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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의 영웅 조조 - 책 읽어드립니다, 삼국지에서 유비를 압도한 용병술과 리더십
장야신 지음, 장윤철 편역 / 스타북스 / 2020년 2월
평점 :
품절
삼국지를 읽기 전에는 유비는 영웅이요. 조조는 간사한 역적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중학교 시절 이문열 삼국지를 읽기 시작하면서, 이런 생각은 완전히 바뀌었다. 조조야말로 영웅이며, 유비는 공손찬, 조조, 원소, 유표, 유장 등을 항상 배신하는 의리 없는 인간이었다. 오늘날 각종 책과 삼국지 커뮤니티를 가보면 조조의 인가는 압도적이다. 그의 인기는 유비, 제갈량, 관우, 조운 등을 압도한다. 그러다 취업 후 소설 삼국지가 아닌 정사 삼국지를 읽게 되었다. 학창시절 삼국지를 수십 번을 읽고도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소년 시절 영웅이었던 조조는 서주에서 대학살을 저질렀으며, 관도 대전 후에는 무려 7만이 넘는 포로를 생매장했다. 오소에서는 군마의 주둥이를 배어서 원소의 진영으로 보냈다. 그는 영웅이었지만 너무나도 잔인했다. 이렇게 나의 영웅은 멀어져만 갔다.
이처럼 조조의 잔인한 면모를 알게 된 후 예전만큼은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그러나 초한지의 항우와 전국시대 백기 장군은 훨씬 더 많은 사람을 학살한 사실과 상(은)나라 시절에는 인신 공양이 성행했으며, 중남미의 문명에서도 인신 공양은 일상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당시의 낮은 인권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과연 조조는 어떤 인물일까? 나관중과 모종강이 아닌 현대의 이문열, 리중텐, 요시카와 에이지 등은 왜 이런 조조를 삼국지 최고의 영웅으로 꼽을까? 장야신(장윤철 역)의 『유비를 압도한 용병술과 리더십 삼국지의 영웅 조조』 스타북스는 이러한 궁금증에서 읽기 시작한 책이다.
명나라가 망한 후 청의 황제들은 명을 멸망시킨 것은 숭정제가 아니라 만력제 때문이라고 평가했으며, 그의 치세를 원인으로 꼽았다. 이 책도 그를 다루기 전에 삼국지의 영웅 조조가 어떻게 부상할 수 있었는지를 그 시대를 먼저 설명한다. 후한(책에서는 동한)은 조조의 아들 조비 때 멸망했지만, 영제 때 이미 망조가 들기 시작했다. 영제는 매관매직을 일삼았으며, 그의 재위 시 일어난 황건적의 난이 후한 멸망의 결정타가 되었다. 조조는 이때 일어난 군벌 중의 하나로, 원소를 제압하며 중원을 장악하고 절대 강자로 떠올랐으며, 유표, 마초를 물리친 이후에는 전국의 7할에 가까운 국력을 차지했다. 이 책은 간웅과 영웅으로서의 모습, 경영자, 심리가 등의 모습과 그를 성공으로 이끈 용병술, 용인술(사람을 다른 기술)은 물론 후세의 업적과 평가도 다루고 있다.
정사 삼국지의 저자 진수는 청주에서 황건적 100만을 흡수한 것을 조조의 위나라 무력의 강함의 원천으로 꼽았다. 그러나 오늘날의 학자들은 그의 재능 특히 인재를 다루는 기술을 그의 성공의 원천으로 꼽는다. 절대적인 열세 속에 벌어진 관도대전에서 원소에게서 이탈한 허유 한 명의 정보로 전세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서 그동안 다른 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인 문학자로서의 조조를 볼 수 있었다. 책 곳곳에 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두보 등이 나오기 이전에 중국 최고의 시인은 삼조(조조부자)였다. 오늘날의 어떠한 기준으로 보더라도 조조는 분명 영웅이다. 오랜만에 삼국지의 조조를 그의 시와 곁들여 읽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