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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술트릭의 모든 것
니타도리 케이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0년 9월
평점 :
이 책은 꼭 작가 후기까지 다 읽어야 한다. 작가가 그려놓은 큰 그림은 후기까지 읽고 나서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그 전까지 이 책에 대한 평가가 '그저 그렇다' 싶더라도 후기를 읽으면 생각이 바뀔 것 같다(나는 그 전부터 너무 좋았지만)
무려 책의 첫 6페이지를 통해 이런저런 트릭을 썼으니 주의하라(심지어 에피소드별로 주목해야 하는 포인트까지 밝혔다)고 친절하게 안내를 해 주었지만, 정말 하나도 알아맞히지 못했다. 나름 추리/미스터리 소설 애독자고 수사 드라마도 꽤많이 봤다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구차하게 말해보자면 작가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는 범인을 대충 알아맞히기는 했지만 거기에 숨겨진 트릭은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이 책은 서술 트릭, 말 그대로 서술상의 트릭을 사용하는 본격 미스터리 소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아아아아아주 주의깊게 읽으면 범인이 누구인지 또는 사건에 숨겨진 트릭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물론 이건 이론적으로 가능은 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실제로는....(후략)
이 책에 수록된 이야기들은 잔인하거나 끔직한 이야기가 아니며, 트릭이나 추리 그 자체에 더 힘을 준 것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서운 이야기가 싫다 하시는 분들은 특히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코지 미스터리’로 볼 수도 있겠는데, 그런 분위기에 비해 트릭이 매우 탄탄해서 두 번, 세 번 다시 읽어보게 될 것 같다.
그 중에서도 두 번째 작품인 “등을 맞댄 연인”이 가장 좋았는데, 이건 진짜 단편 드라마로 만들어도 너무 재미있을 것 같다. 괜히 읽는 나까지 두근두근했다. 반면에 네 번째 작품인 “별생각 없이 산 책의 결말”은 기대 이하였다(솔직하게 말해서^^). 이 트릭을 추리해내려면 주의력뿐만 아니라 사전 정보와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읽으실 분들을 위해서 어떤 류의 지식인지는 밝히지 않겠다). 이렇게 되면 작가가 야심차게 내세운 ‘공정한 경쟁’ 상황은 만들어지지 않는다.
이벤트에 당첨되어서 너무 감사하게도 접하게 된 책인데, 이 책은 내가 돈을 주고 구입했어도 정말 아깝지 않을 책이다. 일단 후기는 썼지만 처음부터 다시 읽어봐야징(내가 생각하는 책에 대한 가장 극찬은 이것이다.)
<독자에게 던지는 도전장> 이 책에 수록된 모든 단편은 서술트릭을 사용한 이야기이므로, 속지 않도록 신중하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중략)...‘서술트릭’이란 문장 그 자체의 서술법으로 독자를 속이는 유형의 트릭입니다..(중략)...‘자, 어떠냐. 한 방 먹었지’라고 마치 저자한테 한 대 얻어맞은 느낌이 드는 트릭이 ‘서술트릭’인 셈이죠. 따라서 서술 트릭은 ‘작가가 독자에게 구사하는 트릭’이라고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 P7
그럼 공정하게 서술트릭을 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요?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해결 방법이 딱 하나 있긴 합니다. 첫머리에 ‘이 단편집에 수록된 모든 작품에는 서술트릭을 사용했습니다’라고 먼저 밝히는 거죠. 그러면 모두 주의해서 읽을테니 늦게 내는 가위바위보가 아니게 됩니다. - P11
또한 이 책은 친절하므로 각 이야기의 트릭을 알기 쉽게끔 미리 힌트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마지막 이야기는 힌트 없이도 어렵지 않게 진상을 알아낼 수 있겠지만, 그 앞 이야기는 ‘그때까지의 이야기를 전부 재독해보면’ 트릭을 알아차리기 쉽습니다. 그리고 또 그 앞 이야기는 ‘수많은 등장인물을 어딘가에 메모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그 앞 이야기는 ‘첫 장면이 왜 그렇게 쓰였는지’, 그 앞 이야기는 ‘왜 등장인물의 이름이 그것인지’, 그 앞 이야기는 ‘왜 그런 형식으로 서술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너무 주절주절 늘어놓은 데다 굵은 글씨로 쓴 건 도가 지나쳤나 싶어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만, 아마 이런 힌트가 있어도 모든 이야기의 진상을 꿰뚫어보는 독자는 드물지 않을까 합니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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