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북한군이 내려오지 못하는 이유는 중2 때문'이라는 농담까지 있는 무시무시한 요즘 십 대들.

이들을 대상으로 고정욱 작가님이 책을 냈다고 한다.
먼저 결론부터 말한다면 이 책은
성공했다.
후속 시리즈로 3권이 더 나왔다. 뿐만 아니라 계속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연극이 상영된다.
꼭 이 책을 언젠가 읽어보겠다는 생각만 있을 뿐 다른 책에 밀려 읽지 못 했다.
1월,
동대문 도서관 씨앗 문학회에서 운 좋게 이 책이 선정됐다.
기대했던 책을 읽어볼 뿐 아니라 이 책으로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줄거리

재석이는 부모님이 이혼하시면서 할머니와 살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잘 하는 주먹질 덕분에 폭력서클 일원이 된다.
이 사실이 교장에게 알려져 재석은 사회봉사 명령이 떨어진다. 
그 곳에서 얼짱 보담이 할아버지인 일명 '부라퀴 할아버지'를 만나면서
재석이가 점점 변한다.  

 

과연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을까?

 일단 이 책은 부모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하지만 청소년에게 읽힐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요즘 청소년들에게 책은 성적을 위한 도구일 뿐 아닐까?
컴퓨터나 스마트폰 안에서 이 책 이외에 재밌는 것들이 가득하다.
화려한 게임들과 웹툰, 만화 그리고 인터넷 소설 등.
노인복지관에 외제차를 모는 부라퀴 같은 할아버지가 곱상한 손녀를 대동하고 등장한다.
예쁜 손녀 보담이에게 푹 빠진 재석이가 고분고분 할아버지 잔소리를 듣고 행하는 설정이 다소 억지 같았다. 마지막에 가서 신데렐라 스토리로 마무리된다.
이 책은 청소년들이 쓰는 단어로
오글거리기까지 한다.

할아버지, 그만하세요. 애들이 질렸잖아요.(100)

 

작가가 간다.

 

고정욱 작가님은 초등학교 학생 대상 동화책을 많이 썼다.
그렇기에 초등학교 강연을 많이 다니신다고 한다.
자신이 지은 책에 대해 같이 읽고 얘기를 나누는 강연을 자주 여신다고 한다.
강연 후 졸업할 학생들에게 선물로 '재석이 시리즈'를 선물했다.

요즘 인기 있는 개그맨 '유재석'의 인기 때문인지 '재석이'라는 이름도 강한 인상을 준다.
착한 이미지의 '재석'이가 까칠하다는 제목이 청소년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한다.
한 번 읽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재밌기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만든다.
이게 바로 능란한 스토리텔러, '명불허전' 고정욱 작가님 실력 아니던가!
그래서 이 책은 성공했다.

 

어른이 청소년에게 다가가기.

처음 이 책을 보고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진 것인 줄 알았다.
아마도 가출에 대한 이야긴가 추측했다.
그런데 '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진 거다.
이 책은  재석이가
까칠한 사춘기를 지나는 이야기다.                            

부라퀴 할아버지는 예쁜 손녀와 카리스마, 재력을 이용해 재석이를 설득한다.
재석이는 처음 이런 할아버지의 말에 강하게 반발한다.
하지만 할아버지 행동을 통해 진심을 깨달으며 달라진다. 
친구 성민이처럼 부모가 제시한 꿈이 아닌 재석이 스스로 만든 꿈을 향해 나아간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청소년에게는
을 보여주고,
부모에게는
아이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한다.

사람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소중한지 잘 모른다. 그것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그때가 행복했다는 걸 알지. 너희는 사지 육신 멀쩡하다는 게 얼마나 큰 힘이고 든든한 밑천인지 모를 거다. (중략)젊을 때 시간을 낭비해선 안 돼. 늙어 봐라. 젊을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아마 영혼도 팔려고 할 거다.(85)
책 속의 책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고전 명작을 소개한다.
얼짱 보담이가 추천한
 데미안그리스인 조르바를 읽는다.

일단 데미안을 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보담의 언어 구사력은 그들이 따라잡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113)
마음이 이끄는 길로 쾌락을 찾아 온몸을 던지고 나서야 진리를 체득한 조르바의 모습이 재석을 전율케 했다.(165)

물 흐르듯 흘러가는 책 플롯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이 책들.
이 책들에 대한 소개를 읽으면 책 내용을 더 알고 싶다는 생각을 거두기 어렵다.
청소년들에게 세련되게 명작을 권하는 작가 능력이 대단하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

재석은 가난하다. 아버지는 부잣집 아들이었으나 그 집마저 부도가 났다고 한다.
그렇기에 재석이에겐 희망이 없었다. 전형적인 소위 말하는 '흙수저'인 셈이다.
그런 재석이에게 구원을 준 것은 부라퀴 할아버지다.
결국 부라퀴 할아버지를 통해 재석은 '흙 수저'를 벗어난다.
그 부분이 참 아쉬웠다.
재석이가 능동적으로 가난을 헤쳐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실 바랬다면 욕심이었을까?
아마도 저자는 현실적으로 청소년 스스로 가난을 이겨내기엔 인과성이 부족하다 판단한 것 같다.
이런 결말을 만든 작가보다 차별 없이 공부할 수 있는 현실을 만들지 못하는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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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6-02-05 2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어떤 느낌인지 알겠네요. ㅎㅎ

이런 책 좋습니다. 읽기 편하고 재미있는데 그 안에 사회 문제 및 철학이 묻어 있습니다.

2016-02-05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기부터 시작하는 글쓰기 수업
이권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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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는 글쓰기의 시작.읽고 생각해라.그리고 생각이 넘치면 글로 써라.쉽고 재밌고 맛깔나게 써 놓은 재치 만점 실전 가능한 글쓰기 교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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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1-30 18: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나온 글쓰기 책인 모양이네요.
꿀꿀이님, 좋은 저녁 되세요.^^

책한엄마 2016-01-30 21:58   좋아요 1 | URL
네!북콘서트도 다녀와서 후기도 남기려해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갖고 있던 많은 생각에 대해 바꿀 수 있었다.
먼저 일본 문학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없어졌다.
더 나아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빠졌다.
이 사람은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공모한 소설에서 입상한 뒤 칼같이 회사를 관둔다.
몇 년 동안 배고픈 예술가 시절을 보내다가 결국 아내와 이혼도 한다.
뭐 지금은 책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계심.
오사카 출신 공대생 출신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만세!!!

기계 공학은 매우 섬세한 감각을 타고나야 한다.
만약 몇 미리만 맞지 않는다면 기계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그 전공의 특성이 그대로 책에 들어가 있다.
많은 책 속의 인물들이 관련되지 않은 듯 갑자기 나타난 것 같았다.
그러다 마지막에 이르면 이들이 모두 인연이 있던 사람들로 퍼즐이 다 맞춰지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된다.
동화 같은 이 소설도 그렇다.
이 소설에 가장 중요한 장소는 두 곳이다.
책의 제목인 나미야 잡화점과 고아들을 키웠던 환광원이다.
나미야와 환광원 설립자 마나즈키 아키코는 한 때 서로 눈이 맞아 도망가려고 했다가 마음을 접은 인연이 있었다.
환광원에서 만난 세 친구 쇼타와 고헤이 아쓰야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듯한 가게에 들어간다.
이곳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
우유통을 통해 고민 편지가 들어오고 장난으로 보낸 편지는 다시 답장으로 돌아온다.
이들과 편지를 나눈 사람은 두 여자와 한 남자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친구를 가진 시즈코와 그 사촌동생이자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호스티스 일을 하고 있는 하루미다.
또 다른 남자는 유명한 뮤지션을 꿈꾸지만 현실 때문에 생선가게를 물려받아야 하는 마스오카 가쓰로.
이 삼총사들은 미래의 인물들이기 때문에 과거의 세 사람에 대한 고민을 현재 상황에 맞게 이야기해 준다.
시즈코가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현재 시즈코란 여자가 이름난 메달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남자친구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할 수 있었다.
하루미가 돈을 벌고 싶다는 얘기에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경제상황을 알기에 경제 흐름에 대한 예언 같은 조언이 가능했다.
마쓰오카 가쓰로가 만든 노래는 지금 유명한 가수가 부르는 노래로 그에게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알려줄 수 있었다.
후에 마쓰오카 가쓰로는 불이 난 환광원에서 세리의 동생 다쓰를 구하고 목숨을 잃는다.
마쓰오카에 대한 감사함에 세리는 가수가 되어 그의 노래를 부른다.
새리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가와베 미도리의 딸 또한 나이먀 잡화점과 인연이 있다.
가와베 미도리양이 결혼한 남자와 사이에 아이를 임신해서 나오미 잡화점에 고민을 써서 보냈던 것이다.
나미야씨는 아마 미도리양이 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가 원하는 답에 확신을 주지만 후에 그녀가 자살한 것을 알고 상실감에 빠진다. 하지만 미래에서 온 답장을 보며 자신이 했던 일이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리의 매니저인 미도리 딸이 자신의 엄마는 자살한 것이 아닐 것이라며 내게 삶을 선물해준 엄마와 나미야씨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미래에서 온 편지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30년 후에 자신의 자손이 블로그에 낸 공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오미는 아들 다카유키에게 자신이 죽은 30년 뒤 내게 고민을 얘기했던 사람들이 답장을 달라는 언지를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다카유키의 손자가 블로그에 그 공지를 올리게 된다.
와쿠 고스케라는 부잣집 아이는 졸지에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빚독촉을 피해 도망간다.
도망 가는 중에 너무 저렴하게 판 비틀스 lp 판에 대해 아버지께 혼이 나 홧김에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쳐 나온다.
새로운 이름으로 살게 된 고스케는 환광원에서 나무 공예를 하는 예술가가 된다.
우연히 자신의 lp판을 갖고 있는 친구가 차린 술집에 들어가게 되면서 자신의 부모님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스케는 잠시 환광원에 맡겨졌던 하루미에게 다람쥐 나무 공예품을 선물한 인연이 있었다.
하루미는 이모할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해 할머니의 집을 샀고 자신이 가진 부로 지금 문 닫을 위기에 있는 환광원을 구하고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본의 불경기 때문에 벌이가 없는 삼총사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돈이 많아 보이는 하루미가 소유한 건물에 들어가 도둑질로 한 탕하려고 하지만 돈이 될만한 것이 없다. 하루미와의 대화를 통해 하루미가 자신들과 편지로 대화했던 호스티스 출신 여자임을 알게 된다. 다시 나미야잡화점에 돌아가 무심결에 넣었던 아쓰야의 백지에 대한 나미야씨의 답장을 받으면서 책이 끝난다.
이 복잡하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는 인간관계 안에서 나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리고 고민을 얘기해주는 나미야의 입을 통해, 혹은 삼총사의 짓궂은 답장을 통해 위로를 받게 된다.
전에 읽었던 `공중 그네`와 비슷한 느낌도 받았다.
가벼우면서도 나를 위로하는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시한부 남자친구를 둔 올림픽 대표를 준비하는 펜싱 선수 달 토끼와의 글을 보면서 의외의 결론에 의아했다.
삼총사들은 그저 단순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글을 썼을 뿐이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달토끼는 자신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이 내면에 대한 정리는 결코 이 세 친구들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야 말씀드리지만 맨 처음 상담 편지를 드렸을 때, 내 마음은 올림픽을 단념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어요.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키면서 마지막까지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실은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그즈음 저는 훈련을 받으면서 막다른 벽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능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하루하루였어요. 라이벌들과의 경쟁에도 지쳤고 반드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저를 짓눌렀어요.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던 거예요.
그가 암 선고를 받은 게 바로 그런 때였어요.(77)

이는 분명 아들러가 주장한 `용기의 심리학`에 적용되는 결론이다.

가수 지망생 가쓰로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내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다시 이 부분을 읽었더니 `인사이드 르윈`에서 나온 시카고의 사장에게 들은 그 얘기와 많이 겹치는 느낌이다.

음악 평론가를 소개해준 손님이 가쓰로를 대신해서 물어봐 주었다. ˝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가쓰로는 바짝 긴장했다. 음악 평론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잠깐 뜸을 들인 뒤에 흐흠 하고 음악 평론가는 신음을 냈다.
˝그쪽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자네만 한 수준으로 노래하는 사람은 여기저기 널려 있어. 목소리에 개성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것도 없고.˝
딱 잘라 말하는 바람에 가쓰로는 대꾸조차 하지 못 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곡은 어떻습니까? 제가 듣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동석했던 마스터가 물었다.
˝아주 좋아. 아마추어가 만든 곡 치고는.˝음악 평론가는 밋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딱 그 정도 수준이야. 아무래도 기존의 곡이 떠올라버린단 말이야. 한마디로 신선한 맛이 없어.˝(100)

미래에서 온 감사의 답장을 보면서 나미야씨가 말한 부분 또한 인상 깊다. 아무래도 이 소설은 일본에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은 듯하다. 이 책이 우나라처럼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었나?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가짐이야. 내가 보낸 답장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봐 마음이 괴로웠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스운 얘기다. 나처럼 평범한 영감의 답장이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힘 따위, 있을 리 없어. 그건 완전히 기우였어.˝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버지의 얼굴은 흐뭇해 보였다.(208)

하루아침에 빚 때문에 야반도주했던 고스케 이야기.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이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주위의 많은 도움과 희생으로 인해 현재의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야반도주 직전에 어머니가 했던 말이 되살아났다.
나도 그렇지만 네 아빠도 너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 네가 행복해지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거야. 목숨까지도 걸기로 했어.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 존재하는 것은 부모님 덕분이었다.
고스케는 머리를 저으며 위스키를 꿀꺽 들이켰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모 때문에 나는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다. 이름까지 버려야 했다. 현재의 풍족함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나 혼자만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313-314)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양면을 갖고 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면도 나쁜 점이 있다. 나쁘기만 하다고 생각한 일들이 어쩌면 다시 내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깨우침을 준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에 대해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고스케의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미야씨 흉내를 내며 미래 사람으로서 과거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었던 삼총사에게 나미야씨는 편기를 보내온다. 이 삼총사들은 세상에 대해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젊은이들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현재는 참 비슷한가 보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도 북한이 대륙을 가로막고 있어 일본과 같은 섬나라와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사람들의 심리가 서로 이어진 면이 많은 것 같다. 취업은 되지 않고 물가는 계속 오른다. 하루 종일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집값은 무심한 듯 저만치 올라가있다. 그래서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버린다. 삼총사들처럼 법을 어기는 편법을 써서라도 사회 구성원에 편입되기 원한다. 이렇게 지쳐있는 청춘에게 백지를 본 나미야씨는 이에 맞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어쩌면 이 소설은 소설을 가장한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우울한 등장인물들 사정을 보면서 내 힘든 일에 대입하여 공감을 얻고 진심을 담은 나미야와 도둑 청년 삼총사의 편지를 통해 위로를 얻는다. 각자 인연을 통해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한 소중함까지 느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수능란한 필력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한 인물에 대해 빠졌다가 또 다른 일을 통해 다른 인물을 알게 되고 또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는 나를 발견한다.
마지막 나미야씨의 편지를 끝으로 글을 끝맺을까 한다.
요즘 사는 게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책으로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44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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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6-01-27 21:33   좋아요 1 | URL
오-정말요?그럼 이 책 대단한 책이에요.

2016-01-27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6-01-27 21:36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 2016-01-28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1-28 18:31   좋아요 1 | URL
네!서니데이님 덕분에 저녁이 기다려져요.^^

커피소년 2016-02-05 2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서재에서 많이 소개된 책이네요. ㅎㅎ 히가시노 게이고 책 꽤 읽은 편이지만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 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네요.

책한엄마 2016-02-05 22:39   좋아요 1 | URL
전 이 책이 처음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었어요.
일본 작가들은 정말 저랑 안 맞는단 생각을 하던 중 제 편견을 깨 주었던 반가운 작품이었어요.^^

이수인 2017-08-11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

책한엄마 2017-08-11 15:01   좋아요 0 | URL
와!!신기하네요.
이런 꿀같은 정보 감사합니다.^^
하나 하나 읽고 답해주는 건 꽤나 귀찮고 까다로운 작업이죠.그걸 진짜로 해준다니-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에요.
 
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눈을 제대로 뜨고, 창피하지만 사실인 세계사 바라보기.
비판적 세계사 읽기.
더이상 거꾸로 가는 세계를 만들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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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6-01-27 16: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청계천 책방에서 발견하고 기쁜 마음으로 구입해놓고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세계사 바라보기를 빨리해야겠어요^~^

책한엄마 2016-01-27 16:37   좋아요 1 | URL
사실 저는 참 힘들게 읽었습니다.인간이란 민낯을 보는 일이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어요.

해피북 2016-01-27 16:42   좋아요 2 | URL
역사책을 읽으면 그렇게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은거 같아요ㅜㅜ 저도 마음 단단히 먹고 읽어야겠습니다^~^

책한엄마 2016-01-27 16:43   좋아요 1 | URL
네-같이 서평 작성했음 좋겠어요.^^

해피북 2016-01-27 16:46   좋아요 2 | URL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ㅎ 읽거되면 소식 전해보도록 할께요ㅎ 즐거운 오후시간 보내세요^~^

책한엄마 2016-01-27 16:46   좋아요 1 | URL
네-^^대화 즐거웠어요.
 
초정리 편지 창비아동문고 229
배유안 지음, 홍선주 그림 / 창비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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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간 딸에게 한글을 시험해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렇다면 백성 중 누군가에게도 시험해 보고 한글에 대해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다.'하는 생각이 들어서 쓰게 됐어요.(212)

 

굉장한 동화다.
너무 당연하지만 결코 잡아낼 수 없었던 주제.
바로 .
우리에게 한글은 당연한 문자다.
숨을 쉬듯 한글을 읽고 사는 나인데 정작 한글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 했다.
전에 소설 '뿌리 깊은 나무'라는 한글을 만드는 일을 살짝 비껴간 이야기가 있었다.
이 책은 완벽히 한글을 위한 동화다.
한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 한글을 만들기까지 왕 세종의 고뇌까지 들어가는 수작이다.

이 책은

부모 복 없는 장운과 토끼 눈 할아버지와 만남으로 시작한다.
할아버지는 장운에게 먹거리뿐 아니라 신기한 글자를 알려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 병으로 나날이 가세가 기울자 장운이 누나는 부잣집에 일을 해주러 떠난다.

살다 보면 참말로 힘든 고비가 한 번은 있다고 했어. 그것만 잘 견디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어머니가 그러셨다. 그 힘든 고비가 지금인가 봐. 장운아, 우리 잘 견디자.

장운은 멀리 떠난 누이와 할아버지가 알려준 문자를 통해 소식을 듣는다.

 

장운은 형 오복과 약재상 손녀 난 이에게 글자를 알려준다.
난이는 글자를 익혀 자신이 익힌 약재를 기억하기 위해 쓴다.
장운은 아버지가 헸던 돌을 깎는 일을 배워 경성에 가 대웅전을 만드는 일을 돕는다.

그 사이 자신이 정성을 다해 만들었던 작품이 깨져 있는 것을 발견한다.

 

누가 그랬는지 찾으려 하지 마라. 너를 해코지한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네 책임이다. 미움을 못 풀어 준 건 너일 테니까.(181-182)

장운은 이런 좌절에도 잘 극복한다. 자신에게 문자를 알려준 사람이 세종대왕이시란 걸 알게 된다.

밋밋하지만 지루하지 않은 구성

이 책에 나온 인물들은 한결같이 착하다.
가장 입체적인 인물은 돌을 다루는 데 재능 있는 장운을 시기한 성수뿐이다.
심지어 처음 등장하는 토끼 눈 할아버지가 글자를 창제한 세종이란 사실을 깨닫는 건 어렵지 않다.
그럼에도 이 책은 지루하지 않다.
이는 사이사이 아주 사소하지만 겪을 수 있는 시련을 넣었기 때문이다.
아픈 아버지를 부양하는 세 남매, 할아버지의 각박한 모습에 대신 미안해하는 약재상 손녀 난이.
한글을 통해 누나의 소식을 알게 된 장운에 대한 내용은 소소하지만 흡입력 있게 이야기를 이끈다.
처음 착하기만 한 평면적 인물을 배치한 데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인물을 입체적으로 묘사하고 이야기가 전개됐다면 
이 이야기의 주된 테마인 '한글'은 쉽게 눈에 띌 수 없다.
착한 아이들이 갖고 놀았던 문자를 중심에 두기 위한 작가의 세심한 배려를 뒤늦게 깨달았다.
 
처음 만들었을 때 대신들이 새 글자 쓰는 걸 반대하여 조정이 꽤 시끄러웠다고 하는구나.
그렇지만 임금님이 강력하게 밀어붙여서 결국 반포하셨단다.(133)

이 책 속 주인공은 한글을 알려준 세종도, 그걸 배운 장운도 아니다.
바로 내가 쓰면서 타인에게 내 감정을 알리는 바로 이 '한글'이 주인공이다.
한글을 중심으로 잔잔한 이야기를 전개한 세련된 전개가 참 마음에 들었다.
세종 시대 '한글 창제'에 대한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알려줘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아마도 꽤나 긴 시간 동안 이 동화책이 아이들에게 한글 기원을 알게 하기 위한 교과서 자리를 차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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