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Dennis Kim > 문학으로 본 ‘광주대단지‘ 사건

문학으로 폭력적 재개발을 고발한 대표적인 작품이 소설가 윤흥길의 ‘아홉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입니다.

청계천변에 살던 빈민들을 교통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변두리인 성남으로 쫓아버린 ‘광주대단지’사건이 이 소설의 모티브입니다.

폭력적 재개발은 이책이 출간된 이후 반세기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입니다.

현재 서울도심의 공구상가인 을지로 지역을 밀어버리려는 재개발 계획이 보류되어 새로운 방법을 찿으려 하지만 이미 2010년대까지 옛모습을 간직해오던 청진동 일대가 무자비하게 개발되어 옛모습을 찿을 수 없습니다.

한국당 대표경선에 나왔던 오세훈씨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당시 벌어진 일입니다. 10여년전 일대에서 사진을 찍으러 다니며 변화를 지켜 보았는데 골목의 작고 오래된 음식점들이 있던 기와집과 골목이 모두 없어지고 오피스빌딩으로 채워졌습니다. 왜 그렇게 새것에 집착하는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홍대 주변에서 시작된 젠트리피케리션 (Gentrification)으로 일대의 인디음악인들이 공연장을 잃고 주변이 일본풍의 가게로 채워진 사례는 고전에 속하는 지경입니다.

개인적으로 국회의원과 국토부 공무원 그리고 건설업자들에게만 맡겨서는 결국 서울을 비롯한 거의 모든 공간이 숨막히는 인공조형물로 가득차 역사고 문화고 하나도 남지 않고 삭막하게 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상 금권정치 (Plutocracy )에 모든 것이 휩쓸린다면 문화가 무슨 의미가 있으며 일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건 경제학자들의 통계놀음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윤흥길 소설가의 이 소설과 함께 보아야 할 책으로 조세희 소설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aka 난.쏘.공)’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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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김훈 작가의 문체를 좋아했지만 읽은 책은 소설집 ‘강산무진(2006)’ 밖에 없어 다른 책들이 궁금했던 차에 이 책을 읽었습니다.

짧지만 강하고 꾸미지 않는 단문으로 이루어진 훌륭한 소설이라는 평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개봉에 맞춰 새로운 장정으로 화려하게 꾸민 책이 나왔지만 저는 최초의 판본을 선택해 읽었습니다.

그래서 중고서점을 뒤져 한권 구할 수 있었는데 책 자체도 수수하고 글과 잘 어울린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영화로 만들어진 소설이고 영화를 본후 원작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생각해 보니, 김윤석, 이병헌 주연의 영화 ‘남한산성 (횡동혁 감독,2017)’ 은 원작을 상당히 잘 표현한 작품이더군요.

추운 겨울 눈 덮힌 남한산성으로 파천한 조선 조정의 막다른 길과 살기 위해 청에게 항복할 수 밖에 없었던 치욕의 역사를 소설은 담담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병자호란 당시 조선은 임금이던 광해군을 폐하고 인조를 왕으로 내세우는 ‘반정’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는데, 당시 골수 대명 사대주의자들은 광해군이 펼친 명나라 청나라 사이의 등거리 외교를 못마땅히 여겨 그를 내치고 인조를 왕으로 내세운 것입니다.

그렇게 억지로 정권을 잡았으면 정치를 제대로 했어야 함에도 성리학의 명분에 사로잡혀 대명 사대주의 외교를 고집해 당시 중국의 패권이 명나라에서 청나라로 넘어가는 것을 간과해 버리고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전쟁을 불러 일으키게 되고 조선 역사상 처음으로 인조는 청에게 항복의 예를 하는 굴욕을 맛보게 됩니다.

책에 나오는 예조판서 김상헌과 이조판서 최명길의 논쟁은 유장하기는 하나 허망합니다.

살아야 후사를 도모할 수 있다는 충신 최명길이 왜 조정에서 신료들로부터 죽음을 강요받아야만 하는지,, 영의정 김류와 김상헌이 주장하는 명과의 의리가 남한산성 안에서의 절박함 사이에서 무슨 의미가 있다고 논쟁을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광해군이 명 청 등거리 외교를 행한 것도 임진왜란 당시 전쟁으로 국가가 얼마나 피폐해지는 지 몸소 체험한 후 어렵게 정권을 잡은 후 이루어 낸 것인데 결국 광해군을 몰아내고 정권을 잡은 이후 또 다시 나라를 전쟁으로 몰아넣은 것은 명분론에 집착한 당시 기득권 세력 서인들의 오판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슴 아픈 치욕의 역사를 기억하는 것도 영광된 역사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 책은 조선 중기 전란에 휩싸였던 조선의 격변기를 돌아보게 하는 마중물이 되기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한명기 교수의 ‘광해군(역사비평사, 2000)’ 을 읽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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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 Writing: A Memoir of the Craft (Paperback)
스티븐 킹 지음 / Scribner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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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판 킹 (Stephen King) 이라는 미국소설가는 대중 소설가로 약 50년에 가까운 집필활동을 하고 있는 메이저 급 소설가입니다.

이 소설가는 호러, 미스테리 소설가로 유명한데, 특히 저에게는 1980년 발표된 영화 샤이닝 (The Shining)의 원작자로 친숙합니다. 이 소설가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미저리 (Misery) 역시 1980년대를 대표하는 호러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저자가 책에서 언급했다시피 이 책은 글쓴이 최초의 논픽션입니다.

오랜 시간 소설가로서 미국 출판업계에 종사해온 저자는 그래서 ‘팔수 있는 글’을 쓰는 법을 비즈니스의 관점에서 이야기 합이다.

이미 고등학교 시절부터 시작된 글쓰기와 잡지 기고를 통해 어떻게 글을 써야 원고료를 받을 수 있는지 이 소설가는 자신의 집필 초기의 경험담을 들려주는 것으로 대신합니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의 초반부는 작가가 소설가로 활동하게 된 초기 이력서 ( Curriculum Vitae)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저자가 또 그렇게 언급하기도 했죠.

중반이후 부터 본격적인 소설쓰기의 과정을 보여줍니다.

스테판 킹의 경우 소설은 세 단계로 나뉘어져 집필됩니다 :

1. 이야기 집필단계 (제 1고) : 이야기의 아이디어를 얻은 후 쓰기 시작하며 매일 일정량을 써 나갑니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장이나 단락은 이 단계에서 신경쓰지 않습니다. 탈고 후 원고는 서재 서랍에 최소 6주간 보관됩니다.

2. 교정단계 (제2고) : 일정 시간이 흐른 후 최초 탈고했던 원고를 교정합니다. 불필요한 문장은 없애거나 다른 쉬운 문장으로 바꾸고 구체적이고 필요한 사항들을 새로 보완합니다. 이야기는 그대로 두고 더 정확하고 구체적이며 직접적인 표현방식을 찿아 보완합니다. 그리고 아내와 주위 친구들에게 원고를 돌려 이들의 의견을 원고에 반영합니다.

3. 완성단계: 좀 더 현실적인 묘사를 위한 구체적 에피소드가 들어갈 수 있고 필요하면 취재를 해 보강하기도 합니다.


여기 소개한 스테판 킹의 집필방식은 실무적으로 소설을 쓸 때 아주 유용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글을 쓸 때 특히 소설을 쓸 때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하며 저자의 집필방식은 이야기를 쓰는 목적에 잘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절반은 글쓰기이야기 이지만 절반은 저자의 인생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자가 이력서라고 이 책을 표현한 것도 책 제목에 회고록 (A Memoir)이라는 말이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이 책의 후반부는 교통사고를 당해 인생의 전환점을 맞았던 저자가 가족의 도움으로 회복되어 다시 글을 쓰는 과정이 쓰여 있습니다. 이 책은 사고로 인해 출간 자체가 많이 늦어졌다고 합니다.

작가는 소설은 돈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고 즐겁게 써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글을 써서 돈을 벌겠다거나 유명해지겠다는 마음으로 소설을 쓰는 경우를 경계합니다.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관심 받기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아마 자신의 이야기를 또는 생각을 다른이들과 공유하고픈 마음이 커서 그런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책에는 집필 시점이 1999년으로 나오고 제가 읽은 페이퍼백판이 2003년이니 15년이나 된 책입니다. 하지만 일독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책을 통해 소설가 스테판 킹이 아닌 메인주 (Maine State)에서 살면서 소설을 집필하는 인간 스테판 킹을 볼 수 있습니다.

덤으로 작가는 ‘Element of Style’이라는 오래된 영어쓰기 교재를 소개합니다. 다른 책보다 이 책이 영어로 글쓰기를 하는데 좋다고 하면서 말이죠. 저도 이후에 읽어볼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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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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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연수는 나와 동갑이다.
그래서 이 소설가가 이야기 하는 90년대 음악이야기, 즉 메탈리카의 음악이라든가 프로그레시브 락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읽을 때 깊은 공감을 느끼면서 보았던 책이 이 책이다.

그저 아무 일 없다는 듯 심드렁한 톤으로 '소설가는 무슨 일을 하는지'를 담담하게 설명하는 이 책의 문체 자체가 정겹게 느껴진다.

나 자신이 글쓰기에 관심이 많은터라 여러 글쓰기에 관한 책을 보아왔는데 이 책은 소설가가 구체적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어떻게 작업하는지 쉽고 친근하게 하지만 중요한 포인트를 알려주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소설을 쓰려는 이들이 꼭 알아야 할 Tip으로 소설가 김연수는 아래와 같은 점을 이 책에서 말했다:

첫째, 소설가는 쓰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일단 무엇이든 써야한다. 소설가의 초고는 언제나 볼품없으며 소설가는 이 '토가 나올것 같은'초고를 고치는 것이 소설가의 알이다

둘째, 이렇게 초고가 볼품없는 이유는 소설가가 쓴 문장이 구체적이지 않아서이다. 소설은 구체적인 주인공 한사람의 이야기를 쓴 글이기 때문에 아주 구체적인 단어와 문장이 쓰여져야 한다. 이렇게 하기위해 끝이 날것 같지 않는 퇴고는 불가피하다

셋째, 소설가의 문장은 생각으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느낌을 나타내는 문장이어야 하고 따라서 소설가는 아무생각을 하지 않은 상태로 글을 써야한다.

이 정도가 인상깊게 생각나는 이 소설가의 Tip이다.

특히 소설가의 문장에 대한 글은 이 책 전체를 통해 가장 마음에 많이 남는다. 즉,

'문장이란 사랑하지 않으면 뻔해지고 뻔해지면 추잡해지는것'

3부 문장과 시점의 첫 장의 제목이면서 또한 소설에서의 문장을 가장 잘 표현한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고 독자들이 쾌감을 느낄 수 있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자신의 문장을 고치고 또 고치는 사람이다.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 그렇지만 좋은 문장도 그냥 얻어지는 경우는 없으며 이를 위해 소설가는 소설의 주인공에게 맞는 문장을 찿아내기 위해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하는 참신한 단어를 찿으려는 언어를 찿아 헤맬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김연수 소설가의 글은 솔직히 산문밖에 읽어보지 못했지만 글을 아주 담백하게 쓴다고 생각한다.

일단 재미있어서 좋은 책이고 소설을 쓰고 싶은 이들에게는 소설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구성하고 문장을 완성해 가야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줘 상당히 유용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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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 헤르메스가 산다 1 - 현대의 최첨단 문명과 생활 속에 살아 숨 쉬는 그리스 신화 탐색 기행
한호림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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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호림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어'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영어책을 쓴 저자입니다.

그의 이번 책은 그래서 그의 집필스타일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었는데 예상대로 책을 쓴 것 같았습니다.

이 책은 굳이 부제를 단다면 '서구의 일상에서 찿아볼 수 있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흔적' 정도가 될수 있겠네요.

이미 수십년 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캐나다와 미국사회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광고판, 가게 현판, 회사 이름, 제품이름, 회사 상호 등을 살펴 보면서 여기에 들어있는 이들 말의 어원이 무엇인지 이 말들이 그리스 로마신화의 이야기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특유의 구어체로 풀어 씁니다.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도 설명에 도움을 줍니다.

즉 이 책은 그리스 로마신화를 말그대로 처음 접한 이들에게 유용합니다.

이미 그리스 로마신화를 어느정도 숙지하고 있거나 영어권 문화에 어느정도 익숙한 분들에게는 상당히 파편적으로 다가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출간 당시만해도 요즘처럼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직역본이 출간되지 않았었기 때문에 나름의 가치를 가진 책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책을 보면서 느낀 점은 서양에 대해 제대로 알려면 결국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유럽이라는 사회 전체가 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그리스 로마 문명의 영향권 안에 있었고 이 사회에서 각국의 지방언어 즉 영어 독일어 등의 말로 공식 문헌을 작성하기 시작된 것이 아무리 멀리 잡아도 16-17세기 임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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