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다 - 아우렐리우스편 세계철학전집 2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음, 이근오 엮음 / 모티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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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다 -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지은이),이근오 (엮은이)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목이 와 닿는 5월의 마지막 주 였다. 회사에서는 주중 내내 힐난과 비난으로 목청을 높였다. 뒷담화만 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직접 오너에게 왜 나에게 업무방식의 불합리함에 관해 독대했다. 물론 그 사람은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고전적이고 근엄한 철학자의 표지는 로마 황제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책이다. 그 유명한 <명상록>을 쓰신 분이다. 스토아 철학자이기도 하다. 로마의 황제는 적장자 제도가 아니었다는 것은 어렴풋이 알았지만, 능력과 역량이 있는 자를 양자로 도입해 후계자 수업을 시켰다는 점에서 로마의 평화시대가 왜 오래갔는지 알 수 있겠더라.

지금 내가 겪고 있는 문제의 한 축도 알고 보면 역량이 되지 않는 사람을 후계자 수업을 시키려고 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와보고 나니 물려줄 사람도 물려 받을 사람도 서로 의미를 상실하고 있다. 그 와중에 나만 중간에 끼어서 상사에게 역량강화를 시켜야 하다니!! 이런 것은 아무리 돈이 탐나도 역량 있는 사람에게 CEO를 시키는 것이 맞을 텐데, 작은 회사들은 가업의 느낌이 강하다 보니 그렇긴 힘든 것 같다.

마음이 혼란하고 어지럽고, 내 가치에 대한 의심이 드는 기간에 만난 <나를 아프게 한 말들이 모두 진실은 아니었다> 덕분에 조금 금방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챕터의 서문부터가 마음을 찢어 놓는다. 왜 당신은 상처받지 않아도 될 말에 아파하냐는 것이었다. 결국 나를 아프게 하는 것은 상대방의 말일 수도 있지만 그 쓰레기 같은 말을 주워서 내 마음을 쓰레기통으로 만드는 나의 해석 때문이라는 것이다. 쓰레기 같은 워딩들은 쓰레기 취급을 해줘야 한다. 곱게 접어서 내 뇌 속에 돌아다닐 자유를 두면 안 된다. 뇌가소성을 알겠지만 생각하는 대로 뇌는 더 집요하게 기억한다.

또한 복수는 약한 자의 선택이라고 한다. 나한테 잘못을 저지른 사람처럼 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복수라고 한다. 살다 보면 이유없는 욕을 먹을 때도 있다. 서두에 밝힌 이번주의 나처럼 말이다. 매번 복수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점점 더 어두운 방향으로 끌려간다고. 복수는 결국 약한자의 선택이라는 말을 되새기면 좋겠다. 나를 괴롭히는 말들로 인해 상처받고 그것으로 인해 내 품성이 무너진다면 결국 그 말을 한 사람 좋은 꼴 밖에 되지 않는다. 그사람이 뭐라고 하든 무소의 뿔처럼 혼자 우직하게 내 기준을 밀고 나가야 한다. 상대를 미워하지 않고, 상황탓도 말고 내 본성과 선함을 지켜가라는 것이 이 책에서 제일 소중하게 생각된 부분이었다.

엉뚱한 비난의 화살이 들어올 때도 남의 감정까지 내가 책임지려 하지 말라는 말도 떠오른다. 각자는 각자의 사정이 있다. 내가 기분이 항상 좋을 수도 없고, 모두를 기분좋게 만들 수도 없다. 요새 유행하는 말처럼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하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3챕터에서는 나 다움을 잃지 말되, 도움이 필요한 일이 있다면 아집을 부리면서 도움청하기를 꺼리지 말라고 했다. 나도 과도한 책임감인지 고집인지 모르게 내 일은 내가 책임지려고 고군분투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공동체 속에서 살고 있는 한 혼자서 모든 일을 다 해낼 수는 없다. 도움을 구하는 것 자체가 책임감이자 성숙한 태도임을 인정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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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망상 달달북다 11
권혜영 지음 / 북다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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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망상 - 권혜영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달달북다의 시리즈도 이제 종착점을 향해 가고있다. 감사하게도 지금까지 나온 11권을 전부 읽었고 독후감을 남겼다. 권혜영 작가의 애정망상은 지금까지 나온 달달북다 시리즈 중에 꽤 두꺼운 축에 속한다. 짧고 임팩트 있는 이야기들로만 채워진 달달북다에서 또 나에게 어떤 재미를 심어줄지 기대했다.

역시 재독을 하더라도 긴 시간이 걸리지 않기에 재독했다. 애정망상에 주인공은 두 축이다. 고막남친 세진을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흑화된 자신의 면이라고 생각해서 밝히지 않는 주인공 지나다. 그리고, 홍차왕자를 도와주지만 자신의 욕망도 함께 이뤘을지 모르는 가람이다. 가람은 누군가 한 번도 자신을 집착적이게 사랑하지 않았다고 자조하는 친구다. 그녀가 하는 사랑의 행태는 스토킹에 가깝다. 처음 사랑에 빠져있고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휴대폰 비밀번호는 그 선생님의 차량번호다. 이런걸 보면 그녀가 하는 사랑은 어지간한 집착이다. 또한 누가 보면 전리품인지 더러움인지 호더인지 모를 수집적 면모도 보인다. 가람에게서 공감되는 부분은 남자의 가슴팍에 안겨있으면 안정감이 느껴진다는 다소 인간적인 모습이었다. 그런 커들링을 끊지 못하기 때문일까 사랑도 집착도 돈도 다 퍼주는 그녀다. 굉장히 스릴러 스럽게 변하는 그녀의 전남친 상민을 위해 5천만원도 퍼줬다. 돈을 돌려받기 위해 전화를 걸어대는지 아니면 다시한번 여러 전남친들과의 혼합체가 되어버린 홍차왕자를 위한 제물로 쓰기 위함인지 여전히 궁금하다.

지나는 사회에서 갑분싸도 잘 만들고, 현실 남자들 사이에서는 일단 얼어버린다. 그래서 다즐링 왕국의 왕자가 자신의 목소리로(고막남친 세진의 목소리를 강탈) 남자염색체를 가진 신체의 일부분을 가지고 오라고 했을때 주저한다. 그런데도 데이팅앱까지 깔아서 실천에 옮길려는 것을 보면 지나 나름대로 그 <목소리>라는 자신만의 사랑의 대상화가 심각해 보인다. 홍차왕자가 신체를 얻게 되었을 때도 완성되어 가람에게 세진의 목소리로 사랑해라고 말할 것을 생각하면 끔찍해서 그들을 다 분해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솔직히 읽다보면 가람도 지나도 어릴 적부터 동족 혐오를 느낄만큼 결이 비슷했다고 하는데, 발현의 대상은 다른 것 같다.

읽으면서 피의 제단을 꾸미는데 에어캡 때문에도 피식했다. 그런데 재독하면서는 엇...태양이 뜰 때만 완전체 합성이 가능하다는 것은 다즐링 행성도 태양 같은 항성이 있다는 것인가? 하고 혼자 피식거려 봤다. 멀리서 갑자기 나타난 목소리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그것이라면 나에게 유일한 안식처가 그것 뿐인데 나에게서 멀어져가려 한다면 나도 지나처럼 행동하려나? 우연찮게 재갈물린 입술을 곱게 펴보는 장면에서 기괴함과 아련함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녀에게 입술은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 뿐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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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 입문편 - 민달팽이 리듬으로 걷다
이화규 지음, 이세원 사진 / 나무발전소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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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이의 축복 코리아둘레길 - 이화규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내가 잘 모르는 코리아 둘레길 4,520km를 완주한 작가의 이야기다. 연세가 좀 있으시고. 180일 동안 걸으셨고,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3년 정도 걸리셨단다. 한반도를 완전히 자로 싸고 도는 길이다. 해파랑길(동해쪽) 750km, 남파랑길(남해쪽) 1,470km, 서해랑길(서해쪽) 1,800km, DMZ 평화의길 500km이다. 제일 나중에 개통한 구간은 역시 북쪽 구간이다. 걷는 에피소드 중간중간을 들여다보면 검문검색이 있거나, 불상자로 신고당하거나 하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래서 물론 긴구간들이라 모두 다 걸어볼 엄두는 나지 않았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책은 한반도를 오랜 시간 걸으면서 추억이 되어줬던 음악과 저자의 소회로 생각하고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혼자 뙤약볕에서 걷는 동안 내가 무슨 고행을 하고 있나 하셨다는 생각. 마을회관에서 뜻하지 않은 초대를 받은 이야기. 레트로처럼 시간이 50년이나 멈춰있는 다방에서 노란색 커피믹스를 한 봉지 얻어 마셨던 일 등은 신기하다. 그런데 시간이 멈추어진 그곳을 굳이 상호가 다 드러나게 (주인장은 돈도 안 받으셨는데, 그것도 선의보다 계좌 찾기 귀찮다는 이유였지만) 디스하는 것 같은 느낌은 나만 받았을까. 의외로 mz들이 레트로 느낌으로 찾아갈 수도 있는데 하고 조금 아쉬웠다. 다른 사진들은 정확히 어디쯤이라고 주석이 달아져 있지 않은데 거기만 유독 상호사진이 드러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작가가 소개해주는 노래와 가사말 등을 따라가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나처럼 노래를 거의 듣지 않는 사람에게는 길의 동반자가 길 자체와 함께 음악이 된다는 것이 거기에 해당하는 노래가 매번 다르게 생각난다는 것이 신기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외국어 발음이 듣는 사람에게 자신의 모국어처럼 들리는 일종의 착각현상인 <몬더그린>현상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었다. 물론 올바이마이셀프가 오빠만세처럼 들리는 것을 이야기한다.

나는 데크길도 상당히 좋아한다. 일단 비오거나 먼지가 많은 날에도 깔끔히 걸을 수 있어서다. 물론 방부목이니 일률적인 데크화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아스팔트보다야 테크길이 낫고, 그것보다야 흙길이 낫다고는 생각한다. 그런데 그런 흙길을 코리아 둘레길에서도 많이 찾을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중간 중간 알토란 같은 정보로 안성의 <용성호수길>은 흙길이라는 꿀 정보를 득템했다. 안성은 가깝기도 하고 자주 가는 곳이라 친구와 함께 더 더워지기 전에 방문할 생각이다.

나도 요새 제법 이곳저곳 도장 깨기를 하고 다녔는지 양구에서의 이야기가 반가웠다. 같은 조각가의 조각이 국내나 세계 여러 곳에 있는 것은 그렇게 놀랄 일만은 아니다. 그런데 좀 북한과 가까운 쪽에만 있는 <그리팅맨>이 기억에 남는다. 작가는 양구 통일관 앞에 세워저 있는 유영호 조각가의 그리팅맨을 소개했다. 나는 연천에 있는 그리팅맨을 안다. 아주 높은 언덕에 외롭고도 환영인지 조신함인지 남자가 고개 숙이며 인사하고 있는 조각이다. 양구에 가보게 된다면 꼭 다른 그리팅맨을 만나고 싶어졌다. 근처의 대암산 용늪도 가볼만해 보였다. 예전에는 연구원에게만 개방했던 장소라고 한다. 다만 방문시의 주의점이라면 양구 수목원에서 방문 20일 전에 등록해야 한다는 것이다.

굉장히 긴 구간과 여정이었기에 고단함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완주를 통해 작가만의 속도를 지키며 걷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게된 것 같다. 나야 시간내서 눈여겨본 장소들을 첩경으로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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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게 살지만 부자는 되고 싶어
예프리 지음 / 모티브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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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게 살지만 부자는 되고 싶어 - 예프리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표지부터가 나의 욕망을 대변해주는 그림이다. 또한 워렌버핏이 말한것처럼 <돈은 내가 잠든 사이에도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야 한다>를 같이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인 예프리의 에필로그부터 먼저 말하자면, 이 원고를 발리 우붓에서 논뷰를 보며 살랑살랑 바람을 맞으며 디지털 노마드로 살면서 작성했다고 밝힌다. 재작년부터 다시 가고자 마음먹은 우붓인데 나는 그 동안 회사<만> 열심히 다니고 여행도, 재테크도 열심히 하지 못했다. 

다른 재테크 서적과 달랐던 인사이트만을 몇 가지 말하려고 한다. 월급 170만원을 받으면서도 자기계발과 저축으로 종자돈 1억원을 마련했다고 한다. 다들 저축습관과 시드머니의 중요성을 일러주며 1억은 있어야 뭘 시작한다고 하던데 작가는 달랐다. 다시 돌아간다면 1천만원 정도의 현금을 제외하고 이 이후 돈부터는 차근히 투자를 시작해서 더 빨리 돈을 불렸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니 시드머니가 큰거 한 장이 되지 못해서 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도록 하자. 

두 번째는 물가상승률과 연봉 인상률 관련해서 제대로된 감각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체크였다. 2024년의 물가 상승률은 2.3%이다. 올해 내 연봉이 5% 이내로 인상되었다면 실제 연봉 상승률은 2.7%이다. 3%이내의 인상이었다면 동결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같은 의미로 은행해서 주는 예적금의 명목금리가 3.5%라고 하더라도 물가 상승률을 제외하면 1.2% 밖에 되지 않는다. 작년에 돈을 하도 깨서 써서 1천만원을 예금으로 묶어 두었다. 1년 후 만기가 되는 시점에 즐거울 일을 하나 만들자는 목적도 있었지만 말이다. 실제로 금년 4월에 내가 받은 이자는 세후 31만원이 전부였다. 그러니 이제는 확실히 예적금의 시대라기 보다는 투자로 눈을 돌려야 할 것이다. 

세 번째는 다양한 ETF의 적립식 투자와 연금투자를 해보라는 이야기였다. 나도 작가처럼 ETF에 투자하고 있다. 월급을 타면 매월 1일에 자동 투자되게 시스템화 해두었다. (그나마 잘 따라하고 있는 점 한가지다.) 다만 배당전문 ETF는 처음 알게 되어서 당장 1주 매수해두었다. 찰스 슈왑 운용사의 SCHD펀드이니 관심 있는 사람들은 투자해보기 바란다. 내가 예약매수 걸어둔 싲점 1주에 27달러 밖에 하지 않았다. 

이외에도 작가의 마인드셋에서 배울 점은 사고나서 가치가 감가되는 소비재에 대한 물욕이 적다는 점이었다. 나는 특히나 싼걸 많이 사들이는 쇼핑 중독자라서 어떤 방식으로 이 정신머리를 고쳐야 할지 굉장히 고민이 많은 시간이었다. 중국 직구로 이것 저것 사들일게 아니라 나도 우붓에 가서 요가 클래스를 들으며 아사이볼을 먹고 명상을 하고 싶은 꿈을 좀 더 그려봐야겠다. 

이외에도 적은 돈으로 특별한 노력을 덜 들일 수 있는 <환테크>를 소개해 준 점도 좋았다. 박스권으로 움직이며 환율이라는 직관적인 지표를 가지고 있고, 매수 매도에도 시간 품이 덜 드니 활용해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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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유월 지음 / 서사원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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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안녕 - 유월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컨텐츠랩 비보가 선택한 첫 장편소설이자, 출간 되자마자 드라마 제작이 확정된 소설이라 하여 끌렸다. 주인공은 초반에 꽤나 사회 부적응자 필로 등장하는 백도연 선생이다. 지금은 법원에서 가사조사관으로 일하고 있고, 상사들의 잦은 부조리와 회식 등등의 문화에 애써 반기를 들고 있다. 나의 경우 선이 조사관 처럼 어지간 하면 참석해주고 빨리 끝내거나 치워버리자는 모토라 도연 선생이 조금 얄미웠다. 자신의 선택대로 각자 몫의 무게를 지자는데, 개박살 나버린 팀의 분위기는 어쩔 것인가. 물론 일진 놀이를 해대는 동옥도 문제지만 말이다. 마지막에 다시 슬금슬금 팀으로 돌아오려는 기미는 싹 잘라버리고 싶었지만 팀원들의 성숙함이 마음에 들었다. 동옥이 그대로고 변하지 않았더라도 자신들이 예전의 그들이 아니니까 그런 일은 미리 생각하지 말자고.

책의 면면히 굉장히 폐부에 찔릴만큼 멋진 문장들이 즐비해 있다.

일단 도연의 언니가 메모장에 써두고 결국 보내지 못했던 문장도 그러하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자살을 선택한 언니. 회사도 싫고, 가족도 버겁다는 그 말. 내가 당하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가족들에게는 아무 일 없는 척 웃어보여야 했던 그 심정을 이해할 것만 같았다. 비슷한 일로 20킬로그램 빠져본 경험자로서 너무나 마지막 뱉지 못한 말이 가슴을 찔렀다. 그래도 도연에게나 그 누구에게 조금만 내색해 주었으면 달라졌을까 싶다.

이를 통해서 도연은 삶의 터닝포인트를 맞이한다. 다크한 터닝포인트지만. 그래서 임상심리사에서 가사조사관으로 직업도 바꿨다. 임상심리사 시절에도 지원이라는 교묘한 그루밍 및 직장내 괴롭힘도 있어보이고.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격이나 처한 상황들이 다 주변에 있음직 한 일이라 특히 더 공감되었던 것 같다. 직업이 임상심리사이고 역시나 남의 인생을 들어주는 직업이다보니까 특별히 캐릭터화가 더 잘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도연에게 감자라고 불리면서 그래도 씩씩하게 자기일 해나가는 시내도 마음에 든다. 엄마가 재혼한 새아빠와의 완벽한 가정을 꿈꾸면서 성본변경을 하라고 했을 때 하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친구다. 결국 시내의 엄마는 또 한 번 이혼을 했지만 말이다. 어린 시내에게까지 너때문에 다 망쳤다는 말을 울면서 배설해버리는 시내의 엄마는 얼마나 철이 없는가. 그래도 슬픈눈을 한 자신이 들어주는 재능이 있다고 생각하고 공부를 하겠다는 결정에 희망이 깃들어 보였다.

지나가는 일로 만난사이와의 아쉬운 썸씽. 전에 알았던 우진쌤과의 느긋한 진전도 괜찮았다. 나도 다음번엔 누군가에게 쌀과 술의 역사를 새로쓰자고 해야지. 쌀의 역사는 내가 개척할테니 술의 역사의 주변에 머물러도 섭섭해하지 말라고.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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