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 - 0-10세 아이 엄마들의 필독서 지랄발랄 하은맘의 육아 시리즈
김선미 지음 / 무한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다들 행복하다고 한다. 하늘이 주신 선물이고, 살아가는 이유고, 축복이고 모든 것이라고 한다. 축복, 행복, 선물 같은 미사여구도 안나오고, 성격상 도치 엄마도 못할 나는 '아가, 그저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외에 표현할 적당한 말이 떠오르질 않는다. 지인은 육아를 일컬어 지옥이라고 말하던데 힘들어서 말그대로 미치고 팔짝 뛸 것 같지만 그래도 지옥이라고까지는 표현하고 싶진 않다. 이게 지옥이면 지옥에 사는 나는 죄인이고, 아기는 저승사자? 혹은 devil?! 힘들어 죽겠어도 힘들다고 노상 얘기해봤자 나만 문제있는 엄마되는 느낌, 힘든걸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느낌, 그래서 너무 외롭다는 게 솔직한 심정인데 어디가서 그런 얘기를 할 수 조차 없다. 어쩐지 하면 안될 것 같았다...

 

그런데 하은맘은 아니다. 차마 입밖으로 낼 수도 없는 얘기, "누가 나에게 말해줬다면 난 하은이를 안 낳았을 거다. 육아라는 게 이렇게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누구 한 사람 지나가는 얘기로라도 말해줬었더라면"을 말이 아니라 아예 책으로 써서 펴냈으니 신선한 충격이었달까. 하은맘은 애보느니 남의 밭까지 갈아주고, 애보느니 나가서 노가다를 뛰고 싶었다고 얘기한다. 친정엄마가 애 봐주고 회사 다니는 친구들은 승진하고 잘 나가는데 좀비같은 내 자식과 시소만 타고 있으니 이대로 바보 무뇌아에 사회부적응자가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말한다.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구나. 인생을 통털어 내가 이토록 누군가와의 소통이나 관계맺음에 목말라 한 적이 있었던가. 새벽부터 밤까지 밖에서 노새처럼 일하는 남편이 부럽기까지 하고, 읽다만 육아책들의 산은 머리맡에 점점 쌓여가는데 그걸 쳐다보기만 해도 진저리를 치는게 내 모습이 될 줄은 몰랐다. 육아책이 읽히지 않는건 재미가 없어서도 배울점이 없어서도 아니었다. 육아책들의 육아와 나의 육아의 현실적인 괴리감이 너무 크니까. 이렇게 해야 두뇌 발달되고 저렇게 해야 정서적으로 안정된다는데 엄마란 사람은 널부러져 한잠 자고 싶은 생각밖엔 없으니까...ㅠㅠ

 

그런 면에서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는 상당히 독특한 육아책이다. 육아를 하려면 엄마가 푹 자야하고, 엄마들끼리 모임따위 갖지도 말고, 36개월까지는 애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지도 말라 한다. 영어 DVD 매일 틀어주라하고, 말조차 못하는 까꿍아기 시절부터 주구장창 책을 읽어주라 한다. 책은 무엇 무엇을 사고, 영어 DVD는 뭐가 재미있고, 영어테이프 틀어주기 위해서 무슨 제품을 사고, 돌려말하는 것 없이 쇼핑할 목록까지 콕콕 다 찍어준다.

 

대체로 엄마들의 고분분투는 비슷한 면이 있다보니 공감가는 내용들이 많지만 어떤 내용은 갸우뚱할 수도 있다. 책육아를 했기때문에 육아가 너무나 쉬웠고 책육아로 키운 덕분에 아이가 영어는 물론이고 수학까지 잘하고, 예의바르고 배려심깊은 인기녀가 됐다는데 많은 아이들을 통한 근거가 있는 결과인지 하은이만의 개별적인 특징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어떻게 책 때문에 예의바르고, 배려심이 깊은 인기녀가 됐는지 그 부분이 없다. 책만 읽으면 수학까지 잘한다는 게 모든 아이들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나도 그랬지만 책하나는 끝내주게 좋아하고 많이 읽지만 수학은 영 젬병인 아이들이 분명 많을텐데... 책육아의 방법은 있되 근거는 부족하고, 육아에 대한 충고는 있되 노하우는 부족한 느낌이랄까. 책육아를 오늘 당장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 아기 성향에 따른 개별적인 방법 등등 좀 더 세세한 부분들도 2% 부족하다.

 

사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는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여타의 육아책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부실한 교육적인 근거와 글자수를 자랑(?)한다. 그건 아마도 이 책이 "언니는 어떻게 하은이 키웠어요? 하은이는 어쩜 저렇게 책을 좋아하고 영어를 잘해요?"하는 질문에 대한 하은맘의 수다한판과 같은 내용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 점이 무수히 많은 육아책들의 바다에서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 육아>가 갖는 장점이고 차별점이다. 육아책을 읽을 때 느껴지는 육아 전문가 혹은 박사님과 나 사이에서 느껴지는 넓고 넓은 갭이 이 책에는 없다. 아기를 책과 가깝게 지내고 싶게 하고 싶은데 무슨 책을 사야할지도 몰라 그거 검색하느라 날밤 다 까야하는(!) 엄마의 '날밤'을 덜어주고, 이놈의 육아 미쳐버리겠는데 잠든 내 새끠 쳐다보면 미안해서, 내일은 잘해야지 다짐하는 엄마들에게 다 안다, 나도 그랬노라 공감 팍팍 날려준다.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 육아>에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육아 이야기가 들어있다. 이 땅의 엄마들이라면 앞으로 겪게 되거나 이미 겪었을 엄마 모습이 들어있다. 짧다면 짧은 육아기간 동안 느낀 점이 있다면 육아책도 공부와 마음가짐이 없다면 백날 읽어야 말짱 허사라는 것과, 좋은 선배맘은 많을수록 좋다는 점이다. 선배맘으로서의 하은맘의 조언들에 공감하기도 했고 내용이 간결한 만큼 정보가 가득하진 않지만 눈에띄는 정보들은 책장 접어가며 읽기도 했다. 하은맘과의 두시간짜리 수다(난 듣기만 했지만ㅎ) 즐거웠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이 만남, 반갑고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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