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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않고 ㅣ 시 그림이 되다 1
미야자와 겐지 지음, 곽수진 그림, 이지은 옮김 / 언제나북스 / 2021년 1월
평점 :
농민들의 삶의 개선과 창작 활동에 열정을 쏟은 '미야자와 겐지'
이 책의 저자인 미야자와 겐지는 시인이자 동화 작가, 교육자로 1896년에서 1933년 사이 활동했다.
전당포를 경영하는 부모님 덕분에 유복한 환경에서 성장했으며 가업을 계승하길 바라는 부친의 뜻과는 달리 어릴 때부터 단가를 짓거나 문학 동인지를 창간해 작품 활동을 이어나갔다. 동화 작가를 꿈꾸며 무작정 도쿄로 상경해 동화 창작에 몰두하지만, 여동생의 병세 악화로 귀향 후 농학교의 교사로 교편을 잡는다. 몽매한 그들을 계몽하는 한편 빈곤한 농민들의 처참한 삶을 목도하며 그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선구자적 역할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몸을 제대로 돌보지 않은 채 과로와 급성 폐렴으로 37세에 요절했다. '주문이 많은 요리점' 등 100 편의 동화와 '봄과 수라' 등 400여 편의 시 그리고 애니메이션 '은하철도 999'의 원작인 '은하 철도의 밤' 등을 남겼다.
명작 플러스 명작의 콜라보! 비에도 지지 않고 (雨にもマケズ)
명작 시와 명작 그림의 콜라보로 새해 벽두부터 행복 한 꼬집 더해줄 신간과의 만남! :D
미야자와 겐지가 숨 쉬던 시절의 녹록지 않았던 시대적 배경과 삶을 관조하며 다짐하는 시의 묵직한 분위기에 감성 일러스트가 더해져 딱 알맞게 조화의 수평을 찾았다.
국내보다 유럽에서 먼저 실력을 인정받은 곽수진 작가의 그림체가
한겨울 눈보라에도 끄떡없이 포근하게 감싸주는 부드러운 목도리 같아
한 장, 한 장 눈길이 오래 머문다.
무심히 쓱싹 칠한 듯한 거친 터치감은 활기를 불어 넣어주며,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다채로운 색감은 마음을 어루만져준다.
장면 장면 크고 작게 배치한 동물들은 사랑스럽고,
물과 나무, 산, 들판, 하늘은 아름답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낯익은 우리들의 모습은 참 정겹다.
그럼, 신간의 백미, 시의 내용을 살펴보자!
이 작품은 미발표 유작 시로 일본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고 한다.
온갖 고난과 역경에도 굴복하지 않는 강인함이,
주변을 세심하게 살피는 따뜻함이,
만물을 가슴에 품은 관대함이,
최소한의 것에 자족하는 검소함이,
소소한 것에 연연하지 않는 호기로움이,
게다가 아름다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까지
가슴에 잔잔히 스며든다.
특히, 가난하고 굶주린 농민들을 보듬던 이타적인 그의 성품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 같다.
이 시 한 편에 담긴 처세에 관한 지혜와 삶에 대한 자세를 엿보며 맑고 심지 굳은 정신을 닮고 싶다.
편안하고 보장된 삶을 포기하고 스스로 가시밭길을 선택하여 여생 동안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해 헌신한 그의 인생의 궤적에 마음이 숙연해진다.
'한 번의 젊음! 어떻게 살 것인가?' 큰별쌤 최태성 선생님이 던지셨던 묵직한 화두를 상기해 본다.
내 마음에 가시가 돋고, 누군가에 대한 미움이 움틀 때 곁에 두고 읽어보면 마음을 정화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 같다. 짤막한 시 한 편이지만, 읽고 난 후 가슴에 남는 여운은 깊고 진하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을 위해 선물하기 참 좋은 작품이라 강력히 추천한다.
번외! 일드 속의 미야자와 겐지와 그의 작품
이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중쇄를 찍자'라는 일드였다. 만화 매거진 편집부에서 고군분투하는 출판직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워낙 출연진도 화려하고, 언내추럴, 니게하지 등 굵직한 대표 드라마로 유명한 노기 아키코 작가 작품이라 한 번 볼만하다. 각설하고, 기억을 더듬어 보자면 이 작품의 5화에서 혈혈단신 무일푼으로 자수성가한 사장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소개하며 '비에도 지지 않고'의 전문이 소개되는데, 이 부분을 정말 몇 번이나 돌려서 봤는지 모르겠다. 드라마 스토리도 탄탄한 편이고, 느낄 만한 점도 많아 정말 추천한다.
미야자와 겐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 수 있는 작품은 '미야자와 겐지의 식탁'이란 일드다. 혈기 왕성, 순박, 다정다감에 정의롭기까지 한 인간미 넘치는 그의 이야기를 맛있는 음식과 함께 즐길 수 있다. 동화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도쿄로 상경한 후부터 여동생의 죽음까지 다룬다. 참고로 총 5부작이라 금방 볼 수 있다. 사투리를 사용하기 때문에 대본 뽑아 각 잡고 일어 공부할 목적보다는 가볍기 즐기기용으로 추천한다.
- 본 서평은 해당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
https://blog.naver.com/yanoljai/2222092583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