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은 내 이름 2
엘사 오소리오 지음, 박선영 옮김 / 북스캔(대교북스캔)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나에게 아르헨티나 하면 떠오르는 사람은 체 게바라이다. 영화로 그려진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는 아르헨티나, 칠레, 페루, 베네수엘라등 남미를 횡단한 젊은 체 게바라가 어떻게 혁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를 유쾌하면서도 진지하게 그려낸 작품으로, 체 게바라가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사람에게 알려진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아르헨티나에서도 군부 독재에 항거한 주요한 정신적 뿌리는 아마도 체게바라의 영향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제 한명이 더 추가가 되겠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엘사 오소리오.. 

내게 '빛은 내 이름'은 책으로 만난 첫 번째 아르헨티나 문학이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저자가 국내의 정치적 사건을 토대로 하여 쓴 작품이며 정작 아르헨티나에서는 출간이 금지되고 스페인에서 빛을 보게 되었다 것이 이색적이다.
이 책은 'Guerra sucia' 게라 수씨아, [더러운 전쟁]라고 불리는 1976년에서 1983년까지 의 군부에 대항한 국민의 저항과 이에 대한 탄압이 주요한 배경이다.
그러나 의외로 작품의 서술방식은 일명 '더러운 전쟁'에 초점을 직접 맞추지 않고 이에 의해 발생된 한 가정의 파괴와 또다른 가정의 생성을 역추적하며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 당시 정권을 주도하고 있던 군부 독재에 반발한 대학생 릴리아나는 이책의 주인공 루스의 어머니다.
대학생의 어린나이였던 릴리아나는 당시 임신을 한 상태로 감옥에 갇혀있었고, 감옥소를 관장하는 직업군인 상사 피티오티는 루스가 태어나자마자 출생증명서를 위조해 자신과 애인 미리암 사이의 자식인양 딸로 삼아버린다. 이와 같은 시기에 피티오티의 상관인 두파우 중령의 딸이 아들을 낳았고 사망하자 딸에게 충격을 주지 않기 위해 갓난아이 루스는 다시 두파우 중령의 손녀로 둔갑을 하게 되고 루스의 친엄마는 살해된다.
루스에게 비극을 가져다주는 주된 인물 피티오티는 전기고문과 정보를 캐내는 재주가 탁월하고, 두파우 중령의 심복이다.

이 책의 시작은 납치되어 강제 입양된 루스가 스무살이 넘어 자신의 부모가 따로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찾아 스페인으로 향하면서 시작이 된다. 
 

스페인의 마드리드로 남편, 아이와 함께 출발하는 그녀는 오직 아버지의 이름 하나만을 들고 아버지 까를로스를 만나러 간다. 
 

너무나 오랜 세월, 멀리 떨어져 생활해 온 탓일까?
내가 상상했던 감격적인 부녀상봉은 없었고, 기대와는 달리 서로의 존재를 찬찬히 더듬 듯 조심스레 실체를 확인하는 조금은 답답한 과정이 진행되었다. 마치 제3자의 일인양...

현재의 부녀 만남속에서 대화를 통해 조금씩 드러나는 진실은 과거와 현재의 기억을 더듬어가며 더 뚜렷해져간다.

책의 주제인 독재, 게릴라, 살인, 납치, 친부모 찾기 어느 주제 하나 가벼운 키워드는 없다, 하지만 빠른 속도의 전개감과 다양한 군상의 인물들의 등장과 갈등. 그리고 화해와 해후..등 감동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인권으로 유명한 엠네스티의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 작품은 주인공 루스가 본연의 자신을 찾아가는 성취의 과정을 다각도의 시선에서 세밀하게 잘 그려낸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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