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형과 변용 - 한국 경제개발계획의 기원
박태균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부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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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박태균 교수가 쓴 한국경제개발계획의 기원에 관한 책입니다.
이 책을 읽기 이전 박교수가 한국전쟁에 대해 쓴 ‘한국전쟁(2005)‘를 먼저 읽었습니다만, 리뷰는 이책을 먼저 하게 되었습니다.

이책은 박태균교수의 박사학위 논문을 보완한 책으로 저자가 Harvard Yenching에 연구원으로 가서 집필한 것으로 미국 현지에서 1950-60년대 대한 정책을 담당하던 인사들의 인터뷰를 수록하기도 한 책입니다.

제가 중학교에 다닐 당시라고 기억하는데, 당시는 1980년대 초이기 때문에 박정희 정권의 ‘경제개발계획‘이나 ‘새마을 운동‘에 대한 영향이 남아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당시 국정이었던 사회과 교과서에서는 한국의 경제개발 계획에 대해 상당한 부분 설명을 해놓았고, 사회 선생님이 중요성을 강조하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그 당시 배웠던 내용이 한국이 경제개발계획을 실행함으로써 ‘한강의 기적‘을 어떻게 이루어냈다에 대한 결과에 대한 것이 전부였고, 이 경제개발계획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왜 시작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습니다.

박태균 교수의 이 책은 한국의 경제발전과 경제개발 계획의 시작, 그리고 경제기획원을 비롯한 한국의 경제엘리트들이 어떻게 육성되었는지를 미국의 대한정책이라는 큰 틀에서 바라보게 해줍니다.

먼저 이책은 1950년대 한국전쟁 직후, 한국경제가 미국의 원조물자에 어떻게 의존해왔는지 보여주고, 한국의 미국의존을 어떻게 타파해 나갈 것인지에 대한 당시 엘리트들의 담론을 제시합니다.
민간기업이 자본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입장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두 입장으로 나뉘어 치열한 논쟁을 벌입니다.

초기 한국의 경제엘리트들은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았던 시대에 미국으로의 출장과 유학, 연수를 통해 미국의 경제전문가들과 접촉하고 배우면서 향후 한국의 경제계획을 입안해 실행하는 일을 담당하게 됩니다.

1950년대까지 ‘현상유지정책‘을 기본적인 대한정책으로 채택했던 미국은 1960년대 들어 한국을 ‘근대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합니다.

1950년대까지 지속된 미국의 현상유지정책로 인해 한국은 일본제국주의의 영향력과 친일파를 제거하지 못했고, 이들은 이후 친미 수구 반공세력으로 한국의 기득권 세력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미국은 1945년 한국의 해방과 일본의 패전이후부터 줄곧 대륙세력(중국 및 러시아)의 태평양진출을 봉쇄하는 정책 (봉쇄정책, containment)을 유지해 왔고, 이 봉쇄정책을 유지하면서 달라진 한국의 경제적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현상유지에서 ‘근대화‘로 정책을 바꿉니다.

자본주의의 우월함을 알리기 위해 ‘경제적 우월함‘을 인식시키는 것이 필요했고, 이를 위해 한국에 대한 경제개발계획을 지원합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미국에서 공부한 경제 관료들이 이 계획을 집행할 실무진으로 떠오르게 됩니다.

1960년대 미국의 영향력있는 안보전략가이자 당시 MIT교수였던 로스토우(Rostow, W. W.)는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보다 더 강력한 경제원조를 해야한다고 주장합니다.
경제원조의 일원으로 미국은 저개발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며, 특히 그는 저개발국의 군인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합니다.
1960-70년대 박정희라는 군인이 정권을 장악하고 경제개발을 추진한 데에는 이와 같은 미국의 정책변화라는 외부적 환경이 한몫을 하게 됩니다.

1960년대 초 한국이 한국전쟁의 피해복구가 어느정도 끝났다고 생각한 미국은 대한원조를 줄이고 한국의 성장우선정책을 지원합니다.

경제개발계획 초기 경제관료들과 엘리트들은 균형성장을 기조로 경제계획을 수립할 것인지, 아니면 자본의 효율적 운용을 위해 불균형 성장을 기조로 채택할 것인지 논쟁을 벌입니다.

또한 이책은 한국의 수출주도형 경제성장정책이 사실 군사정부의 작품이 아니라 미국의 대한정책의 일환이었음을 밝힙니다.

산업발전의 공을 박정희 대통령의 공으로 돌리는 일반의 인식과는 다르게 역사적인 사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에서는 이 모든 것이 미국의 영향과 일정부분 관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지요.

물론 미국의 지원과 그들의 조언이 모두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 그들의 영향력이 한국의 경제개발계획에 일정부분 작용했음을 부인하기는 어렵습니다.

한국의 경제정책이 어떻게 입안되고 실행되었는가를 따져본 책이기는 하지만 결국 이들이 왜 수출주도형 경제정책을 택할 수 밖에 없었는지 당시 관여한 인물들의 생각을 따라간 책이며, 경제정책이 단순히 국내정치적 요소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라는 큰 틀에서 이루어졌음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논문을 보완한 책이라 내용이 결코 쉽지 않고 또한 어느정도 경제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있어야 쉽게 읽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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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 - 글로벌 금융위기와 MB노믹스를 넘어 새사연 신서 4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지음 / 시대의창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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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들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前前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라는 민간연구단체의 비판서입니다.

2009년 1월에 출간되어 과연 '신자유주의 이후'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만,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함께 대표적인 신자유주의 정책인 trickle down ,즉 기업과 부자들이 돈을 벌게 해주면 이들의 부가 전 사회로 확장된다는 정책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한 결과 나타난 고용불안과 이런 정책의 일환으로 실시된 민영화정책의 허구성을 드러내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명박 박근혜 두 소위 '보수'정부에 대한 정책 재평가가 나오고 있는 시점입니다.
경제주체 중 대기업말고 가계와 공공부문에 어떠한 인센티브도 주지 않은 이 두 정부의 경제정책으로 한국은 이미 인구절벽, 고용절벽, 고령화의 문턱에 와 있는 실정입니다,

더구나 이명박 정부 당시 수많은 이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고집'과 '독선'으로 밀어부친 '4대강' 개발계획에 대한 정책적인 감사가 다시 이루어지려 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녹조를 보면서도 이 단군이래 최대의 토목공사가 '치수계획'이었다고 강변하는 뻔뻔함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반인의 입장에서 이대통령이 이런 공사를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아마 이 분이 아는 것이 '토복공사' 밖에는 없고, 그래서 본인의 치적을 '토목공사'에서 찿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런 토목공사를 함으로써 할일이 없던 대기업 건설사들에게 일감을 줄 수 있는 이점도 있고요.

얼마전 출간된 이명박 대통령의 회고록도 자신의 업적을 글로 남겨 좀더 공고히 하려는 전략이 아니었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듭니다,

지금 새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도 대단히 급진적이라는 생각보다 중도적이고 합리적인 경제정책을 집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집을 지어도 살 돈이 없어 집을 못사는 상황, 결혼을 하고 싶어도 직장이 비정규직이어서 할 수없는 상황, 대학을 나와도 빚부터 지고 시작하는 사회생활, 극단적인 경쟁에 내몰려 이제는 혼자 밥먹고 혼자 노는 것이 일반적인 것이 된 상황.

이런 모든 상황을 만든 시작은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이후에 시작된 것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경제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다른 방식의 경제정책을 세우는 것은 상식적으로 온당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득중심의 성장으로 경제정책의 기조를 세운다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방향을 제대로 감시하고 보아야 할 것이지만, 도대체 첫단추가 어디에서 잘못 끼워졌는지 아는 것 또한 중요하기 때문에 전 정부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을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실행하겠다는 '적폐청산'도 결국 이런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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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의 탄생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4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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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를 어떻게 보는가는 사람마다 학자마다 견해가 다르겠지만 경제학자 우석훈은 한국경제를 ‘괴물‘로 보았습니다. 책이 나온 시기가 2008년 9월이고, 당시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인해 전세계적 경제위기가 가중되던 때였습니다. 신자유주의 경제의 파열음이 생기기 시작된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시기에 이 중도성향의 경제학자는 한국경제가 인간의 모습을 하지 않고 괴물의 모습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경제의 다른 주체들, 즉 소비자와 노동자를 외면한 체 정부와 정책집단을 구성하는 소수의 기득권층과 기업만이 경제를 이끌어가는 지극히 비정상적인 경제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책의 새로운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 지금 과거의 집권세력과 기업들이 어떤식으로 한국경제를 생각하고 운용해왔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미 실효성이 의문시되는 낙수효과 이론을 바탕으로 이명박 박근혜정부는 기업에 대한 지원만을 강화하고 사회의 다른부문에 대한 정부의 역할을 철저히 외면했습니다.

그결과 기업은 고용없는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 사내유보금만 쌓아놓고 미래를 위한 투자를 전혀하지 않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능력이 의심되는 금수저출신 재벌3세들은 주로 해외 브랜드 수입에만 열중하지 별다른 혁신을 내놓지 않으며 갑질을 일삼고 있습니다. 오너의 딸인 대한항공 부서장의 갑질사건이 떠오릅니다.

이책에서 대안으로 제시하는 제3영역 경제의 활성화의 현실성은 논외로 치더라도 한나라당과 재벌기업 중심의 경제, 그리고 기득권의 이득만을 위해 존재하는 경제가 ‘괴물‘일수밖에 없다는 잔단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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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ge of Turbulence: Adventures in a New World (Paperback) - With a New Chapter on the Current Credit Crisis
앨런 그린스펀 지음 / Penguin Group USA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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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를 풍미했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앨런 그린스펀의 자서전입니다.

 

재임당시 세계경제대통령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준 이 인물은 흥미있는 개인적 이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뉴욕토박이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되기 전까지 뉴욕을 떠나본 적이 없으며, 젊은 시절 재즈 뮤지션으로 활약했고, 60대에 재혼하기 전까지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경제분석을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다루기를 즐겨하는 경제 컨설턴트 출신이면서 포드와 닉슨 대통령시절 국내경제비서관 및 백악관의 대통령  경제수석 (Chairman of Council of Economic Advisors)을 지냈습니다.

 

출간당시 그린스펀 의장과 러시아 출신 미국의 소설가이자 보수주의적 지성인 아인 란트(Ayn Rand)와의 관계를 어떻게 묘사했는지 언론들이 관심을 가졌던 책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500페이지 분량의 책으로 이런 앨런 그린스펀의 개인적 이면과 워싱턴 정가의 의사결정과정을 보여주는 이야기이자 골수 시장주의 경제학자의 시장경제 강의록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책을 보면, 시장경제의 효율성에 대한 그의 강조가 유독 두드러져 보이며, 사회주의에 대한 자본주의의 우월감을 은연중에 느낄 수 있죠.  

어려운 경제용어를 쉽게 설명하고 각주가 별로 없는 곳이 미덕일 수 있고, 지난 20여년간 종교처럼 받들어져 온 신자유주의 경제학을 주도한 내부자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적하고 싶은 것은 보수주의자이지 수구가 아니기 때문에 나름 자신의 주장에 대한 근거와 확신이 있고, 의외로 다른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입니다. 그리고 골수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중도적이거나 진보적인 인사들과도 협력적으로 일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장하준 박사의 글과 정반대편에서 경제와 정치를 기술하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제적인 입장에서 본 보수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참고는 될만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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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Things They Don't Tell You About Capitalism (Paperback)
Ha-Joon Chang 지음 / Penguin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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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임브리지의 장하준 박사의 자본주의 비판서입니다. 시장주의 경제학을 쉬운말로 하지만 최신의 경제연구결과로 반박합니다. 신고전파 경제학의 득세로 인해 정당화된 불평등의 심화에 대한 경제학적 대안을 생각해 보기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는 경제의 주체인 기업과 노동자 , 소비자와 정부 중 유독 노동자에 대해서만 홀대를 해 왔습니다. 일부러 소비자이기도 한 노동자들의 이중적 경제 주체로서의 성격을 무시해 온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경제학을 전공해 각국의 경제발전상황에 정통한 경제학자에 의한 쉽지 않은 내용을 쉽게 설명한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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