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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묘한 러브레터
야도노 카호루 지음, 김소연 옮김 / 다산책방 / 2021년 4월
평점 :
기묘한 러브레터
자스민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달달한 커피향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실루엣이 곳곳에서 등장한다. 레드와인이 담긴 잔을 쨘 하고 부딪혔을 때 나는 소리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마음 깊은 언저리부터 초록 풀잎위에 내려앉은 아침이슬처럼 청아하게 피어오르는 전율, 러브레터란, 적어도 내겐 이 정도의 운치 정도는 있어야만 하는 특별한 것이었다. 적어도 레브레터란 보편적으로 특별한 느낌으로 가슴에 전율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감정이었다. 이 책의 표지에 피어있는 한송이 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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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나의 고정관념을 박살내 버렸다.
이 “기묘한 러브레터”라는 딱 내 손바닥만한 이 작은 한 권의 책이 감히 오랫동안
고요히 살고 있는 나의 뇌를 건드려 놓았다.
영화나, 드라마에 나올법한 비련의 연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러브레터 내용이려니 했지만, 전자책 베스트셀러 1위 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문구가 있었다.
‘결혼식 당일 사라진 신부, 30년 만에 닿은 연락’
러브레터와는 너무 대조적인 이 한 문장이 주는 섬뜩함은 과연 나만의 느낌이었을까?
이 책을 처음 만난 느낌은 표지에서 쉽게 눈을 뗄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기묘한 자태로 피어있는 한 송이 꽃의 느낌도 참 독특하게 느껴졌다.
책을 읽는 내내 사실 미즈타니 가즈마의 매력에 살짝 빠졌다. 연극을 사랑한 열정을 소유한 남자, 불우한 어린 시절을 잘 견뎌낸 상처가 있는 남자, 여성들이 한번쯤 호감을 가질만한 캐릭터인 미즈타니 가즈마이다. 상처가 있는 소설 속 주인공들이 30년 전으로 돌아가 그 시절을 이야기하는 러브레터, 쉴 새 없이 책장은 넘어갔다.
마치 내가 러브레터에 주인공이 된 것처럼. 사실 이 책은 가독성이 매우 뛰어나다. 최근에 이렇게 단시간만에 한 권의 소설책을 완독한 일은 없다. 왼손이 정신없이 책장을 넘길 때 오른손은 남은 책장을 두 세 장을 넘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학창시절 몰래 연애소설을 읽으며 화끈거리는 얼굴을 주체못하던 때가 떠올려졌다. 소설 속 남자 주인공을 짝사랑해서 소설의 여운이 사라질 때까지, 한동안 꿈속에서 남자주인공을 만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경험을 했다.
후반부로 가면서 러브레터속에서 실루엣처럼 드러나는 미묘한 갈등과 불안함이 엄습한다. 궁금증을 자아내는 뭔가 기묘한 흐름이 이 책의 후반부에서 물결처럼 흐른다. 반갑고 달콤한 러브레터가 자꾸 스릴러의 느낌으로 오싹하게 다가왔다. 분명 절제된 복선이 존재하는 책이다. 복선같지 않게 그냥 이야기라는 인식을 심어주면서 작가는 곳곳에 러브레터 같은 감미로운 복선을 심어 놓았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안타까운 러브레터에 빠져 아무 생각없이 책장을 넘기며 읽었을 것이다. 나 역시도 그랬으니까,
마지막 미호코의 단호한 말에서 그만 숨이 멎고 말았다.
너무 당황한 너머지 나도 모르게 ‘어머’라고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야도노 카후루라는 작가에게 뒤통수를 제대로 한 방 맞은 기분이었다.
책을 덮기도 전에 내손과 눈은 다시 첫장을 펴고 있었다.
야도노 카후루의 첫소설작품이라고 하는데 정말 놀랍고 기묘하다. 기묘하다는 단어가 그럴싸하게 아주 잘 어울린다. 한 권의 소설을 두 번 읽게 하는 작품! 내용도 기묘하지만 작가의 상상력과 의도도 아주 일품으로 기묘하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읽어봐야 할 책이다.
작지만 기묘하다못해 오싹한 이 키작은 한 권의 소설! 모든 이에게 자신있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표지의 장미꽃을 보니 곳곳에 기묘함이 숨어있음을 단숨에 이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