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나눈 대화 - 귄터 그라스, 파트릭 모디아노, 임레 케르테스… 인생에 대한 거장들의 대답
이리스 라디쉬 지음, 염정용 옮김 / 에스 / 2018년 1월
평점 :
절판


우선 이리스 라디쉬에게 존경을 표한다. 이런 사람들을 인터뷰하는게 정말로 어려웠을 텐데, 이 어려운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냈다. 어떤 사람은 나치 시대에 그 말 같지도 않은 경험을 이야기했고, 특히 일제 아이힝어 같은 경우는 극단적인 사랑이 필요하다는 인터뷰를 남겼다. 또한 그녀는 나의 앞날이 너무 오래있지 않길 바란다면서 죽음에 초연해있었다(그녀는 끝내 2016년 11월에 고인이 되셨다. 그럼에도 95세를 사셨다).

페터 룀고르프 같은 경우는 자신이 진정으로 무언가를 원하는 지 알면 된다라는 언급을 했었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난 그에게 '굉장히 진지한 무언가' 를 느꼈다. 그 무언가를 느끼지 못했음에도 알거 같은 그런 느낌 말이다. 귄터 그라스와 마르틴 발저 같은 경우는 두 명을 동시에 인터뷰 했는데, 놀라운 건 두 사람이 생각보다 유쾌했다는 것을 보여줬다(괜히 절친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괴로움을 표현한 마르셀 라이히라니츠키는 정말 그런 시대에 살아서, 행복한 적이 없었다고 인터뷰를 했었는데. 93세까지 살면서 심지어 자신이 쓴 책 마저도 처분할 정도였다고 언급을 했었다. 

놀라운 건 아직은 살아있는 파트릭 모디아노 편. 모디아노의 동생을 위해 책 8권을 쓸 정도로 동생과의 관계가 뜨거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난 그러지 못하겠다. 동생을 위해 책 8권을 쓸 생각 자체를 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런 거장들(특히 삶을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지식인들의 인터뷰를 한 책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계속 장수 시대가 열리면 과연 이런 책이 존재할까? 아마도 쉽지 않을 것이다. 지금 시대이기 때문에 어쩌면 가능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