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의 기사
시마다 소지 지음, 한희선 옮김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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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이라는 이름이 어울리는 일본 추리 소설 작가 중 한명을 꼽으라면 '시마다 소지'가 빠질 수 없다. 거장이라는 명성에 걸맞는 데뷔작 <점성술 살인사건>을 시작으로 시마다 소지는 일본 추리 소설계에 신본격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나 역시 <점성술 살인사건>을 읽고 소설 속 트릭에서 또 한번 충격을 받았기 때문에(너무 유명한 트릭이라 이미 다른 곳에서 접해봤음에도) 그의 소설이라면 일단 한수 접고 인정해버리는 습관이 있다. 

 
<이방의 기사>는 시마다 소지의 진정한 데뷔작이라고 할 수 있다. 세상에 나온 첫번째 소설은 <점성술 살인사건>이었지만 그가 처음 쓴 소설은 책장 안 깊숙이 잠들어있었고 9년이라는 긴 시간이 흐른 후에 문장을 손보아 세상에 내놓는데 그게 바로 <이방의 기사>다. 그것을 9년 후에 한번 더 문장을 손본 것이 지금의 <이방의 기사>인데 그것조차도 한국 독자인 우리에게는 13년전 얘기다. 이런 얘기를 구구절절 늘어놓으면 얼마나 고리짝 소설인가 싶지만 그게 또 그렇지가 않다. 문장은 13년전에 고쳐서 그렇다지만 소재나 줄거리 자체에서도 옛스런 분위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세련된 느낌이 살아있다. 

 
눈을 뜨니 낯선 공원 벤치였고 이름도, 집도, 나이도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우연히 만난 료코라는 여성과 함께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다. 그러나 이 인생은 모래로 만든 성이나 다름없이 허술한 토대위에 억지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여기에는 잔혹한 비밀이 숨겨져있다... 나라는 주인공이 자신이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과정 또한 흥미롭고 중간에 주인공이 만나게되는 기억상실 이전의 인생 또한 충격적이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비교적 동일한 호흡을 유지하며 읽을 수 있었다. 대략의 진상이 상상이 되고, 특별한 트릭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부분을 상쇄할 수 있는 매력이 충분히 있는 소설이랄까...

 
출간된 소설이 몇편 되지 않아 그럴 수도 있지만 그간 시마다 소지의 소설 속에서는 미타라이와 이시오카의 인간적인 부분이나 성격 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았는데 이 소설을 통해 그간의 궁금점을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었다. 데뷔작 <점성술 살인사건>에서조차 '이미 친구'인 상태로 나오던 미타라이와 이시오카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됐으니 <이방의 기사>는 이 콤비의 소설을 기다리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이야기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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