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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선셋 에디션) - 개정판
곽정은 지음 / 포르체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나를 사랑할 때,
삶도 나를 사랑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이 주는 위로,
'마음챙김의 지혜'를 권합니다.
혜민스님의 추천사
<마녀사냥>, <연애의 참견>등에 출연하여 삶에 대한 담론을 펼친 곽정은 작가라고 한다. 내가 이런 프로그램을 안보는 편이라 그런지 처음 듣는 생소한 이름이다. 선셋 에디션 개정판으로 펴내면서 곽정은의 사인본이 들어간 책 속에는 혼자 살면서 흐르는 삶에 감사하는 자신의 사적인 고백들이 담겨있다.
사인이 특이하다. "나쁜여자가 되세요"(?)
착한 여자는 천국에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에든 갈 수 있어.
헬렌 걸리 브라운 <코스모폴리탄>전편집장
기성세대에 교육받아 온 나는 마치 착한 여자 콤플렉스라도 있는 것처럼 희생하고 배려하며 살아가는 법을 도덕적이라고 배웠다. 나를 먼저 챙기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았다. 인류애가 그다지 넘치는 사람들도 아닌데 모두가 남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오히려 괴롭히고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이기적인 사회가 되어간다.
나를 돌보고 챙기면서 함께 가는 의식이 부족하다보니 가부장적인 제도 안에서 병들어가는 사람들의 작은 외침들이 일어난다. 천국에 가는 것과 별개로 착한 여자와 나쁜 여자를 구분짓는 잣대부터 허물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의미있는 삶을 살고 싶지만 혼자 사는 사람들은 뭔자 하자있는 사람취급 당하며 터부시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과 마음까지 고생을 한다. 곽정은은 마치 좋은 친구처럼 자기의 경험을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이처럼 우리도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터놓을 공간이 필요하다. 이해받고 위로받는다는 것은 나의 결핍과 슬픔을 털어놓은 것에 대하여 스스로 나를 구할 수 있는 방법이다.
40년을 살고서야, 나는 비로소 나의 제일 좋은 친구가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언젠가 나의 생이 영원한 어둠 직전에 뜨겁게 붉어진 노을처럼 느껴질 때, 나는 지금의 이 마음을 기억할 수 있을까. 나는 지금보다 더 좋은 사람이 되어 있을까.
p.22
40세가 넘어가면 여자들이 겪는 마음의 소용돌이가 격정적인 모양이다. 작가처럼 나도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는지 자문해본다. 작가는 자신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는 생각을 할만큼 자신을 충분히 사랑하고 있는 느낌이다. 치열하게 살아온 만큼 자신을 인정해 준다는 것은 남이 해주는 것보다 내가 우선시하면 자존감이 높아질 것 같다.
올 초에 만나는 책들이 잔잔한 에세이들이 많고 어떤 결단을 하게 만드는 책들이 내게 온다. 소설과는 다른 에세이를 통해 마음의 결을 다듬고 새해를 출발하라는 의미있는 일로 삼기로 했다. 나도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기로 결심해 본다.
나이 들어 나쁜 것은 하나뿐이지만, 나이 들어 좋은 것은 도리어 많아진다. 인생의 깊이가 깊어지는 데에는 어쩔 수 없이 시간이 걸리고, 그 시간이 제 발로 찾아오면 인간은 어쩔 수 없이 나이 들어있을 뿐.
하지만 얼마나 좋은가, 젊음은 내 곁을 떠 나고 있지만 깊은 성숙이 나에게 도래했음이.
p.53
진짜 내가 원하고 바라는 게 무엇인지 느끼지 못한 채로, 세상의 기대와 요구에 맞춰서 살아온 시간이 지나가고 나면 마치 먹구름이 모두 지나간 푸른 하늘을 보는 것과 비숫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맑은 날에 더 멀리 내다 볼 수 있듯이 내가 가고 싶은 길이 더 또렷하게 보이는 그 날들을 위해 앞을 거리는뿌연 안개나 미세먼지 같은 불청객들을 거둬내야겠다.
감정에 수명이 있다는 글에서 위로를 받았다. 하나의 감정이 신경계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 즉 감정의 원래 수명은 1분 30초 가량이라는 연구결과를 말해준다. 기쁜 일도 그렇지만 슬프거나 아픈 부정적인 감정을 몇시간 혹은 며칠을 끙끙거리다가 미움과 분노로 번져나가는 것들은 처음 발생한 감정에 내 생각을 덧붙인 결과였던 것이다. 그저 감정이란 1분 30초. 그러니까 90초 정도면 해결되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에 꼬리에 꼬리를 물고 악감정의 먹이를 제공하는 것은 생각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생각을 덜어내기 연습하며 감정에서 자유로워짐을 체험으로 터득했다. 나쁜 감정을 오래 갖고 가면 내 몸에 병이 생기고 상하는 경험을 했기에 나는 생각의 노예가 아닌 생각의 주인으로 살고 싶다는 작가의 말에 깊이 공감한다.
마지막으로 마틴 셀리그만이 제시한 삶의 세가지 길을 생각해본다. 사람이 추구하는 삶의 방식은 모두 다르겠지만 때론 즐거운 삶, 때론 몰입하는 삶, 그리고 의미있는 삶을 위해 가치를 어디에 두고 살아야할지 고민이된다. 즐거움과 몰입이 주는 성공과 재미도 있고 누릴 것은 누리며 살고싶다. 내가 선택한 일에 몰입해서 즐기며 최선을 다하면서 더 나아가 의미있는 삶이 되기위해 놓치는 것은 무엇일지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