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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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은 워낙 유명하고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한다.
첫 문장부터 이정서 역자는 고민을 했다.

우리 정서에 엄마가 죽었다는 표현이 시크한 뫼르소라는 인물의 특징을 나타내기보다는 원래 의미를 살려 주는게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오늘 , 엄마가 돌아가셨다."라는 새로운 번역을 서슴지 않았다.
오랫동안 고정된 문장을 바꾸는 것은 굉장한 용기라고 생각한다.

오늘 엄마가 죽었다.

오래된 이 문장을 뒤집었다.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

독자들이 무심하게 읽고 넘기는 문장과 단어 해석을 위해 번역자들의 고민하는 흔적들을 볼 수 있었다. 단어 사이에 찍는 문장 부호 하나까지 세심하고 완벽하게 번역하기 위해 애썼다.

이 책은 기존의 번역을 다시 새롭게 한 새움 출판사의 2020년 개정판이다.
다른 출판사의 번역과 비교해서 읽으려고 상호대차를 신청했는데 안타깝게도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당분간 도서관 대출이 어렵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이방인>을 몇 년전에 처음 읽고는 여러 가지로 이해하기 어려웠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이야기를 나눈 덕분에 카뮈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다.

언제나처럼 또 한 번의 일요일이 지나갔고, 엄마는 이제 땅속에 묻혔으며, 나는 다시 직장으로 돌아갈 것이고, 결국 바뀐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병들기 전의 그놈을 모를 거요. 그놈은 더 멋진 털을 가지고 있었다오."
개가 피부질환을 앓았기에, 매일 밤낮으로, 살라마노는 피부연고를 발라 주었다. 하지만 그에 따르면, 그것의 실제 병은, 늙어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늙어 간다는 것은 치유가 불가능한 것이었다.

치유가 불가능한 병, 늙어 간다는 것에 대한 카뮈의 생각이 드러난 문장이다. 노화란 어느 명의도 구원할 수 없는 치유가 불가능한 일.

한 발의 총알 외에 네 번의 총성을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짧은 노크'라고 은유한 부분도 뫼르소의 성격을 드러내 주는 것 같다. 소설가와 작가로 살면서 이런 문장 하나 남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나는 땀과 햇볕을 떨쳐 버렸다. 나는 내가 한낮의 균형을, 스스로 행복감을 느꼈던 해변의 그 예외적인 침묵을 깨뜨려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는 미동도 하지 않는 몸둥이에 네 발을 더 쏘아댔고 탄환은 흔적도 없이 박혀 버렸다. 그것은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리는 네 번의 짧은 노크와도 같은 것이었다.

법정에서 자신의 편이 없는 엇갈린 진술, 그리고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변호인에게 분명하게 말하고 싶지만 포기한다.

정당방위로서의 첫발, 그리고 약간의 텀을 두고 발사되는 네 발의 총알. 그 네 발을 계속해서 쏘아대는 뫼르소를 이해시키기 위해 카뮈는 저 앞, 엄마의 죽음을 알리는 전보를 받는 순간부터 지금가지 뫼르소의 심경을 치밀하게 그려온 것이다. 정당한 이유로서의 한 발, 위장된 도덕, 종교, 권위, 폭력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자유를 향한 무의식적인 발사.

정당방위였다고 법정에서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뫼르소 역시 나서서 주장하지 못한다.
자신의 변호를 포기하는 뫼르소를 언제쯤 이해할 수 있을까?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고 내게 얼마간 이해를 구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분명하게 말하고 싶었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고. 절대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똑같다고.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이 기본적으로, 크게 유용한 게 아니었고 나는 안일함으로 포기해 버렸다.

나는 하루가 길어질 수도 짧아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의심의 여지없이 사는 것은 길었지만, 하루가 다른 하루로 넘어가는 것으로 그렇게 팽창하는 것이다. 그들은 거기서 자신들의 이름을 잃는다. 어제 또는 오늘이라는 단어는 내게 의미가 지켜진 유일한 것이었다.

예전의 고전 책들을 읽으면 참 어렵다거나 정서가 안맞는다고 생각을 했던 시절이 있다. 번역에 문제가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을 번역한 이정서님도 번역의 권위는 정확성에 있다고 강조한다. 프랑스 원문에 가깝게 번역하는 일이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해석이 아니기 때문에 최대한 원문을 살리면서 직역이 아니라 읽기 편한 문장으로 살려내야 한다. 공들여 번역한 노력들로 책의 뒷부분 절반은 역자노트에 설명을 더했다.

이 부분때문에 비교를 해가며 읽고 싶었는데 타이밍이 아쉽지만 역자 노트에 많은 문장들이 따로 비교가 되어있다. 어떤 번역이 옳은지는 모르지만 번역자들의 수고로움과 세심함에 존경심이 들었다.

문장 하나를 번역하는데도 다른 입장을 보이는 부분이 우리는 별 생각없이 읽어가는데 새로운 시선으로 볼 수 있게 되었다.

소설이라는 예술 장르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다. 따라서 그 사람의 행위와 어투 등을 통해 세계를 보여주는 예술이다.
번역이란 그야말로 원뜻을 찾아가는 지난한 여정이다.
많은 번역가들이 원뜻을 제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한 노력들이 돋보이는 역자노트까지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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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할 용기가 없는 당신에게
리을 지음 / 부크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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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입고 우울한 과거를 글로 써내며 치료받은 리을작가의 일상 에세이다. 예전에 즐겨 다니던 카페 이름이 '디귿'이었는데, 이번에 '리을'이라는 이름의 작가를 만났다.^^
위로의 에세이가 넘치는 세상에 잠깐이라도 이 책을 펼쳐 읽으면 나와 같은 아픔과 상처를겪은 작가가 전하는 단단하고 따뜻한 언어들을 만날 수 있다.

"사랑에, 삶에, 사랑에 그 모든 것에
지쳐버린 당신에게 전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을 살아낸
당신에게 잘하고 있다고
토닥여주세요"

너무 나와 닮은 문장들을 읽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다. 사실 아픈 사람은 괜찮은게 아니라 괜찮은 척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아주는 건 아파본 사람만이 건넬 수 있는 위로이기 때문이다.

혼자 감내하고 '나만 아프고 말지'하는 마음으로 감추다보니 정작 병이 나고 잃어가는 것은 나 자신이었다. 그렇게 지쳐서 나를 지켜내고 싶은 마음에 기껏 방어하는 수단으로 사람을 멀리하게 되고, 상처를 받기 전에 내가 먼저 도망가버리는 가시가 돋아가고 있었다.

마음에 쓴뿌리처럼 조금씩 돋아난 가시는 나를 보호해 주는 것이 아니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오히려 남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는지 모른다. 어차피 사람은 서로 상처를 받고 상처를 주고 살아가는 것을 늦게 알았다. 감정에 솔직해 지는 법을 조금 일찍 알았다면 내가 좀 덜 아팠을까? 고장난 내 심장에게 많이 미안해진다.

그렇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너의 상처는 가시가 아니라고.
그것이 다른 사람들을 다치게 하지 않는다고. 조금씩 마음을 열다보면 언젠가는 가시를 잘라내 줄 사람이 올 거라고
내 맘을 알아주는 것 같은 작가의 말들은 또 한번 나를 위로한다. 함께 작가와 내가 대화하는 시간처럼 가까이 와 닿았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나에게 사고처럼 닥친 비극에 너무 빨리 일어나려 하지 안해도 되고 너무 빨리 다시 웃으려 하지 않아도 되고 너무 빨리 괜찮아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면 역효과가 난다. 괜찮은 척 살아가는 날보다 어쩌면 한 번이라도 나의 온전한 상태를 마주 보는 그 시간이 더 빠르게 나를 일으켜 세워 줄지도 모른다."

나의 약함을 약한대로 인정하고
강하다고 괜찮은 척도 하지 말고 나의 감정에 솔직해지는 것을 연습하는 중이다. 다행이다. 나의 감정들을 쏟아낼 수 있어서...

"모든 것은 흘러간다. 이 시간 역시 흘러갈 것이다. 자신의 나약함을 인정하고 마주하는 사람은 결코 나약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니 당신은 당신 생각처럼 결코 나약하지 않다. "

"민들레같은 사람에게
사람의 마음은 전염된다. 예쁜 마음을 가진 사람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 향기를 옮기고 색을 입히는 힘을 가졌다.
당신은 그런 사람이다. 마음이 참 예쁜 사람, 피어나 수많은 꽃씨를 뿌리는 민들레꽃, 사람에게 꽃말이 있다면 당신은 민들레가 아닐까. 그 예쁜 마음을 지켜주길 바란다. 당신의 존재만으로 누군가의 지친 하루가 봄내음으로 가득 찰 지도 모르니까."

읽으면서 마음을 포근히 감싸주는 위로의 말들을 소곤소곤 들려주는 작가의 글 덕분에 내가 사랑스러워진다. 민들레 같은 사람도 되었다가 별같은 사람도 되어본다.
작가의 경험에서 우러난 진솔한 말들이 위로가 되어 가슴을 채워 나간다.

"나만 모르는 이야기
별은 혼자 빛나기에 자신이얼마나 빛나는 존재인지 알지 못한다. 어둠이 내린 후에 자신을 바라보는 누군가로 인해 비로소 알게 된다. 자신이 얼마나 빛나는 존재였는지, 누군가의 밤을 얼마나 밝게 비춰줬는지.
당신도 빛나는 사람이다. 하지만 별처럼 혼자 빛났기에 스스로 알지 못했을 뿐이다.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 당신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물어봤으면 한다. 당신만 모르던 당신의 가치를 알게 될 테니까."

길은 내 앞에 있는 것이 아니라
걸어가고 난 뒤에 만들어진다.

"진정으로 자유로운 삶은 신경을 써야 할 장애물이 없는 삶이 아니라 장애물이 다가와도 그것을 웃으며 뛰어넘을 수 있는 삶이지 않을까? 그렇게 걸어가다 보면 사람들에게 나를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멈추지 말고 계속해서 걸어가기를.
당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를."

리을 작가의 아픔이 결국 많은 독자들을 치유하는 것처럼 우리의 흉터들도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 함께 드러내며 안아줄 수 있는 아픔들이다. 부끄라워말고 숨기지도 말고 나의 아픔과 흉터들을 안아주기로 한다.

"사람은 저마다 크고 작은 흉터들을 갖고 살아가지만, 대부분 흉터를 숨긴다. 내가 가진 흉터들은 나를 닮았고 그 흉터들은 치열했던 삶의 기록이다. 아픈 상처를 가졌다는 건 그만큼 삶의 온도가 뜨거웠다는 증거이다. 바보같이 사랑했고 미련할 정도로 사람을 믿었으며, 상대의 아픔을 나의 아픔보다 중요하게 여겼고 내가 믿는 소중한 가치들을 아플 만큼 꽉 껴안아 봤다는 증거. 그러니 당신의 흉터는 결코 부끄러운게 아니다. 숨겨야 할 아픔이 아니다. 당신이 아팠던 만큼 타인을 이해해줄 줄 아는 사람이고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뜨거운 삶 속으로 뛰어들 줄 아는 용기 있는 사람이니까.
나를 아낀다는 것은 나의 흉터를 사랑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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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 오십 년을 함께 살았는데,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스토리인 시리즈 4
김정은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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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에 대한 글이나 노래가사를 만날 때 어떤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십대 시절엔 <안네의 일기> 안네가 나의 친구였고, 20대는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그러다 김광석의 노래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딱 내 얘기 같다고 흥얼거리며 육아책을 읽거나 드라마를 보았겠지..

마흔이 되어서 다시 나로 홀로서기를 시작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시기였다.
나이들어감에 대해 불안한 시기!
30대에 이뤄 놓은 것이 없으니 마흔이라는 나이는 앞으로가 걱정이 더 많은 나이였다.
책을 뒤늦게 만나면서 나의 40대 후반은 단단한 성장을 내면에서 이루며 잃어버린 자아와 꿈을 향해 가는 발걸음이었다.
어느 새 50을 바라보며 책 제목에 꽂혔다.

"50년을 함께 살았는데
나는 아직도 나를 잘 모른다"

몇 년을 함께 산다고 해서 알 수 있는 존재가 얼마나 될까. 가장 쉬울것 같으면서 어려운 상대를 만난다. 바로 나!!
젊을 때는 시간이 가고 나이가 들면 다 가질 수 있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줄만 알았다.

모든 것들이 걱정없이 안정궤도에서 돌아가는 아늑한 삶을 원했지만 당연한 것은 없었다. 젊음을 다 보내고 나면 오히려 돈과 시간과 건강의 한계에 얽매여 살아간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것을 가졌다고 만족하는 때란 없을 것이다. 지금 오늘이 그 때 어디쯤이라고 만족하며 살 수 밖에..
보름달이 꽉차는 날은 한달에 단 하루뿐이다. 점점 차는 날이 다가오고 한가득 동그란 보름달을 보고나면 조금씩 다시 작아져야 한달 뒤데 또 보름달을 볼 수 있다.

만약 당신이
돈과 시간과 건강의 속박에서
벗어난다면,
뭘 하고 싶으세요?

단연코 나는 여행이었다. 사실 큰 돈이 없어도 시간만 내면 갈 수있는데 이러저러한 핑계삼아, 용기가 없어서 기차여행으로 남이섬과 부산에 다녀온게 전부이다. 그리고 나는 항상 말했다.
돈 있고 시간만 많으면 맨날 사람들 맛있는 거 해서 퍼 먹이고 싶다고,,
사람들이 모여 같이 먹고 웃으며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집에 아이들이 모여 있으면 배터지게 뭘 해서 먹이는게 좋다.

일을 할 때는 책만 읽고싶었다. 종일 책만 읽을 시간이 주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막상 코로나때문에 1주일의 휴가가 주어졌는데 다른 날 바쁜 일상 속에서 읽은 것보다 오히려 책을 못 읽었다. 시간이 많다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1주일이기도 했다.

내 마음이 원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을 찾아내는 일. 돈도 쓰고 시간도 쓰고 건강할 수 있다면 난 어떤 삶을 원했을지..
생각은 자기를 오롯이 표현하는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반대한다. 생각은 원래 오롯하지 못하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는 정리되지 않은 수많은 생각이 덤불처럼 엉켜있다. 이야기로 연결되어 나오기 위해 그 실타래가 나름의 규칙으로 정돈되는 것이지 그런 글들이 그대로 나의 머릿속을 사진 찍듯이 드러내는 것은 아니다. 글쓰기란 내 생각 덤불에서 어떤 맥락을 집어 오려 가다듬는 작업이다. 그런 과정에서 나는 나를 탐구하게 된다.

왜 쓰려고 하는가? 무엇을 쓰려고 하는가?
처음 블로그를 시작했을 때 난 무엇을, 왜 쓰려고 했는지 떠올려본다.
시를 올리는 내 생각 창고같은 기록 보관소라고 생각했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웃이 늘어가면서 판이 커져갔다. 보는 사람을 인식하게 되고 더 힘이 들어가고 어색해졌다. 그러다가 다시 초심으로 돌아오려 노력했다. 초심에 머물러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늘 생각은 발전해야 한다. 초심 위에 또 다른 결심과 열심을 더해보고 싶다. 어쩌면 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시를 사랑했던 순수함, 그리고 내 안을 들여다 보 시간, 글을 쓰면서 나를 자주 마주해보는 시간을 만나 좋았다.

"어떤 사람의 크고 확고한 생각은 그렇지 못한 사람의 작고 여린 생각을 짓누른다.생각이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오래도록 끈질기게 자라 큰 나무가 되면들판에 깃털처럼 자란 이름없는 생각의 기운들을 폄훼한다. 크고 무성한 생각이라는 이유로 힘없는 남의 생각을 빨아들이려고 하는 사람들을 경게한다. 무턱대고 많은 사람이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함께 하기를 강제하는 사람도 경계한다. 돈을 줄 수도 , 웃음을 줄 수도, 노동을 줄 수도 있지만 저마다의 생각은 그 크기와 상관없이 함부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생각이 사라지면 그 사람도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에. 크고 긴 생각은 그래서 더욱 자신의 폭력성을 조심해야 한다."

내 생각이 조금 더 낫고 크다는 오만함으로 큰 소리를 내거나 높여 말하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강요를 한 적은 없는지 생각해본다. 물리적인 폭력이 아닌 생각의 폭력에 대해 골똘해지는 문장들이었다.

"올라갈 때 못 보던거 내려갈 때 보고 반평생 이런 일만 해봤으면 남은 평생은 저런 일도 해봐야지. 그래야 종착역에선 이제 겨우 사는 걸 이해하게 됐노라 희미하게 웃으면서 마음 속 불화를 잠재우고 평화롭게 눈감겠지. 그런 날을 기대하며 어제와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기웃대고 있다.
나를 향해 돌아오려고"

전환이 필요하디. 우리는 그것을 터닝 포인트라고 부른다.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고 인생이 바뀌는그 시점을 떠올려본다. 그리고 바로 지금 무엇을 바꿔 볼 용기가 있는지도..꼭 무엇을 해야한다는 생각이 필요한 건지도.

"나는 가끔 가족이 가장 정교한 이익집단이 아닐까 의심한다. 남자에게 경제력이 없거나 여자에게 생산력과 돌봄 노동이 없다면 우리 중 얼마나 가족을 붙들고 살 것인가?그런 기능을 다빼고도 남아 있는 관계만 그나마 사랑 위에 서 있는 가족이 아닐까 한다. 같이 사는 사람이 내 눈을 안보고 밖만 보고 있으면 혼자 있는 것보다 더 외로워진다. 사랑하는 척하면서 함께 사는 일은 서로에게 수시로 말 할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결혼은 법처럼 견고한 사회적 계약일지 몰라도 그 안에 깃든 사랑은 하루라도 물이 없으면 시들어 버리는 화초와도 같다. 아무리 함꼐 살아도 진정으로 만난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아다. 내가 나를 오롯이 마주하는 것 만큼이나 거대한 도전이니까"

"구십이 된 엄마가 변신을 결심한다. 오십이 넘은 나도 변화를 추구한다. 서른이 되는 딸도 날마다 도전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새로워지려고 애쓴다. 마음보다 천천히 바귀는 자신을 조바심 내면서 어김없이 숫자가 바뀌는 나이와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 소리도 없는 세월이 부드러운것 같으면서도 잔인하게 사람을 압박한다. 세월따라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이상한 믿음때문에."

50이면 그럴 나이 아니잖아요??​
글쎄 나이 60이 되면 또 다를까,,
지금 나의 앞에 놓여진 하루 일을 미션처럼 해 나가는 것외에 내가 할 수 있는게 있을까.
여행이라는 큰 꿈을 그리면서도 방안에 있고
운동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집 밖을 안나가는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 나이일까?
조금 당당해져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살아온 나에게 그동안 애썼으니 좀 쉬어가도 된다고, 이젠 나부터 돌봐도 된다고 다독이며 남은 시간을 또 가야하는 반환점같은 시간이다.
이런 시시콜콜한 생각을 되짚어보게 만드는 이 책은 아주 가볍고 짧은 산문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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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에 두고 읽는 인생 문장 - 거장의 명언에서 길어 올린 38가지 삶의 지혜
김환영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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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명언에서 길어올린
38가지 삶의 지혜

고대철학자 소크라테스부터 괴테, 니체, 스티브잡스, 피터 드러커까지!
시대를 초월한 거장들의 주옥같은 문장들을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엮었다.

가슴을 뒤흔든 문장 하나만 품고 살아도 우리의 인생은 이미 성공이다. 삶의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고비마다 좌절하지않고 꿋꿋하게 버텨내는 사람들은 실패와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오히려 성장으로 도약한다. 그들이 품고 사는 명문장들을 쉬운 글로 삶을 통찰하며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알려준다.

파란 표지가 깔끔해서 여러번 찍은 것같다. 홀로그램으로 따옴표를 표지에 장식해서 블링블링한 매력까지 더한다.

"우리의 운명은
겨울철 과일나무와 같다.
그 나뭇가지에 다시 푸른잎이 나고
꽃이 필 것 같지 않아도
우리는 그것을 꿈꾸고
그렇게 될 것을 잘 알고 있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인생의 문제는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해소되는 것이다"
-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

오늘날 지나친 경쟁에 지쳐 힘이 빠지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몰라 방황하며 무엇이 옳고 그른 것인지 헷갈린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에게도 어는 순간에 자신에게 확신을 갖게 하고 필연처럼 다가오는 인생문장이 생길 것이다. 이런 문장들을 삶의 버팀목으로 뿌리 내리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을 담아 세계 최고의 명서 500인의 명언을 수록했다.

나의 경우에는 학창시절에 설리번 선생님과 헬린켈러나 퀴리부인의 일대기를 읽으며 내면이 단단해진 것 같다.
희망의 효험이 미덥지 않으면 헬렌켈러를 보라. 그는 시각, 청각, 장애를 희망으로 극복하고 작가, 정치 활동가, 교육자로 활동했다. 그는 희망 앞에는 불가능이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헬렌켈러는 말했다.

"희망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만질 수 없는 것을 느끼며, 불가능한 것을 성취한다."

좋은 문장들이 빼곡해서 전부 적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우리는 자연 속에서 살며 인간과의 관계 속에서 애쓰고 노력하며 삶을 영위한다. 서로 이해하기 위해 하는 모든 예술 활동은 자연의 모방에서 온다.
우리의 모든 희망과 사랑과 열정 또한 건강한 습관에서 시작되는 것이므로 건강한 생각과 몸을 유지해가며 좀 더 나은 단계로 올라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책을 읽다보면 운명처럼 좋은 문장을 만나면서도 곧잘 잊는다. 자주 필사하며 그 것을 마음에 새기고 내 모습의 변화를 관찰하며 즐겨나가는 시간을 통해 어쩌면 한걸음 더, 고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길이 글 속에 있지 않을까. 열심히 발견해 보고싶다. 그래서 나의 삶의 층위들이 변화되고 켜켜이 올라가는 삶의 질곡들이 선명해졌음 좋겠다.

또한 누군가에게는 선한 영향을 주며 살고 싶다. 책을 통해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대로 실천하는 것이 제대로된 삶의 방식이며 독서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인생의 문장들이 쏟아져 내린다해도 내 삶의 궤적을 바꾸는 문장이 아니라면 그것은 내게 필요없는 문장일지도 모른다. 각자의 환경과 감각 그리고 삶의 위치에서 만나는 귀한 한문장을 기대해 본다.

"어떤 고난에도 흔들리지 않는
힘이 되어줄 운명의 한 문장이 당신에게는 있는가?"

마지막 장에는 30장의 명언 필사노트가 있다.
좋은 문장을 써 보며 마음에 새겨보는 일을 자주 해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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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 댄서
조조 모예스 지음, 이정민 옮김 / 살림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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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은 소설 중에서 꽤 긴 이야기였지만 한번 읽기 시작한 책은, 말이 달리는듯한 속도감에 멈추기 힘든 다양한 서사들이었다. 700페이지 되는 장편소설을 읽으면서 쉴 수 없을 정도로 몰입감이 대단했다. 말과 십대 소녀의 교감이 뭉클했고 누구나 자신의 주어진 길을 숨 가쁘게 달리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 장을 덮었을 때 한편의 영화를 보고 난 것처럼 홍조를 띠며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각자의 삶에서 길을 잃은 사라와 너태샤, 아이와 어른이 만들어가는 하나의 길에 대한 것을 이야기한다. 런던에서 변호사 커리어를 일구어가는 너태샤 매컬리는 냉철한 겉모습과 달리, 그녀의 개인사는 비참한 일의 연속이다. 대체로 사람들은 30대 중반에 이르면 어느 정도 인생의 기반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인생의 동반자, 자기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경력을 쌓고 만족스러운 집과 사랑스런 아이들까지!!

완벽한 그런 것을 꿈꾼다면 너태샤는 마지막 한 가지가 부족하다. 세 번의 유산 끝에 남편 맥과는 이별을 준비하는 중이다. 서로의 입장과 생각차이로 벌어진 틈은 쉽게 메워지지 않는 법이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십대 소녀 사라를 임시로 돌보게 돤다. 할아버지로부터 말 타는 법을 배우던 소녀, 이 아이를 위해서라도 행복한 가정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다.

분노는 자기 말과의 효과적인 소통을 악화시킨다.

다른 동물에 비해 말들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천서적으로 겁이나 걱정이 많고 성질도 까다로운 단점이 있지만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대해 주느냐에 따라 정직하고 민감하게 반응한다. 어린 아이와 마찬가지로 상대에게 또 한번 기회를 주는 것은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분노와 설움에 빠진 아내를 위로해 줄거라 미덨던 맥은 쉽게 물러나버렸다. 그는 더 이상 아내의 고통에 대응할 자신이 없는 것 같았다.일주일 동안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침대에서 일어나지도 않고 텔레비젼에 아기만 나와도 울음을 터뜨리는 너태샤를 못 견뎌했다.너태샤가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리고 나니 남편에 대한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필요로 할때 남편은 함께 있어주지 않았다. 물론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 남편 역시 마음 고생이 심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당시에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너태샤는 이것이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 있음을 느끼지만, 사라는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는다.
변호사를 하며 의뢰인으로서 대하며 다루던 아이들처럼 사무적이던 너태샤는 어른이 먼저 노력해야하는 부분들을 깨달아간다.

다음과 같은 점에서 말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다. 모든 병은 초기에 발견해야 치료가 쉽다. 병이 심각해지거나 치료방법이 나쁘면 정상으로 될돌리기 어렵다
크세포논,<기마술>

자식이란 늘 아픈 존재이다.
아버지로서 의무와 사랑을 느끼는 부분에서는 동감이지만
아이를 세번이나 잃은 너태샤에게
아이를 키워보기 전에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현은
현 남자친구 코너의 실수이다.

너태샤, 당신은 아직 자식이라는 존재를 잘 몰라. 아이를 키워보기 전에는 이해하기 힘들거야. 자식은 ....자식은 가장 먼저일수 밖에 없어. 여전히 아프고 슬픈 존재야

프랑스에서 멋진 기수였던 할아버지의 일생이 사랑하는 영국 여자를 만나고 사랑하면서 꿈을 잃는다. 사랑이란 때론 국경을 초월하고 자신의 꿈을 포기하면서 지키게 되는 것인가보다.
한 사람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시작된 결혼생활은 그다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마음의 상처를 안은 부부는 다행히 손녀 사라를 키우면서 기쁜 나날을 보낸다. 할머니까지 잃고 난 뒤에 할아버지와 사라는 어릴 때부터 말을 타며 교감하는 법과 승마기술을 배운다.

사랑하는 손녀의 생일 선물로
프랑스 승마학교로 함께 갈 수있는 준비를 한다.
사라는 그 때 할아버지가 아끼시던
손목시계가 없어진 것을 알아챈다.

저도 늘 더 나은 동작을 하기 위해 애쓰는 거예요. 말과 나의 완벽한 소통이나 교감을 이루기 위한 것이고요. 고삐를 잡는 손가락의 미세한 움직임이나 압력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말이 기분이나 제 몸의 사태, 땅바닥의 조건에 따라서도 다르고요, 기슬적인 문제가 전부가 아니거든요. 말과나, 두 마음과 두 심장이...균형을 찾는 과정이기도 해요.

어떤 동물이 모든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장 불합격 판정을 내리는 것은 불합리하다.뭐든 처음에는 부족하기마련인데, 그것은 능력이 아니라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크세노폰<기마술>

말이 뒷발을 들고 상체를 들어올리는 기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동작이 아니었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말의 예술이다.
할아버지에게 있었던 '재론티우스'라는 말, 그리고 사라에게 사준 말 '부'의 존재는 서로에 값진 친구였다.어려움을 스스로 견디고 이겨내는 법과 사랑하는 말을 지키기위한 노력들이 눈물겹다. 그런 사라가 임시 위탁시설로 맡겨지는 어려운 상황에서 꿋꿋하게 지켜나가는 사라와 말 부의 교감이 사랑스러웠다. 말의 습성과 승마기술 용어까지 배우게 되는 감동적인 소설이었다.

"그가 추구하는 것, 제안하는 것에는 분명히 사랑이 있어. 그는 말로만 그러는게 아니기 때문에 모든 사소한 행동에도 사랑이 포함돼 있다고 봐야지."
그때는 미처 몰랐던 의미를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할아버지가 사라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를 말하려 했던 것만큼이나 가슴에 와 닿았다.

지난 두달 동안 이 남자를 제대로 바라본적이 없었다는 생각이 이제야 들었다. 너태샤의 시선이 그의 팔에서 빛바랜 티셔츠를 입은 가슴으로 옮겨갔다. 얼마나 많이 저 가슴에 안겼던가? 동시에 얼마나 자주 등을 돌렸던가? 얼마나 많이 소리없이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 그토록 열렬하게 사랑을 표현해 놓고 저 남자는 어떻게 그렇게 상대를 경멸할 수 있었을까?

젊은 사람들이 아름다운건 희망이되살아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고 맥은 생각햇다. 때로는 신뢰할 수 있는 말 몇 마디 덕분에 믿음의 불꽃이 다시 타오르기도 한다. 미래는 장애와 실망이 가득한 길이 아니라 그 자체로 경이로운 대상이라는 믿음.

<호스댄서> 단순히 말을 타는 사람들의 이야기로만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훨씬 방대한 스토리는 할아버지의 젊은 시절과 사라의 현재까지 그리고 너티샤와 맥의 주변을 세밀하게 지나간다.

이 소설에는 성장과 방황, 결혼과 이혼, 아이와 육아, 가족과 타인 등의 이야기들이 다양한 인물들과 촘촘한 서사로 이루어져 있다.
과연 내 감정을 진실되게 표현하고 있는지, 감정에 솔직하지 못해서 소중한 사람을 잃지는 않았는지, 내 상처만큼 상대의 아픔에 관심이 있었는지 한번쯤 되돌아보게 된다.
누군가의 진심을 얻었다면 그것은 그 사람 마음 전부를 얻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대로 내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는지, 어른의 잣대로 아이를 통제하려 하지는 않는지,

때론 학교라는 곳보다 다른 것에 대한 의무가 더 충실할 수도 있다는 것과 십대들에게도 어른만큼 소중하게 지켜야할 것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른들의 모든 행동에 말로 하지 않아도 사랑이라는 것이 들어 있다는 나직한 말들이 가슴에 와 닿는 소설이었다.
<미 비포유> 처럼 영화로 만들어져도 멋질 장면들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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