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면서기입니다 - 16년 차 동네 공무원의 이제야 알 것도 같은 이야기
이우주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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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년 차 동네 공무원의 이제야 알 것도 같은 이야기



"공무원이시죠?" 들을 때마다 흠칫하게 된다. 대체 나의 어디가 공무원스러운 걸까.... p.180 네, 면서기입니다


공무원스럽다는 말은 어떤 의미일까?

나 역시 얼굴에 쓰여있기라도 한 듯 종종 "선생님이시죠?"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뜨끔했던 기억이 있다. 심지어 목소리만 들어도 "선생님스럽다"라는 말을 들으면 신기하면서도 알지 모를 거부감이 들기도 했었다. 도대체 학교 문을 뒤로한 세월이 얼마인데 아직도 내 말과 태도에 그런 모습이 배어있다는 것일까... 살짝 무섭기까지 했다.


무능, 비리, 탁상행정 같은 화를 돋는 으로부터 거리를 두고 싶은 마음과, 公  사는 사람으로서 도의적 무게를 늘 자각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공무원이란 직업은 내게 여전히 어렵다..... p.180 네, 면서기입니다


막상 이 책을 읽다가 보면 면서기로서의 모습이나 생활보다는 개인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한 사람의 이우주씨를 만나게 된다. 한 직장에 오래 머물면서 생기는 (실제 공무원은 몇 년마다 직장을 이동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타성에 젖은 모습보다는 오히려 한 우물을 우직하게 파면서 얻어진 깨달음과 성찰 등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다른 사람들에게 묻고 싶지만 묻기 어려운 일들이 있다. 사회라는 구조 안에서 다수에게 익숙해져 있는 문제들이 특히 그렇다. 그럴수록 이런 질문들이 필요한 건 아닐까 싶다. "내가 택한 이 방향이 맞을까? 나는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거지?" 스스로에게 던진 물음에 답하다 보면 대치 중인 '나'와 '문제' 모두를 좀 더 객관화할 수 있다..... p.45 그런데 말입니다


나 역시 한때 교사가 되기를 꿈꾸었고, 신입 교사가 되었을 때 설렘으로 교실에 섰으며, 아이들과 사랑에 빠져 학교 가는 날만 꼽아 기다리던 시절이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고인 물과 같은 조직의 행태와 식상함에 서서히 지쳐갔고 내 손으로 사표를 던지고 뒤돌아서서 학교 문을 닫고 나올 때까지 수없이 했던 고민의 무게는 깊고도 무거웠지만 재 볼 방법은 없다.


그런데 결국 터져버린 것이다. 우울증, 공황장애, 광장 공포증, 사회불안증 같은, 이름만 다를 뿐 내내 한 덩어리로 비정상적인 것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더는 어려웠다. 한 쪽짜리 보고서를 쓰는 데에도 하루가 걸렸고, 사람들과 눈을 맞추는 게 고통스러워 바닥만 보고 걸었다. 사람들의 말소리가 변형되었고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온몸의 혈관이 일순간 빨려 나가는 듯한 기괴한 경험이 자꾸만 찾아왔다. 무서웠다.... p.76 그런데 말입니다


..... 정년까지 22년. 어쩔 수 없다. 비뚤어진 권력에 지랄맞은 공무원으로 사는 것, 이것이 사람에 대한 나의 예의다. .... p.90 그런데 말입니다


이우주씨 역시 숨고 싶었을 것이다. 잠시라도 숨을 돌릴 공간과 시간이 필요했을 터이다. 그러나 그녀는 묵묵히 견디어 냈고 그런 순간들을 다른 곳에 눈을 돌림으로써 무사히 넘겨냈다. 16년을 공직에서 머물면서 차근차근 6급 공무원이 되었고 다양한 경력을 쌓으면서 내공이 생겼다. 주변을 둘러보는 시선에는 여유가 생겼고 일 처리하는 능력치는 계속 상승하였다. 바꿀 수 없는 일들이 많아 여전히 갈등하고 불만이기도 하지만 그녀는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며 꿈을 꾼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실례지만, 이 책이 시급합니다>는 이십 년간 편집자로 살아온 저자 이수은이 합정역 사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다 불현듯 깨달음을 얻어 집필한 책이다.

예상 불가 대응 불가인 삶의 순간 - 가슴속에 울분이 차오를 때, 사표 쓰기 전에, 통장 잔고가 바닥났을 때, 이 길이 아닌 것 같을 때, 남 욕하고 싶을 때, 안 망하는 연애를 하고 싶을 때, 싸우러 가기 전에, 가출을 계획 중일 때...-마다 시급히 필요한 책들을 소개한다. 이를테면, .... p.114 이를테면 말이죠


소신 있게 살아가는 수많은 직장인들.

꿈을 향해 달려갔고 그 꿈을 움켜쥔 사람들.

그러나 막상 손을 펴보니 생각과 다른 꿈의 모습에 실망하고 충격받은 사람들.

삶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무심코 가다가 보니 낯선 나를 만난 사람들.

어느새 직업병에 걸려 내가 모르던, 상상치 못한 나의 모습에 경악하고 있는 사람들.

그 속에서 괴롭고 힘든 사람들.

이들 모두가 이우주씨이자 면서기이다.


코로나19로 집도 직장도 비상이다.... 면사무소를 찾는 사람들은 화가 나 있었다. 마스크가 없어서, 일자리를 잃어서, 여당이 미워서, 장터가 서지 않아서 소리를 질렀다. 무엇 하나 해결해 줄 수 없는 면서기들의 대답은 궁색할 수밖에 없었고 철밥통을 끌어안은 공무원을 향한 노골적인 비난의 눈빛에 상처받았지만 오죽 어려우면 면사무소에 와 소리를 지를까 생각했다.... p.166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



다행이다.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상황에 지지 않는다.

나름의 해법을 찾고 단단히 딛고 일어선다.

그 모습을 보는 내가 흐뭇하다.

나도, 신발장 구석에 처박혀 있는 등산화를 꺼내 신고, 콧노래를 부르며 동네 뒷동산을 올라보아야겠다.

당신도 걸어보면 어떨까. 등산화까지는 필요 없다. 잘 맞는 신발을 신고, 어깨를 펴고, 딱딱해진 얼굴 근육의 힘도 빼고, 기왕이면 어어폰은 두고 가시기를. 나뭇잎도 소리를 내고 2022년의 새들도 여전히 노래한다는 걸 당신에게 알려드리고 싶다.

p.159 그리고 다른 이야기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뤼치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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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21.12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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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12월도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한 해를 보내는 마음이 싱숭생숭입니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어김없이 내년을 향해 달려갑니다.

왕후장상도, 그 누구도 시간의 힘을 이겨낼 수는 없습니다.

아쉬운 마음을 달래면서 앞으로만 달려가는 시간의 흐름에 몸을 맡겨봅니다.



RE; FRESH

'SNS 디톡스'를 통해 얻은 것



SNS 속에서 행복해 보이는 모두가 미웠지만 또다시 SNS를 열어보는 손가락을 멈춰 세우기는 힘들었다. 나 자신도 모르게 SNS에 접속해 좌절감을 느끼는 순간이 수없이 되풀이되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SNS를 안 보고 살면 되는 거 아닐까? 보지 않고 듣지 않으면 내가 훨씬 편해지지 않을까?' P.13 RE; FRESH - 'SNS 디톡스'를 통해 얻은 것



블로그를 한 지 1년이 넘었다.

개설 후 잊고 살다가 코로나와 함께 시작했던 블로그.

그 세상이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1년 정도를 빠져서 지냈다.

생업에 밀려 블로그 할 시간이 줄고 블로그 이웃들과 나누던 소통의 시간도 끊어졌다.

처음엔 아쉽고 허전했는데 덤으로 얻은 나만의 시간이 생기자 다시 세상에 눈을 돌리게 되었다.



난 4월 초, 예상치 못했던 불행이 내게 닥쳤다. 내 곁을 누구보다 따뜻하게 지켜주었던 반려견 '상수'의 갑작스런 죽음. 준비한 적 없는 슬픔에 마음이 무너져내렸다.

..... 사실 나는 상수를 보낸 상실감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슬픔을 피했다. 마음이 공허해지려고 하면 SNS로 시선을 돌려 상실감을 억지로 밀어내려 애썼다. 그런데 SNS 대신 집안으로 눈길을 돌리니 곳곳에 남아있는 상수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엔 피하지 않았다. '이 모퉁이는 상수가 특히나 좋아했지. 이 시간이면 상수는 베란다 문턱에 턱을 괴고 햇빛을 쐬는 걸 즐겼는데' 하며 상수의 시간들을 하나하나 또렷하게 기억했다... P.14 RE; FRESH - 'SNS 디톡스'를 통해 얻은 것



SNS가 내 삶에 들어온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는다.

덕분에 나는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었지만 동시에 내가 즐기던 많은 시간을 포기해야 했다.

돌이켜 보면 더 건조해진 것도 사실이다. 엄마 집에 놀러 가서도 나는 블로그 포스팅을 하기 위해 엄마와의 소중한 시간 일부를 할애해야 했다.



샘터 책은 나를 돌아보게 한다.

내가 걸어온 길, 가야 할 길을 짐작하게 한다.

나만의 길이 아니라, 친구와, 이웃과 함께 가야 할 길이다.

그들의 이야기는 곧 나의 이야기고, 내 삶의 많은 부분과 겹쳐진다.





감사합니다.

그동안 샘터와 함께 해서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헉헉대면서 뛰어가는 삶 속에 옹달샘과 같은 샘터가 있었습니다.

사막의 오아시스 역할을 하면서 제 삶에 쉼터가 되었습니다.

작고 짧은 책이지만,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편안해지면서 제 맥박수가 가라앉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렇지, 바로 이거야!" 한 챕터 넘기며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흔들리는 나뭇잎에 눈길 한 번 더 주게 됩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빵빵대는 수많은 차들도, 잠깐은, 정겹게 느껴집니다.



샘터 물방울 서평단입니다.

뤼치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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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1 월 200도 못 벌면서 집부터 산 31살 이서기 이야기 1
이서기 지음 / 페이지2(page2)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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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학력에

평범한 재력을 가지고

평범한 집에 살며

평범한 차를 타고

평범한 직장에 다녀야 한다.


이 중에 무엇 하나가 삐끗하면 '좀 이상한데?' 하며 고개를 갸우뚱한다. 사람들이 기대하는 그 평범한 사람이 되려면 정말로 각고의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다.... p.36 평범하기 진짜 힘들다




91년생 31살 이서기의 심정이 공감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91년도에 20대 초반이던 나도 비슷한 생각과 경험을 하면서 이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총칼을 들지 않았을 뿐이지, 전쟁터와 다름없는 냉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 모두는 각자의 블랙코미디를 찍고 있는 것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세상을 깨지 못해서 이곳에 왔다.

그런데 더 작은 알이 되어버린 기분이다.

p.50 9급 공무원이나 해봐



9급 공무원이 된 이서기의 첫 월급은 168만 원이다.

그녀는 삼수만에 들어간 대학을 자퇴하고 2년간 행시를 준비한다. 3년째에 허들의 높이를 실감하고 진로를 바꾼다. 나이 서른에 9급 공무원이 된 이서기. 그녀는 결혼과 함께 집을 계약한다. 월 200도 못 벌면서...




다음 날 아침.

누가 깨우지도 않았는데 눈이 떠진다. 9시가 되자마자 현우와 손잡고 은행에 가서 어제 정리한 현금을 모두 한 계좌에 입금했다.

은행 앞 공원에 나란히 앉아 LH 어플을 켠다.

"숫자 맞지? 다시 한번 확인해 봐. 0이 너무 많아서 헷갈려."

현우와 나는 번갈아 금액을 두어 번 확인하고 버튼을 누른다.

무사히 상환된 건지 대출 잔액을 여러 번 확인하고서 핸드폰을 가방에 넣는다.

나는 현우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미소 짓는다. 계좌는 다시 텅 비었지만 마음이 알 수 없는 무언가로 꽉 찼다. 항상 표정 없던 내 얼굴에 표정이 생겼다.

"현우야, 우리 떡볶이 먹을까? 우리 맨날 가던 데."

"그래. 가자."

"오늘은 소시지도 추가하자."

"그래. 너 먹고 싶은 것 다 시켜."

우리는 손을 꼭 잡고 같은 길을 걸어간다. 쨍한 햇살이 우리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P.66 집 샀다며?



소설의 결말은 아직 모르겠다.

상관이 없다.

젊은 두 부부의 웃음이, 표정 없이 살던 이서기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와 생기가 덩달아 나도 미소 짓게 한다.




이 책은 이 땅에 사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치열한 관문을 뚫고 공시를 통과해 공무원이 된 이서기.

공시생들에겐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막상 공무원이 된 사람들의 세계를 들여다보면 그들만의 절절한 현실이 녹록지 않다.

2021년, 9급 공무원이 월급이 아직도 이 정도 수준이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놀랐다.



영끌이네, 벼락거지네, N포세대네... 여러 단어들을 접하면서도 현실의 참담함은 놀라울 정도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사실 지금 이 순간의 이야기라는 게 실감 나지 않았다.





나 역시 30여 년 전 교육공무원이 되었고, 조직의 갑갑함이 싫어서 밥그릇을 걷어찬 케이스다. 주변에서 뜯어말렸지만, 사표를 내고 학교 문을 걸어 나올 때의 상쾌함과 홀가분함은 지금도 생생하다.

교사가 되기 위해 나름 열심히 임용고시에 매달렸었고, 그 대가로 중등 영어교사가 되었다. 그때의 벅참과 기쁨도 여전히 생생하다.

막상 사다리 끝에서 올려다 본 위의 세계는 흐릿했고, 막연했고, 탁했다.

12년간의 교사 생활을 종지부 찍고, 나는 더 치열한 전쟁터를 향해 한 걸음을 내디뎠다.



고인 물도 괜찮아

P.80 고인 물이 얼마나 좋은데



나는 고인 물이 싫었다.

고인 물의 미래는 뻔하다.

서서히 썩어갈 일만 남았다.

그들이 스스로 견고하게, 더 높이 쌓아가는 우물에서 탈출하기 위해선, 용기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내가 원하는 나는 없어. 남들이 원하는 내가 있겠지. 그러니까 주무관님도 주무관님이 원하는 답을 이 조직 안에서 찾으면 안 돼. 세상의 정답은 밖에 있는 법이야.

P. 106 정답은 회사 밖에 있는 법이야



알을 깨고 나오려면 힘이 필요하다.

그전에 함부로 움직이면 안 된다.

세상은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힘도 없는 연약한 새끼가 생존하기에는, 그리 만만한 곳이 아니다.



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다.

시차 때문에 밤잠이 없기도 하지만, 재미가 있어서 몰입해서 읽게 된다.

1권이 끝났고, 2권이 기다리고 있다.

소심하고, 열등감이 많으며, 평범하게 살기 위해 발버둥 쳐야 했던 이서기. 나를, 수많은 우리를 닮은 이서기가...

성큼. 성장하였다.



그녀의 다음 스토리가 기대된다.

2부에서의 주인공은 아마도 수많은 이서기들을 돕는 다정하지만 용감한 인물로 돌아오지 않을까?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뤼치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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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코로나 탈출기 - 중국인들은 대재앙에서 어떻게 살아남았나
심재훈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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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감소보다 무서운 '자포자기 탕핑족'



2021년 6월 중국 청년층 사이에 탕핑주의가 유행하면서 중국 정부와 공산당 내부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다. '탕핑'은 말 그대로 바닥에 눕는다는 뜻이다. 즉 아무것도 하지 않고 산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삼포족(연애, 결혼, 출산 포기)이나 오포족(취업, 결혼, 연애, 출산, 내집 마련 포기)과 똑같다고 보면 된다. 중국 정부는 인구 유지를 위해 자녀를 3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하며 40여 년 만에 사실상 산아제한을 폐지했다. 하지만 진짜 심각한 문제는 중국의 미래를 이끌어 갈 젊은이들이 시작부터 포기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p.61 코로나 속 중국인들 어떻게 살았나



매일 996근무를 하면서 착취만 당하고

결국 남는 건 병밖에 없다

20대 중국 청년




살아내는 방법도 가지가지다.

996근무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간 근무)를 하면서 시달리기보다는 정부 지원금 200위안 (약 3만 5천 원)으로 매달 생활한다. 두 끼만 먹고 낚시, 산책등 돈이 안드는 여가활동을 한다. 돈이 떨어지면 영화 촬영소에 가서 엑스트라로 한번 출연한 뒤 그 돈으로 또 몇 달간을 버틴다...

40년을 일해도 집 사기 어려운 중국 청년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남의 이야기 같지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계층 이동 사다리' 가 없어진 지금, 우리의 현실도 일정 부분 비슷하지 않은가?




알래스카 담판 뒤 거세지는 '애국 상품' 열풍



2021년 3월 18~19일 알래스카에서 열린 미, 중 고위급 회담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미국 대표들과 공개적으로 격렬한 언쟁을 벌이면서 중국이 더는 미국에 저자세로 나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오늘의 중국은 120년 전의 중국이 아니다. 외국 열강들이 대포 몇대로 중국의 대문을 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영영 지났다"라며 서구 국가들에 더는 비굴한 모습을 보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p.149 '나는 중국이다' 뿌리 깊은 중화사상



120년 전 중국이 아니다

화춘잉



20년 전만 해도 중국은 한국을 질시하였다. 중국 여행을 가도 한국의 위상이 높다는 것을 곳곳에서 피부로 느꼈다. 이제는 옛날이야기가 된 듯하다. 2010년대 들어서면서 중국은 미국과 함께 G2로 올라섰다는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행동한다. 젊은이들 역시 반미, 반서구 구호가 새겨진 물품을 구매하고 H&M에 보이콧을 하는 등 대미 정면 대결을 마다하지 않는다. 급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코로나의 진원지라는 전 세계의 눈총을 받고도 끄떡도 하지 않는 듯하다.


'한류 반감'의 이면에는 뿌리 깊은 중화사상이 연결되어 있다. 이는 중화사상뿐 아니라 애국주의 소황제 시대 등의 아이콘과 맞물려 있다. 이제는 한국의 대표문화 대부분이 중국에서 유래했다는 '중국 기원설'을 내세우는 수준이 되었다. 한마디로 적반하장이다.



뭐든지 다 먹는 중국 음식 문화...코로나가 바꿨다



2020년 1월 우한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식사 관행도 바뀌고 있다.

바로 과도한 음식 주문을 국가에서 정책적으로 제한하고 공용 수저와 젓가락 사용을 위무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형 테이블 위에 올려진 음식들을 먹을 때는 본인 앞에 놓여 있는 전용 젓가락이나 음식마다 같이 꽂혀 있는 젓가락을 사용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해도 훠궈의 고기나 야채 등을 건져 먹을 때 본인이 먹던 젓가락을 담가 꺼내 먹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식사문화까지 바꾼 셈이다... P.208 코로나 속 중국 탐방



중국 여행 때는(20년 전) 물가가 저렴해서 원하는 음식을 고민 없이 편하게 즐겼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 책에 따르면 현재 마오타이 한 병에 2억 원을 호가하고(최상품 기준) 한국에선 만만한 바이주가 중국에서는 최고 18억 원을 호가하는 상위 1%의 기호품이라고 하니 정말 딴 세상 이야기다. 마오타이가 도요타와 코카콜라의 시총까지 추월했다고 하니 거침없는 중국 경제의 수직 상승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궁금한 지경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달리 중국은 왠지 더 알쏭달쏭 쉬운 듯 어려운 만만치 않은 상대임이 분명하다. 저자가 베이징 특파원으로 살면서 겪은 이야기들이라 더욱 생동감 있는 내용이 많은 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경이 막히고 활발하던 왕래가 끊어진 지금, 궁금하던 중국 내부의 현실과 생생한 삶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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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아재 이야기 - 살면서 한 번쯤은 겪었을지 모를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
김민석 지음 / 지식과감성#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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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부산아재 김민석



가 살아온 세상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았기에

행복이 느껴지고 희망이 다가올 것 같은 그런 글은 거의 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세상이 아름답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나는 아름답게 보려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았고 아름다워지려 미소 짓지도 않았다. 현실을 탓하고 상황을 탓하며 모든 것을 부정하니 어두운 세상만 내게 다가왔다. - 부산아재 김민석



우동 한 그릇 & 마지막 손님


그런 기억들이 있을 것이다.

세 사람이 들어갔는데 주머니 사정상 두 그릇만 시키고...

심한 경우에는 두 사람인데 한 그릇만 시키고...

아마 지금도 진행형인 경우도 많다.

코로나가 많은 사람 힘들게 했고 실제 어려운 분들은 그래야만 하는 경우들이 비일비재하다.

이 책은 가난하지만 따뜻해서 좋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여준다.

옛날 지나간 시간 생각도 나고 쌀쌀해지는 요즘, 지금의 이야기라는 생각도 든다.




82년생 김지영


목소리를 낸다는 건 두려운 일이다. - 부산아재 김민석


얼마나 쉽지 않았으면 엄마의 목소리로 빙의해서 떠들었을까.

자신의 이야기를 당당하게 누구에게나 전달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직장에서, 학교에서, 집에서, 공공장소에서, 사회 속 어딘가에서...

내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가는 매장되는 경우도 있다.

댓글도 신중해야 하고 신경 써야 한다.

비대면의 시대에서 마스크 속 그의 생각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활자를 통해서 전달되는 내용들은 함축적이고 중의적인 경우가 많다.

그래도...

외치고 싶다.

내 생각, 내 말, 내 언어, 내 의도, 내 경험, 내 마음들조차도.

소통의 문을 열고, 활짝 활짝 열고, 외치고 싶다. 솔직하게. 시원하게.




연탄길


얼음길 위 뿌려진 연탄재처럼 누군가의 작은 마음이 비탈길 위 고된 우리 삶을 위로한다.

그것이 연탄길이다.

부산아재 김민석



집에서 2분 거리에 '00네 소금구이' 집이 있다.

안양역에서 내려 버스를 타면 한 정거장 가서 또 내린다.

그곳에 연탄구이 돼지 갈매기살을 구워파는 식당이 있다.

갈매기살이 진짜 갈매기살인 줄 알았다.

어렸을 때는..

아마 나처럼 생각한 사람들이 꽤 많지 싶다.

갈매기살이니까 진짜 갈매기 구이인가 ?? 했을...

연탄을 보니 반가웠다.

보기 힘든 연탄집.

동글동글한 연탄에 동글동글한 구멍들.

빨갛게 달아올라 검은색에서 흰색 재가 되어가는 과정들.

꼬질꼬질 위생상태야 말할 것이 못돼지만,

왠지 그곳에 가면 맘이 편해지고 무장해제가 된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들 그 맛에 거기를 찾아가지 않을까?

골목길이 얼어 빙판이 되면 연탄재를 잘게 부수어서 땅에 비벼대고 했던 장면들..

이제는 영상 속에서 나 찾아보는 그림들이다.

....

00네 소금구이 집도 곧 사라진다.

재개발이 확정되었고 그 속에 포함되었다.

연탄불에 삼겹살과 갈매기 살을 구워대며 울고 웃던 사람들도 어딘가로 뿔뿔이 사라지겠지.

소주와 막걸리 곁들여 고래고래 큰소리치던 분들은 어딜 가서 그렇게 호탕하게 술을 마실 수 있으려나.

이 자리에는 하늘을 가리는 고층 아파트가 삐죽이 들어서겠지.

연탄불은 더더욱 보기 힘든 광경이 되겠지..

무조건 부수고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닌데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너무도 많은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이러다가는 우리 자신까지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지 않을까.

변변한 존재감도 인정받지 못한 채로.

콘크리트 무정한 빌딩 숲의 그늘에 가려져서..

갑자기, 서글퍼진다.


이 책 속에는 내가 본 책들도, 아직 보지 못한 책들도 골고루 소개된다.

나는 사실, 아직 읽지 못한 책에 대한 소개가 궁금해서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각박한 현대 사회 속에서 훈기가 돌고 그래서 따뜻한 내용들이 이 안에 있다.

내 이야기이자, 그대들의 이야기이다.

삶은 복잡해 보여도 정리하고 보니 아름다운 기록으로 남는다.



살면서 한 번쯤은 겪었을지 모를

평범하고도 특별한 이야기

부산아재 이야기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뤼치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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