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란할 땐, 옆집 언니 - 명랑하고 호쾌한 마흔여섯 인생론
남수혜 지음 / 사이드웨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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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오면 집안일 스위치가 온 된다는 말이 틀리지 않다. 


집에 오자마자 바로 빨래부터 체크하고 반 이상 차 버렸으니 세탁기를 돌린다. 어제 건조기 돌리고 빼내기만 했다는 빨래를 살펴보고 너무 구겨진 건 따로 골라 둔다. 이건 얼음 넣고 한 번 더 건조기 돌려놓는다. 열풍에 얼음만 녹으면 그 스팀으로 대충 구김이 펴진다. 그 다음은 널부렁 되어있는 빨래들을 개켜서 넣어둔다. 빨래가 쌓이는 순간 거실은 엉망진창이 된다. 


살림을 하다 보니 이제는 완전 빳빳한 옷들을 바라지도 않는다. 다림질을 하기 싫어서 탁탁 널어 놓고 적당히 구겨진 채로 입거나(생활 구김이라고 우길 수준의 옷들이다) 일부러 다림질 필요 없는 옷을 보통 골라 입는다. 다리미를 언제 켰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정 필요하면 그냥 세탁소에 맡기면 되지 뭐. 


창문을 다 열고 집 안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을 미리 1차로 분리수거해 놓고, 먼지를 털고 청소기를 돌린다. 태반이 내 머리카락이니 별 수 없다. 로봇청소기가 땡기지만 이사할 때 구입하리라. 일단은 몸빵이 우선이다.


이번엔 주방 차례다. 냉장고를 확인해서 오래되거나 먹다 남거나 한 것들은 정리해서 음쓰 봉투에 넣는다. 그 때 부족한 식재료도 파악한다. 언제쯤 사는게 가장 합당한지 보고 마켓 앱 장바구니에 담는다. 설거지는 제대로 되어 있는지 그릇은 찬장에 들어가 있는지도 확인하고 차곡차곡 정리한다. 


이제 뭘 해놓을까의 고민도 있다. '해먹을까'이기보다는 '해놓을까'다. 점심까지 회사 안에서 해결하니 거의 기본 세 끼를 다 해먹는 셈인 나로서는 요리도 어쩌면 업무의 연장선이다. 다행히 나에겐 무적의 32인치 웍과 MSG가 있다. 


내게 정말 든든한 옆집언니같은 남수혜 님의 책 『곤란할 땐, 옆집 언니』(남수혜 지음, 2021, 사이드웨이)를 읽고 나를 잠시 되돌아봤다. 이제 결혼한지 갓 2개월 반 된 새내기 유부녀이자, 이나라 일꾼의 삶을 살고 있는 내게 어쩌면 지금 필요한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이 피곤하지 않다면 거짓말이고, 아직 임출육이 남아있다는 것도 멀지만 가까운 미래인지라 나에게 옆집언니의 존재는 정말로 감사하고 또 고마웁다. 친한 선배 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 같다. 가보지 못한 길을 일단 먼저 돌다리 두들겨보고 건너 준 다음 내 손을 잡아주는 언니를 만나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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