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실수집가
오야마 세이이치로 지음, 윤시안 옮김 / 리드비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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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드나무 정원(1937년)]


두고 온 책을 찾으러 학교로 간 여학생은

음악실 창문을 통해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던 선생님이 

총에 맞아 쓰러지는 걸 목격한다.

당직 중인 선생님과 함께 음악실에 갔지만, 모든 문이 잠겨있고

 범인은 사라진 밀실의 상황이 되어 있는데....



[소년과 소녀의 밀실(1953년)]


불법 담배 거래가 있다는 제보에

빈집을 감시 중인 경찰.

그런데 그 옆집에서 소년과 소녀의 시신이 발견된다.

경찰의 감시에 드나들 수 없었던 그곳에서

범인은 어떻게 소년과 소녀를 살해한 걸까.



[죽은 자는 왜 추락하는가 (1965년)]


실랑이를 하던 두 남녀가 창문을 여는 순간,

윗층에서 추락하는 여성과 눈이 마주친다.

등쪽 자상이 사망 원인이라는 여성의 시신.

하지만 그녀가 살고 있던 윗층 집은 잠긴 창문에 

도어 체인까지 걸린 현관이라 밀실의 상태 였는데....



[이유 있는 밀실 (1985년)]


연립 주택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

시체가 발견된 집의 문과 창문은 잠겨 있었고,

열쇠는 피해자의 위 속에서 발견 된다.

밀실 트릭을 밝혀낸 경찰 앞에

밀실을 만든 이유가 있다며 밀실수집가가 나타난다.



[가야코네 지붕에 눈 내려 쌓이네 (2001년)]


연인과 헤어진 상실감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성이 시골 의사에 의해

구조되어 보살핌을 받는다.

그런데 여성이 잠든 사이, 의사가 누군가에게 살해 당하고, 눈 위에 찍힌 한 번의 왕복 발자국으로 인하여 병원 안에 있던 여성이 범인으로 의심받게 되고,

홀연히 나타난 밀실수집가는 그녀가 범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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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리지 않는 밀실의 사건에 나타나

홀연히 해결해버리는 밀실수집가


붉은 박물관 시리즈를 재밌게 읽었었다.

'범죄자료관'이라는 큰 틀 안에서

미궁에 빠진 사건의 증거품을 통해

재수사를 해나가는 과정과 각각의 사건이 재밌었는데,

이번 작품에선 '밀실수집가'라는 신비의 존재와

밀실이라는 배경으로 인하여 수수께기를 만들어냈다.


처음엔 이게 뭐지? 싶다가도

읽다보면 순식간에 이야기에 빠져들어간다.


다섯 개의 밀실 사건 중에

가장 재미있고 놀라웠던 건

'소년과 소녀의 밀실'이었는데

분명 이야기를 읽으며 같이 추리를 해나갔는데도

가시와기와 똑같은 착각에 빠져버렸다.


고정관념...이라고 해야할까?

한 번 머리에 박혀버린 정보가 뒤바뀌는 순간은

왜 그런 생각은 못했을까! 싶은 탄식이 나왔다.


조금 어렵다 싶었던 건

'이유 있는 밀실'이었는데

밀실로 만들어야 했던 이유에 대해

밀실수집가가 8가지를 말할 때는

조금 이야기를 끄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그래도 첫번째 이야기의 등장인물과의 연결점도 그려져서

왠지 모를 반가움이 느껴지기도.


각각의 이야기가 재미있기도 하고,

밀실이라는 트릭을 깨는 밀실수집가의 정체가 흥미롭기도 해서

붉은 박물관처럼 시리즈가 되지 않을까 싶은데,

유령처럼 홀연히 나타나고 사라지는

밀실수집가의 정체가 언젠가는 드러내지 않을까 싶어서

후속편이 나왔으면 좋겠다.


다양한 배경에서 펼쳐지는 밀실의 사건.

단편의 재미와 추리의 재미를 즐기고 싶다면

밀실수집가는 좋은 선택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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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캐모마일 - 한 여름, 한 청춘, 한 사람
서원균 / 잇스토리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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력과 가난, 외면과 고통.


그 속에서 살아남아야 했던 소년, 범룡.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 속에서 범룡은 이유 없이 폭행을 당하고, 

가난한 삶에 배를 곯으면서도 학업에 대한 열망을 놓지 않고 어떻게든 이어나간다. 

그리고 그런 범룡의 곁에는 핍박하고 괴롭게 만드는 이들만 있는 건 아니었다. 


진심으로 그를 위하는 소꿉친구 주희를 비롯하여 

그의 성실함과 인성을 알아본 이들이 그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그리고 그런 도움이 하나씩 쌓이고 쌓이며 

좌절과 고통을 겪던 범룡을 다시 일으켜세우는 힘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파란만장한 삶을 버텨내고 살아온 범룡. 

그의 삶을 함께 한 건 두 명의 아기 천사와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이라는 캐모마일이었다.



--------------------



이럴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기구한 삶을 버텨낸 범룡의 이야기


헉 소리가 날 정도의 분량에 놀랐지만,

이야기를 읽기 시작하니 속도가 붙었다.


범룡의 인생은 파란만장 그 자체였다.

아버지의 폭행에 온몸이 망가지고,

그런 와중에서 학교에 다니기 위한 노력을 한다.


이정도면 정신적으로도 주저 앉을 정도여서

삶을 향한 손을 놓아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도움을 주는 인연을 만나 꿋꿋하게 살아간다.


만화나 영상으로 봤던 80년대의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한편,

범룡의 삶에 감정이 이입되면서

절로 욕이 새어나왔다.


범룡의 짝은 주희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틀어졌을때는 너무도 아쉬웠다.


전체적으로 무난하게 흘러갔고,

끝에 이르러 범룡이 행복을 찾을거라 예상되었지만,

에필로그에서 다뤄지는 아버지와의 에피소드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자 감정씬이었다.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을 하고,

기분이 좋지 않다며 욕을 서슴치 않고,

지금 시대에선 가정폭력이 될 행동을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며

그걸 이제 깨달았다고 하는 게 맞는 걸까.


차라리 아버지와의 에피소드에서

아버지의 그 말에 비로소 울음을 터트리고

그간의 설움이 조금은 지워지는 것 같았다고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쪽이 낫지 않았을까 싶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80년대에도

오토바이의 고속도로 통행이 금지였지만 작품에선 운행을 하고,

작품 속 인물의 이름이 한번씩 바뀌는 오탈자도

집중이 끊어지게 만들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역경에 굴하지 않는 강인함.

범룡의 이야기는 캐모마일의 꽃말에 딱 들어맞는

그런 삶이었다.


그의 앞에 이제는 행복만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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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녀촌 한국추리문학선 21
고태라 지음 / 책과나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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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고갈된 음기의 마을, 무곡리


그곳에서 태어난 사내 아이. 

비범한 양기를 타고난 소년, 가야. 

그는 마을을 휘감은 기구한 사건 앞에서 무녀촌을 구원할 수 있을까.

----------


무녀촌과 소랑각시.

그리고 벗겨지는 가면의 존재.


음양이 기울어진 마을, 무곡리.

음기로 가득한 탓에 어느 정도 자란 사내아이는

마을을 떠나서 지내야했고,

양기를 타고난 가야만이 마을에서 지낸다.


정월대보름, 당산제가 치러지는 날.

소랑각시를 속이기 위해 옥녀봉 소랑정으로 향한 가야는

발목을 잡는 듯한 감촉과 정체불명의 신음,

거기에 얼굴을 스쳐간 상처에 기겁하고,

같은 시간 무녀촌에서는 경악할만한 일이 벌어진다.


굿을 벌이던 당주무당이 불에 휩싸여

전신 화상으로 사망하고 만 것.


장례식이 열리고 이곳을 찾은 민속학자 민도치는

당주무당의 사망과 관련하여 석연치 않은 점이 있음을 간파하고,

가야는 그와 함께 하며 자신이 겪은 일에 대해서도 알아간다.


그 과정에서 민도치는 무녀촌 당주무당인 강춘례가 감춰온

악의와 만행에 대해 알게 되며

그날의 진실과 10년을 쌓아온 가면의 존재를 밝혀내는데....


--------------------


민속학 탐정, 민도치가 돌아왔다.


마라의 요람을 통해 섬에서의 사건을 해결한 도치가

이번에는 무녀촌에서 일어난 일을 파헤치러 왔다.


세습무, 강신무, 내림굿, 씻김굿, 솟대의 방향, 해막 등

고증을 확실히 하기 위해 작은 것 하나 빼놓지 않고 상세히 풀어놓는데

무속신앙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민속학에 대해 관심이 없다면

한없이 어렵게만 느껴질 수 있다.


작가의 전작인 [마라의 요람]에서는

어렵게 다가오는 민속학적 용어를 풀어내기 위해

민속학을 모르는 경찰이 동행하게 만들어서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하지만 [무녀촌]에서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인물이 없다.

무녀촌이라는 공간과 외부인은 민도치 뿐이어서

추리 끝에 용어에 대한 설명을 추가하여

이해를 돕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읽으면서도 몇 번이나 이게 대체 무슨 얘기지 싶어서

앞으로 되돌아간 적이 여러번 있었다.


용어와 배경적 어려움을 빼면

이야기 자체는 흥미로웠다.


무녀들간의 기싸움. 아이를 지키려는 어미의 모정.

가족 보다는 무녀촌을 우선시하는 욕망의 결과.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무녀촌의 치부까지.


민도치가 밝혀낸 것들은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었지만,

가야의 마음 속을 위로하는 한 줄기의 따스함이

그 안에 담겨 있어서

소년의 앞날을 응원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녀와 관련된 이야기 속에

귀신보다 무서운 건 사람이라는

그 사실을 다시 되뇌게 만들었던

오컬트 미스터리 '무녀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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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있다 1
제인도 지음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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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굿, 악귀, 그리고 가족


있는지도 몰랐던 친척의 존재. 

그리고 자신에게도 남겼다는 친척들과의 공동 유산. 


시골집 한 채와 오래된 상가 건물이 상속된다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는 돈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상속 조건으로 남긴, 시골집에서의 며칠은 왠지 꺼름직하기만 한데....


-------------


딸랑, 딸랑.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린다.


공동 상속자들 중, 연호를 제외한 다섯이 시골집으로 향했다.

철조망으로 막힌 입구, 잠겨있는 창고.

휴대폰도 되지 않으며, 밤에는 고라니 소리가 들리는 곳.

오싹함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다섯 사람은 4박 5일을 지내야한다.

그게 고모의 상속 조건이었으니까.


그런데 종현 오빠가 재털이로 삼으려고 놋그릇을 찾아낸 이후부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밤에는 잠을 자는 현선 언니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니

급기야 횡설수설하던 종현 오빠가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진다.


날이 밝자마자 수색에 나섰지만 그를 찾지 못하고,

마지막 날 개천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하며 패닉에 빠진다.


거기에 절대 가져오지 않았을 놋그릇이

소희를 따라온 것처럼 가방에 들어있거나,

룸메이트 혜리가 이상해지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며 소희의 삶이 무너진다.


무언가에 홀린 듯했던 소희는

자신의 곁을 지키는 친구와 이모, 그리고 무당의 등장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닥친 일이 무엇때문인지를 알게 되는데....


소희는 자신을 휘감은 악귀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고모의 유산에 담긴 운명은 왜 그녀를 찾아온 것일까.


--------------------


상속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더라면.


돈에 혹해서 엄한 것까지 같이 받아버렸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한숨을 덜어내게 했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을 짊어지게 만들었다.


1권에서는 유산과 관련된 일들과

소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괴현상들.

그리고 소희를 휘감는 홀림의 원인이 밝혀지는 과정을 담았고,


2권에서는 악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과

그럼에도 끊임없이 소희를 유혹하는 속삭임.

마침내 드러나는 사촌이 숨기고 있던 진실과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운명, 그리고 악귀의 결말이 담겼다.


명두와 부적, 무당.

오컬트적인 요소가 어렵게 다가오지 않게끔,

잘 모르는 이들도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끔

소희의 시선으로 전개되어 몰입을 돕는다.


소희를 도와주는 이들의 존재로 인하여

그리고 떠나지 못하는 엄마의 존재로

그녀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악귀의 마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만든다.


두 권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스쳐 지나도 될 장면이 분량을 차지하는 장면도 있기는 한데,

숨가쁘게 흘러가는 사건 속에서

잠시 숨돌리는 구간이라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극 중 소희의 행동도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있는지도 몰랐던 사촌과 함께 지냈던 건 겨우 나흘.

그런데 그 사이에 가족의 정이라도 생겨버린걸까.


자신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알게 되었음에도

놓지 못하는 연민이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오히려 그렇게 붙어다니는 혜리의 말을 들었더라면

답답함이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치않는 운명을 피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걸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행동은,

당사자도 모르게 하는 끔찍한 짓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소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도 얼마나 무서웠는지 겪어봤다는 이유로 가엽고 안타까워하지만,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연민보단 분노가 크지 않을까 싶었다.


오컬트임에도 너무 무겁지 않게 흘러가서 좋았고,

눈에 보인 적은 없지만, 귀신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유산에 얽힌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오싹하면서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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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있다 2
제인도 지음 / 반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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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굿, 악귀, 그리고 가족


있는지도 몰랐던 친척의 존재. 

그리고 자신에게도 남겼다는 친척들과의 공동 유산. 


시골집 한 채와 오래된 상가 건물이 상속된다면, 

자신에게 큰 도움이 되는 돈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상속 조건으로 남긴, 시골집에서의 며칠은 왠지 꺼름직하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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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어디선가 방울 소리가 들린다.


공동 상속자들 중, 연호를 제외한 다섯이 시골집으로 향했다.

철조망으로 막힌 입구, 잠겨있는 창고.

휴대폰도 되지 않으며, 밤에는 고라니 소리가 들리는 곳.

오싹함이 느껴지는 그곳에서 다섯 사람은 4박 5일을 지내야한다.

그게 고모의 상속 조건이었으니까.


그런데 종현 오빠가 재털이로 삼으려고 놋그릇을 찾아낸 이후부터

상황은 이상하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밤에는 잠을 자는 현선 언니가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니

급기야 횡설수설하던 종현 오빠가 사라지는 일까지 벌어진다.


날이 밝자마자 수색에 나섰지만 그를 찾지 못하고,

마지막 날 개천에서 그의 시체를 발견하며 패닉에 빠진다.


거기에 절대 가져오지 않았을 놋그릇이

소희를 따라온 것처럼 가방에 들어있거나,

룸메이트 혜리가 이상해지는 등

원인을 알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생겨나며 소희의 삶이 무너진다.


무언가에 홀린 듯했던 소희는

자신의 곁을 지키는 친구와 이모, 그리고 무당의 등장으로 인하여

자신에게 닥친 일이 무엇때문인지를 알게 되는데....


소희는 자신을 휘감은 악귀의 마수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까?

고모의 유산에 담긴 운명은 왜 그녀를 찾아온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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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속받지 말았어야 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았더라면.


돈에 혹해서 엄한 것까지 같이 받아버렸다.

통장에 찍힌 숫자는 한숨을 덜어내게 했지만,

그보다 더 무거운 것을 짊어지게 만들었다.


1권에서는 유산과 관련된 일들과

소희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괴현상들.

그리고 소희를 휘감는 홀림의 원인이 밝혀지는 과정을 담았고,


2권에서는 악귀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방편과

그럼에도 끊임없이 소희를 유혹하는 속삭임.

마침내 드러나는 사촌이 숨기고 있던 진실과

집안에 대대로 내려오는 운명, 그리고 악귀의 결말이 담겼다.


명두와 부적, 무당.

오컬트적인 요소가 어렵게 다가오지 않게끔,

잘 모르는 이들도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게끔

소희의 시선으로 전개되어 몰입을 돕는다.


소희를 도와주는 이들의 존재로 인하여

그리고 떠나지 못하는 엄마의 존재로

그녀가 무거운 짐을 짊어지지 않도록,

악귀의 마수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만든다.


두 권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싶을 정도로

스쳐 지나도 될 장면이 분량을 차지하는 장면도 있기는 한데,

숨가쁘게 흘러가는 사건 속에서

잠시 숨돌리는 구간이라도 생각하면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극 중 소희의 행동도 조금 답답하게 느껴진다.

있는지도 몰랐던 사촌과 함께 지냈던 건 겨우 나흘.

그런데 그 사이에 가족의 정이라도 생겨버린걸까.


자신에게 어떻게 했는지를 알게 되었음에도

놓지 못하는 연민이 그녀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오히려 그렇게 붙어다니는 혜리의 말을 들었더라면

답답함이 조금은 덜하지 않았을까 싶다.


원치않는 운명을 피하고픈 마음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그걸 다른 이에게 전가하는 행동은,

당사자도 모르게 하는 끔찍한 짓은,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덮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소희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자신도 얼마나 무서웠는지 겪어봤다는 이유로 가엽고 안타까워하지만,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연민보단 분노가 크지 않을까 싶었다.


오컬트임에도 너무 무겁지 않게 흘러가서 좋았고,

눈에 보인 적은 없지만, 귀신은 있다고 믿기 때문에

유산에 얽힌 운명에 대한 이야기를

오싹하면서도 재밌게 즐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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