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1.9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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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관은 이성보다 강하다

샘터 No. 619

습관은 이성보다 강하다.

하나의 습관이 규칙적으로 반복되어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우도 흔히 볼 수 있다.

의식적으로 좋은 습관을 길러 삶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리추얼 라이프'는

우리 각자의 노력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작은 기적이다. p.10

- 내가 만드는 기적

샘터 9월 호가 도착하였습니다.

이번 샘터에서는 리추얼을 이야기합니다.

명사들의 리추얼을 보니 사소하지만 꾸준한 습관의 힘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차이콥스키 ( 1840 ~ 1893 ) - 두 시간의 '오후 산책'

박경리 소설가 ( 1926 ~ 2008 ) - 글쓰는 틈틈이 '텃밭 가꾸기'

데이비드 린치 영화감독 (1946 ~ ) - 매일 두 번 '20분 명상"

유재석 방송인 (1972 ~ ) - 매일 아침 '신문 읽기'


당신의 리추얼은 무엇인가요?

뤼치맘

리추얼 : 세상의 방해로부터 나를 지키는 혼자만의 의식 『리추얼』. - 책읽는 수요일 ( 메이슨 커리)

저의 리추얼은 기도와 산책입니다.

사람들마다 양보하고 싶지 않은 시간이 있습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아주 바빠서 나의 리추얼을 못한 하루는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나의 소중한 영혼이 빠진 채 몸만 파도에 휩쓸려 끌려가듯 살아가는 내 모습이 싫을 때가 있습니다.

고요한 평화 속에 기도를 마치고 맑은 아침 공기를 마시면서 산책을 하고 나면,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할 수 있습니다.

왜 안 하던 짓을 해?

...

너무 우울해서!

.....

달리는 동안에는 내 안의 돌덩이를 조금은 밀어낸 느낌이 들어. 그래서 그때만큼은 내 스스로의 힘으로 살아내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 같아.

- 새벽 달리기를 선택한 어느 직장인 아빠

달리기를 시작한 남편을 보고 엄마도 무언가를 시작합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아이를 등교시킨 후 무작정 아파트 계단을 오르기 시작합니다.

별생각 없이 계단을 오릅니다.

하루 세 번, 고통과 쾌감을 자처합니다.

신기하게도... 힘들지만, 그 어느 때보다 살아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살어리, 살어리랏다.

청산에 살어리랏다.

도시락을 선택한 웹디자이너, 김윤아

그녀의 선택은 단순했습니다.

주변의 거친 언어들을 피해 단 한 시간 기분 좋은 소리로 나만의 점심시간을 채우기.

코로나로 해외활동이 중단된 어느 프리랜서는 생존을 위해 작은 회사에 취직을 합니다.

적성에 맞지 않는 조직생활은 그녀의 멘탈을 흔들어 대지만 그렇다고 도망치지는 않습니다.

한 달 동안 기존 직원 여섯 명이 퇴사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켜냅니다.

내 상황을 모두 바꿀 수는 없겠지.

하지만 초심과 열정을 앗아가는 사람들로부터

나를 지켜낼 수는 있을 거야!

도시락을 선택한 웹디자이너, 김윤아

여러분은 어떻게 스스로를 충전시키시나요?

뤼치맘

이번 달 샘터에도 읽을거리가 풍성합니다.

행복일기 5 - '남편에게 선물한 신발 한 켤레'는 왠지 내 남편의 신발을 물끄러미 보게 합니다.

새벽습관, 수면습관, 정리습관에 관한 글들은 따라 해보고 싶은 내용들입니다.

책은 작지만 포근하고, 알찬 내용들로 기분 좋은 한 달을 채워줍니다. 샘터는 꼭 추천하고 싶은 잡지입니다.

새벽습관 - 모닝페이지

♥ 샘터 물방울 서평단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

뤼치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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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Z세대가 세상을 지배한다 - Z세대, 그들이 바꿀 미래의 단서들
김용섭 지음 / 퍼블리온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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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는 세대를 만들고, 세대는 시대를 바꾼다

김용섭



"애들이 뭘 알아?"라는 말은 이제 그만해야 한다. 애들도 알만큼 다 안다. 나이가 절대적인 건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Z세대 중에서 2/3 정도가 10대이고, 1/3이 20대다. 우리는 20대보다 10대를 훨씬 어리게 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10대는 전체 인구의 10%나 되고, 소셜네트워크를 비롯한 온라인에서의 영향력은 기성세대를 압도한다. 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이기도 하고, IT를 비롯한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도 적으며, 이를 적극적으로 흡수할 세대이기도 하다. 과거에 알던 초중고생 같은 이미지로만 그들을 바라봐선 곤란하다. P.40 기성세대를 압도하는 Z세대 글로벌 리더들도 속속 등장한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었던 이유는 내 아이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큰애는 1997년, 작은 애는 1999년 생이다. 내 눈에는 어린애로만 보이던 아이들이 이미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자신의 의사 표현이 뚜렷하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한다. 과거에 어른들 말씀은 일단 경청하고 내 생각과 다르더라도 표현을 조심하던 시절의 나와는 분명히 다르게 행동한다.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P.88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즉,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다. 어렸을 때부터 스마트폰과 소셜네트워크에서 놀았고, 디지털 디바이스를 장난감처럼 만지고 자랐다. 당연히 사이버 공간에서 활동이 많을 수밖에 없다. 소셜네트워크나 게임 플랫폼, 동영상 플랫폼 등에서 Z세대는 가장 영향력이 큰 사람들이다. 그런 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건 사고에서 Z세대 비중이 높은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현실 세계에서의 사건 사고는 기성세대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 P.88 Core-MZ 세대는 무조건 옳은가?



N 번 방 사건으로 세상이 떠들썩했던 적이 있다. 범인을 잡고 보니 어린 학생들이어서 더욱 충격이 컸던 사건이다. 그러나 N 번 방 사건은 수많은 사건 중의 하나일뿐이고 사이버 범죄의 증가와 속도를 기성세대는 따라잡지 못한다. 이 속도는 빠르게 가속화하고 있다.



나도 아직 핸드폰을 자유자재로 쓰지 못한다. 기능이 무궁무진하지만 활용도는 50%도 안되지 싶다. 최고 성능의 비싼 폰도 그닥 필요 없고 기본적인 전화, 문자, 인터넷 등 통신의 기능으로 사용하는 수준이다. 작은 애는 내가 한참을 쩔쩔매며 헤매다가 물어보면 즉각 해결해 준다. 사용해본 적 없는 기능도 직관적으로 바로 찾아내서 적용한다. 그러면서 너무 쉽게 말한다. "엄마, 그냥 이것저것 막 눌러보면서 갖고 놀으세요!" 나에겐 그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숱하게 많은 직원들을 겪어본다. 처음엔 M 세대들이었지만 지금은 Z 세대들이 제법 늘고 있다. 그들 간의 세대 차이? 분명히 있다. 피부로 느낀다. Z세대 친구들은 눈치 보지 않는다. 할 일은 하고 할 말은 한다. 상사니까, 어른이니까 무조건 따르던 모습은 더 이상 찾기 힘들다. 그렇다고 일의 효율이 떨어지는가? 그렇지 않다. 칼같이 할 일 하고 깔끔하다.



'배달의 민족'으로 유명한 회사 우아한 형제들은 직원들의 근무 환경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시대의 흐름에 맞는 유연한 조직문화가 원인이라고 한다. 상사라는 이유로 덜 일하고 급여는 많이 받는 시대가 끝나간다. 철저하게 성과, 일 중심의 대접을 받고 능력을 인정받는다면 일할 맛 날 듯하다. 힘들게 여러 시험들을 통과해서 입사했는데 1년도 안되어 적응을 못하고 떠나야 하는 불상사는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Z세대가 B급을 좋아한다고 그들이 B급은 아니다

P.176




한때 '가성비'를 마케팅에서 강조하기도 했었는데, Z세대에겐 '가잼비'를 더 강조한다. 이러한 이유는, Z세대는 특이한 것을 무작정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거나, B급 마케팅을 하면 재미있어서 잘 받아주고, 이쁜 쓰레기라 불릴 만큼 실용성이 떨어지더라도 굿즈를 적극 소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기성세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Z세대 마케팅에서 B급 마케팅, 굿즈 마케팅이 유독 많은 것도 그런 이유다. P.178 Z세대가 B급을 좋아한다고 그들이 B급은 아니다



X 세대인 엄마는 Z세대를 이해 못 할 때가 많다. 생각해 보면 한때 신세대라고 착각했던 나도 그 당시의 부모님들과는 대화가 통하지 않았다. 내 아이들의 생각, 상황 대처나 행동은 나와 다르다. 그뿐이다. 그것이 틀린 게 아니므로 점점 다양성을 인정하는 수준이 되었다. 오히려 굳어있는 내 고정관념을 뒤흔들어 주는 신선한 발상들이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집은 필수인데 결혼과 출산은 선택이다.

P.211



그레타 툰베리는 2019년 노벨평화상 후보에도 올랐고, 역대 최연소로 타임지가 선정한 올해의 인물로 최종 선정되기도 했으며, 유엔본부에서 열린 기후행동 정상 회의에서 개막식 연설도 했다. 그레타 툰베리는 북유럽 5개국의 협의기구인 북유럽 이사회에서 수여하는 '2019 환경상'을 거부했다. 상금 35크로네 (6천만 원)도 받지 않았다. 툰베리는 수상 거부 의사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남기며, 기후 운동에는 상이 필요한 게 아니라, 정치인과 권력자가 과학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고 했다. 세계적 환경운동가가 된 그레타 툰베리는 2003년생이다. 가장 정치적으로 영향력이 큰 Z세대인 셈이다. P.288 Z세대가 기후위기를 바라보는 태도




그레타뿐만 아니라 이미 다양한 영역에서 목소리를 내며 두각을 나타내는 Z세대들이 등장했다.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끈 조슈아 윙 (1996년생),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1997년생), 팔레스타인 저항운동가 아헤드 타미미(2001년생)...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이 책에는 충분한 자료와 함께 이미 세상의 중심에 서있는 멋진 글로벌 리더로서의 Z세대들을 소개한다. 현실적이며 실용적이다. 기성세대들과 자녀 세대들, 함께 읽기를 권하고 싶은 책이다.



앞으로 20 30의 시대를 거치면서 세상의 주역이 될 Z세대들. 이제는 그들과 함께 공존과 성장을 이야기해야 할 시간이다.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뤼치맘 ♥



https://blog.naver.com/mary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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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1.8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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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드는 행복, 함께 나누는 기쁨

샘터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은 파란 눈의 외국인. 알베르토가 얼마나 한국문화에 완전히 적응했는지는 그의 유튜브 영상 한 두 개만 봐도 금세 알 수 있다. 친구와 밥을 먹으며 "한국에 살면서 제일 불편한 점은 겨울에는 콩국수가 없다는 거야. 너무 맛있어서 매일 먹고 싶거든"이라는 말로 입이 닳도록 한식을 예찬하는 모습이나 "부산 감천마을은 이탈리아의 부라노 섬에 온 듯한 느낌을 줘요"라며 이탈리아에 한국을 최대한 친숙하게 소개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에 정감이 간다. P.48 모든 순간이 특별한 나라, 한국 Alberto Mondi



지구 반대편 이탈리아 남자가 고향의 모든 가족과 친구들, 직장까지 포기하고 멀고 먼 여정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와 뿌리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은 지금의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사랑이었다. 이것저것 계산했다면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가슴이 시키는 방향으로 향했고, 어쩌다 보니 한국남자가 되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사랑을 느끼도록 할까 항상 고민하죠.

그래서 레오랑 같이 요리를 자주 해먹어요.

저도 어렸을 때 부모님이랑 케이크,

파스타 같은 음식들을 만들며

웃고 대화하면서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느꼈던 기억이 나요.

알베르토 몬디



이제 그는 아이들 교육이나 내 집 마련을 고민하며 여느 평범한 한국인 아빠들처럼 가장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간다. 그럼에도 그와의 대화에서 삶의 에너지를 얻게 되는 건 내게 당연하게만 보이는 주변 환경을 흥미롭게 바라보는 낙천적인 태도 때문이다. 앞으로 그의 활력 넘치는 한국살이를 지켜보면서 난 얼마나 내가 속한 환경을 소중히 여기고 사는지 되돌아보게 될 것 같다. p.53 모든 순간이 특별한 나라, 한국



이번 달 샘터에서는 경험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로나로 외출이 제한되고 여행도 쉽지 않은 요즘, 사람들은 나름의 방식으로 욕구를 채웁니다. 정기구독 서비스란 게 이렇게 다양한 줄도 몰랐습니다. 집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경험들이 무궁무진하고, 새로운 경험을 찾아서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변화를 추구하는 사람들도 만났습니다.



저도 코로나 덕분에 캐나다에서 들어온 지 1년이 되어갑니다.

작년 8월에 우연히 시작한 블로그 활동도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몰랐을 영역입니다.

많은 변화의 기저에 코로나가 있었고 파도에 휩쓸리듯이 여기까지 왔습니다. 생각하지 못한 방향으로 삶이 흘렀고 새로운 시작의 문을 계속해서 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경험들이 값으로 매기지 못할 것임을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그렇지 못한 영역도 있음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 지금 이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서 하고 이왕이면 즐기면서 해보려고 합니다.



샘터라는 작은 잡지 속에 저와 같은 분이 많이 등장해서 반갑고 좋았습니다. 경험의 내용은 다르지만, 현재에 충실하면서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모습들이 너무도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 샘터 물방울 서평단입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

뤼치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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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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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것은 서서히 태어나는 것이다.

생땍쥐페리



채혈을 끝내고 류지는 아침 끼니를 사러 지하 1층 매점으로 갔다. 샌드위치를 살까 삼각 김밥을 살까 갈등하다가 결국 삼각 김밥을 하나 샀다. 사실은 샌드위치가 먹고 싶었지만 값이 삼각 김밥보다 두 배나 비쌌다. 류지에겐 돈이 없었다. 인턴 월급은 세후 20만 엔 정도인데 도쿄 월세가 너무 비싸, 월세를 제하고 나면 10만 엔도 채 되지 않았다. 게다가 한 권에 5,000엔은 하는 비싼 의학서적을 여러 권 사야 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지출은 가급적 피하고 싶었다.

... 류지는 병동 스테이션으로 돌아와 방금 산 삼각 김밥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러고는 입을 오물거리며 컴퓨터 모니터로 담당환자를 살펴보았다.... p. 56 기초생활수급



책을 읽고 있자니 그림이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의사가운을 입고 있지만 그리 멋있는 인생은 아니다. 사실 피곤에 찌들고 지치는 일상이 초보 인턴의 현실이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란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았다. 평소 의학 드라마를 즐기지는 않는데 이 드라마는 인간적이고 따뜻하며 감동이 있어서 계속 보게 된다. '울지마 인턴'. 이 책은 일본판 '슬기로운 의사생활'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수많은 주름 속에 파묻혀 있는 노인의 작은 눈동자를 보면서 류지는 언젠가 동물원에서 봤던 코끼리 눈이 생각났다. 10초 정도 그대로 가만히 있었을까. 뭐랄까 머릿속 생각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류지는 자신이 그를 고령의 치매환자로 취급하고 있다는 사실을 노인에게 들킨 것만 같아서 얼른 손을 떼고 물러섰다.... p. 61 기초생활수급



맞다. 고령의 치매환자. 게다가 기초생활수급자....

이 환자는 결국 의사들 회의를 통해 제대로 치료도 받아보지 못하고 삶을 마감하는 형태로 결정된다. 94세 독거노인에 의사소통도 어려운 환자였지만 그렇다고 손을 써보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다. 단지 의사들은 회의를 통해 보다 합리적(?) 이고 경제적인 결론을 내리고 수술을 하지 않는 쪽으로 진행했을 뿐이다.


주인공 류지는 이런 식의 행태가 적응이 되지 않는다. 어려서 제때 손을 쓰지 못하고 어이없게 죽었던 형을 생각해서 힘든 가정형편을 무릅쓰고 의사가 되었다. 그에게 생명은 존귀하고 소중하며 거룩한 것이었지만 현장에서의 모습은 이상과 많이 다르다. 류지는 퇴근할 수 없다. 류지는 계속해서 운다.



인간의 수명을 의사가 결정할 수 있을까?




"하지만 인간의 수명은 아무리 길어봤자 100세를 조금 넘길 뿐이야. 그 사람은 94세까지 살았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은데. 10대에 죽는 사람도 있어. 스무 살도 못 사는 사람이 수두룩해. 우리는 그런 이들을 많이 봐왔지, 안 그래?"

.....

그러니까 그의 생존은 종료되어도 된다? 의료비가 전액 무료인 기초생활수급과 관련이 있는 걸까?

아니, 수술을 하면 몇 년은 더 살 수 있을 테고 적어도 입으로 밥을 먹을 수 있게는 될 것이다. 전혀 수를 쓰지 않는다면 얼마나 더 살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 수술을 하는 게 옳은지, 안 하는 게 옳은지. 단지 수명을 연장하는 것만이 목적이라면 수술하는 게 맞다. 하지만 사회 전체로 본다면 어떨까. 수술을 해서 그의 생명이 연장될 경우 어떤 일이 발생할까. 사회 전체로 보면 부담만 증가할 뿐일까... p.65 기초생활수급




여름은 아침이 이르다. 해가 벌써 중천에 떠 있었다. 태양은 병원에 눈부신 아침 햇살을 내리쬐며 각 병실의 창문을 통해 백지 같은 희망을 배달하고 있었다. 빛으로 가득 찬 복도를 새하얀 가운을 입고서 걷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기분이었다. 샤워한 머리는 젖어 있었지만 그다지 신경이 쓰이지 않았다... p. 아빼 (충수염 )



오늘도 수많은 병원에서 수많은 의료인들이 아침을 맞이한다.

전대미문의 코로나라는 희한한 바이러스가 등장하면서 병원의 모습은 더 분주하고 복잡해졌다. 주인공 류지는 지은이의 자전적 모습이기도 하다. 외과 의사이자 2017년 후쿠시마의 다카노 병원장을 했던 작가는 아마도 과거 인턴이던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면서 책을 썼을 것이다.

많이 울기도 하고, 잠도 설치고, 수술실에서 실수도 하면서 여러 번 좌절도 했던 모양이다. 책 곳곳에 처음 겪는 응급상황들에 당황하고 허둥대는 모습이 등장한다. 교통사고로 실려와 사경을 헤매던 꼬마 환자가 수술 후 어렵게 방귀를 뀌어서 위기를 넘기는 장면들은 의사들의 고충과 안도, 희열의 순간들을 보여준다.



눈물은 나지 않았지만 몸과 마음이 모두 너덜너덜해지고 기진맥진한 듯했다. 몸을 무겁게 짓누르는 피곤과 함께 슬픔과 아쉬움이 물밀듯이 몰려왔다.

류지 p.173



어떤 직업이 쉽고 단순할까.

각자의 자리는 나름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

그러난 생명을 다루어야 하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생사가 오가는 병원에서의 생활은 분명 녹록지 않으리라.


상처 입은 몸, 구할 수 없는 생명... 그 앞에서 무기력하게 환자의 고통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의사들, 그리고 의료진들... 매일 생명을 마주하는 종합병원의 의료현장을 생생하게 담아낸 이 소설이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다. 인턴들, 울지마. 인턴들, 포기하지마. 인턴들, 우리 다함께 힘내보자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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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과 문장 사이 - 단 하루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은대 지음 / 바이북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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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이은대



침에 눈을 뜨면서부터 촉을 세운다. 언제 어디서 누굴 만나 무엇을 하든, 모조리 써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일상을 대한다. 쓰겠다는 마음으로 몸을 앞으로 숙이자 세상이 내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보내는 하루하루가 이토록 감동적인 순간이었던가! 이제 살 만해서 세상이 보이는 것인지, 아니면 세상을 보기 시작한 후로 살 만해진 것인지. 마음이 조급해졌다. 어쩌면 죽는 날까지 글을 써도 내게 온 세상을 다 담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쓰고 싶다. 밥도 쓰고 반찬도 쓰고 노트북도 쓰고 하늘도 쓰고 사람도 쓴다. p.7 모든 순간이 문장이다.




술술 읽힌다.

거침없이 종이가 넘어간다.

만화책도 아닌데 장면은 생생하다.

지하철에서 읽기 시작했는데 은근히 몰입이 된다.

'뚝딱' 읽어진다.

.....

과연, 이은대.

괜히 글쓰기 스승님이 아니구나...



아버지를 집에서 모셨다. 마지막 숨을 집에서 거두셨고, 장례도 집에서 치렀다. 할아버지 살아계실 때, 어머니는 그 수발을 다 들었다. 말 그대로 똥오줌 치워가며 온 정성 다 기울여 챙기셨다. 수많은 조문객 일일이 맞아 음식 내놓으셨고, 3일장이 끝나기 무섭게 어머니는 다시 출근을 하셨다. 아마 그 몸이 부서졌을 테지만, 내색 한 번 하지 않으셨다... p. 193 어머니, 괜찮습니다.



이 대목에서 우리 엄마의 얼굴이 겹친다. 시어머니의 얼굴도 겹친다. 수많은 엄마들이 집집마다 이런 모습일진대, 사는 게 다 비슷할 것인데 왜 나는 엄마의 삶을 단 한 번도 이토록 진지하게 들여다본 적이 없을까... 작가의 시선으로 본다면, 더 섬세한 글이 그려지는구나. 더 따뜻한 색감의 장면들이 떠오르는구나... 우리 엄마도 하루하루가 책 한 권을 엮어도 부족할 신고의 삶을 사셨고, 이런 이야기는 엄마가 있는 집이라면 다 공감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는 각자의 엄마가 있다. 





화에는 수많은 단역이 등장한다. 별 비중이 없다. 그저 스쳐 지나는 찰나에 등장할 뿐. 관객은 단역을 기억하지 못한다. 단역이 없으면 영화 자체가 존재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부분 주인공과 악당만을 기억하고 그들에게만 응원과 야유를 퍼붓는다. 무관심이 최대의 악플이라는데, 단역을 맡은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견디는지' 동정심까지 생길 지경이다.

.....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살아가는 사람 별로 없다. 영화 속 악당처럼 살아가는 존재도 많지 않다. 세상은 단역이 대부분이다. ... 힘이 없다는 이유로 주인공이나 악당이 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취급해도 되는 존재는 아니다. p. 197 엑스트라 함부로 여기지 마라



나는 단역일까 주인공일까를 잠시 생각해 보았다. 내 인생에서는 단연 내가 주연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순간마다, 상황마다, 주연과 단역의 역할을 번갈아 가며 할 것이다. 그리고 대다수는 그저 이름 없는, 존재감 없는 단역으로 인생을 끝내고 싶지는 않을 터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게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괴테



아침에 산책을 나갔는데 산책로 곳곳에 기어가는 지렁이들이 많이 있었다. 시원한 숲속에 가만히 있으면 편했을 것을 왜 굳이 기를 쓰고 나와서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기어가고 있을까. 오늘은 그나마 비가 촉촉하게 내려서 덜 안타까웠지만, 태양이 뜨거운 여름날에 시멘트 위에서 헤매고 있는 지렁이는 자꾸만 내 눈길을 끈다. 무심코 지나쳐지지가 않는다. 지렁이의 몸부림처럼 수많은 단역들도 주인공이 되어보려고, 아니 그저 오늘 하루를 살아내려고 몸부림치고 있지 않을까?



나 역시 살기 좋은 캐나다에 가만히만 있어도 사는데 지장이 없었을 텐데 굳이 한국에 와서 좌충우돌하고 있다.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살면서 매일 두리번 거린다. 이곳이 내가 태어나 35년을 살던 곳이던가 하면서 신기해한다. 사실 나의 일상은 하루하루, 순간순간이 세상 엿보기로 진행된다. 10월이면 한국에 돌아온 지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여전히 새롭고 신기한 일 투성이다.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한발 한발 징검다리 건너듯이 나아가고 있다. 일상은 권태롭고, 짜증 나고, 피곤함으로 가득할 수도 있지만, 내가 어떤 색의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가에 따라 회색빛이 될 수도 있고, 무지갯빛이 될 수도 있음을 나 역시 깨닫고 있는 중이다.



소리가 아니라 귀 문제다.

p.200




 가지를 전하고 싶었다. 질적 수준보다 절대량으로 승부하라는 것. 어떤 경험이든 이야기로 승화하고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것. 적어도 나는 그렇게 살아서, 제법 만족할 만한 삶을 누리고 있다. 재고 따지는 습관, 그리고 두려움. 내 인생에서 두 가지가 사라졌다. 가볍다. 평온하다. 살맛이 난다. 나는 오늘도 글을 쓰고 책을 읽는다. 노벨 문학상 받을 것도 아니고, 조앤 롤링 될 생각도 없다. 하루하루가 이야기이고, 만나는 사람 모두 주인공이며, 터지는 사건마다 글감이다. 읽고 쓸 수 있는데 무엇이 두려운가! p.231 인생과 스토리




이은대 작가님의 글쓰기 강의는 재미있다.

시원시원한 말발로 듣는 이들을 빨아들인다.

욕도 잘 한다.

그런데 그게 또 매력이다.

자주는 못 듣지만 듣고 나면 이러저러한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 생각 없이 휩쓸리듯이 살아가다가도 한 번 더 멈추고 나를 바라보게 된다.

편하게 읽었지만 여운이 남는 책이다.

금방 일상과 문장 사이 두 번째 시리즈가 나오지 싶다.



모든 순간이 문장이다

이은대




♥ 오늘도 감사합니다.

당신을 응원합니다 ~

뤼치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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