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스 브로드 2
팻 콘로이 지음, 안진환 외 옮김 / 생각의나무 / 2009년 10월
평점 :
품절


21세기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으로 불리운다는 팻 콘로이의 첫소설을 읽는 설레임과 인종과 계층을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이라는 소재가 주는 기대감으로 두근거리며 <사우스 브로드>의 첫장을 넘겼다. 프롤로그부터 느껴지는 찰스턴에대한 노스탤지어와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진지함은 삶에 대한 깊은 관조 그리고 거장의 면모를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대작가, 아름답고 유려한 문장들이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사우스 브로드의 문장은 화려했다. 거의 모든 문장들은 은유, 직유, 묘사, 수식 등의 문장기교로 정교하게 다음어져있고 작품 전체를 흐르는 서정적인 분위기는 이러한 팻 콘로이의 섬세한 문장을 통해 탄생되었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 소설은 그 어떤 독자도 함부로 ’별로’라고 평할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이렇게 아름답게 조각된 문장들, 그리고 인생에 있어 빠뜨릴 수 없는 위트와 열정까지 곁들여진 소설을 감히 누가 평가절하 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는 뛰어난 작가이되 뛰어난 이야기꾼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은 이야기를 가지고도 어떤이는 생생한 현실감으로 듣는이를 몰입시키고 어떤이는 너무도 담담하게 묘사해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것처럼 <사우스 브로드>는 등장인물들의 대사에 현실감이 부족한데다가 감정을 이입시켜야할 슬픈 장면에서도 뛰어난 자제력을 발휘해버린다. 세상에서 가장 울리기 쉬운 독자인 나도 극중의 중요한 인물이 차례로 두명이나(!) 죽는 장면에서조차 스스로도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눈물 한방울 나오지 않았다. 그 어떤 끔찍한 상황, 등장인물의 아픈 과거, 충격적인 죽음마저도 담담하게 절제하는 게 팻 콘로이의 미덕이자 장점이라고 말한다면 작품에 완전히 빠져들어 등장인물들과 함께 울고 웃게 만들어버리는 게 작가가 발휘할 수 있는 가장 큰 마술이 아닌가 묻고 싶다.  

또한 주인공 레오를 제외한 몇몇 등장인물들은 캐릭터 조형이 미완성된 것처럼 독자를 혼란시켜 그 역시 때때로 작품에 대한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서일까... 아픔, 슬픔, 이별, 죽음, 사랑과 우정의 위대함, 환호와 열정, 위트와 미스테리까지 이야기가 가진 모든 요소를 다 갖춘 이런 스토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팻 콘로이에 대한 존경심이 생기는 것과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우스 브로드>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드는 생각은 사우스캐롤라이나에 대한 노스탤지어가 가져다주는 서정도, 주인공들의 비극적인 과거로 인한 애잔함도 아니었다. 오랫만에 인생의 단면을 엿볼 수 있는 역작을 만난 소감은 간단하지만 확실했다. 인생에서는 어떤 일이라도 일어날 수 있다는 것,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 언제나 그렇듯이 우정과 사랑은 삶을 지키는 원동력이 된다는 것... 인생 그 자체가 주는 서사의 힘을 이토록 능숙하게 그려낸 작가에게 경탄하며 삶의 형상과 의미를 그려낸 역작이라는 말에 다시한번 공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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