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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문화 그 섬세함의 뒷면 ㅣ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34
박현수 지음 / 책세상 / 200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에 대해 관심을 가진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영화가 금지되었던 당시, 일본영화를 보는 것은 금지된 것을 훔쳐본다는 것 이상의 쾌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막장드라마'로 대표되는 한국드라마와 달리 일본의 드라마, 영화는 개인의 사적인 섬세함에 기대는 것이 많고, 한국에서 음식드라마가 혹은 먹방이 유행하기 훨씬 이전부터 미식의 나라답게 음식이나 주방을 배경으로 한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나온 곳이 일본입니다.
일본을 방문할 때마다 정갈하게 청소되어 있는 쓰레기 하나 없는 동네 골목길을 볼 때마다 '내가 일본에 왔구나!'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대체로 일본인들은 사회에 대한 발언보다는 본인의 삶에 더 충실하고 작은 것도 소중히 여기는 경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수많은 음식점이나 토산품 가게들이 대를 이어 몇백년씩이나 이어져 온 것도 그렇고, 수백년도 건물들과 골목들이 온전하게 보전되어 있는 것도 한국과 아주 큰 차이입니다.
역사적으로 막부간의 내전만이 일어났던 나라이고, 일본 영토에 그나마 전쟁이라고 일어난 것은 미국의 원폭투하 이외에는 전무했던 나라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일본은 자신의 이익이 걸린 모든 전쟁을 자신의 영토밖에서 치룬 나라이기 때문이지요.
청일전쟁도, 중일전쟁도, 태평양 전쟁도 모두 일본의 영토 바깥에서 일어났습니다.
아무튼 이 책은 이 모든 일본의 드라마나 영화의 '일본적 특징'은 '사소설(私小說)'이라는 일본 특유의 소설장르에서 기원한 것이며, 이 사소설이 기원한 시기가 일본의 국가주의가 팽창되고 있던 시기와 같다는 점에서 이런 일본문화의 섬세함이 국가주의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논리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서구 오리엔탈리즘(Orientalism)의 피해자로서 타자로 설정되었던 일본은 자신의 세력이 팽창하면서 다른 아시아국가를 다시 타자로 설정하면서 서구가 일본에 취했던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다른 아시아 국가를 타자화 시킵니다. 또한 일본 사회 내부적으로 국가주의를 발전시키기 있었기 때문에 사회과 괴리되고 개인에 침잠하는 사소설이란 형식이 적당한 문학의 발현방식으로 채택됩니다.
즉 이런 섬세한 사소설의 형식적 완결성은 현실을 외면한 체 국가주의와 천황제 이데올로기를 눈감아 버리는 데 일조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즉 문학형식을 통한 의도적'무시'가 일본이 국가주의적 체제를 유지하는데 암묵적으로 사용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일본의 속내를 알수 없는 두개의 모습이 이 책을 통해 일부나마 의문이 풀렸던 기억이 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