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생긴 서울을 걷는다 - 제10회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
허남설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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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에 출간된 서울의 ‘재개발’관련된 일종의 르포입니다.

저자는 건축학을 전공하고 건축일을 하다 경향신문 기자가 된 이력의 소유자입니다.

책은 아파트가 아닌 공간에서의 삶의 쾌적을 추적합니다. 즉, 중계동 백사마을, 동대문 상권에 위치한 창신동, 남산 밑의 다산동, 세운상가 일대와 을지로의 공구거리의 삶을 추적하죠.

흔히 아파트단지가 뒤덮은 서울은 공동체(community)가 사라진 거주공간이고 사실상 마을이 사라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1970년대까지 있었던 같은 동네주민, 이웃이라는 말은 이제 점점 더 쓰기 어려운게 사실입니다.

저역시도 인생의 절반이상을 아파트단지에 살아 그 외의 공간에서의 삶이 어떠한지 어릴때의 기억 뿐 지금은 어떨지 상상이 되질 않습니다.

이 책은 한국 특유의 재개발사업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지역 주민들의 삶을 ‘무시’한체 진행되었는지, 그리고 얼마나 ‘속도’에 집착해서 ‘실현 불가능한’계획을 남발하고 있는지 드러냅니다.

오래전부터 거리에 사진을 찍으러 나갈때마다 느꼈던 것은 서울의 ‘경관’이 너무 빨리 바뀐다는 것이고 또 과거의 흔적을 말끔하게 지워버리고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다는 겁니다.

그래서 다른나라도 한국처럼 하나 들여다 보면 이런 과거의 흔적을 모두 없애버리는 전면 재개발은 한국에서만 행해지는 행위였습니다.

서울에서는 매우 드물게 오래된 건물의 외양을 남긴체 내부를 현대화하는 일이 벌어지고( 그것도 문화재급 군대건물이나 기념물만), 대부분의 오래된 건물글, 특히 일제시대에 지어졌던 적산가옥이나 일제가 만든 공장건물들은 속절없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새건물이 들어섭니다. 이 행위자체가 그 공간에 대한 ‘역사’말살로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극단적인 경우이기는 하나 종로에 위치한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되면서 유네스코가 서울시의 세운상가지역 재개발에 제동을 건 사례가 책에서 나옵니다. 이 사례가 극단적이라고 한 이유는 굳이 조선초기의 건축물이라서 보존가치가 있고, 경관훼손이 일어나지 않아야 된다는 점 때문입니다.

이런 조선시대 유산뿐만 아니라 일제말기에 지어진 근대건축물과 종묘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은 조선시대 한성에서 출발했지만 현재의 서울은 일제시대 경성에서 직접적인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팩트는 팩트니까 인정하고 가야하고, 일제말기면 1930-40년대인데, 지금사점에서 이때 지어진 거의 100년이 다된 건물들 중 일부는 반드시 보존해야 한다고 봅니다. 건축물은 구체적인 삶의 증거고, 더구나 일제의 식민통치를 눈으로 볼수있는 증거입니다. 보존해야 일본인들에게 그들의 조상이 이땅에서 한 일을 말할 수 있습니다. 친일파 저택과 일반 국민들의 가정집이 같이 남아 있어야 일제의 부당한 대우도 알수 있는데 말이죠.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과거의 흔적을 너무 쉽게 없애버렸어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서울시장을 비롯한 선출직 지자체장이니 건축관련 공무원들은 자신들이 파괴하고 철거하는 건물들의 가치를 알고싶지도 않아하고 별 생각도 없는것 같습니다.

뭐 일제시대 건축물에 대해서는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인문학적 관심이 없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세운상가와 을지로 공구상가 재개발편에서 보여준 공무원들 , 특히 건축관련 공무원들의 경제적 ‘무감각’은 거의 재앙수준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무원 시험보면서 가치사슬이 뭔지 산업생태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배우지 않은 것 같습니다. 청계천변 을지로 공구상가와 세운상가 재개발을 계획하면서 그 지역의 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떻게 협업을 하는지 전혀 고려하지 않고 그냥 건물주의 아이극대화에만 ‘편협’하게 몰두합니다. 그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과 사업은 고스란히 무시한 체 낡은 건물을 헐고 새건물 올릴 생각만 하고 입만 열면 ‘첨단 산업‘이야기만 합니다.

이건 그냥 무지의 소치입니다. 보수적인 경제적 관점에서 보아도 그렇습니다. IT나 플랫폼 사업 그리고 그에 수반된 서비스산업은 몸으로 일하는 제조업과 유통업이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경제의 기반이 제조업이고 그걸 떠받치는 게 부품 공구 산업인데 한국전쟁이후 청계천변 을지로에서 자그마치 70년 이상 대를 이어 일을 하던 기술자들의 공동체를 부수고 그 네트워크를 없앤 뒤에 새건물을 지어 나올 수 있는 부가가치가 얼마나 되길래 이런 무도한 짓을 하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건축관련 공무원들이 땅팔아 먹는 것만 알지 나머지는 아는게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평가합니다.

끝으로 도시미관이라는 요상한 말에 대해 언급하려고 합니다.

도시미관이라는 말은 일제시대 조선총독부가 요새식으로 말하면 판자집인 토막(土幕)문세를 거론할 때부터 나온 걸로 압니다. 지금부터 거의 100여년 전이죠. 일자리가 많은 경성에 일하러 온 총부들이 비싼 경성의 집을 사지못해 무허가 판자집을 짓고 살았는데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경성 밖으로 이들을 이주시킵니다.

약 50여년 뒤 박정희 정부시절, 거의 판박이 같은 일이 또 일어납니다. 주로 청계천 변에 살던 빈민들을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현재 성남인 경기도 광주로 이들 빈민를 강제아주시킵니다. 아무런 인프라도 없는 허허벌판에 국민들을 버린 겁니다. 그래서 1979년 이 빈민들이 박정희 정부에 반기를 드는 ‘광주대단지 사태’가 일어납니다.

그 이후로도 도시미관을 이유로 국민을 내다버리는 폭력적 향태는 계속됩니다.

지속적으로 이런 일이 자그마치 100여년 이란 시간을 두고 일어나는 걸 보고, 도대체 한국정부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조직인가, 서울시장과 건설관련 공무원들은 뭐하는 사람들인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다른데는 모르겠고, 최소 제가 가보았던 유럽의 대도시들은 건물을 함부로 부수거나 철거하지는 않은 걸로 보입니다.

그래서 낡은 건물이 즐비한 프랑스 파리같은 도시는 보기와 다르게 살기 불편하다는 의견도 있는 걸로 압니다.

하지만 건물을 지었으면 튼튼하게 잘 지어서 오랫동안 고쳐쓰는 게 정상이지, 건물의 노후연한을 법적으로 20년으로 지정하고, 20년 지난 건물은 철거해도 된다는 주장을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건 우선 건설회사와 토지주들이 너무 돈만 밝히는게 노골적으로 보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이러면 한국에 왜 20세기 이후 제대로 된 역사적 건축물이 없나 불만도 제기할 이유도 없습니다. 20년 넘으면 건물철거하는게 법적으로 보장 되는 나라에서 어떻게 몇백년이 지난 고건축물이 남아 있을 수 있겠어요? 20세기 이후 한국의 건축역사와 도시의 역사는 ‘소거’되는 겁니다. 나중에 20세기 서울 시민들이 아파트와 주상복합말고 어디에 살았는지 아무런 실체도 알 수 없게 되는거죠.

책은 본문 226쪽의 소책자로 서울의 공간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라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저자가 각주에서 소개한 재개발 관련 법령해설이 유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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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결된 위기 -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한반도 핵위기까지, 얄타체제의 해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백승욱 지음 / 생각의힘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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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대 백승욱 교수가 저술한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국제정세 분석에 대한 책입니다.

중국전문가로서 우크라이나 전쟁이 중국- 대만 분쟁에 미칠 영향에 대한 분석이 인상적입니다.

그리고 중국의 대만침공이 현실화하면 북한의 핵도발이 한국의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당장 일어나는 일이 아니더라도 개연성이 충분한 사안이기 때문에 주목해야 할 사안임은 분명합니다.

책이 2023년 9월 출판되었는데, 10월에 일어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때문에 전체적인 분석의 맥락(context)를 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우선 들었습니다.

이 책의 개정판이 나온다면 현재 2개의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을 마주한체 대선을 앞둔 미국의 정치적 상황이 긴급하게 고려되어야 할 듯 싶습니다.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부터 두개의 전쟁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미국의 전략적 선택 덕분에 당장 대만 위기가 표면에 나타나지 않았는데 극우 보수인 네탄야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에 가자(Gaza)지구를 근거로 한 하마스가 도발한 전쟁이 일어나 미국은 두개의 전쟁에 개입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처했습니다.

역사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역이나 이스라엘 지역이나 모두 19세기 유럽의 제국주의 열강들이 부동항(不凍港)에 접근해 세력권을 넓히기 위해 진출하거나 석유에 대한 이권다툼을 해서 분쟁과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입니다.

우크라이나 인근의 발칸 지역에서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 황태자가 암살되면서 발생한 전쟁이 1차세계대전이고, 나찌 독일이 우크라이나 지방을 포함한 러시아 서부로 진격하면서 사상최대의 전사자를 낸 제2차세계대전 동부전선의 독소전쟁이 일어난 지역도 같은 지역입니다.

이스라엘과 시나이 반도 지역은 이스라엘 건국 이전 영국이 오스만투르크제국을 와해시킬 목적으로 아랍인들을 지원해 아랍혁명을 일으켰고, 오스만 제국 붕괴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시리아, 요르단, 이라크 등이 생겼고, 영국과 프랑스 미국이 이 지역의 석유패권을 지키기 위해 전쟁을 불사했던 곳입니다. 이스라엘의 건국에 영국과 미국의 영향력이 작용된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지요.

저자는 중국이 시진핑 집권이후 중앙집권적이고 권위주의적 통치로 이전의 집단지도체제에서 바뀌었고, 중화민족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 과거 제국주의 시절의 유산인 홍콩( 영국)과 대만(일본)을 중국으로 편입시켜 하나의 중국정책을 지속하지 않을 수 없고, 이런 정책방향이 홍콩과 관련해서 서구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그리고 대만과 관련해서 대만의 지정학적 위치때문에 미국과 마찰을 빚을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는 이 주장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대만의 경우를 부연하면, 대만해협은 예로부터 말레이반도의 말라카 해협부터 남중국을 있는 항로가 있는 지역이고, 아마도 동아시아에서 말라카 해협 다음으로 중요한 항로로 알고 있습니다. 이곳이 막히면 인도양에서 태평양 연안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거기다가 대만은 전세계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의 강자인 TSMC가 있는 곳입니다. 쉽게 말해서 대만이 중국으로 넘어가면 첨단무기체계에 들어가는 반도체 수급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미국이 대만문제에 민감할 수 밖에 없습니다. 미국이 대만문제가 발생할 때 주일미군과 주한미군을 동원할 수 있다는 건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대만문제는 중국의 성립(1949)부터 문제가 되었던 사안으로 중국이 소련으로부터 한국전쟁 참천요청을 받지 않았다면그 당시 아마도 대만을 침공해 중국대륙을 공산당 단일지배체제로 통일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대만문제는 중국이 성립이후부터 중국지도부에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던 사안입니다. 역사적인 함의가 명백한 사안이니 이 문제는 중국에게 매우 민감할 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저자는 현 정세가 2차세계대전 이후 국가간 체계를 규정한 ‘얄타체제’가 흔들라고 있다고 보았습니다.

초강대국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미 영 소, 프 그리고 중국)이 상호견제 하에 서로의 영토를 침략하지 않는 국가간 체제가 얄타체제였는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엔안보리 이사국인 러시아가 영토확장을 목적으로 타국을 침범한 사례로서 19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의 식민지 침탈과 다름 없는 것으로 ‘신냉전’으로 불릴 사항이 아니라 국가관계를 100여년 전인 제1차세계대전 당시로 되돌리는 퇴행적 상태로 되돌아간 것이지요.

이 말은 앞으롯 한국을 비롯해서 동아시아의 국제관계가 어떻게 요동칠지 알 수 없다는 말이고 대통령이 함부로 북한을 ‘끝까지 타격하겠다는 ’호전적인 발언을 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라는 겁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후 전후처리과정을 보면 미국이나 중국 그리고 소련 모두 자신의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해 이념이 다른 상대와도 대화를 했습니다.

뉴라이트쪽에 계신 분들이 납득하실지 모르겠으나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식민주의를 종식시키기 위해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을 종전후 전후질서를 만드는데 동반자로 삼았고, 스탈린은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뚱이 아닌 국민당의 장제스와 우호조약을 맺고 중국이 일제를 상대하기를 바랬습니다. 독소전쟁 피해에 대한 전쟁배상금 문제와 폴란드 임시정부문제 등 유럽문제에 더 중점을 둔 소련은 동아시아에서 미국이 중국대륙에 진출하지 않고 중국이 소련의 적국인 일본을 상대하는게 두개의 전선에 참여하지 않는 최선의 방안이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동아시아에서 전후 일본을 파트너로 삼기 전 중국을 파트너로 삼아 일제의 중국 침략을 막았고, 이를 위해 국민당 장제스와만 손을 잡았을 것 같지만 중국 공산당의 마오쩌뚱과도 손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중국 대륙이 공산당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죠지 마샬 장군을 중국에 특사로 보내 국민당과 공산당의 연합정부를 만드는데 힘썼습니다.

필요하면 누구와도 손을 잡는다는 걸 이런 역사적 사실을 보며 알 수 있습니다.

현재 윤석열 정부 그 누구도 국가관계의 역사를 들여다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혈맹이라고 목을 매고 있는 미국이 90 여년전 중국과 관계를 맺으려 애쓰고, 소련의 스탈린과 잘 지냈더는 사실을 알면 매우 놀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제2차세계대전 종전 후 그 누구도 미국과 소련이 적대적이 될 줄 알지 못했고 그럴 의도도 없었다는 겁니다.

2차 세계대전의 연합국쪽 국가는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소련이었습니다. 소련이 이 전쟁의 전승국이었고, 미국의 동맹이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어요. 냉전적 상황을 불변인 것처럼 생각하고 그에 기반해서 경직하게 사소하는 버릇은 그래서 매우 위험합니다. 한치 앞도 모르는 게 세상사라는 단순한 사실을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말이죠.

반대로 패자는 나찌 독일, 이탈리아 그리고 일본이었습니다. 미국 측 표현대로 악의 축(Axis of Evil)이죠. 이 용어는2000년대 9.11이후 ‘테러와의 전쟁’ 당시 부시 미국대통령이 처음 쓴 말이 아닙니다. 원래는 2차세계대전 패전국들을 지칭하는 말이었습니다.

따라서 아직도 우파와 다른 목소리를 ‘빨갱이’운운하는 건 무식의 소치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패전한 일본이 본인들이 항복하지 않아 미국이 떨어뜨린 원폭에 피해자 운운하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원인제공을 일본이 스스로 했는데 말입니다.

미국은 이전 도쿄를 비롯한 일본의 대도시에 소이탄(Incendiary munitions)을 퍼부어 도시를 초토화시켰는데도 항복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미군들은 그 당시 일본을 이해할 수 없다고 증언합니다.

난징에서 중국인들 목베기 시합을 하는 등 중국인들을 참혹하게 학살하고도 자금 자신들이 원폭피해자라고 피해자 운운하는 일본을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미국의 필요에 따라 미국의 안보우산 아래 들어간 일본이 제2차세계대전 전범국이라는 역사적 사실은 잊으면 안될 겁니다. 냉전상황에 가장 큰 이득을 본 전범국 중 하나라는 사실을 말이죠.

끝으로 2차세계대전 패전국인 독일은 동과서로 분단되고 수도 베를린은 영국 미국 프랑스와 소련이 분할점령했습니다. 얄타회담의 합의로 말입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패전국인데도 미국이 단독으로 일본을 점령(occupied)했습니다. 소련이 홋카이도에 진주하려고 했지만 진주하지 못했습니다. 얄타회담에서 미국은 소련의 대일전 참전을 약속받았는데도 종전 후 소련의 일본 진주는 일어나지 못했고 따라서 독일처럼 일본은 분할점령되지 못했습니다. 전쟁 중 동맹을 맺었던 두 패전국이 종전이후 다른 방식으로 처리된 것입니다. 독일이 분할점령되었으면 일본도 독일처럼 분할점령되어야 하는데…… 저로서는 이 상황이 미스터리이고 또 불편합니다. 대신 한반도가 두동강 나고 소련은 북한지역에 진주했습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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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미국에서 출판된 약 200쪽 분량의 소책자입니다만 재미있는 대중과학서 (popular science) 이자 에세이입니다.

이미 한국에서 번역출판되어 여러 매체에서 소개되고 있습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곰출판,2021)

이 책은 무질서와 혼돈(Chaos)으로 가득찬 세상에서 질서(Order)를 세워보려고 한 미국의 한 생물분류학자(Taxonomist)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어려서부터 집 주위의 모든 식물들의 이름을 익히고 라틴어 학명을 외우던 소년은 대학에서 과학을 배우고 나서 물고기에 이름을 붙이고 세상에 알리는 어류분류학 (Ichthyology)의 대가가 됩니다.

인디애나 대학의 교수로 부임해 승승장구하던 이책의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 (David Starr Jordan)은 이후 인디애나 대학 총장을 거쳐 1891년 개교한 스탠포드 대학의 초대총장( Founding President)으로 부임하여 자신의 어류 컬랙션을 단지에 담아 보관하며 당시 미국의 어류학계에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이 책은 생물학, 특히 계통을 분류하고 순위를 매기는 분류학(Taxonomy)와 19세기 중반 이후 영국의 찰스 다윈( Charles Darwin)으로부터 시작된 진화생물학(Evolutionary Biology) 이 결코 사회와 별개가 아닌 오히려 사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입니다.

19세기 중반에서 후반까지 유럽출신 백인 생물학자들은 유럽문명의 우위를 믿었고, 유럽이외의 문명은 미개하다고 보았고, 또한 백인의 하얀피부가 유색인종 , 특히 흑인의 검은피부보다 생물학적으로 우위에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은이 데이비드 조단의 멘토인 스위스 출신 생물학자 루이 아가시(Louis Agassiz)는 빙하시대설(The Ice Age Theory)를 세운 당시의 유명한 학자인데 자연세계에도 우열의 질서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이었고, 인간이 영장류(Primate)에서 진화해왔다는 다윈의 진화론을 격렬하게 비판하는 인사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신의 섭리로 자연의 질서가 만들어졌다고 믿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흑인들을 인간이하(subhuman)으로 당연하게 여긴 사람이기도 합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지독한 인종주의자(racist)입니다.


이런 스승의 영향때문인지 스탠포드 대학 총장이 된 이후 그는 우생학(Eugenics)의 신봉자가 됩니다. 정치적으로 악용된 대표적인 사이비학문인 우생학은 생물학적으로 우수한 인재는 보전하고 그렇지 못한 열등한 사람은 도태시키는 무시무시한 정치틴입도구였습니다.

쉽게 말해 극우 성향의 백인우월주의자 (White Supremist)들이 유색인종에 비해 생물학적으로 우수하다는 주장을 과학이라는 미명하에 할 수 있는 논리를 제공한 것이 우생학입니다. 따라서 우수한 인간은 유전적으로 이어내려고 형질과 지능을 가지고 있고 (Hereditary)환경의
영향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놀라운 건 미국에서 우생학이 유행하던 시기인 1920년대부터 1960년대 말까지 빈곤계층 출신이고 지능이 낮은 것으로 판명된 수만명의 사람들이 강제불임수술을 받았다는 것입니다. 사회가 국민을 향해 행한 악에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은 큰 일조를 했습니다.

우생학이 사회에 끼친 악영향에 대해 작고한 유명한 고생물학자(Paleontologist)이신 스테판 제이 굴드 (Stephen Jay Gould)는 아래의 책에서 소개를 했습니다. 생물학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남용될 수 있는지 보여준 책입니다.

The Mismeasure of Man, Stephen Jay Gould (W W Norton,1996)

위의 스테판 제이굴드의 책과 별도로 지금 소개하는 이 책의 마지막 13장은 이책의 제목과 관련된 일화를 소개하면서 분류학자이신 캐롤 계숙 윤 (Carol Kaesuk Yoon)의 책을 소개합니다.

Naming Nature, Carol Kaesuk Yoon (W W Norton,2009)

이책도 한국어 번역본이 이미 나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연에 이름붙이기, 캐롤 계숙 윤 지음, 정지인 옮김(윌북,2023)

Cladist 라고 불리는 새로운 분류학자들은 ‘모든 후손들은 선조를 따른다’는 원칙으로 생물 분류를 시작하는데, 애를
들면 모든 척추동물(vertebrate)은 척추(backbone)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벌레(worm)은 탈락하는 것이죠 (p171).

이런 분류기준에 따르면 새는 공룡과 같은 분류에 속하고 어류(Fish)는 사실 포유류(Mammel)과 같은 분류에 속해 분류학상 어류라는 카테고리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미 생물분류학계와 어류학계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이 사실(Fact)는 겉모습으로만 생물을 분류할 수 없으며 다분히 인간의 본능에 반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책을 영어판으로 보았는데 200여쪽 밖에 안되는 작은 책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을 듯 합니다. 무엇보다 재미있습니다.

끝으로 이 책에는 스탠포드 대학을 만든 창립자의 부인인 재인 스탠포드(Jane Stanford)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주인공 데이비드 스타 조단의 개입으로 자연사로 일단락된 이 사건을 이후 의학박사출신인 스탠포드의 학자가 죽기전까지 이 사건을 파혜친 일화가 나옵니다. 그는 재인이 독살되었다고 의심하고 있고 이 학자와 저자는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주인공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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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란공 2023-10-31 1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e Mismeasure of Man <인간에 대한 오해> 번역서를 보니까 제 책에는 7장만 니와있는데요, 13장이라고 하시니.....그럼 국내에 소개된 번역서는 완역본이 아닌가 궁금해집니다. 번역본에는 용어찾아보기나 색인도 없으니 궁금한 부분을 찾아보기도 힘들게 되었네요.

Dennis Kim 2023-10-31 20:41   좋아요 1 | URL
제가 글을 오해할 만하게 썼네요. 스테판 제이굴드의 책이 아니고 지금 소개하는 책이 13장까지 본문이 있습니다.

초란공 2023-10-31 21:14   좋아요 1 | URL
아- 네! 다양한 책소개 감사합니다~ 룰루 밀러의 책으로 스탠포드에서 조던의 동상이 철거되었다(고 기억합니다만)는 부분이 통쾌했던 기억이 납니다.^^
 
The Last Days of the Dinosaurs: An Asteroid, Extinction, and the Beginning of Our World (Hardcover)
Riley Black / St. Martin's Press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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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완독한 이 책은 공룡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멸종하게 된) 시점을 기준으로 해서 지구의 생태와 공룡과 함께 살던 양서류 동물들 그리고 초기 초유류들의 상황을 재현하여 설명한 책입니다.

이 이야기는 일부 현재까지 고생물학( Paleontology)과 지질학(Geology) 적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하고, 또 다른 부분은 작가의 상상(speculation)으로 메꿔졌습니다.

흔히 대중적으로 생각하는 화석채집가 (Fossil Hunter)들인 고생물학자들은 인간이 세상에 나타나기 훨씬 이전의 고생물을 탐구하기 때문에, 그리고 당시 고생물들의 변이와 진화를 살피기 때문에 과학적인 사실에 기반한 서술도 가능하겠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한 정보 탓에 유사한 후대의 생물군에서 유추를 통한 상상이 일부 불가피하리라고 봅니다.

비전문가인 제가 이책에서 다룬 공룡들과 원시 양서류와 포유류에 대한 언급을 하는 건 주제가 넘는 것이고 그럴 능력도 없습니다.

다만 눈길을 끄는 건 이 책의 서술방식입니다.

이책은 전체 10장으로 이루어진 200쪽 분량의 작은 책입니다. 그리고 부록으로 저자가 이 책을 쓰게된 동기와 각 장에 대한 서술근거와 각장에서 매인으로 소개된 여러 공룡들과 고생물을 택한 이유가 설명되어 있습니다. 이 부록은 저자의 작가후기라고도 할 수 있고 각주가 생략된 이책에 대한 과학적 근거와 함께 저자가 상상으로 서술한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해 밝히는 ‘작가후기’ 성격입니다.

진화생물학에는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으나 공룡의 세계는 사실 영화로나 보았지 별 흥미가 없었는데 공룡의 멸종에 대한 이 책을 보니 지구의 역사에서 공룡이라는 거대한 파충류가 사라지고 양서류와 포유류가 세상을 지배하게 되는 과정은 그 스케일과 시간이 엄청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생물학에 대한 이야기이나 생물의 탄생과 죽음에 대한 자연사(natural history)이기 때문에 시간의 순서에 따른 역사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유력한 공룡 멸종 가설 중 하나인 소행성(Asteroid)의 지구충돌을 근거로 공룡의 멸종과 그 이후의 영향을 서술합니다.

따라서 각장은 소행성 충돌 이전과 충돌하는 당일 그리고 그 후 1시간 후, 하루 이후, 한달 이후, 1년 이후, 100년 이후, 1000년 이후 , 10만년 이후 그리고 100만년 이후로 설명됩니다.

마치 한편의 재난영화를 플래시백(flashback)기법으로 설명한 느낌입니다.

어렵고 전문적인 고생물과 화석에 얽힌 이야기를 쉽게 풀어 놓은 것에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솔직히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책의 구성과 서술방식에 더 끌렸다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합니다.

책 내용은 상당히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물론 해부학이나 동물학, 지질학, 생태학 등에 대한 전문용어가 나오지만 문장이 명확해서 가독성이 좋습니다.

저자가 미국지역에 떨어진 소행성 충돌지역을 중심으로 세계 각국의 영향을 조금씩 추가했으나 기본적으로 미국 지역 중심의 공룡 멸절에 대한 이야기로 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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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2월에 나온 서울의 근현대 도시역사에 대한 책입니다.

그동안 여러권의 근현대 도시사책을 읽었는데 이 책은 동남아시아의 여러 도시들의 역사를 고찰한 아래의 책의 후속편입니다.

도시사학회& 연구모임 도시담화 지음, 동아시아 도시 이야기(서해문집, 2022)

아직 이 시리즈의 시작을 알린 ‘도시는 기억이다 ( 서해문집,2017)‘은 읽지 않아서 나중에 읽은 후 소개할 예정입니다.

책 내용으로 돌아가서, 여기 있는 내용 중 제게 인상깊은 서울의 ‘장소’ 몇 곳만 언급할까 합니다.

제1부 장소의 기억에 나온 더섯번 째 글 을지로, 호텔 스카이라운지의 풍경’, 그리고 제2부 현장의 삶의 두번째 글,‘ 혜화동, 일제강점기 신흥계층의 거주지’ 와 제3부 공간의 명암의 다섯번 째 글, ‘도축장, 유혈의 증거를 남기지 마라’ 입니다.

을지로는 일제시대 황금정으로 불리던 지역으로 이글은 현재 롯데호텔 자리에 있던 반도호텔과 조선호텔에 대한 글입니다.

두번째 혜화동은 조선시대 성균관과 반촌(泮村)이 있던 곳으로 제 개인사와도 연관된 지역입니다. 1980년대 명륜동에서 버스를 탈때마다 보던 기와집들이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곳은 지금 모두 없어졌지요. 이글은 1925년 이곳에 경성제대가 설립되며 나타난 변화에 대한 것입니다. 주위의 여러학교들이 학교총을 이루고 경성재대에서 공부하는 학생과 지식인들이 모여 새로운 문화를 상징하는 곳이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조선시대 성균관에 전속된 노비들이 살며 쇠고기 도축을 하던 지역이 1920년대 들어 학교촌으로 변한 겁니다.

세번째는 도축장에 대한 이야기로 일제시대부터 이어진 도축장에 대한 이야기로 마장동에 도축장이 생기기 전의 역사입니다.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고기를 즐기면서도 도축장은 혐오시설로 생각해 처음 도축장이 생길 때부터 경선의 외곽에 지어졌고, 현재는 서울시내에는 도축장이 없고 도축시설이 서울을 떠나 충북 음성으로 이전되었습니다.

이책에 나온 다른 지역, 즉 정동이나 명동에 대해서는 별도의 책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순우 지음, 정동과 각국공사관 ( 하늘재,2012)

야마모토 조호 외 지음, 명동 길거리 문화사(한국학중앙연구원 출판부, 2019)

그리고 1970년대 개발이후 한국의 중심이 된 ‘강남’에 대한 연구서도 있습니다. 사실 서울의 장소와 공간에 대한 제 첫 관심도 어떻게 강남이 신기후처럼 갑자기 서울에 나타나게 되었는지에서 출발되었습니다.

한종수 강희용 지음, 강남의 탄생 (미지북스,2016)

박배균, 황진태 편집, 서울대SSK동아시아 도시연구단 기획, 강남 만들기, 강남 따라하기 ( 동녘 , 2017)

첫번째 책은 1970년대 한강 이남의 농촌이 어떻게 영동으로 개발되고 현재의 강남이 되었는지 도시발달의 역사를 추적합니다.

두번째 책은 ‘심상지리(imagined geography)에 관한 것으로 일종의 논문집입니다. 강남사람들이 강남의 경계를
어디까지 보는지, 그들이 서울의 다른지역 사람들에 비해 느끼는 우월감이 무엇인지 매우 흥미로운 글들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건축적 관점이나 도시개발 혹은 도시계획 관점에서 물리신 분들이 한번 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그 외에도 서울의 근현대 도시답사에 대해서는 일본근세사와 전쟁사 전문이신 문헌학자 김시덕 교수님의 책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특히 이분의 강점이 잘 나타나는 부분은 일제시대 서울에 대한 부분입니다. 아래 소개하는 책도 시리즈의 시작을 알리는 책이지만 저에게 가장 인상 깊었던 책입니다.

김시덕 지음, 서울선언 (열린책들,2018)

1925년 일어난 을축년 대홍수에 대한 글과 최초의 강남이었던 흑석동에 관한 글 그리고 일제가 새운 공업단지 영등포에 대한 글이 인상적이었고, 우리가 스쳐지나가듯 본 풍경에 대한 역사적 이면(裏面)을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서울의 풍경과 장소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은 우선 서울에 관한 책을 한번 보시기 바랍니다.

역사에 관심이 없어도 당장 나의 부모님이 사셨던 장소를 나중에 찿을 수 없다면 그 상실감을 상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국이 너무나 급격하게 변하는 나라이긴 하지만 변화가 언제나 급작스럽게 그리고 폭력적인 파괴를 동반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변하는 것이 있다면 변하지 않는 것도 몇개쯤 있어야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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