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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평점 :
<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 김영민 교수의 신작 에세이다. 이 책에서는 공부하는 삶의 의미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입시공부에만 매달린 학생들에게 공부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공부해야 하는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책을 통해서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이라는 책을 읽으며 읽고 토론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이 부러웠다. 무작정 떠밀려 공부라는 항해를 시작하는 우리 나라의 교육법과 달라도 너무도 달리 대학에서 고전 100권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언어, 과학, 작곡 등 다양한 공부를 하며 전공 뿐 아니라 교양교육을 중시하며 평생 근원적인 지식을 추구하고 통합적인 사고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곳. 막연히 의무감에 공부를 할 때는 왜 해아하는지조차 모르지만 무엇을 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근원적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수업 방식을 하는 가운데 깨닫는 과정이 얼마나 절실할까.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끄집어 내서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토론의 경험은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며 자신을 감동시킨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방식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의 분위기 속에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생각해야 할 중요한 질문들을 끄집어 내는 것,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것이 아마도 이런 교수법 때문이지 않을까.^^
공부라는 것이 단지 지식을 채우는 일.
그 지식을 온갖 시험과 자격증을 위해 사용되고 정작 실용적이거나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기회조차 없는 우리 나라 교육의 현실이 너무도 속상하다.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충만한 것은 거품 같은 공허뿐이다. 생각할 수 있는 근력이 없기에, 그 공허를 세우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 줄 강력한 타자를 갈구한다.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 꽃은 아니다
심화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단어의 기본적인 뜻뿐 아니라 관련된 함의까지 숙지해야 한다.
-명료함은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
모호함이 꼭 필요한 영역도 있다. 시인은 보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단순히 "보고 싶다"라고 하는 경우가 드물다. 시인은 독자가 모호한 뜻을 스스로 알아차려주기를 바라지, 나서서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이처럼 예술에서 모호함은 중요하다. 모호함이야말로 다양한 해석을 증폭시키며, 그 예술을 둘러싼 논의를 풍부하게 만든다.
예술가나 선승 못지않게 모호한 표현을 선호하는 이들이 정치인이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새로워야, 새로운 정치란 말인가.
말이 구체적일수록 그 말의 청자는 제한되고, 말이 모호할수록 청자는 포괄적이 되는 법. 그래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말은 모호하기 마련이다.
-모호함은 때로 권력자의 무기다
공부를 통해 섬세한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고 또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훈련이 되어 비로소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에 공감되었다. 과도한 일반화, 혹은 흐릿한 언어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보다는 좀 더 윤택한 삶의 기술을 다룰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은유 작가의 말대로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날로 각박해져가는 세상, 쓸모가 쉽게 증명되지 않는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위태롭지만, 당장의 쓸모가 아니라 무용의 대상에 열정을 불태우는 일이 갖는 의미를 느끼고 싶어진다.
배움이라는 것, 스스로 찾아 공부하며 즐길 줄 안다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찾아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공부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책이 갖는 매력 중의 하나는 페이지가 20여장 넘어갈 때 보이는 잔잔한 그림에 있다.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만 이 또한 공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마냥 모른다고 밀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주의깊게 살피고 작가의 느낌을 알고 싶어졌다. 내가 시를 가까이하며 시인의 마음으로 시를 읽듯이 그림을 바라보며 그 작가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진 것이다. 이 작은 변화도 책을 읽으면서 스며든 일이다. 공부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두운 하늘, 보이지 않는 캄캄함 속에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감수성도 길러준다. 나를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끼며 생각의 근육이 생긴다면 해볼만한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