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다자이 오사무 지음, 장현주 옮김 / 새움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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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실격'이라는 섬세한 심리 묘사가 돋보이는 소설을 통해 만난 다자이 오사무는

퇴폐와 허무, 삶과 죽음, 인간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패전 후 일본 젊은이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았던 대표적인 작가이다.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느낌이

음산해진다. 다자이 오사무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이 책을 통해 말하는 허무와

격정, 비관과 간절함, 죽음과 삶에 대해 쏟아내는 그 절절함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부를 축적하는 불합리함과 아무리 발버둥쳐도 간극은 점점 더 멀어지는 빈부의 격차에 환멸을 느낀 그와 소설속 주인공 요조는 너무도 흡사하다.



본인 혼자만 다른 인간인듯한 불안과 공포로 거의 대화를 나누지 못하는 그가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로 생각해 낸 '익살'로 필사적이면서도 위기일발의 줄타기 같은 진땀나는 서비스를 해야하는 요조, 그는 어쩌면 그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살기 위해,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가족을 위해 등 어떠한 이유에서도 지금의 우리도 가장된 '익살'을 내뿜으며 살고 있다. 요조는 서로 속이면서도 맑고 밝고 명랑하게 살아가는 혹은 살아갈 자신이 있는 인간이 난해했기에 필사적인 익살 서비스를 퍼부었으며 그로인해 풍겨지는 누구에게도 호소 못한 고독한 냄새가 본능적으로 수많은 여성들의 후각을 자극하고 추문의 대상이 된다. 어쩌면 그런 그에게 '가면'은 자유와 해방일지도 모른다. 마치 진짜 자신은 짙은 화장 아래로 감춘 채 주어진 환경과 상황에 맞는 역할을 소화하는 배우 마냥 우리 역시 사회적 가면을 쓰고 세상 속에 존재한다.


요조의 연기는 절망감 속에 바다로 뛰어 들었으나 다행히(?) 그만 살아남아 자살

방조죄로 경찰서에 끌려갔을 때 그를 심문하던 순경에게 진술한 후 스스로 '신들린

연기였다'라고 말하며 절정을 이룬다.



인간실격을 상징이라도 하려는 듯 소설의 말미에는 허무와 죽음이 가득하다. '아버지가 돌아 가셨음을 알게 된 후 '그야 말로 폐인'이라고 읇조리는 장면이나, 정신병동에 갖힌 그의 '인간 실격, 이미 나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다'라는 주문이나, 늙은 식모 데쓰가 사온 칼모틴(진정 최면 성분이 있어 불면증, 신경쇠약, 구토 등의 치료제로 사용함)이 설사약 헤노모틴임을 알았을 때 관조적으로 말하는 '지금 나에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다'등은 다자이 오사무의 정신 세계를 그대로 글로 옮긴 것이다. 단지 모든것은 지나가 버렸고 그는 그렇게 갔다.

죽음은 무료하다. 죽음은 죽음이다. 죽음을 미화할 생각도 포장할 생각도 없다. 다만 죽음이 죽음 그 자체로 끝나버림이 아쉽다. 그래서인지 오쿠노 다케오는 '인간실격이라는 작품보다 다자이 오사무의 자살을 읽었다'라고 말한다. 이 책은 스스로를 실격시켜버린 이 땅의 모든 실격자들을 위한 책이다. 그저 인간이 느끼는 허무를 노래하는.

끝으로 다자이 오사무가 말하는 인간의 삶에 대해 적어 본다. '나는 확신한다. 인간은 사랑과 혁명을 위해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어쩔 수없이 우리는 '인간미'와 '인간실격' 사이에서 작두를 타야 한다.

恥の多い生涯を送ってきました。

自分には、人間の生活というものが、見当つかないので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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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미술 투자 교과서 - 가장 본질적인 아트 컬렉팅의 모든 것
도쿠미쓰 겐지 지음, 황소연 옮김, 문정민 감수 / 앵글북스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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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경매가 투자의 트랜드가 되어 가는 추세라 늘 궁금하고 알고 싶었던 차에

현대미술투자교과서를 만났다. 책의 제목처럼 교과서다. 아시아 최대의 미술품

온라인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일본내 작품을 주로 소개하고 있지만

아시아 미술시장을 엄청난 자본력으로 강악하고 있는 중국과 오랜 시간 미술시장의

선두를 유지하는 일본, 최근 급격한 상승세를 보이며 선두주자로 올라선 한국등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하며 미술품 거래에 대한 많은 정보와 그의 눈으로

바라보는 미술품 시장의 전망과 시각 그리고 투자 방법들을 소개한다.

자본 보다 강한 안목의 힘, 가장 본질적인 아트 컬렉팅의 모든 것이라는 표지의 글을

읽으며 드는 한가지 의문은 경험이 빠졌다는 아쉬움이다. 현장에서 직접 부딪쳐보고

경험해 보는 것 만큼 소중한 자산은 없다. 경험과 지식 그리고 노하우가 합쳐졌을 떄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고 경제적 이득이나 자기 만족에 이르게 된다.

저자가 이르는 투자 기본 원칙중 하나는 '안목을 기르라'이다. 작품을 볼 줄 아는

심미안을 가져야 제대로 볼 수 있고 정확한 판단이 가능해진다. 세상의 가득한 모든

것이 미술이며 이를 누리고 판단할 줄 아는 나만의 눈과 그 힘을 기른이의 투자가

정석이 된다. 또 하나 저자는 향후 전문가처럼 냉정한 평가를 내리는 컬렉터들이

등장할 것을 예고한다. 조금은 편향된 캘러리스트보다 더 다양한 작품을 탐닉하는

컬렉터에게 믿음이 갈것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한 목소리들이 모여 정당한

평가를 내리고 가치의 변화가 생기게 된다면 미술품 평가는 전문가를 통한 평가에서

구매자의 눈높이에 맞춘 평가로 잔환되게 된다.

미술 작품의 가치는 단순한 인기투표가 아닌 급등할 만한 가치가 있어야 한다. 가치는

기술력이 아닌 작품자체가 지닌 콘셉트와 스토리에 있고 이를 간파하는 이들에 의해

결정된다. 여기에 감성과 더불어 지성을 동반한 전문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저자는

이를 '미술은 인간의 우뇌를 통한 감정으로만 가치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콘셉트를

보완하는 좌뇌의 논리성까지 담보되어야 진정한 가치가 생긴다'고 말한다.

이제 상황이 조금 바꼈다. 거장과 몇몇의 평론가들 그리고 거대 자본가들의전유물로

지적 허영심의 배출구 혹은 과시욕의 산물이나 재산 축적과 조세도피의 방법으로

사용되며 일반인들은 그저 감상을 하는 것만도 감지덕지 하던 시대가 아니라 그 흐름의

축이 서서히 대중에게로 옮겨지고 있다. 물론 아직 거대 자본가들의 자본력과 구매

욕구에는 못 미치지만 저평가 시장에서의 대중들의 약진은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미술품에 대한 대중화는 개개인의 지적 욕구와 맞물려 현실적 구매로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자신만의 가치관과 기준을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주식과는 다르게

느리게 떨어지고 빠르게 회복하는 미술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은 스스로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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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템페스트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예용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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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내면에 대한 세익스피어만의 해석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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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템페스트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예용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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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었던 사람들의 배신으로 찾아오는 고통과 좌절 그것을 현명하게 극복하며

억울함을 풀어내기 위한 이성적 노력들은 책을 읽는 내내 안타깝고 처절했다.

쉽지않음을 안다. 복수를 화해로 바꾸는 일이. 그럼에도 현명한 결정으로

가치있는 용서를 택하는 프로스페로의 모습을 보며 얼핏 사람다움을 발견한다.

사람은 다른 사람을 위해 살아야 하며 자기 자신만 생각하면 안된다는

말은 어쩌면 세익스피어가 우리에게 던지고 싶은 화두가 아닐까 한다.

이 책은 시카고 플랜 고전문학 작품 중 한권이다. 1929년 시카고 대학 총장

로버트 호킨스가 추진한 이 계획은 존 스튜어트 밀 식의 독서법에 의거하여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100권을 외울 정도로 읽지 않은 학생은 졸업시키지

않는다는 고전 철학 독서 프로그램이다. 호킨스 총장은 학생들에게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이 아닌 모델을 정하고 영원불변의 가치를 발견하고 발견한

가치에 대한 꿈과 비전을 가질것을 주문한다.

현재 미래와 사람의 시카고 플랜 문학은 햄릿, 맥베스, 템페스트, 타르튀프,

인간 혐오자, 나사의 회전, 캉디드가 나와 있다. 기회가 된다면 나사의 회전

(The turn of the screw, Hanny James, 1898)은 꼭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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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다른 세계에 산다 - 자폐인이 보는 세상은 어떻게 다른가?
조제프 쇼바네크 지음, 이정은 옮김 / 현대지성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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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념상 자폐인은 좀 미련하거나 우둔한 사람이다. 조금 유식한 척 해보면 '정신 장애를 가진 사람'이고 보통 '바보, 멍청이'로 통한다. 저자인 죠제프 쇼바네크(Josef Schovanec)도 그랬다. 만 6세까지 말을 하지 못했고 초등학교에 들어 갈 지적 능력이 없다고 여겨졌고 간단한 인사나 빵을 사는 일이나 전화 통화도 버겁고 불안해 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파리정치대학을 나온 철학 박사로 10여개의 언어에 능통한 유명 강연자가 되어 있다. 그는 장애를 성공의 수단으로 삼아 결국 그 자리에 선다. 이 책은 그런 그가 바라 보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

얼마전 종영한 드라마 영향인지 요즘 많은 이들이 '자폐증'이라는 말 대신 '자폐 스펙트럼'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스펙트럼이 주는 의미처럼 증상 상태 여건이 다양하다는 말이다. 그리고 아쉽게 우린 뭔가 특별한 그들에만 집중한다. 그러나 저자는 가끔 매체에서 소개하는 '괴짜' 자폐인(저자는 이를 다른 말로 표현할 용어가 없다고 말한다)은 완벽하게 가공된 인물이라고 말한다. 윤리적 차원에서 속임수에 불과하고 학습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또 하나 그런 특별한 능력을 지닌 이는 극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전술했듯이 그냥 그렇게 산다.(실제로 수많은 자폐 아동들이 만 6세 이전에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고 평생 그냥 살아야 한다)

저자는 자폐를 대하는 자세부터 다르다. 어눌해 보이는 말투에 팀 버튼의 영화에서 튀어 나온듯한 외모의 꺽다리 사내는 자폐증을 자신의 키가 195cm이고 체코 출신 프랑스인과 같은 특징 중 하나라고 말한다. 각각 존재하는 객체이며, 각자의 세상을 살아가는 세계인이며, 각자의 특징을 가진 소중한 존재라는 것이다. 삶은 생각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삶의 시간들을 결정하고 그 결정은 결국 삶의 시간이 되어 돌아 온다. 그래서 죠제프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붙인 '천재적인 자폐인'이라는 이름을 거부하며 세상

속으로 뛰어 들어 '나는 자폐인과 함께 산다'고 고백하며 자폐증은 자기 삶을 망가뜨리고 힘겹게 하는 장애물이 아닌 자신에 대해 설명하는 또 하나의 특징이라고 말한다.

이 책에서 아주 멋진 말 하나를 만났다. '자기를 타인처럼 생각하는 것이 윤리이다'. 타인을 자신처럼 생각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자기를 타인이듯', 내가 알지 못하며 만남을 통해 발견해야 할 타인인듯 상상하라는 의미이다. 타인은 언제나 새로이 발견해야 하고 인정해야 하고 새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 존재이자 우리 안에 있는 결핍과 다른 사람 안에 있는 우리의 일부 같은 존재이다.

우리는 지금 '정상'과 '비정상'이 아닌 조금 '다른'모습의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다시한번 생각해 보며 책의 마지막 문장을 적어본다. '인간은 그보다 훨씬 더 복잡한 존재이고 계속해서 변화한다. 인간을, 우리 자신을 어떤 하나의 설명에 가두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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