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우주의 문법 - 그 우주에는 인어와 화성인과 주머니고양이가 산다
백승주 지음 / 김영사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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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우리가 매일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말’의 세계가 얼마나 기묘하고 넓은지, 그리고 때로는 잔혹해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다. 언어는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도구이지만, 동시에 영역 밖의 존재를 배제하고 공격하는 방식으로도 작동한다. 저자는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오래 가르쳐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가 무심코 지나쳤던 국어의 결을 ‘타자의 시선’에서 다시 보여준다.
하나의 영토, 하나의 민족, 하나의 언어라는 오래된 삼각형적 사고가 얼마나 강력하고 폐쇄적인지를 예리하게 짚어낸다. 제주어를 비롯한 지역 언어를 예로 들며, 누군가는 이 삼각형 안에 있는 언어만을 ‘정상’으로 보고, 그 외의 언어들은 열등하거나 불필요한 것으로 판단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심지어 작은 회사 안에서도 직무에 따라 말의 사용 방식이 미묘하게 다르고, 우리는 그것을 바탕으로 타인을 분류하고 경계를 긋기도 한다.
말은 늘 소리로만 존재하는 줄 알았는데, 책을 읽다 보니 언어는 우리가 누구를 안으로 들이고 누구를 바깥으로 밀어내는 방식이기도 하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흥미로운 지점은, 저자가 갑자기 ‘인어’나 ‘주머니고양이’ 같은 존재들을 끼워 넣으며 다른 우주 이야기를 시작할 때다. 이 허구의 우주들은 오히려 더 정확하게,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의 세계를 비추는 거울처럼 느껴진다. 문법적 규칙을 넘어서는 숨겨진 뉘앙스, 억양, 미묘한 감정 같은 것들—우리는 그것을 ‘문법 밖’이라며 무시해왔지만, 사실 그 모든 것이 언어의 실체라는 것을 저자는 반복해서 보여준다.

언어가 무엇인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언어는 지정된 의미나 규칙을 넘어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전체를 비추는 프리즘이다. 성별 규정, 권력 관계, 타자성, 연대, 배제… 우리가 어떤 단어를 택하고 어떤 억양으로 말하는지에 따라 이 모든 것이 형태를 드러낸다.

이 책은 내가 매일 쓰는 말의 세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고, 그 말들이 어떻게 나와 타인의 경계를 그으며 또 때로는 연결하는지를 끝없이 질문하게 만든다. 책을 덮고 나면 ‘말’이 아니라 세계를 다시 바라보게 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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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신 연못의 작은 시체
가지 다쓰오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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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후 고가에 거래되던 책을 이제 편히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역자와 출판사에 대한 감사함으로 이 글을 남긴다.

이 작품은 40년 전에 쓰였다고 믿기 어려울 만큼 지금의 문제의식과 맞닿아 있다. 연구자가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 ‘남성의 본능’이라는 말로 폭력을 정당화하는 시선 등 오늘의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진다. 고전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단순한 기발함이 아니라 시대의 윤리와 인간의 구조 속에서 사건을 조립해가는 방식이 깊게 남는다.

이 이야기가 특히 와닿았던 건, 과거에 건축 구조 균열을 분석했던 경험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구조적 불안정이 사회적 파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감각. 연구자와 기술자의 책임이 얼마나 무거운지, 작품 속 딜레마가 현실과 겹쳐 보였다.

초반의 연구실 일상이 차분히 흐르다, 동생의 죽음을 추적하며 과거의 진실이 서서히 드러난다. 중반에는 앞뒤가 엇갈리는 듯하지만 한순간 서로 맞물리며 긴장감이 폭발한다. 감춰둔 퍼즐을 회수하는 순간들이 짜릿하다.

비극은 한 사람의 잘못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구조가 책임을 흐리면 개인의 선택도 흔들리고, 그 틈에서 비극이 되풀이된다. 다 읽고 난 뒤 ‘지금 우리는 얼마나 달라졌나’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남는다. 몰입도 높은 전개와 날카로운 감각이 오래 기억될 작품이다.

마지막 페이지에서 아들을 기다리는 할머니가 유독 가슴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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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로 한 달에 100만 원 벌기 - - 글쓰기부터 책 출간하고 돈 벌기까지 노하우 A to Z
김필영 지음 / 푸른향기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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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수익으로 글을 써서 100만 원씩 더 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상상만 하고, 나는 그렇게 벌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사람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생각보다 엄청나게 혹독하고 어려운 길이 아니라는 것이다. 많이 읽어보고 따라 써보고, 강의도 들어보고, 가장 중요한 건 직접 써보라는 것. 꾸준히 매일 쓰다 보면 늘 것이라는 것 말이다. 당연한 듯하면서도 실천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꾸준히 써가면서 각종 투고 방법과 강의 만들기, 브런치 작가 되는 방법 등을 참고해서 수익화를 해 나가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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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최은미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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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을 읽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작품을 평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떤 이유로 상을 받게 되는 건지, 그런 것들을 파악하며 읽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그래서 조금은 더 엄격하고 높은 기준의 필터를 끼고 읽게 되는 것 같다.

그렇게 읽었는데도, 작품이 좋아 마음에 남으니, 그래서 수상작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각각의 편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말하긴 하는데, 전반적으로 약간은 무게감 있는, 내밀하고 묵직한 감정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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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다 하다 앤솔러지 2
김솔 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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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이 너무 좋다. 여러 작가의 물음에 대한 사유가 각양각색이라 읽는 재미를 더한다. 수록작들이 다 좋았는데, 특히 <개와 꿀>이 인상적이었다. 작가님의 글은 읽으면 부끄러워질 만큼 솔직하고, 그래서 더 마음을 울린다.

살짝 이해가 안 되는 편은 <고도를 묻다>인데, 이 편을 이해하기 위해서 <고도를 기다리며>를 읽게 되었다. 독서가 독서를 부르는 경험을 하고, 다시 읽어보니 더 잘 읽혔다.

다양한 물음에 답을 찾아가는 경험이 즐거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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