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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남자 - The fantastic Deer-Man ㅣ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2
마키메 마나부 지음, 권일영 옮김 / 작가정신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날 갑자기 사슴이 말을 걸어오고 그도 모자라 얼굴마저 사슴처럼 변해간다면?! <사슴 남자>는 단 한줄의 소개만으로도 호기심을 마구 자극한다.
여기 사슴이 되어버린 사슴 남자가 있다. 사슴으로 변해가는 것도 불쌍한데 사슴이 말을 건다고 어디에 호소도 못하고, 본인만 아니라고 부정하는 신경쇠약에다가 가르치는 반 여학생에게 찍혀서 반에서 왕따를 당하는 교사다. 이런 남자에게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야한다고, 이 일은 너밖에 할 사람이 없다고 사슴은 다그친다. 이런 심각한 얘기들을 하면서도 이 남자 면전에다 아무렇지않게 X을 싸면서 말이다. 이쯤되면 눈치 챘겠지만 <사슴 남자>는 능청스럽게 독자를 웃긴다. 일본의 신화와 역사를 풀어놓을 때면 또 언제 그랬냐는듯이 진지하지만, 맛이 없다는 말도 못한채 후지와라 선생이 주는 막과자를 둘이 나란히 앉아 오도독 거리면서 먹고 있는 주인공을 상상해보면 또 슬그머니 웃음이 터져나온다. 특히 사슴의 '사슴 증상에 대한 신경쇠약 진단'에 이르면 작가에게 감쪽같이 속았음(?)을 알고 헛웃음마저 나온다.
이런 <사슴 남자>의 유쾌함은 엔터테인먼트 소설이라는 장르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지만 이 소설은 137회 나오키상 후보작으로 반전과 복선이 곳곳에 숨어 있는 꼼꼼한 플롯이 인상적이다 . 그래서 가벼운 소설을 좋아하거나 재기넘치는 상상력이 있는 소설을 원하는 독자, 허술한 플롯때문에 밋밋하기만 한 소설을 싫어하는 독자들까지 모두 만족시킬만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노다메 칸타빌레'의 주인공 타마키 히로시가 주인공을 맡아 드라마도 제작되었는데 생각해보면 이보다 더 어울리기도 힘든 캐스팅이다. 드라마를 보진 못했지만 어수룩한 신경쇠약 캐릭터를 연기하는 타마키 히로시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소설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다. 간만에 개성있는 캐릭터들이 어우러진 상쾌하고 재기발랄한 소설을 만나서 즐거웠다. 마키메 마나부의 다음 소설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