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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드러지다 - 혼자여서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
신혜정 글.그림 / 마음의숲 / 2016년 3월
평점 :
이책을 다 읽고 나니 낯선 여행자가 되어 그곳에서 살아보기란 문장이 생각난다.
나 역시 터키를 11년전에 다녀왔는데 나는 혼자가 아닌 9박10일의 패키지 여행이었다.
맛있고 신선한 채소, 빵, 요거트 등이 너무 좋고, 볼거리가 너무 많아 터키는 정말 한번쯤 눌러살아보고 싶은 나라였다.
새벽에 울리는 아잔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을 뜨고 생경한 풍경의 낯선 공기내음을 맡던때가 떠오른다.
이스탄불은 늘 쾌쾌한 매연으로 뿌연하늘이어서 우울했지만, 도심을 벗어나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는 천혜의 관광자원을 가진 터키는 정말 아름다운 나라이다.
모스크사원, 소피아성당, 보스포러스해협, 갑바도기아, 광할한 터키의 대지가 그녀의 책을 읽으니 먼 옛날의 기억임에도 저절로 소환된다.
그녀는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터키의 이스탄불, 인도의 레등에서 머물렀다.
그녀의 이야기는 여느 여행책처럼 생동감있고, 볼거리가 많지는 않다.
심플한 여행책이라기 보다 그녀는 소근대어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책을 써내려간다. 조심스럽게.
그녀의 삶, 이방인 관찰자로서의 그들의 삶, 낯선 풍경들과 음식.수필집에 더 가깝다.
저자는 시인답게 문장이 유려하면서도, 군더더기가 없다.
여행지에서도 최대한 감정을 배제하고, 타국의 그들과는 깊은 속내를 나누지 않는다.
나 역시 나홀로 여행을 하면, 그들에게 무장해제하기 보다는 우선은 방어하는 성향이 강해지는 것을 익히 알고 있다.
베를린에서 머물렀던 그녀처럼, 나도 남미의 어느 도시에 거주할때 옆집의 늦은 밤마다 큰 음악소리에 쿵쾅거리고 연일 계속되는 파티에 괴로워했다.사실 똑똑 문을 두드리며 나도 함께 즐기면 되는 것이었는데 그때는 그러질 못했다.
그때 조금 더 용기를 냈더라면, 더 많은 친구를 사귈 수 있었을텐데, 좀 더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을텐데.
현지에서 외국어 구사가 한결 수월해져 하루종일 말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날 수록 오히려 그녀처럼 한국어가 고팠다.
집에 돌아오면 그렇게 혼자인 시간이 편했다.
이방인으로서 체류기간이 꽤 길었던 나였기에 그녀의 책은 공감할 부분이 많았다.
여행자와 이방인으로서의 삶, 한국인이 없이 온전히 나홀로 그들과 섞여 살아가기는 그녀의 책처럼 무척 고독하고, 한국어가 고파지고, 이방인으로서 현지인들을 관찰하게 된다.
그래서 그녀의 단조롭고 담백한 행적이 오히려 더 자연스럽고 공감하게 되는 부분이다.
여행은, 현지에서 살아보기는 낯선것에의 도전이고, 내가 과연 누구인지를 한층 더 알게해주는 기회이다.
어느날 여행가방을 싸고, 나도 어느 낯선 나라에서 가끔은 흐드러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