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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갈 거야
정규환 지음 / 푸른숲 / 2025년 7월
평점 :

사랑을 찾아갈 거야 - 정규환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상큼한 노란색 표지에 맛있는 아이스크림이 시선을 잡는 표지다. 사랑을 찾아갈거라고 말하는 작가가 나는 당연히 아직 사랑을 찾지 못한 싱글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분명 정규환이라고 남자이름을 봤는데, 추천사부터 커밍아웃 이야기가 나온다. 어, 이래도 되나? 작가가 밝히기 전에 이렇게 힌트를 줘도 되나 나 혼자 안절부절했다. 그런데 당당히 프롤로그부터 남편이 있다고 밝히다니! 오, 일단 나도 남편이 있었으면 하기에 부러웠다는 심정이 먼저라고 말해야겠다. 90년생이면 남편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인가 세어보려다가 내가 남편이 없는게 더 이상하겠구나 싶어서 그만두었다.
재미있는 에피소드 중에서는 <운전>이 있다. 나 역시 40대에 코로나 덕분에 운전을 시작한 케이스다. 위성도시에 살고 있어서 그다지 교통이 불편하지는 않지만, 교외나 지방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차도 없으니까, 운전 못하니까의 틀에 가두었었다. 물론 장롱면허로 갱신까지 수차례 한 면허증은 있었지만 말이다. 30대를 오롯이 뚜벅이로 보내본 결과 아무리 남들의 창조경제도 좋지만, 이동권을 보장받는다는 것은 짜릿한 것이니 면허와 운전에 도전해보라고 용기주고 싶다.
자신은 게이지만, 자신을 이래저래 데려다 준 여성들에 대한 에피소드도 기억에 남는다. 친한 후배와 인도여행을 한 썰, 어린시절 호되게 사랑에 대해 배운 썰, 남자친구로 잘해주고 싶었지만 그런 마음을 받아주지 못한 입장표명 등 다양하다. 결국 남자를 좋아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지금의 길을 찾았겠지만, 표류하던 나를 잡아주던 사람을 잊지 못한다는 것에서 아스라히 내 옛날 생각도 겹쳤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었을까. 짧고 긴게 문제일까. 깊고 얕음이 문제일까.
김조광수 부부의 결혼 관련해서는 나도 기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 날 예식의 성혼선언문을 작가가 직접쓰고 낭독했다고 한다. 동성애 반대 테러리스트에게 똥물을 맞은 일화도 담담히 써낸다. 이후 오랜 시간이 흘러 그 사람을 다시 만나서 이야기를 묻는 장면에서 이런 이해와 용서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일까 생각했다. 그 장로님 같은 분은 현재 내 곁에도 있다.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시위에 나가는 강경론자다. 그 사람의 논리도 책에 나온 그 할아버지처럼 막을 수 있는 것은 기독교 밖에 없다는 논리와 같다. 자기 자녀가 동성애자였다면 이해할 수 있는 사람들일까.
서대문 구청에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고 낸 다음에 공무원이 건넨 결혼축하이야기가 제일 현실을 반영한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결혼은 누구나 축복받아야 할 일인데, 결혼과 사랑의 개념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의 물살을 탈까. 나도 꼭 동성결혼합법화에 찬성하느냐 물으면 결혼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합당하는 지위를 줘야한다고는 생각한다. 곁에 같이 사는 사람이 법적, 인도적으로 보살필 수 있는 지위를 줬으면 하는 사람이다. 이제는 새로운 가족이 탄생해도 그리 이상한 시기가 아니니까.
앞으로도 나는 늘 내 사랑을 찾아가야 하겠지만, 이성애자의 사랑이 동성애자보다 녹록하지는 않다. 그 누구에게도 사랑을 찾는 일은 굉장히 어렵고 쉽지 않은 법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