사고 거리를 다니며 쇼핑을 하고 같이 잠을 자는 것은 지금의 학생들도 가장 좋아하는 친구관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마린의 고통과 절망스러움, 하나 뿐인 할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누구보다 외롭고 절망적인 시기에 놓인다. 자기 자신이 속인 감정과 할아버지가 숨겨왔던 진실을 마주함으로 잠시 혼동의 세계와 맞딱뜨리게 된다.

"파도를 타는 데 일생을 바친 사람이라면, 바다가 냉혹할 뿐 아니라 자신보다 수백만 배 강하다는 걸 알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이 거기서 살아남을 정도로 노련하고 용감한 불사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거기서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에게 마음의 빚을 지게 되는가 보다.
항상 누군가는 죽는다.
단지 누가, 언제 죽느냐의 문제 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손편지의 매력은
이 소설에도 등장한다. 자신을 키우는 할아버지로부터 사랑받고 사는 마린은 가족이 없다. 하지만 엄마로부터 오는 편지로 자신을 보호받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할아버지는 오는 편지와 사진들을 자신의 벽장속에 두고 간직하고 마린은 굳이 그 방에 들어가거나 편지를 확인하지 않는다.

할아버지의 죽음 이후에 진실을 알게 되고 혼란스런 마린의 마음이 걱정스러웠다.
차라리 모르는게 나을 수 있는 진실을 파헤치고 자연스럽게 마주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과연 진실만이 정답일까?

"너무 깊이 생각하지 않으려 애쓰는 여름이었다. 다가오는 끝을 애써 외면하는 여름이었다. 무슨 요일인지, 몇 시인지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여름이었다. 햇볕이 너무 더워서 그 열기가 영원히 머물거라고, 우리 앞에 더 많은 날들이 있을 거라고, 손수건의 피는 얼룩 제거를 연습하기 위한 것일뿐 소멸의 징후가 아닐 거라고 믿었다.
그것은 부정의 여름이었다."

만약, ~~했더라면...
만약이라는 가정법은 사람을 얼마나 애타고 부질없는 존재로 만들어 버리는지 모른다.
마린은 생각한다.
할아버지의 거짓말들만 아니었다면.
버디가 글씨체가 예쁜 어떤 할머니였다면.
옷장에는 할아버지의 코트가 걸려 있고 할아버지가 자신의 폐가 시커멓다는 것을 알고 있고 아무 의심없이 자신의 위스키를 마셨더라면.
할아버지의 꿈을 꿀 수 있더라면......

자신을 자책하는 말들이다.
했더라면....

"너무도 불확실한 마음으로 그렇게 말하지만 또 누가 아는가, '언젠가'라는 건 열린 단어다.
그 말은 내일을 의미할 수도 있고 몇십 년 후를 의미할 수도 있다."

긴 고통의 터널을 지난 후에야 자신의 마음에 진실해진 주인공 마린과 할아버지가 자신을 속인 것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결국은 할아버지의 사랑이었음을 깨닫는다.
상실 속에서 마주하는 진실로 인해 우리는 한층 성장해 나간다.
슬픔 안에서 더욱 아름답게 빛나는 사랑과 사람의 진실한 관계를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하나의 또 다른 문이 열리듯 하나의 세계가 닫히고 찢어진다고 해도 새로운 세계가 시작되는 순간임을 알려준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거치는 풍파의 여름을, 밤하늘을,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세상의 진실을 아름다운 언어로 수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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