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세대를 전후해서 1980-1990년대 20대 청년시절을 보낸 세대에게 ‘유시민’이라는 이름은 ‘작가’,’지식소매상’,’정치인’이라는 이미지 보다는 ‘항소이유서’를 쓴 1980년대 운동권의 한 인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그 항소이유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종편채널의 예능프로인 ‘알쓸신잡’에서 언급되어 다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글은 그가 정치인이 되기 전 약 30여년 전에 출간되었던 ‘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푸른나무,1992)’을 읽은 것이 첫번째입니다.
이 책은 원래 2011년 출간된 초판본의 개정판으로 특이하게도 작가는 초판을 이미 읽었을 경우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고 개정판 서문에서 언급했습니다. 이책이 홉스와 로크, 루소, 마르크스 등 서양의 대표적인 ‘국가이론 ‘에 대해 서술한 입문서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개정신판이 출간된 것도 2016년 겨울에 있었던 ‘촛불시위’와 그 이후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그에 따른 ‘대통령 탄핵’이후 작가가 문장을 손볼 필요가 있어서 개정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특징을 몇가지 요약합니다.
첫째, 내용이 충실한 ‘국가론’ 입문서라고 생각합니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 홉스의 국가론을 읽기 전에 이 책을 읽으면 좋을것으로 생각됩니다.
둘째, 2011년-2017년 기준 한국의 현실정치 상황과 이 서양의 학자들이 주장한 국가이론이 어떤 면에서 현실설명이 가능하고 어떤 면에서 한국에 적용될 수 없는지 적절하게 설명됩니다. 알수없는 용어와 정의를 그대로 직역해서 도무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책과는 차별되는 점입니다.
셋째, 이 책의 논조와 작가의 시각은 분명하게 ‘중도적 자유주의’의 시각으로 보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등 대한민국 초기의 통치자들과 1-5공화국꺼지의 정부가 극단적 국가주의 전체주의적 성격이 있다고 밝혔고 저는 이 평가에 동의합니다.
대통령을 ‘국부’로 떠받들거나, 국민을 통치의 ‘대상’으로 보고 국민이 국가의 일부로 국민 ‘개인’의 삶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의 목표에 매진하도록 한 박정희 군부정권 모두 전형적인 전체주의, 국가주의 정부였습니다.
한국 군부정권의 통치스타일은 서양과 비교하면 나찌독일의 히틀러, 구 소련의 스탈린과 통치스타일이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제국주의 자체가 비스마르크 시절의 프러시아로부터 법률체계와 군사제도 등에서 영향을 받았고 일제가 세운 만주국 출신 엘리트들과 군인들이 초기 대한민국 정치권을 장악한 역사적 사실이 있기 때문에 1945년 해방이후 1980년대에 이르는 긴 기간동안 한국의 정치와 국가를 보는 시각이 ‘국가주의적’이었다는 사실은 인정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초기의 지배 엘리트들이 아직도 민주주의/ 자유주의 대한민국을 만든 지도자들이라고 주장하시는 분들은 한국 현대사를 좀더 세밀하게 보셔야 하고 이 책도 읽으셔야 할 것 같습니다.
최소 역사적 사실마저 부정하지는 마시라는 겁니다.
그리고 이책의 내용은 유시민 작가의 주장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독일, 그리고 미국의 철학자들이 오래전에 주장했던 국가에 대한 이론에 비추어 두 보수정권의 성격이 전체주의, 국가주의적 성격이 크다는 겁니다.
냇째, 과거의 보수정부 뿐만 아니라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 정치세력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특히 이들 진보세력이 ‘신념’에 의거해 무책임한 정치를 해왔다는 지적은 뼈아픈 지점입니다.
평소 진보정치세력이 구호만 외치고 일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고 결과를 이룰때까지 끈길기지도 않고 약속을 지키지도 않고 변절하는 행태 모두가 바로 이들이 ‘책임정치 ‘를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은 한 때 진보진영에 몸담고 정당대표도 한 작가의 지적이기 때문에 이들이 겸허히 받아들여야 합니다.
저와 같은 제3자가 보기에 진보세력이 책임을 망각하는 건 바로 ‘무능’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을 밝힙니다.
다음으로 이 책과 관련하여 현 보수야당세력에 대해 한마디 말할 것이 있습니다.
한국의 보수세력은 역사적으로 국가주의를 추구해 왔던 ‘이념형 보수’내지 자유방임적 자본주의, 즉 신자유주의를 추구하는 ‘시장형 보수’ 두 부류 밖에 없는데 두 부류의 공통은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법치주의’와 무관하다는 점입니다.
고위관료와 사법부 출신들이 기득권층을 형성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기업가와 재벌을 끌어들여 극단적 저유방임적인 시장주의와 작은정부’만’을 추구합니다. 심지어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도 말입니다.
이들이 늘 주장하는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는 이들의 뿌리를 역사적으로 보나 이들의 행태를 보나 전혀 자유민주주의와 맞지 않습니다.
최소한의 일관성조차 상실한 사실이 한국의 ‘보수’세력에 대한 불신의 원인입니다.
항소이유서를 섰던 유명한 586 정치인 출신이지만 분명 유시민 작가는 한국진보세력의 아픈 면을 알고 있고 적절히 지적했으며 책 내용이 결코 과격하지 않다는 점을 미리 밝혀둡니다.
끝으로 한국의 복지제도에 대해 설명한 부분은 꼭 읽어보기기 바랍니다. 특히 복지에 보수 진보가 없다는 점과 한국의 복지제도가 보수정권인 박정희 정권과 김영삼 정권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밝힙니다. 약육강식의 경제적 경쟁체제를 보완하기 위해 필요한 제도가 복지제도이고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도 지적합니다.
국가의 도움으로 남들보다 우위에 선 보수 정치권과 기득권 세력이 자신들의 능력만으로 현재의 위치에 왔다고 주장하는 것도 터무니없고, 무턱대고 작은 정부만 주장하는 몰상식을 이번 기회에 버릴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