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
게키단 히토리 지음, 서혜영 옮김 / 이레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세상에 이렇게 답답한 사람들이 있을까. 여기 여섯명의 소심한 인생이 있다. 자유인이 되고 싶다지만 실은 회사일에서 도망쳐서 홈리스가 되고 싶을뿐인 가장, 아이돌의 팬노릇을 너무 착실하게 하다 못해 배가 고파 쓰레기를 뒤져가며 살아야하는 남자, 좋아하는 남자에게 고백도 못하고 이용만 당하는 여자, 도박빚으로 다중채무자가 되어 죽으려고 하지만 차마 죽지도 못하고 전화사기를 계획하는 남자, 3년전 단 한번 만났던 엉터리 개그맨을 찾아 도쿄로 상경한 여자, 스트립 쇼걸에게 반해 스트립 쇼장의 사회자를 3년째 하고 있는 삼류 개그맨까지 소심함이 지나쳐서 답답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외톨이들이다.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의 인상적인 부분은 각각의 주인공들이 이해가 안될듯한데도 사실은 그들에게 공감하게 된다는 점이다. 그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한다는 것, 잃어버린 자신을 찾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표현하고자 노력한다는 것이 느껴져서, 섬세한 그들의 심성이 이해되기 때문에 더 안타까운 마음이 된다. 우리 역시 사회와 가족구성원으로써의 책임감을 느끼면서도 훌훌 털어버리고 싶었던 적이 있었고,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지 못해 바보같은 일을 한적이 있다. 그리고 자신의 성격이나 배경이 싫지만 내가 가진 것 안에서 노력하고자 하며 살아간다. 현실이 녹록치 않아 힘들지만 그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그들에게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겠는가. 책을 읽는 동안 오히려 그들을 안아주고 싶어졌다. 괜찮다고, 혼자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었다. 

 
작가는 이 여섯명의 삶을 한조각의 무거움 없이 표현해 낸다. 단순히 재미있게만 써내려간 것이 아니라 가벼움의 미덕과 눈물 뒤에 오는 웃음의 카타르시스를 아는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의 삶에 작은 인연으로 교차되며 조그만 희망의 불씨를 던지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읽는이의 마음도 그 불씨로 인해 훈훈해진다. 아무리 외톨이일지라도 다른 이의 삶에 손길을 내밀 수 있다, 돌아보면 나를 위하는 누군가가 있다... 이 얼마나 따뜻한 희망인가. 

 
<소리나는 모래 위를 걷는 개>는 게키단 히토리의 첫 소설이다. 인간의 심리에 대한 예리한 관찰력이 돋보이는 수작으로 데뷔작 그 이상이라는 평에 나 역시 공감할 수 밖에 없었다. 분량은 짧지만 읽은 후의 느낌은 짧은 분량 이상의 무언가가 있는 소설이었다. 한가지 확실한 점은 인간에 대한 이해와 따뜻한 시선이 없다면 결코 이런 소설이 나올 수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마음에 드는 소설을 만나면 흡사 짝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두근거리게 마련이다. 게키단 히토리의 다음 소설이 너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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