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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공감으로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돌봄 에세이
코가지 사라 지음, 김진아 옮김 / 윌스타일 / 2025년 7월
평점 :

수명이 다하느냐, 돈이 다하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 코가지 사라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소설이 아니다. 돌봄 에세이다. 이것이 이 책의 가장 큰 교훈이 될 것이다. 작가는 집필업을 하면서 도쿄에 살다가 치바현으로 U턴 이주를 해온 딸이다. 원래는 오빠가 92세 아버지와 90세 어머니를 근거리에서 모시다가 상황이 역전 되었다. 이야기가 다 끝나고 나서 말한다. 이것이 소설이었으면 통쾌하거나 극적 결말이 있겠지만, 이 4명의 노인들과 지지고 볶고 사는건 지난하지만 현실이라고. 물론 나중에 이모부는 요양원에 입소하시기 때문에 3명이긴 하지만.
일단 어머니는 무슨 일이든 다 자기가 한다고 말하고, 정작 중요한 때는 빠지시는 분이다. 귀가 잘 들리시지 않아서 굉장히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가득찬 책장과 기모노가 잔뜩 들어있는 옷장을 치우지도 않은채 무려2층의 다다미 교체를 위해서 사람을 부른 후 나몰라라 한다. 아버지는 으악 죽이시기의 1인자. 늘 엉덩이와 관련된 것에는 예민을 떠신다. 비데 변좌 온도가 미지근하다고 백만원을 투척해서 교체를 해버리시지 않나. 삶은 늘 소설보다 버라이어티 하다. 대변을 치우거나 목욕을 시키는 것이 노인 돌봄의 끝판왕인줄 알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대화가 되지 않는 사람들을 달래서 일상생활을 영위해 나가야 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고 한다.
거기에 자녀가 없는 이모와 이모부까지 돌봐드려야 하게 되었다. 설상가상으로 이모부는 면허를 갱신하지도 않고 무면허인 상태에서 사람을 살짝 치어버리기까지 했다. 결국 차도 폐차, 운전면허도 반납, 작가에게는 이모내외까지 포함해서 사흘에 한번 씩 병원을 왕복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심지어 이 에세이의 시대적 배경은 대 코로나 시대. 4명의 노인을 위해 각각 백신 접종예약까지 하기 위한 고군분투가 눈물겹게 그려진다.
이외에도 자식이 없는 이모를 위해서 서류작업을 하려면 (실제로 현금카드도 없는 분들) 안그래도 아날로그인 일본에서 수기로 수십장의 서류를 써내야 한다. 그것도 했고, 새로운 요양등급을 받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부모님 모시기에 지쳐 쪽지를 써두고 가출을 가장한 일주일간의 달콤한 휴가를 보내고 오는 것이 절대 무리하게 보이지 않았다. 이런 일이 매일같이 일어난다면 그 어떤 사람도 돌봄노동에 지치지 않겠는가. 그나마 4분 모두 어느 정도의 예금이 있기에 본인의 돈까지 들여서 돌보지 않는 것이 불행 중 다행이다. 친구들과 이야기 하면서 진짜 돌봄 노동을 했던 사람은 장례식장에서 울지 않는다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도 얼마전까지 돌봄 노동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사람을 안다. 그리고 그 부모님들께서 다 돌아가시는 것까지 봐왔기에 어떤 의미인지 더 알 수 있겠더라. 치매로 불안해하고, 사람을 못믿고, 배회하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일상이 무너지는 경험은 하루에 몇 번씩도 오더라.
제목처럼 돌봄 대상자의 수명이 다하거나, 그를 돌볼 돈이 다하거나, 아니면 돌보다가 내가 죽거나 셋 중 하나다. 이것이 고령화시대의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