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동네서점
배지영 지음 / 새움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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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을 받는 물체만이 색깔을 가진다.
서점의 빛은 독자들의 발걸음이 만들어준다.
독자들의 다정한 입소문도
서점의 빛이 되어준다.
p30」

동네서점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잠시나마 추억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시간을 허락해 준 에세이다. 동네 서점에서 책냄새를 맡으며 책을 고르던 시절의 낭만을 잃고 사는 시대, 인터넷 주문을 하고 집에서 책을 받아본다. 내가 읽고 싶어서 사려는 책뿐 아니라 그 옆에 꽂힌 책까지 기웃거리며 고르는 재미도 사라져간다.

올해 동네책방 투어를 빌미삼아 여행을 하고 싶었던 소망이 다시 스멀거리며 올라온다. 동네 책방들이 하나둘 문을 닫기 전에 가까운 곳부터 둘러보고 나의 올해 소망을 실천해 보아야겠다.

군산에는 녹두서점으로 시작해 한길문고로 이름을 바꾼 상점 이상의 그 무엇으로 여기는 사랑받는 서점이 있다. 모두가 나서서 지켜주는 서점이 든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는 것이 꽤나 흥미롭다.

「저마다 혼자서는 하기 어려운 분야가 있다. 어떤 사람은 식당에 가서 혼자 밥을 먹는게 힘들다. 보고 싶은 영화를 상영해도 혼자서는 극장에 가지 못한다. 상점에 들어가서 혼자 옷을 고르는 걸 주저하고, 여기 아닌 다른 데로 혼자 떠나는 건 상상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혼자서 책을 읽을 수 없다.--p58」

내가 혼자서 하기 어려운 일이 무엇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혼자서 하는 일을 워낙 좋아하는 터에 그다지 혼자서 못할 일이 없었다. 좋은 영화가 있으면 영화도 혼자보고, 배고프면 어쩔 수없이 혼자 식당에도 들어가고, 산책도 혼자 쇼핑도 혼자가 익숙했다. 혼자 먹는 밥은 제일 하기 싫은 일이고, 혼자 나서기 두려운 일은 여행이다. 아마도 길치에 방향치라서 낯선 곳에 가는 것이 막막하고 자주 떠나보지 않아서 호기심과 두려움이 함께 공존하는 것 같다. 홀로 떠나는 여행도 언젠가는 꼭 도전해 보고 싶다.

사람이 하는 일 중에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일은 없다. 용기를 갖고 도전하는 마음과 실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독서도 그렇다. 시간을 쪼개서 책을 읽으려고 하면 다른 할 일이 끼어든다. 완독하는 것이 어렵던 아이 키우던 시절에는 짤막한 에세이나 시집을 한 편씩 읽었다. 긴 호흡의 소설 속에 빠지는 시간이 허락되지 않았던 시간도 있었기에 독서 시간이 간절했는 지도 모른다. 지금은 아무 것에 구애받지 않고, 어느 땐 설거지도 쌓아두고 책 읽는 행위에 사로잡힐 때가 행복하다.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몰입해서 읽다가 현실에 돌아와서 아직 설거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헛웃음을 지으며 현실을 부정하기도 한다.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책읽는 것이 좋았던 시간이 아직 내게 남아있다.

군산의 한길문고에서 상주작가로 일하며 글을 쓰는 배지영 작가가 그동안 보고 듣고 겪은 일들을 잔잔하게 풀어놓은 에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다양한 이유로 책을 가까이하고 글을 쓰고 작가와 만나는 일상들을 소소한 재미와 함께 읽으며 동네책방이 사랑방처럼 화기애애한 모습을 상상해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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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무삭제 완역본) 현대지성 클래식 23
공자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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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무엇을 위하여, 어떠한 가치를 위하여 살고 있는 것일까?
스스로가 실천하는 삶을 살았던 공자의 가르침을 적어놓은 <논어>는 문장이 간략하지만 함축하는 것이 많고 학습의 이론 뿐 아니라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之人也
(자왈 불환인지불기지 환부지인야)
공자가 말했다.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이해하지) 못함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이해하지) 못함을 걱정해야 한다.​

/
子曰: 學而不思則罔, 思而不學則殆.
(자왈 학이불사즉망 사이불학즉태)
공자가 말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미혹되고
생각하기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
子曰; 三人行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
(자왈 삼인행필유아사언 택기선자이종지
기불선자이개지)
공자가 말했다.
세사람이 길을 가면 그 중에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으니 그 중에 선한 것을 찾아서 따르고 선하지 못한 것을 보면 거울로 삼아 내 잘못을 고쳐야 한다.​

/
子曰 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
(자왈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
공자가 말했다.
지혜로운 자는 미혹되지 않고 인덕한 자는 근심하지 않으며 용기있는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
子曰 君子 泰而不驕 小人 驕而不泰
(자왈 군자태이불교 소인 교이불태)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태연하지만 교만하지 않고
소인은 교만하지만 태연하지 못하다.​

/
子曰 其言之不炸 則爲之也難
(자왈 기언지부작 즉위지야난)
공자가 말했다
아무렇게나 말하고도 부끄러움을 모른다면 실행하기 어렵다.​

/
子曰 君子病無能焉 不病人之不己知也
(자왈 군자병무능언 불병인지불기지야)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오직 자신이 능력이 없는 것을 두려워하고
남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
子曰 衆惡之 必察焉 衆好之 必察焉
(자왈 증오지 필찰언 증호지 필찰언)
공자가 말했다.
여러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반드시 살펴보아야 하며
여러 사람이 좋아하는 것도 반드시 살펴보아야 한다

/
子曰 道聽而塗說 德之棄也
(자왈 도청이도설 덕지기야)
공자가 말했다.
길에서 전해들은 말을 또 다른 곳에서 전하는 것은 덕이 싫어하는 바이다.​

/
子曰 不知命 無以爲君子也. 不知禮 無以立也
不知言 無以知人也.
(자왈 부지명 무이위군자야 부지례 무이립야
부지언 무이지인야)

공자가 말했다.
천명을 알지 못하면 곧 군자가 될 수 없고
예를 알지 못하면 곧 입신할 수 없으며
말을 판별하지 못하면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알 수 없다.

「논어」​
공자와 그 제자들의 언행이 담긴 어록으로 내용은 공자의 말과 행동, 공자와 제자 사이의 대화, 공자와 당시 사람들의 대화, 제자들간의 대화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마땅히 갖추어야 할 수양은 어떤 것이며 인간의 본질에 대하여 가장 적확하게 분석하고 인간이 지향하여 나아갈 바를 가르쳐준다.

긴 문장은 배제하고 몇 문장 옮겨보는 것으로 동양 고전을 읽었다고 할 수 없지만 가을날 차분하게 마음수양을 하듯 여러날 읽었던 마음결을 정리해 보는 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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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로 간 스파이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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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억제 훈련으로 단련된 북한 최정예 간첩이 중학교 2학년의 선생이 되어 잠입한다. 소설의 소개만 읽고 최정예 요원이라고 해서 당연히 남자 주인공인 줄 알았다.
역시나 세상에 당연한 것은 없었다.

예전에 보았던 드라마<아이리스>의 김소연이나
<사랑의 불시착>의 현빈,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의 김수현 등이 떠올랐다.

아이들과 생활하며 선생으로서 언니같이 아이들을 돌보게 되면서 훈련받아왔던 감정들이 흔들리는 것을 느낀다.
공화국 최고 혁명 전사에게 감독은 독이다..라고 되뇌이며 학교 생활을 해 나가며 임무를 수행하지만 규칙도 예의도 본분도 협동도 모르는 학생, 민원 발생 예방이 제일 목적인 듯한 학교 현장에서 느끼는 환멸을 그대로 드러낸다.

청소년 소설로 분류되어도 좋을 만큼 아이들의 학교 생활이나 친구 문제가 주를 이루기도 한다. 분단의 아픔과 평생을 지배했던 사상과 신념의 문제에 직면하는 인간의 양면성에 대한 생각을 하게 만든다.

/
임무만 생각하며 하루빨리 임무를 완수하고 감옥같은 학교를 떠나리라 다짐한다.

/
북조선은 분명 게습사회이다. 조상의 토대에 따라 계급이 정해진다. 아주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계습 상승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북조선 아이들은 처음부터 포기할 건 포기한다. 하지만 남한은 다르다고 들었다. 공부만 잘하면 원하는 대학에 갈 수 있고 원하는 직업을 가질 수 있고 군인도 간부도 될 수 있다고 했다.
남한은 부모의 자산 여부에 따라 계습이 나뉜다. 자본주의가 결국 계습을 나누고, 아이들을 박탈감에 찌들게 하고 , 고은지처럼 SNS에서 가짜 인생을 사는 가짜 인간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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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돈이 넘쳐나서 병드는 아이들. 사회에 돈이 없어서 병드는 아이들. 둘 다 희망은 없다. 모두 불행하다.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오른다. 생각을 멈춘다. 나도 모르게 자본주의에 스며들어 사상도 정신도 병들어가게 둘 순 없다. 정신을 차린다. 항상 준비.

/
교사들이 좀 편해질 때가 있는데 교감이 출장을 갔을 때이다. 그때는 모여서 차도 마시고 대회도 나누곤 한다. 남한의 교감은 우리 조선의 부교장이자 당 세포 비서인 셈이다.
남한이 자유주주의 국가라지만 직장생활은 자유롭지 못하다. 근무시간 동안은 모두 철자에 갇힌 새 같다. 어쩌면 이 철창에서 제일 자유로운 사람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남한 인민은 우리더러 수령의 노예. 당의 노예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진짜 노예는 이들이다. 이들은 자본의 노예이다. 남한에서는 욕심 없는 삶이 가장 자유롭다.


학교생활과 남북한의 사상문제, 깊은 관계는 아니지만 애정으로 대하는 남자과 여자. 그리고 남과 북. 댜립과 배신. 희생과 정의 등..
이런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우리는 과연 이념의 통일이 가능할 지 의구심이 생긴다.
알지 못하는 사람의 속마음, 그리고 그들이 살아온 인생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북한에서도 들리는 아름다운 시인에 얽힌 개인사가 묵직해서 결코 가벼운 소설로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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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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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의 저자 김영민 교수의 신작 에세이다. 이 책에서는 공부하는 삶의 의미와 태도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입시공부에만 매달린 학생들에게 공부의 의미는 무엇일까?
왜 공부해야 하는가?

다른 나라에서는 어떻게 공부를 하는지 잘 모르지만 책을 통해서 부러웠던 적이 있었다.
<세인트존스의 고전 100권 공부법>이라는 책을 읽으며 읽고 토론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를 하는 대학생들이 부러웠다. 무작정 떠밀려 공부라는 항해를 시작하는 우리 나라의 교육법과 달라도 너무도 달리 대학에서 고전 100권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언어, 과학, 작곡 등 다양한 공부를 하며 전공 뿐 아니라 교양교육을 중시하며 평생 근원적인 지식을 추구하고 통합적인 사고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열린 곳. 막연히 의무감에 공부를 할 때는 왜 해아하는지조차 모르지만 무엇을 왜 어떻게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근원적 질문과 답을 주고 받는 수업 방식을 하는 가운데 깨닫는 과정이 얼마나 절실할까.

자신의 생각을 조금씩 끄집어 내서 조리있게 말할 수 있는 토론의 경험은 생각을 바꾸고 마음을 움직이며 자신을 감동시킨다. 일방적인 주입식 교육방식이 아니라 자유로운 토론의 분위기 속에서 인간으로서 마땅히 생각해야 할 중요한 질문들을 끄집어 내는 것,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것이 아마도 이런 교수법 때문이지 않을까.^^

공부라는 것이 단지 지식을 채우는 일.
그 지식을 온갖 시험과 자격증을 위해 사용되고 정작 실용적이거나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기회조차 없는 우리 나라 교육의 현실이 너무도 속상하다.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충만한 것은 거품 같은 공허뿐이다. 생각할 수 있는 근력이 없기에, 그 공허를 세우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 줄 강력한 타자를 갈구한다.
-낙화암에서 떨어진다고 모두 꽃은 아니다

심화된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단어의 기본적인 뜻뿐 아니라 관련된 함의까지 숙지해야 한다.
-명료함은 사람들을 화나게 한다.

모호함이 꼭 필요한 영역도 있다. 시인은 보고 싶다는 뜻을 전하기 위해 단순히 "보고 싶다"라고 하는 경우가 드물다. 시인은 독자가 모호한 뜻을 스스로 알아차려주기를 바라지, 나서서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이처럼 예술에서 모호함은 중요하다. 모호함이야말로 다양한 해석을 증폭시키며, 그 예술을 둘러싼 논의를 풍부하게 만든다.
예술가나 선승 못지않게 모호한 표현을 선호하는 이들이 정치인이다. 도대체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새로워야, 새로운 정치란 말인가.
말이 구체적일수록 그 말의 청자는 제한되고, 말이 모호할수록 청자는 포괄적이 되는 법. 그래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말은 모호하기 마련이다.
-모호함은 때로 권력자의 무기다

공부를 통해 섬세한 언어로 자신의 경험을 드러낼 수 있는 능력은 자신을 타인에게 이해시키고 또 타인을 이해하고자 하는 훈련이 되어 비로소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갈 수 있다는 말에 공감되었다. 과도한 일반화, 혹은 흐릿한 언어로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 보다는 좀 더 윤택한 삶의 기술을 다룰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있을까?

은유 작가의 말대로 사회적 약자는 자신의 언어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하는 것이기에 날로 각박해져가는 세상, 쓸모가 쉽게 증명되지 않는 공부에 전념하는 것이 위태롭지만, 당장의 쓸모가 아니라 무용의 대상에 열정을 불태우는 일이 갖는 의미를 느끼고 싶어진다.

배움이라는 것, 스스로 찾아 공부하며 즐길 줄 안다는 것,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끊임없이 찾아 질문하고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야말로 진정한 공부가 아닐까.

마지막으로 이 책이 갖는 매력 중의 하나는 페이지가 20여장 넘어갈 때 보이는 잔잔한 그림에 있다. 그림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지만 이 또한 공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 일으킨다. 마냥 모른다고 밀어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주의깊게 살피고 작가의 느낌을 알고 싶어졌다. 내가 시를 가까이하며 시인의 마음으로 시를 읽듯이 그림을 바라보며 그 작가의 마음을 느껴보고 싶어진 것이다. 이 작은 변화도 책을 읽으면서 스며든 일이다. 공부라는 것이 지금 우리가 처한 지옥을 순식간에 천국으로 바꾸어주는 것은 아니지만 어두운 하늘, 보이지 않는 캄캄함 속에 별빛을 바라볼 수 있게 해 주는 감수성도 길러준다. 나를 방어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느끼며 생각의 근육이 생긴다면 해볼만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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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러시아어 완역본) - 톨스토이 단편선 새움 세계문학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김선영 옮김 / 새움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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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 출판사에서 보내주는 고전 읽기는 언제나 기대가 된다. 이번 신간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의 단편집이다. 이미 여러번 읽고 아는 책이라서 그런지 오히려 서평이 쉽지 않았다. 자꾸만 뒷걸음치고 있는 하나남의 사랑이 내재된 글이 마음을 건드리는 것도 무시하지 못했다.

사람이 사는 곳에 내려와 천사가 알고 싶은 세 가지!
사람들 속에 무엇이 있는지, 사람들에게 무엇이 주어지지 않았는지, 사람들이 무엇으로 살아 있는지...
아는 듯하면서 설명하지 못한 채 애매하게 살아가고 있는 명제가 아닐까.


'사람들 속에 무엇이 있는 지 알아내어라'하신 하나님의 첫 번째 말씀이 생각났어요. 난 사람들 속에 사랑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사람들에게 주어지지 않은 것은 자신의 몸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 지 아는 것이에요.
그리고 그 여자가 남의 아이들에게 마음이 녹아 우는 걸 보고는 그녀에게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봤고, 사람들이 무엇으로 살아 있는지 깨달았지요. 나는 하나님께서 내게 마지막 말씀을 계시하셨고 날 용서하셨다는 걸 깨달았어요."

"내가 깨달은 것은 각 사람은 자신에 대한 돌봄이 아니라 사랑으로 인해 살아있는 것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중에서


그가 여러 편의 단편을 통해 전하는 것은 하나같이 "사랑"이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사랑.
혼자 살아남는 것은 결국 죽음이며, 다 같이 살아야 나도 살 수 있음을 강조했다. 타인을 진심으로 위하는 삶은 단출하고 소박할지 모른다. 삶의 목적이 자기 자신으로 향할수록 타인의 시선과 평가에 얽매이고 높은 곳을 향할 수록 욕망에 발이 묶인다.

소유와 재산에 눈이 멀어 정작 중요한 자신의 목숨을 잃는 어리석은 인간의 모습<사람에게 땅이 많이 필요한가>,
가장 중요한 때와 사람과 일을 찾아다니는 왕의 이야기<세가지 질문>이 전해주는 이야기에 공감했다.

누군가와 함께 일을 하던 그 때, 곁에 있던 사람이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고,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군가에게 선행을 베푸는 일이다. 가장 중요한 때는 하나뿐, 바로 지금이 가장 중요하다는 메세지를 준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오직 이 순간에만 나 스스로를 어찌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필요한 사람은 지금 내가 만난 사람이다.

홀로 살아갈 수 없는 세상에서 내가 무엇을 위해 왜 사는지 갈팡질팡하며 혼란하고 삶의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결국 남는 것은 사랑이겠지만, 어떤 유형의 사랑이든 마음의 손을 잡고 동행할 친구가 함께 하는 것이 큰 위로가 되고 혼자 짊어진 삶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진다는 것을 배우고 돌아왔다. 한 시간 거리에 있는 곳에 가서 책과 글 이야기를 하는 동안 서로가 느낀 그 동안의 감정과 앞으로 나아갈 글의 방향 등을 의논하고 정리하는 시간이 소중했다. 잠시나마 일상을 탈출한 여행 덕분에 막막하고 답답했던 마음과 무거운 머릿속을 털어내고 가뿐해진 몸과 마음으로 또 한번 힘을 낼 수 있는 시간을 선물받았다.

기억 속에 어렴풋이 남아있던 그의 단편들을 다시 돌아보며 역시 톨스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같은 이야기가 슬프기도 했고 날카롭게 다기오기도 했다.
신을 믿는다는 것과 별개로 사랑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내 삶에서 어떤 모습으로 드러나야 할지를 삶에 잘 녹이고 버무려 내 삶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본질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삶으로 가꾸고 서로 격려할 수 있는 동행하는 삶이 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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