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은 감상부터 써야할 것 같습니다.
일본이라는 나라의 광기(狂氣)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연구서였습니다. 이 책에 나온 특히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라는 황도주의 언론인이자 정치가는 솔직히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보이지 않습니다. 노골적인 일본 황실우선주의자이자 전제정치주의자로 일본의 군국주의를 노골적으로 선동했던 호전적인 인물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현재 일본에서 매이지, 다이쇼, 쇼와시대를 대표하는 언론인으로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
일제의 식민사학을 비판하기 위해 출간된 이책은 시리즈의 첫번째로 이미 두번째 권은 소개한적이 있습니다.
조선총독부 박물관과 식민주의 ( 사회평론 아카데미,2022)
두번째 책이 임나일본부설의 증거를 찿기 위한 일제 관변사학자들의 유물발굴과 박물관에서의 유물전시, 의도적으로 궁궐의 전각을 박물관으로 사용하면서 궁궐을 훼손한 사례들을 설명했다면, 첫번째 권은 요시다 쇼인(吉田松陰)이라는 막말 사상가의 ‘주변국 선점론’이 어떻게 ‘동양사’라는 개념으로 발전되었고, 도쿠토미 소호의 ‘황도 파시즘’에 이르렀는지를 보여줍니다.
요시다 쇼인이라는 일본 막말의 인물을 처음 인지한 건 얼마전 유세도중 피격되어 사망한 전 일본총리 아베신조(安倍晋三)관련 외신을 통해서였습니다. 이 일본의 극우상향 정치가는 공공연히 요시다 쇼인을 존경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했고, 그 이후 여러 정보를 접하면서 그가 한국에 잘 알려진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의 스승이라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어베신조의 선조들의 고향은 야마구치현(山口県)으로 막말의 조슈번(長州藩)입니다. 이곳은 메이지 시대 국가주의적 일제의 통치체제를 완성한 호전적인 군국주의자들의 고향인 곳입니다.
아베 전총리가 일본 재무장에 열을 올린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입니다.
요시다 쇼인이 주장한 ‘주변국 선점론’이란 간단히 말해 서구 제국주의 열강보다 먼저 일본의 주변국 즉, 중국과 일본 그리고 여러 아시아 지역을 선점해 일본의 이익을 도모한다는 주장입니다. 그냥 봐도 침략주의 (侵略主義) 주장입니다.
그를 존경하던 메이지 시대 군국주의자들이나 서양의 문명을 받아들이자는 인물 상당수가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하는 건 그래서 매우 일관적입니다.
다음은 동양(東洋)이라는 지명의 유래입니다. 지금은 너무나 일반적으로 사용해 별다른 함의(含意)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매우 충격을 받은 말이 바로 이 ‘동양’이라는 용어입니다.
나카 미치요(那珂通世)라는 일본의 학자는 1890년 메이지일본이 ‘교육칙어 (教育勅語)’를 발표해 천황제에 기초한 교육방침을 공고히 한 후 천황을 신격화하고 군국주의를 강화하기 시작한 가운데 당시 본방사(本邦史), 지나사 (支那史), 외국사 (外國史)로 편제되어있던 역사교과를 지금처럼 일본사, 동양사, 서양사로 편제를 한 것으로 그의 제안이 문부성에 받아들여서 생긴 변화입니다.
나카 미치요가 정립한 ‘동양’이라는 용어는 쉽게 말해 일본의 천황이 통치하는 지리적 영역을 모두 포괄합니다. 그래서 그들은 중국의 중원인 화북지방 뿐만 아니라 만주 몽골 그리고 동남아시아까지 포괄하는 모든 지리적 공간에 대한 역사를 모두 동양사에 집어 넣었습니다. 1890년대 나카 미치요가 제안한 동양사의 지리적 범위는 놀랍게도 제국일본이 1945년까지 침략을 진행했던 모든 지역과 일치합니다.
제국 일본은 치밀한 계획하에 조직적으로 아시아를 침탈한 것입니다. 이론의 여지가 없습니다.
동양사와 관련해 또 하나 경악할만한 사안은 통념과 달리 조선의 역사가 동양사가 아닌 일본사애 편제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제국 일본은 교육칙어를 반포한 이후 조선을 이미 사실상 일본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었고 교과서에 그 내용을 실었습니다. 당시는 청일전쟁을 하고 있었고 러일전쟁을 하기 이전입니다.
하지만 메이지 시대 지식인들은 ‘일본서기(日本書紀)에 나오는 진구황후(神功皇后)의 신라 정벌을 사실로 받아들여 조선은 이미 고대에 일본에 복속된 땅으로 조선은 일본의
복속에 이탈해 잘못되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본이 조선을 침탈해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일본의 ‘침략성’을 이 주장보다 더 명확히 드러낸 경유는 아나 없는 것 같습니다.
즉 제국 일본은 메이지 시대부터 서양으로부터 최신 군사기술과 무기를 받아들이고 선진문물을 배운 이유가 다른 나라를 침략하기 위한 목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일본은 민주주의와 인권사상을 받아들였지만 천황제 파시즘 이러는 국가주의에 매몰되어 스스로 민주주의를 벌이고 군국주의로 나간 국가입니다.
일본은 제1차세계대전에 연합국의 일원으로 참가해 당시 제국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고 중국의 이익이 걸린 당시 독일의 조차지가 있던 산동반도의 칭타오를 공격하고 독일의 식민지였던 남양군도를 점령합니다.
중국 중원 진출을 추진하던 군부 세력은 랴오둥 반도로 출병해 끝내 만주사변 (満州事変,1931)을 일으키고 중일전쟁(中日戦争,1937)을 일으킵니다.
앞에서 언급한 언론인 도쿠토미 소호는 광신적으로 황도(皇道)파시즘 이데올로그로서 결국 일본제국의 신민(臣民)은 모두 몸과 목숨을 바쳐 천황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군국주의적이고 전제주의적 파시즘의 극단을 주장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적인 일본이 아시아를 넘어 서양까지도 진출할 수 있다고 독려한 그는 일본이 미국의 진주만(Pearl Harbor)를 공격하고, 말레이 반도의 싱가폴(Singapore)을 공격해 영국군과 전투를 벌이는 것이 하나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일본의 침략에 대한 광기가 메이지 시대부터 지속되어 결국 동아시아 전체를 전쟁으로 몰아넣었다는 사실과 이를 준동하고 사실상 독전(督戰)울 위한 글을 발표한 도쿠토미 소호(德富蘇峰)에 대해 한국인들이 잘 모른다는 건 사실 충격입니다. 그는 1910년 일본의 조선 강제병합이후 초대 총독 테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을 도와 조선의 언론계 전체를 감독하며 일제의 무단통치(武斷統治)를 확립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책이 과거의 일제시대를 설명하고 있지만 2023년 현재 일본이 메이지 시대보다 한치라도 변한게 있는지 의문입니다.
서두에서 말했듯 아베신조 전 총리를 비롯한 제2차세계대전 전범(war criminal; 戰犯)의 후손들이 대를 이어가며 정치를 하는 나라가 일본이고, 이 책에서 보았듯이 애초 민주주의라는 대의 정치제도가 발붙일 역사적 토양이 없는 나라입니다.
호전성은 바뀌지 않았고, 미국과 중국의 대립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틈을 타 다시 재무장을 하려고 합니다. 제2차세계대전 종전 당시 패전국이었고 미국도 일본과의 전투에서 인명 피해를 많이 입어 일본을 무장해제 시키고 동아시아를 봉쇄하기 위해 주일미군의 주둔시켰지만 상황이 바뀌어 미국은 일본을 재무장시켜 위협이 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항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일본은 과거에 아직도 얽매어 있는 오래된(archaic)전제 왕국일 뿐입니다.
끝으로 책의 저자이신 서울대 이태진 명예교수의 다른 저작을 소개합니다. 아마 대한제국기 고종의 통치에 대해 거의 최초로 긍정적 시각으로 집필된 연구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고종시대의 재조명( 태학사,2000)
일본 편향적인 학자들이 무능한 군주라고 설명해온 고종의 통치를 긍정적인 시각에서 재조명한 것으로 오래전에 출간되었지만 이책과 정반대의 시각을 볼 수 있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