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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 ㅣ EBS 지식채널e 시리즈
지식채널ⓔ 제작팀 지음 / EBS BOOKS / 2020년 9월
평점 :
평소 EBS 지식채널ⓔ 도서 시리즈나 홈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는 동영상을 무척 좋아한다. 폭넓은 지식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세상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는 시각과 통찰력을 길러주며, 마음에 잔잔히 남는 울림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지식채널ⓔ 제작팀이 출간한 신간 지식채널 × 1인용 인생 계획은 1인 가구 증가 추세가 보편화된 요즘, 사회의 트렌드이자 내 이야기이기도 하기에 관심이 갔다.
대학 졸업 후 부모님 그늘에서 경제적 독립을 유보하는 캥거루족이 아무리 많다 해도 1인 가구의 대부분이 결혼 전까지의 청년층이나 자식들을 출가시키고 배우자와 사별한 노년층이 다수이지 않을까 싶었던 예상을 깨고 '2019년도 기준 우리나라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0.2% 차지, 20-30대 청년층 39%, 40-50대 중년층 30.5%, 고령층 33.6%으로 청년층이 줄고 중년층과 노년층이 증가했다. (p.20)'라는 대목에서 알 수 있듯 전 연령층에 걸쳐 두루 차지하는 점이 꽤 인상적이었다. 집단생활이 일반적이던 우리의 문화도 '여성의 경제활동 증가, 사회 전반의 비혼과 만혼 현상, 청년층의 늦어진 노동시장 진입, 교육을 위한 기러기 가족 현상, 중장년층의 이혼율 증가,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른 노인 가구 증가, 도시화와 개인주의 산업화와 직업 생태 변화, 통신 기술의 발달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얽히면서(p.22)' 1인 가구가 증가한 것이다. 이웃 나라 일본의 이야기로만 알던 혼밥, 혼술, 혼영 등이 이제는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을 만큼 일반화된 게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책에서는 나홀로족 증가로 인한 문제점과 대안 그리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의 모습, 주도적으로 자기결정권을 행사하는 웰다잉법까지 다양한 국내외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어 1인 가구의 삶을 사회적 관점에서 다각도로 조명하고 있다.
특히 저출산과 고령화의 가속화로 인해 인구 절벽이 심각한 현시점에 새로운 가족 형태에 대한 재고와 사회 시스템의 개선, 제도 마련은 시급해 보인다. 다만, 유구한 세월 동안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룬 결혼이란 제도에 대한 대안이 과연 동거나 미혼, 비혼 출산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외국의 성공 사례일까 의문스럽다. 결혼이 양산하는 불필요한 관계나 책임에 사실 나도 불합리함과 부담감을 느낀다. 하지만 결혼 대신 동거를 선택하는 이면을 들여다보면 책임은 외면하고, 위험 부담을 줄여 자신이 원하는 것만 취하고자 하는 이기심이 어느 정도 깔려있다고 본다. 사용하다 마음에 안 들면 버리고 다른 걸 사버리면 그만인 소모품처럼 인간관계를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까 봐 염려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 미혼이나 비혼의 출산을 지원하는 정책에 대한 비판과 편견을 언급하며 '모든 출산은 존중받아야 한다.(p54)'며 저출산 대책의 최선책인 것처럼 서술한 대목은 동의하기 쉽지 않다. '모든 출산이 존중받아야 하는 게 아니라 신중히 계획되고, 책임이 보장된 모든 출산이 존중받아야' 마땅하다.
아이를 키운다는 건 분명 부모 둘만으로도 벅차다. 그런데 미혼 내지는 비혼 여성 또는 남성이 혼자 아이를 기른다? 경제활동과 육아에 집안일까지 혼자 도맡아 하면서 엄마 또는 아빠는 과연 행복함을 느낄 수 있을까? 그렇기에 사회적인 제도와 시스템이 선행돼야겠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를 기르고자 하는 당사자의 마음가짐과 신념이다. 편모나 편부 가정에서 자란 아이가 부모가 모두 있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보다 불행하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아이가 성장하며 느끼는 결핍은 분명 존재한다. 편모나 편부가 아이를 낳아 기를 권리는 있을지 몰라도 아이에게서 엄마나 아빠의 존재를 빼앗을 권리는 없다. 사회적 관점에서 보면 미혼이나 비혼 출산이 인구 유지를 위한 방법이 될지는 모르지만 그런 가정에서 자랄 아이의 입장은 반영되지 않은 것 같아 씁쓸하다. 더욱이 우리의 미혼 출산은 자발적이라기 보다는 그 반대의 경우가 많기 때문에 사회적 인식 또한 좋지 못한 것이 사실이라 문화적 배경이 전혀 다른 외국의 정책을 그대로 도입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미혼과 비혼의 출산을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고 그런 한부모 가정을 일반 가정으로서 포용할 수 있는 성숙한 사회적 분위기가 우선 선행돼야 한다. 더불어 부모 교육을 중고등학교 때부터 정식 교과목으로 도입해 부모됨의 의미를 가르치고, 양육과 생활지도 등에 관한 부모 교육도 정부 차원에서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반려동물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동물 복지, 편의점, 셀프 인테리어, 쓰레기 관련 문제인데 내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공감됐다. 혼자라는 건 동전의 양면처럼 독립적인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해 주어진 시간을 오롯이 나에게 집중하고 투자하며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외로움과 고립감도 그림자처럼 함께 붙어 있어 늘 양가감정을 느끼게 만든다. 언택트 시대, 접속은 늘지만 접촉은 줄어 피상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더욱 그런 감정을 느끼는 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약 615만 1인 가구의 일원이자 적당히 미래를 준비하며 현재를 만끽하는 욜로족으로서 아직까지 지금의 시간이 참 행복하다. 다만, 지구별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이상 내 주변을 좀 더 살피고, 특히 동물이나 환경 문제에 있어서도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것 같다. 출산으로 국가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는 마음의 부채는 어떻게 갚아야 할지 좀 더 고민해 봐야겠다;; 행복한 웰빙을 위한 1인용 인생 계획 안내서로 강력 추천한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