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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번 읽기 공부 실천법 - 단번에 활용 가능한 "7번 읽기" 완결판
야마구찌 마유 지음, 이아랑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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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번 읽으면 나처럼 된다는 저자.
과연 그럴까?
먼저 전제가 필요한 듯하다.
작가는 일정한 패턴에 대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예외인 상황을 매우 싫어한다.

이런 패턴은 더 나아가 미신을 신봉하는 경지까지 올라간다.
'이런 일을 하면 나쁜 일이 일어나고, 저런 일을 해야 시험을 잘 본다.'

이 책을 보니 뜬금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맛 집 따라 하기'라고 해서 맛 집의 비결을 묻는다.
맛 집의 비결을 가르쳐주는데 집에서 따라 하기 너무 버겁다.
예를 들어 소머리국밥은 소 한 마리를 통째로 넣어 끓는 것이 비법이라거나
하루 20번을 찬물에 걸러줘야 한다거나 하는 말이다.
그럼 이런 말이 절로 나온다.
'그냥 사 먹지.'

이 책도 그렇다.
보면 고등학교 때나 고시공부 때 몇 시간 자는 것 말고는 온전히 공부하는 시간에 바친다.
그러니까 7번을 볼 시간이 확보된다.
그럼 이런 소리가 당연히 나온다.
'그냥 네가 1등 해.'

 이 책에서 '실천'은 어떻게 처음에 읽고 회독수가 증가하면서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가이드라인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처음 볼 때는 눈에 글자를 '바른다'는 식으로 본다.
그 이후 자신이 생각하기에 애매한 부분에 대해 더 신경 써서 읽는 경지가 7번을 읽는 과정 내에 포함되게 된다.

저자는 자신이 도쿄대에 들어갈 때, 학점을 받을 때 이렇게 생각했단다.
최고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합격권에 들자.
그러기 위해서는 과감히 잘 안 나오는 과목을 포기하고 잘 나오는 과목에 대해 집중한다.

 

내가 보기에 7번 읽기는 그저 꾸준히 공부했던 모범생의 평범한 공부법이다.
다만 중고등학생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공부자극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당 5락처럼 7번 읽기만 하면 최고가 될 수 있다는 그 얘기에 다시 책상에 앉아 시도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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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7번 읽기 공부법
야마구찌 마유 지음, 류두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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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처음엔 생각없이 읽었다.
처음엔 읽다가 저자가 여자임에 놀랐다. 나보다 나이가 어림에도 사법고시는 대학교 3학년에, 행정고시는 4학년에 합격하는 괴력. 그것도 모자라 도쿄대학도 수석으로 졸업했단다.(헉헉)
게다가 글 안에서 느껴지는 성격 미인의 향기. 정말 샘이 난다. 그래서 이런 사진도 올려봐야지

언니가 성격이 좀 안 좋다.
언니가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제대로 된 사진도 올려줄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지은이가 공부에 열정을 쏟게 된 계기와 공부를 열심히 한 원동력에 대한 부분이 나와 매우 닮아있어서 놀랐다.
처음 공부를 잘 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바야흐로 중학교 때.
그 때 자신이 아는 초등 동창이 전교 1등이었단다. 이 친구의 평소 성적을 알기 때문에 조금 열심히만 한다면 저자도 잘 할 수 있을거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선의의 라이벌을 만들고 계속 그 사람보다 앞서가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자신의 동생에게도 항상 이기려고 노력했고 말이다.
사실 나도 그랬다. 누군가를 타깃으로 삼고 언제나 그 친구보다 잘 하려고 노력했다. 그러다가 나는 큰 일나는 일이 있었지. 그것도 고등학교 3학년 때. 아- 그 친구가 선의의 라이벌이 될 수 없었어.
결국 그 친구는 학급을 비웠고 난 항상 반 정도는 죄책감 반 정도는 억울한 마음에 이 악물고 고3을 버텼다. 그 친구는 멍한 눈으로 학교에 돌아왔다. 문제는 그 친구를 대학교 2학년 때부터 자주 보게 됨.
차라리 나를 미워하면서 분노에 찼던 그 눈은 최소한 눈빛이 살아있었다.
그런데 그 이후 본 그 친구는 언제나 눈빛이 흐렸다. 아무튼-
물론 공부를 제대로 잘 하는 사람이라면 주위에 어떤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도 꿈쩍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었겠지.
나는 그러지 못했다.( 몇 번 그 사건을 써볼까 하다가 난 아직도 그 사건이 해결이 안 됐나봐.)

이런 일들이 없었다면 나도 깨끗하고 총명한 마음으로 7번은 거뜬히 읽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핑계라는 것! 안다.

7번을 읽기 위해서는 일단 절대적 공부시간이 필요하다.
저자가 사법고시 합격했을 때 화장실. 식사, 엄마와의 통화를 1시간, 수면시간을 단 4시간으로 잡고 19시간을 종일 공부했다고 하니- 그 정도 시간이 확보되어야 법학서적 7번 읽는게 가능하다는 소리다.
실제로 주위 친구들에게 물어봤더니 3회독 정도 하면 잘 하는 거였다고.

이런 고된 시련이 가능하려면 일단 목표가 있어야 한다.

사람이 고생하고 노력한다는것은 분명 뭔가를 목표로 삼았다는 뜻이다. 그러한 노력이나 분발을 굳건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목표를 가능하면 구체적으로 정해둘 필요가 있다. 언제까지 무엇을 할 것인지, 어째서 목표로 하는지를 자기 안에 확고하게 언어화해두자. 내용이 명확할수록 동기부여도 향상된다.(116)

저자는 2년 동안 공무원 생활을 했다. 그리고 나와 변호사 수업을 받은 뒤 기업 변호사로 일하고 있단다. 그 와중에 겪은 자신의 실수담을 아주 솔직하게 얘기한다. 나처럼 오타쟁이인 저자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처음 영어 메일을 작성했을 때는 'Best Regards'라는 정형화된 끝인사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시 썼다. 참고로 그 전부 중에는 내 이름도 포함되어 있었다. 부끄럽게도 내 이름까지 오타를 쳤던 것이다.(202)

이에 대해 그녀는 또 꿋꿋하게 자신의 문제를 인식하고 고치기 위해 목표를 수립한다.

못해서 잘못된 것이 아니라 못하는 상태 그대로 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처음으로 저지른 실수는 하나의 공부가 되며, 실수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면 그것이 곧 이기는 길이다.(202)

그녀의 모든 삶은 이렇게 목표의식으로 가득했다. 몸무게도 항상 전투하는 자세로 유지한다. 게다가 페이스북을 하면서 '좋아요'수를 늘리는 것도 자신 나름대로의 전략을 세워 계획하고 얻기 위해 노력한다.
정말 내가 어떤 일을 당하기 전에 내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 이 친구의 저력도 물론 본받을만한 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도전하는 동안 주위 어떤 사람도 그 모습을 아니꼽게 바라보며 괴롭히는 사람이 없었다는게 참 부럽다. 하긴 책 간간히 느껴지는 정신적으로 성숙한 모습을 보면 나와 확실히 다르단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공부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명확하게 자리매김시켰다. 반대로 말하면 공부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다. 자기 자신의 본래적인 가치문제와는 하등 관련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목표의 수치화에 전혀 저항감을 가지지 않았다.(218)

전에 안철수가 자신이 서울대 의대에 들어간 비법으로 뭐든 10번 읽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게다가 활자중독증이라 앞에 보이는 글자들은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린다고. 이 저자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300페이지 정도의 책을 가볍게 읽기 시작하며 계속 눈에 익히며 공부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그 전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고 또 공부를 시작하기 위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솔직하게 얘기한다. 공부는 정말 힘든 일이라고. 제일 힘들었던 사법고시를 끝내고 공부가 지긋지긋해 다시는 공부하지 않겠다 결심했단다. 그래놓고 직장인이 된 지금까지 공부를 손에 놓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고. 그러면서 하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보다 어린 저자지만 배울 건 정말 많은 친구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부하는 목표가 있는 인생은 힘든 일이 있기 때문에 즐거운 일도 있다. 공부하는 목표가 없는 인생은 힘든 일이 없는 반면에 즐거운 일도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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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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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책을 읽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다니는 사람들은 다 천재에다가 스마트하고 날카로운 지성인일 거라는
잘못된(?) 편견이 생긴 적이 있었다.
그 정도로 나에게 있어 꽤나 존경받는 지식인이었던 작가 유시민님이 갑자기 정치판으로 뛰어들더니
너무나 쉽게 내가 생각했던 모습이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책을 기준으로 해서 그의 이념이나 신념에 반하는 행동을 한 것은 전혀 아닌데 주위 반대론자들의 농간에 휘말리면서 노련하지 못한 모습들이 그를 그렇게 작게 만들었으리라.. 너무 아쉬웠다.
이렇게 많은 노란 편들이 힘없이 스러지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딴 말이지만 나는 이재철 목사님의 `뿌리 깊은 영성`이란 책을 읽고 매우 존경하게 됐는데 모교에서의 엉뚱한 발언이나
우리 교회에서의 설교를 듣고 놀란 적이 있다.
글로 느껴졌던 진중함과 사색이 목소리로는 전혀 느껴지지 않음에서 오는 충격... 이랄까..

유시민님이나 이재철 목사님이나 손으로 전달하는 능력을 준 사람들인가 보다.
나는? 뭘까?
전에 같이 글 쓰는 스터디를 하던 중 잠깐 꼈던 고시공부 백만 년 한 포스를 풍기는 오빠 분이 그랬다.
내 글에서 ˝달변˝의 느낌이 풍겨진다고..
글에서 달필도 아니고 달변이라고..-_-글이 아니라 주저리주저리 말하는 것 같다는 건가?

여튼 책과 관계없는 말은 여기서 그만하고-

이 책 또한 앞서 내가 정신없이 얘기한 것과 같이 뭐 딱히 체계적인 순서 없이 이것저것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저자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글을 쓴 거다.
책을 다 읽은 지 일주일이 다 돼서 기억이 확실하게 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처음에 저자가 부러워한 인생에 대해 자신의 인생길과 함께 써 나가고 그다음엔 삶의 반대인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삶에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가족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으로 삶에 있어 저자 스스로 나쁜 것이라고, 지양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써 나간다.
거의 반의 자서전이고 반은 자신이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고뇌를 하며 읽은 책들을 다이제스트 한 것이다.
참 좋았던 것은 그가 쓴 다른 책과 다르게 자신의 삶을 많이 넣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가 써 내려간 삶은 대단한 포장 없이 옆집 아저씨가 가볍게 인생에 대해 얘기하듯 깔끔하고 소박하고 아담하다.
자신의 성향이 또래보다 젊은 것이라며 그래서 내가 진보라고..
나는 죽어가는 사람들보다 살아가는 젊은이와 소통하며 그들의 편을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하면서도..
운동권으로 진보적 삶을 지향하다가 보수세력으로 돌아선 사람들의 변화도 인정하고 공감한다.
자신이 글 쓰는 것에 소질이 있음을 알게 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운동권에서 대모로 끌려가 조금 덜 맞지 않기 위해 현장에 대한 글을 써 내려가다가..란 대목, 자신이 군대에 있을 때 편지를 보내려던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것.
자신은 진학에 대해 별생각이 없었던 반면 역사교사였던 아버지는 자신의 능력을 알아보시고
영문과에 가서 영어를 배우고 유학을 가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라고 하셨던 말씀.
결국엔 자신은 역사에 관한 책을 쓰고 인세를 받게 됨을 깨닫고 아버지가 선견지명이 있었음을 깨닫는 대목.. 등등이 지금도 내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 모든 대목들이 사사로운 것이지만 또 사사롭지 않은 오히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인해
지루한 자서전의 형식보다는 훨씬 더 효과적으로 저자의 인생을 따라 이야기를 풀어가는 느낌이었다.

정치를 그만둔다고 할 때 어떤 면으로는 참 많이 아쉬웠다.
근데 글 쓰는 게 가장 잘 하는 일이고 마음 맞는 사람들이 자신의 글을 읽어 줄 것이며
또 내 글이 많이 읽힌다는 것은 그만큼 즐거운 일이라고 그래서 나는 즐겁기 위해 못하는 정치를 그만두고
잘하고 잘 할 수 있는 글쓰기만을 할 거라고 한다.

나는 무엇을 잘 하는가? 무엇을 하면 즐거운가? 저자의 삶의 공식을 보면서 나에게도 끊임없이 적용해 본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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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21: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22: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6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6 18: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clavis 2016-02-07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쩐지 백만개의 좋아요를 던시고싶은 심경.

책한엄마 2016-02-07 22:08   좋아요 1 | URL
영광입니다.^^
 
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김영하 산문 삼부작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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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내가 요즘 빠져있는 영화 서평을 간단하게 첨가한 에세이다.
김영하 님은 처음 힐링캠프
`우린 이미 더 발전할 수 없다.˝라는 쇼킹한 논제를 던지며 내 관심을 끌었다.
그리고 토크 콘서트 `화통에서 왜 우리는 끔찍한 인물들이 난무하는 소설을 읽는가에 대한 내용을 듣기도 했다.
그의 책은 공교롭게도 소설이 아닌 에세이로 처음 만나게 됐다.
그의 소설 제목들이 참으로 강렬하고..
그리고 그가 내가 좋아했던 이은주 님을 우울증으로 몰고 갔다는 `주홍글씨`란 영화의 원작자라는데 영~그의 책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그냥 이건 내 본능이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면모는 마음에 들기에 이렇게 그의 실생활 생각이 들어있는 책으로 먼저 만났다.

그가 허구의 세상 말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목소리를 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공교롭게도 2012년 12월.
그리고 점점 현실은 소설보다 더 악하게 변화되어가고 있다.

그가 소설을 읽고 만드는 이유는 바르게 사는 현실만 안주하면 사람들은 숨 막혀 죽을 거다.
그러니 소설을 통해 새로운 악한 세상과 마주하게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소설이 현실이고 소설에서 유토피아를 찾는 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생각이라는 것을 유명 소설가라는 명예를 업고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물론 돌려 돌려 돌려서..

남의 위험은 더 커 보인다. 반면 자기가 처한 위험은 무시한다. 그게 인간이다. 나는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지도 모르니 이에 대비하자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로마인들은 화려한 연회를 열 때마다 노예가 은쟁반에 해골바가지를 받쳐 들고 손님들 사이를 지나다니게 했다고 한다. `메멘토 모리` 즉, `죽음을 기억하라`같은 깊은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게 연회의 흥을 더 돋우었기 때문이다. 해골바가지를 보면 술맛이 더 났던 것이다. 로마인들은 변태였나? 아니다. 지금도 그 전통은 핼러윈으로 면면히 이어져내려오고 있다. 그날이 되면 해골과 좀비 들이 거리를 행진하고 죽은 자의 가면을 쓴 사람들이 밤새 술을 마셔댄다. 핼러윈의 상징, 속을 파내고 불을 밝힌 호박은 즉각적으로 해골바가지를 연상시킨다. 죽음과 종말을 떠올리면 현재의 삶은 더 진하고 달콤해진다. 로마인들은 이천 년 전에 이미 그걸 알고 있었다.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의 시점에서 현재의 파국을 상상해보는 것은 지금의 삶을 더 각별하게 만든다. 그게 바로 카르페 디엠이다. 메멘토 모리와 카르페 디엠은 그렇게 결합돼 있다.(90-91)

우울증 환자들은 인간이 혼자라는 것, 죽을 수밖에 없는 가련한 운명이라는 것을 냉철하게 직시한다는 점에서 극단적으로 현실적이다. `혼자 죽는`고통을 미리 맛보고 있는 그들에게는 삶이 이미 죽음이고 죽음이 곧 삶이다. 다른 사람들과 달리 그들은 죽음으로 이 절대 고독을 끝장내고자 한다. 고층 아파트에서 아이를 밖으로 던져 죽이고 자기도 자살을 시도하는 우울증 환자는 `이런 세상 살아봐야 고통이다. 이게 아이를 위하는 길이다`라고 철석같이 믿는다. 삶의 고통과 의미 없음에 대한 무서운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가 죽음의 무의미성이라는 계단을 통해 고귀한 쾌락의 세계로 들어갔다면, 우울증 환자들은 삶의 무의미와 고통이라는 다이빙대에서 죽음의 세계로 점프한다.(94)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끝없이 변화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바로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123)

물리적으로 멀리 있다 보니, 사람들의 비통함, 분노, 연민은 여러 필터를 거쳐서야 내게 전달되었다. 물론 그 사건들을 생생하게 기록한 사진과 영상 들을 언제든 찾아볼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한국에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였다. 보고 듣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한 사회를 제대로 이해하기 이해서는 단순히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데에서 좀 더 나아가야 한다. 보고 들은 후에 그것에 대해 쓰거나 말하고, 그 글과 말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을 직접 접하지 않고서는, 다시 말해, 경험을 정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타자와 대화하지 않는다면, 보고 들은 것은 곧 허공으로 흩어져버린다. 우리는 정보와 영상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살고 있다. 많은 사람이 뭔가를 `본다`라고 믿지만 우리가 봤다고 믿는 그 무언가는 홍수에 떠내려오는 장롱 문짝처럼 빠르게 흘러가버리고 우리 정신에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보기 위해서라도 책상 앞에 앉아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미루어볼 때, 생각의 가장 훌륭한 도구는 생각을 적는 것이다.(20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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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소년 2016-02-05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존재, 그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다. 왜냐하면 우리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끝없이 변화하며, 그렇기 때문에 그게 무엇인지 영원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우리가 가장 연기하기 어려운 장면은 바로 우리의 일상일 것이다.(123) ”

이 말 진짜 진리입니다..

책한엄마 2016-02-06 00:00   좋아요 1 | URL
네-
어쩌면 우리가 책을 읽는 근원적인 이유도 이게 아닐까 합니다.
나를 알기 위해 배우고 읽고 생각하려고 책을 피는게 아닐까요?
 
거꾸로 읽는 세계사 - 개정판 거꾸로 읽는 책 3
유시민 지음 / 푸른나무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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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휘경 어린이 도서관 개나리 문학당 역사서 읽기가 끝났다. 역사서 중 가장 어려웠던 책 두 권 '역사란 무엇인가'와 이 책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무사히 마쳐서 뿌듯하다. 특히 이 책은 '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읽고 인생에 있어 좌표로 삼았다는 저자 유시민 작가님 시선이 돋보였다.
 유시민 작가님은 이 책을 '일생일대 실수' 라고 지칭한다. 이 책은 젊은 시절 돈을 벌기 위해 어려운 환경에서 힘겹게 쓴 책이다. 지금은 환경도 나아지고 분명 글 쓰는 실력도 늘었다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이 책 인기를 뛰어넘는 책을 아직도 못 지었다고 한다. 이 책에 열등감이 있다니 이 얼마나 얄미운 발언인지.
그것도 그럴 것이 이 책이 만들어진 지 무려 30년 가까이 지났지만 그가 생각한 방향과 문체는 요즘 썼다고 해도 믿을 정도다. 각 굵직한 세계사에 관련된 일들을 이야기하면서 뒤이어 나오는 저자가 쓴 개인적 견해가 세련되고 날카롭다. 역시 에드워드 카가 쓴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말하는 '미래를 바라보며 과거를 바라보는' 역사가로서 면모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책이 바로 이 '거꾸로 읽는 세계사'이다.
 이 책은 '거꾸로' 쓴 것인가? 일단 이 책은 승자가 주인공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은 오히려 실패하고 무시당하는 약한 편 입장에서 보고 판단한다. 그럼으로 보편적인 역사 책에는 나오지 않는 이른바 '좌파'색이 진한 러시아 혁명이나 중국 공산당 이야기가 아주 세밀하고 자세하게 적혀있다. 그것도 아주 호의적 어조로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러시아 혁명을 구체적으로 이해해서 오히려 다시 읽은 '역사란 무엇인가'를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에드워드 카의 전공분야가 러시아 혁명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예전에 읽었던 역사서 한 권이 생각났다.

곰브리치와 유시민 작가는 참 많이 닮았다. 곰브리치 또한 젊을 때 이 책을 단순한 용돈벌이를 위해 썼단다. 이 책은 현재 곰브리치가 이후에 지은 '서양미술사'와 함께 세계적으로 많은 인기를 얻었다. 나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이른바 '세계사 울렁증'을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었다.

드레퓌스사건-진실의 승리와 더불어 영원한 이름

 

난 아직도 세계사 교과서에 나왔던 '드레퓌스 사건'을 똑똑히 기억한다. 왜냐고? 시험에서 틀렸기 때문이다. '드레피스 사건'이라고 써서. 그때 나 지금이나 난독증이 있던 건지 이건 외국어니까 맞게 해주어야 한다며 교과서를 들고 항의했던 그 시절이 아직도 기억난다.(벌써 20년 전 일이다.) 그 당시 교과서에 단 한 줄과 흑백사진 한 장으로 끝났던 이 사건을 이 책을 통해 제대로 알게 됐다.
  프랑스 고위 공무원이 자신이 가진 과오를 숨기려다 결국 유태인이기에 빽도 없고 인기도 없는 드레퓌스에게 죄를 뒤집어 씌워 중형에 처한다. 이 배후를 알게 된 지식인 에밀 졸라는 드레퓌스를 옹호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시민들을 이를 알게 되어 분노하게 된다. 정작 드레퓌스는 자신의 무고가 얼마나 큰 가치인지 모르고 편안함을 위해 죄를 인정하고 감옥에서 탈출한다.

피의 일요일-혁명과 전쟁의 시대가 열리다

 

가퐁 신부는 농민들이 굶주리고 있는 사실을 알리고자 왕궁 앞에 농민을 데리고 나온다. 수많은 군중을 본 왕은 두려움에 군인들에게 총을 발사하게 한다. 그렇게 왕은 자신의 명을 단축시킨다. 결국 이 난세에 레닌이란 사람이 등장한다. 마르크스주의를 믿고 행동하려는 이상주의자.

"경험은 바보에게도 가장 좋은 학교 "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다.(56)

 

사라예보 사건-총알 하나가 세계를 불사르다

 

 

예견된 일이었다. 다만 불씨가 없었을 뿐이다. 이미 유럽은 발전하기에 포화상태였다. 그래서 그들은 땅따먹기를 한다. 열등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다른 대륙 국가들을 식민지로 만든다. 그렇게 다른 국가를 이용해 배를 불리는 것도 잠시. 결국 이런 기형적 사회는 폭력을 부른다. 오스트리아 황태자 부부 살해 사건은 결국 온 세계가 전쟁을 하는 세계 1차 대전 시발점이 됐다.

 

자본주의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넓히는 데 혈안이 되어, 남의 것을 빼앗는 것 말고는 다른 길이 없었기 때문에 전쟁은 피할 수가 없는 일이었다.(79)

러시아 10월 혁명-세계를 뒤흔든 붉은 깃발

레닌에서 스탈린으로 이어지는 러시아 공산주의자들의 일대기에 대해 서술했다. 민주적 방식으로 타인을 설득하며 일을 진행한 레닌. 그리고 그와 독립적인 의견을 갖고 있었지만 가장 필요할 때 조력했던 트로츠키. 이 둘 콤비 활약이 재밌게 설명한다.

 

대공황-보이지 않는 손의 파산

항상 우린 자본주의가 이기고 공산주의는 졌다고 생각한다. 과연 그럴까? 자본주의도 실패했지만 공산주의 이론을 접목해 다시 부활할 수 있었다는 말이 맞다. 이 대공황 부분을 보면 이기적 개인이 모여 처참하게 망해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대공황은 그 누구에게도 책임을 돌릴 수 없는 이상한 사건이다. 시민들은 나름대로 재산을 늘릴 수 있을까를 따져 본 끝에 주식값이 오를 때 샀고 내릴 때는 팔았다. 자본가들은 경기가 좋으면 투자를 늘렸고 물건이 안 팔리면 생산을 줄였다. 소비자들은 소득이 줄고 일자리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였을 뿐이다. 모두가 현명한 행동을 했는데 사회 전체가 불행해졌으니 서로 원망할 수도 없었다.(128)

대장정-중화인민공화국을 낳은 현대의 신화

중국에서 공산주의자들이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공산주의자들은 어려운 민초들에게 선의를 베풀고 예의를 지켰다. 이로 인해 인민들은 결국 공산주의자들을 아군으로 받아들였다. 이게 핵심인듯한데 이 부분은 너무 길다.

 

중국공산당은 장기 항전을 통해 민족 해방, 민주주의, 사회주의라는 세 가지 과제를 동시에 이루려고 하였다.(196-197)

 

 

아돌프 히틀러-벌거벗은 현대 자본주의의 얼굴

독일 사람들이 단체로 미쳤던(그렇게 설명하지 않으면 해석할 수 없는) 사건이다. 뒤이어 나오지만 일본 또한 제국주의 후에 독일과 같은 집단 광기를 보인다.

 

거부하는 팔레스타인-피와 눈물이 흐르는 수난의 땅

히틀러는 유태인들을 박해했다. 이를 계기로 유대인들은 자신들이 살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뼈져리게 깨우친다. 성경을 근거로 이스라엘에 간 유대인들. 이들의 선민의식으로 원래 살고 있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날벼락을 맞는다. 전지적 팔레스타인 시점인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다. 이들이 자살 테러를 감행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미완의 혁명 4.19-자유의 비결은 용기일 뿐이다

부당함에 항거할 수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이 자랑스러웠던 부분이다.
이 학생들 어딨니? 어디 갔니? 토익 보러 갔니?
창피하지만 사실 부모로서 내 딸이 국가에 항거한다고 하면 맨발로 뛰어가서 말리고 싶다.
그냥 토익학원 가렴.

 

베트남 전쟁-골리앗을 구원한 현대의 다윗

베트남은 미국 야욕 때문에 전쟁을 치른다. 이들은 결국 승리한다. 그러나 그 승리는 현재 상처뿐인 영광이다.

 

 

아시아를 침략하면서 저지른 전쟁범죄를 감추려고 역사 교과서까지 왜곡하는 일본 정부를 욕할 자격도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304)

일본의 역사왜곡-일본제국주의 부활 행진곡
신경숙은 저 사람 책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아, 창피하다. 하필 저런 사람인가?
20세기의 종언, 독일 통일-통일된 나라 분열된 사회

공산주의 국가였던 러시아와 동독이 없어졌다. 러시아는 민족주의를 내세워 여러 갈래로 흩어졌다. 동독은 서독과 통일하면서 많은 혼란이 왔다. 이로 인해 동독인과 서독인들 사이에 분열이 일어났다. 더 나아가 이 분노는 그 사회 약한 자에게 가서 피해를 주었다.

자기와 다른 의견을 용납하지 못하고 이해관계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 대해 귀를 막고 마음의 빗장을 걸어 잠그는 사회 분위기와 정치풍토와 법 제도야말로 가장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며, 이런 면에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남북한은 닮은 꼴이다.(400)

눈 크게 뜨고 바라보기

이 책은 끔찍했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가진 욕망과 탐욕으로 세계가 망가졌다. 같은 사람이라도 흑인이라고 차별한다. 과학이 발전하면서 핵을 통해 무고한 사람들이 죽는다.(흑인과 핵문제에 대한 부분은 생략했다.) 이 책 안에 나온 수많은 시체와 죽이는 사진을 보면서 참 힘들었다. 그러면서 지금 대통령이 주장하는 "동화 같은 역사 "를 쓰자는 생각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옳다는 것은 절대 아니다.) 흠 많은 인류를 사실 그대로 바라보는 일은 참 힘겨웠다. 하지만 그래야 한다. 왜냐면 그래야만 미래로 나아가는 길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에드워드 카가 주장했듯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는 미래를 이어주는 디딤돌 역할을 한다. 따라서 우린 꾸며 놓은 역사가 아닌 객관적인 역사를 마주해야 한다. 이것은 승자가 써놓은 '소설'이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해석된 입체적인 사실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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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05 0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2-05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yrus 2016-02-05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 정부는 일본과의 역사 문제(특히 위안부 문제)를 논하면 매번 눈 뜨고 코 베입니다.

책한엄마 2016-02-05 19:20   좋아요 1 | URL
아아아-정말 안타까운 일입니다.
정말 우리 나라 외교는 노답입니다.ㅠㅠ
청에게 치욕을 당한 병자호란을 담은 남한산성을 보니 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서니데이 2016-02-05 18: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설연휴도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책한엄마 2016-02-05 19:21   좋아요 3 | URL
네 긴 연휴가 시작됩니다.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연휴와 저녁 보내세요.^^

커피소년 2016-02-05 22: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경험은 바보에게도 가장 좋은 학교 ˝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역사를 보면 경험에서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많다.(56)

경험만 하고 과거를 되돌아보는 성찰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죠.. 과거에 얽매이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과거에 얽매이는 사람이야 말로 과거를 성찰할 수 있죠.. 과거에 대한 성찰이 없는 오로지 미래지향적인 사람들은 경험(과거)에서 아무것도 배우는 것이 없어요..

책한엄마 2016-02-05 22:45   좋아요 2 | URL
김영성님이 하신 말씀 그대로 책 안에 넣고 싶을 정도로 좋은 말씀을 해 주셨어요.

사실 전 과거 일이 무섭다며 무서운 장면을 보면 눈을 질끈 감는 아이처럼 역사를 무시하고 살았습니다.이번 독서를 계기로 정말 제 자신이 많이 달라진 것 같아요.

역사 뿐 아니라 제 인생에서도 꼭 적용하고 싶어요.
과거 성찰이 없다면 미래를 제대로 볼 수 없다.과거를 통해 배우는 사람만이 실현 가능한 미래를 꿈 꿀 능력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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