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엔비엔푸 1
다이스케 니시지마 지음 / 미우(대원씨아이)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리뷰는 개인적인 것이니, 단순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제목 - 디엔 비엔 푸
작가 - 니시지마 다이스케
역자 - 조은정
구성 - 스토리만화
화풍 - 팬시용품 혹은 풍자 일러스트에 어울리는 SD캐릭터
펜터치 레벨 - 중상
내용 - 때는 1965년 베트남전쟁이 한창일 때. 종군기자로 일본계 미국인인 '히카루 미나미'는 베트남에 가게 된다. 그곳의 부조리한 미군들의 사이에서 고생을 하던 그는베트남의 '공주'라 불리는 여전사를 만나 그녀를 그리며 전장을 돌아다니게 된다. 그런 중 스파이 혐의를 받고 그린베레 집단과 함께 그들의 전투를 보며 움직인다.
좋은 점 - 귀엽고 깔끔한 작화(아이러니함을 심어줌)
             스크린톤 사용의 절제
             독특한 캐릭터 표현
             전쟁의 참혹함과 부조리함에 대한 고발
             기자와 공주의 관계와 그에 대한 작은 이벤트들
아쉬운 점 - 그림과 다르게 잔혹한 이야기(사실 아쉽지는 않지만 그룹 거리의 시인들처럼 소비자를 속일 위험이 있음.)
                외형적으로 성별 구분이 힘들 정도로 비슷한 인물
                심하게 과장된 전투 장면
                공주의 히어로화

 역사를 살펴보면 베트남 전쟁은 미국이란 나라가 유일하게 패배한 전쟁이었다. 하지만 그 속에서 나온 피해자의 수는 베트남 국민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상황을 봐서 가히 어디가 승자인지, 누가 악의 축인지 알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전쟁인 것 같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싶어서였을까? 이번에 이야기해볼 '디엔 비엔 푸'는 이런 베트남전쟁을 미군이지만 군인이 아닌 종군기자의 시선으로 그려나가고있다. 그것도 베트남의 킬러를 사랑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본 만화의 표지를 살펴보자. 정말 귀여운 그림으로 깔끔한 디자인을 보여주고있다. 동화나 캐릭터 상품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이런 그림으로 과연 어떤 만화가 탄생할 수 있을지 굉장히 호기심이 생겼다. 책을 펼쳐보니 표지 바로 다음에 이어지는 타이틀과 차례에서 엄청난 디자인적 세련됨이 느껴졌다. 이거 보통 내공의 작품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페이지를 더 넘겨 내지의 그림들 역시 표지와 마찬가지라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개그만화가 아님에도 이런 극도의 생략된 이미지로 만화를 꾸릴줄은 감히 상상도 못했었기 때문이다. 작품 속에서는 이런 귀엽고 간결한 그림에 맞게 배경도 간략화하려 표현하였고 스크린 톤 역시 엄청 제한하여 흑과 백의 형태 위주로 만화를 표현했다. 캐릭터의 형태와 묘사정도가 언밸런스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작화는 단순하지만 만화의 완성도를 전혀 해치지 않는 과감한 표현이라고 느껴졌다. 이런 자유롭고 단순해보이는 그림체의 최대 장점이라면 그 어떤 방식으로 캐릭터를 만들든 서로 조화되기가 쉽고 그만큼 다양한 느낌으로 캐릭터가 탄생할 수 있다는 점이겠다. 본 만화에서는 정말 다양한 형태의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각각 그 개성에 어울리는 외형을 취하고 있다 생각된다.
 이렇듯 간결하고 완성도 있는 작화였지만 아쉬운 부분이 좀 있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캐릭터를 다양하게 뽑아낼 수 있는 그림체여서 좋긴 하나, 성별이 구분 안 될 정도로 단순해서 인물의 성별을 구분하기도 힘들고, 다들 너무 똑같아 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상식선에서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과격한 전투 장면을 그리는데, 그림체의 특성상 그렇게 잔인해 보이지는 않아 별 문제는 없을지라도 이런 선택은 되레 허구성을 강하게 만들어서 그렇게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이제 만화의 내용을 말해볼까. 본 만화의 내용은 베트남 전쟁에서 종군기자 '히카루 미나미'가 전쟁을 겪으며 '공주'라 불리는 베트남 킬러에게 매료되어 재회를 바라는 그런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을 위한 걸음만을 보여주는 연애물이 아닌 재회를 바라면서 겪는 많은 전쟁통을 보여주는 잔혹한 이야기를 보여주고있다. 작화와 내용이 완벽히 다르다 할 수 있는 아이러니함. 이런 아이러니함은 마치 아이들이 전쟁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기분을 심어주어 전쟁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좋은 장치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또한 이야기 중 베트남인과 미군의 생각 차이들도 보이면서 삶이 얼마나 척박한지 전쟁이 얼마나 부조리한지를 고발하고 있어 그 깊이 역시 깊어져서 좋다고 생각된다. 그런 깊이와 더불어 기자와 공주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살짝살짝 보여주어 과연 앞으로 이 둘은 어떻게 엮일지 궁금하게 만들고 "1965년 두 사람은 아직 서로를 모른다."라는 구절의 반복으로 호기심과 묘한 복선을 깔아 독자를 흥미롭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참 만족하고 완결을 보고싶은 만화로 만족도가 높지만 아쉬운 부분이 좀 있었다. 역사적 사실을 현실적인 시선에서 다루는 만큼 만화의 내용이 징그러워질 수가 있다. 사실 필자는 이런 냉혹한 이야기를 좋아하지만 그림만 보고 동생이나 자제에게 이 책을 사준 사람들이 있다면 내용을 보고 그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마치 거리의 시인들의 이름만 보고 잔잔한 클래식을 찾아 음반을 샀는데 속사포랩이 쏟아져 나와 깜짝 놀라는 것과 같으리라. 본 만화는 이렇게 당혹감을 느끼기 너무 좋은 만화다. 그리고 설정상으로 공주는 엄청난 사람에게 살인기를 배우는 킬러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설정이 심각하게 지나쳐서 홀로 군인들을 쓸어나가고 헬기마저 파괴하는 엄청난 인물이 되어버렸다. 현실적인 소재에 현실적인 시점과는 다르게 인물 하나로 인해 히어로물이 돼버린 건 아닌가 싶다. 개인적으로는 배경과 흐름에 맞춰 인물의 성질이 잡혀야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점은 굉장히 아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귀엽고 보기 편안한 그림으로, 가슴아프고 보기 안 좋은 역사를 그려낸, 아니 그런 비극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을 그리려하는 만화 '디엔 비엔 푸'. 주인공 히카루의 사랑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전쟁 속에서 어떤 일들이 그의 목숨과 목표를 무너뜨리려 할지, 그 화약냄새 나는 현장으로 찾아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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