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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멜표류기 - 조선과 유럽의 운명적 만남, 난선제주도난파기 그리고 책 읽어드립니다
헨드릭 하멜 지음, 신동운 옮김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1653년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 소속 선박이 대만에서 일본으로 가다가 난파되어 조선에 표류하게 된다. 그들은 제주도에 상륙해 13년 28일이나 억류되어 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조선을 탈출하게 된다. 그중 한 명인 헨드릭 하멜(Hendrick Hamel)이 1668년 네덜란드로 귀국하기까지의 고된 여정을 기록한 책이 바로 하멜표류기이다. 이 책은 17세기 당시 서양인의 눈으로 본 조선의 생활상을 세세하게 기록한 최초의 서양 서적이다. 원래는 조선 억류 기간의 임금을 받아내기 위해 동인도회사에 제출한 일종의 산업재해 보고서이지만, 책으로 출판되어 유럽의 전 유럽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우리는 조선이 절대적인 황제가 있었던 중국과는 다르게 왕권이 약하고 신권이 강했던 나라라고 배웠지만, 유럽인인 하멜이 보기에 조선의 왕권은 절대적이었다. 반역죄를 저지르면 일족이 멸족을 당하고, 세습 귀족이 아닌 관리가 파견되어 3년 정도 순환 근무를 하는 모습을 그는 유럽에서는 보지 못했다. 유학자인 관리들이 불교를 믿지 않는 모습은 그에게는 우상보다 자신(귀족)을 더 믿는다는 식으로 여기고 있다. 당시 유학은 자기수양을 중시했다. 이를 그리 받아들인 것이다. 백성들이 절에 가서 향을 피우고 절을 하는 모습을 본 그는 서구식으로 해석해서 우상숭배쯤으로 여기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하멜 등이 조선에 왔었던 기록이 있기에 하멜표류기 자체는 교차검증이 되어 사료적인 가치는 높다. 그러나 모든 내용을 다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단. 한 예로 간통한 사람을 목만 남겨두고 땅에 묻어두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톱질을 한다는 식의 기술은 일본에서 본 것을 조선에서 본 것으로 혼동한듯하다. 당시 조선에는 절대로 이런 식으로 처벌을 하지 않았으며, 이 방법은 일본 에도시대의 6가지 처벌방식 중 하나인 노코기리비키와 정확하게 일치하기 때문이다.
당시 군대에서 복무한 경험이 있는 네덜란드인 하멜이 남긴 병영생활에 대한 기록 역시 사료적으로 가치가 높다. 군인들은 50발의 총알을 휴대해야 했으며, 이를 어기거나 다른 잘못을 저지르면 곤장을 맞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조선은 국방에 게을리했다는 통념이 강한데, 당시에는 병자호란 후의 시대이며, 북벌을 외치고 있을 때라 조선이 국방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조선의 교육열은 지금과 마찬가지로 대단했다. 노예로 기록된 천인에 대한 기록은 부모 중에서 한 명만 천민이면, 노비가 된다고 기록했는데, 이 역시 사실이다.
우리의 과거에 대해서 알기 위해서 현대 사람들이 쓴 글들을 주로 찾아본다. 그러나 이런 글들은 조선왕조실록과 비교해서 보면 엉터리가 너무나 많다. 그렇기에 하멜이 당시에 남긴 글을 번역해서 편찬한 이런 책들은 당시의 시대상을 아는 것에 많은 도움이 된다. 당시의 글과 교과서 등을 통해서 배웠던 사육신, 조선통신사, 조신시대의 장애인 등을 당시의 사료와 비교해서 보자. 그렇다면 진실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