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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최근 읽은 소설 중에서 꽤 긴 이야기였지만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말이 달리는듯한 속도감에 멈추기 힘든 다양한 서사들이었다. 700페이지 되는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쉴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말과 십대 소녀의 교감이 뭉클했고 누구나 자신의 주어진 길을 숨 가쁘게 달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장을 덮었을 때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것처럼 홍조를 띠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각자의 삶에서 길을 잃은 사라와 너태샤, 아이와 어른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길에 대한 것을 이야기한다. 런던에서 변호사 커리어를 일구어가는 너태샤 매컬리는 냉철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개인사는 비참한 일의 연속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30대 중반에 이르면 어느 정도 인생의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생의 동반자,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고 만족스러운 집과 사랑스런 아이들까지!!
완벽한 그런 것을 꿈꾼다면 너태샤는 마지막 한 가지가 부족하다. 세 번의 유산 끝에 남편 맥과는 이별을 준비하는 중이다. 서로의 입장과 생각차이로 벌어진 틈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십대 소녀 사라를 임시로 돌보게 돤다. 할아버지로부터 말 타는 법을 배우던 소녀,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행복한 가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다.
분노는 자기 말과의 효과적인 소통을 악화시킨다.
다른 동물에 비해 말들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천서적으로 겁이나 걱정이 많고 성질도 까다로운 단점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 주느냐에 따라 정직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린 아이와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또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분노와 설움에 빠진 아내를 위로해 줄거라 미덨던 맥은 쉽게 물러나버렸다. 그는 더 이상 아내의 고통에 대응할 자신이 없는 것 같았다.일주일 동안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텔레비젼에 아기만 나와도 울음을 터뜨리는 너태샤를 못 견뎌했다.너태샤가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나니 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필요로 할때 남편은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남편 역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너태샤는 이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느끼지만, 사라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변호사를 하며 의뢰인으로서 대하며 다루던 아이들처럼 사무적이던 너태샤는 어른이 먼저 노력해야하는 부분들을 깨달아간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말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병은 초기에 발견해야 치료가 쉽다. 병이 심각해지거나 치료방법이 나쁘면 정상으로 될돌리기 어렵다
크세포논,<기마술>
자식이란 늘 아픈 존재이다.
아버지로서 의무와 사랑을 느끼는 부분에서는 동감이지만
아이를 세번이나 잃은 너태샤에게
아이를 키워보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현은
현 남자친구 코너의 실수이다.
너태샤, 당신은 아직 자식이라는 존재를 잘 몰라. 아이를 키워보기 전에는 이해하기 힘들거야. 자식은 ....자식은 가장 먼저일수 밖에 없어. 여전히 아프고 슬픈 존재야
프랑스에서 멋진 기수였던 할아버지의 일생이 사랑하는 영국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면서 꿈을 잃는다. 사랑이란 때론 국경을 초월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 지키게 되는 것인가보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시작된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를 안은 부부는 다행히 손녀 사라를 키우면서 기쁜 나날을 보낸다. 할머니까지 잃고 난 뒤에 할아버지와 사라는 어릴 때부터 말을 타며 교감하는 법과 승마기술을 배운다.
사랑하는 손녀의 생일 선물로
프랑스 승마학교로 함께 갈 수있는 준비를 한다.
사라는 그 때 할아버지가 아끼시던
손목시계가 없어진 것을 알아챈다.
저도 늘 더 나은 동작을 하기 위해 애쓰는 거예요. 말과 나의 완벽한 소통이나 교감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요. 고삐를 잡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압력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말이 기분이나 제 몸의 사태, 땅바닥의 조건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기슬적인 문제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말과나, 두 마음과 두 심장이...균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해요.
어떤 동물이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뭐든 처음에는 부족하기마련인데,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크세노폰<기마술>
말이 뒷발을 들고 상체를 들어올리는 기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말의 예술이다.
할아버지에게 있었던 '재론티우스'라는 말, 그리고 사라에게 사준 말 '부'의 존재는 서로에 값진 친구였다.어려움을 스스로 견디고 이겨내는 법과 사랑하는 말을 지키기위한 노력들이 눈물겹다. 그런 사라가 임시 위탁시설로 맡겨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사라와 말 부의 교감이 사랑스러웠다. 말의 습성과 승마기술 용어까지 배우게 되는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그가 추구하는 것, 제안하는 것에는 분명히 사랑이 있어. 그는 말로만 그러는게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소한 행동에도 사랑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지."
그때는 미처 몰랐던 의미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사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하려 했던 것만큼이나 가슴에 와 닿았다.
지난 두달 동안 이 남자를 제대로 바라본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너태샤의 시선이 그의 팔에서 빛바랜 티셔츠를 입은 가슴으로 옮겨갔다. 얼마나 많이 저 가슴에 안겼던가? 동시에 얼마나 자주 등을 돌렸던가? 얼마나 많이 소리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 그토록 열렬하게 사랑을 표현해 놓고 저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상대를 경멸할 수 있었을까?
젊은 사람들이 아름다운건 희망이되살아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맥은 생각햇다. 때로는 신뢰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덕분에 믿음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도 한다. 미래는 장애와 실망이 가득한 길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이로운 대상이라는 믿음.
<호스댄서> 단순히 말을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훨씬 방대한 스토리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사라의 현재까지 그리고 너티샤와 맥의 주변을 세밀하게 지나간다.
이 소설에는 성장과 방황, 결혼과 이혼, 아이와 육아, 가족과 타인 등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인물들과 촘촘한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과연 내 감정을 진실되게 표현하고 있는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서 소중한 사람을 잃지는 않았는지, 내 상처만큼 상대의 아픔에 관심이 있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의 진심을 얻었다면 그것은 그 사람 마음 전부를 얻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지, 어른의 잣대로 아이를 통제하려 하지는 않는지,
때론 학교라는 곳보다 다른 것에 대한 의무가 더 충실할 수도 있다는 것과 십대들에게도 어른만큼 소중하게 지켜야할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른들의 모든 행동에 말로 하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것이 들어 있다는 나직한 말들이 가슴에 와 닿는 소설이었다.
<미 비포유> 처럼 영화로 만들어져도 멋질 장면들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