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소리가 들렸어요
가나리 하루카 지음, 장지현 옮김 / 해피북스투유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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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소리가 들렸어요.

부드러운 멜로디와도 같아서 계속 듣고 싶은, 

음악 같은 눈물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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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듣고 싶었던 소리

그 끝에 있는 건 울보 선배?!


눈물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집안 내력.

그 중에서도 미온은 최대 15미터까지 들을 수가 있다.


학교에서 불현듯 들려온 눈물 소리는

음악과도 같아서 누구인지를 확인하고 싶었고

누구에게나 선망의 대상으로 불리는

학생회장인 켄 선배라는 것을 알게 된다.


눈물 소리를 들었다는 첫인사를 계기로

스토커(?)처럼 눈물 소리가 들릴 때마다 켄 선배를 찾아낸 미온

화장실에서 홀로 도시락을 먹는 이들을 위해

교칙을 바꿔달라고 요청하고, 증거를 보여달란 켄의 말에

눈물 소리가 들리는 화장실 앞에서 도시락을 숨긴채 나오는 이를 함께 목격한다.


교칙 변경을 위한 서류 작업을 도우며

켄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시작한 미온은

눈물 소리에는 오직 슬픔만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점점 켄에게 끌리는 자신을 알아차리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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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소리가 들린다면,

그로 인하여 누군가의 속내를 알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하고 대처하게 될까?


독특한 설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는

겉과 속이 다른 이를 믿을 수 없는 한 소녀가

겉과 속이 다름에도 계속 보고 싶은 소년을 만나

처음 겪어보는 일들로 인한 성장통을 겪는다.


미온과 켄.

치카. 나나미.


적당한 분량으로 구성되어

그 안에 담긴 등장인물도 과하지 않다.

그래서 더 좋았던 것 같고,

그래서 더 몰입해서, 빠르게 읽어내려갔다.


눈물은 슬플 때만 나는 게 아님을.

눈물 소리가 마냥 슬픈 것만이 아님을.

기뻐서, 좋아서, 흐르는 눈물도 있음을.


살아가는 동안 많이 힘든 일이 있더라도,

눈물을 흘리는 일이 있더라도,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면, 좋아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살아갈 하나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눈물 소리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서로의 감정을 나누고, 자신의 감정을 느끼는,

풋풋한 첫 사랑 로맨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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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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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이 폭발하고

비행기가 결항되었다.


하지만 정원은

어떻게든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야 한다.

엄마가 위독하다고 하니까.


이태리로 가서 배를 타면,

어쩌면 비행기가 뜰 수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렌터카를 예약 했는데 이게 웬일?

같은 렌터카를 예약한 사람이 한 명 더 있다고?


심지어 자신이 서비스 했던 비행기를 탔던 고객이었고,

자신을 무시하고 가버린 왕재수 대가리였으며,

이제는 같은 렌트카를 타야 될 처지에 놓인 남자였다.


"절 기사로 쓰시죠. 겹치는 구간까지 모셔다 드릴 테니."


하지만 정원은 한국으로 가야만 한다.

해든의 중재안에 넙죽 채용하겠다고 말한 이유였다.


그렇게 시작된 동행은 작은 경로 이탈과 대화로 이어지고,

급기야 정원과 해든의 경로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서로에게 빠져들게 만들었던 며칠의 시간.

그리고 이대로 끝인 줄만 알았던 헤어짐 뒤의 재회.


두 사람의 여정은

어디에서 멈추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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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에 눈이 내리면 우리 만날래요?


이대로 끝까지 갈 것만 같았던 만남.

하지만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기며

이탈했던 경로를 다시 되찾았다.


그렇게 '평범'한 삶으로 돌아갔다고 여겼지만

머릿속에선 계속해서 해든이 남아 있었다.


잊어보려해도, 지우려해도

그때의 만남은 정원에게도 해든에게도

끝없이 남아서 재회만을 기다리는 듯 했다.


며칠의 만남은 두 사람에게 강렬하게 남았고,

그 만남은 두 사람을 살아가게 하는 버팀목이 되었다.

하지만 정원에겐 돌아가야할 곳이 있었고,

그 안에서 나름대로 잘 버텨내고 있다고 여겼다.

해든과의 재회가 이뤄지기 전까진 말이다.


빛과 그늘.

어느 것도 선택할 수 없을 것만 같은

그런 갈림길 앞에서 정원은 의리를 선택했다.


의외의 만남이 불러오는

로맨스 스토리가 될 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새로운 사랑이 시작되고,

함께 차에 올라 다시 떠나는

그런 로맨스 로드 무비가 되지 않을까 예상했다.


그런 예상이 빗나가면서

읽는 이에 따라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질지도 모를

그런 후반부가 되지 않았나 싶었다.


하지만 인생은 언제나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듯이

한순간에 타올랐던 불꽃 또한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때의 만남으로 나아갈 힘을 얻는,

서로에게 키다리 아저씨와 같은 존재가 되었다면

그것만으로도 그날의 만남은 충분히 의미가 있지 않았을까.


그날, 그 차에 타지 않았다면

우린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금처럼 웃을 수 있는 삶이 아니었다는 것.

그거 하나는 확실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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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실 역은 삼랑진역입니다
오서 지음 / 씨큐브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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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 찾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안해도 되잖아요.



바쁘게만 살아온 삶에 지친 채로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에 오른 창화.


 마찬가지로 고향으로 향하는 미정이 

옆자리에 앉아 건넨 질문 하나로 두 사람의 인연이 시작되었다. 


아무도 찾지 않는, 

아무 것도 안해도 되는, 

삼랑진이라는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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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곳,

이곳은 삼랑진 역입니다.


인 서울.

성공을 위해선 반드시 가야만 할 것 같았던 그곳에서

창화와 미정은 완전히 지쳐버린 채로 기차에 올랐다.


빠르게 가는 ktx 대신

모든 역에 정차하는, 느리게 가는 기차 무궁화.


기차 안에서 옆자리에 앉았다는 이유로

대화에 물꼬를 튼 미정을 향해

저도 모르게 속사정을 털어놓는 창화.


크게 들리는 전화 통화 때문이었지만,

그건 두 사람을 이어주기에 충분했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이지만,

그렇기에 아무것도 안해도 된다는 말은

창화의 마음에 깊이 박혔고 고향집에 간 이후에도 계속 생각이 나서

부산과 30분 거리인 삼랑진으로 향했다.


삼랑진 역의 고즈넉한 풍경에 반해버린

창화는 그곳에서 마법같은 일을 겪게 되고

지친 마음을 달래줄 장소를 찾게 된다.


그리고 미정 또한 이대로 멈춰버리는 것 같았던 시간 속에서

창화와의 재회를 통해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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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랑진, 이라는 곳은

나에게 추억의 장소이다.


어릴 적, 삼랑진의 한 동네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냈고,

동네 친구들과 골목대장 놀이를 하며 곳곳을 누볐고,

삼랑진역의 구 역사가 신 역사로 바뀌는 것까지 봤었다.


지금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초등학교 뒤편에 밀양 도서관도 생겼고,

편의점에 카페에, 도로도 넓어졌다.


그때의 삼랑진은 도로가 좁았고

구멍 가게가 전부였으며, 문방구 하나 달랑 있었다.

읍내로 나가 시장 주변이 그나마 번화가 였다.


우리 동네를 소개해준다는 미정의 말에

삼랑진에 소개할 거리가 있었나? 싶었는데

밀양에 있는 용암정과 위양지를 소개하는 걸 보고선

'우리 동네'의 범주가 넓구나, 라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삼랑진에 볼게 없긴 하지만,

가까운 안태호도 있고, 거기로 가는 아랫 길은

벚꽃길이 조성된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한데

아마도 작품 배경이 여름이라 뺀 건가 싶기도.


책을 읽을수록

그때의 추억과 기억이 떠올랐다.


이용객이 많지 않은 삼랑진 역.

타는 사람도 내리는 사람도 적은 곳.

그나마 명절이어야 조금, 사람들이 늘어나는 곳.


그곳의 사계절 풍경이 눈에 그려져서

이 책의 이야기를 더 곱씹으며 한글자씩 읽어내려갔다.


빨리 빨리 를 외치는 사회에서

느리게 가는 기차를 선택하는 건 쉽지 않다.

빠르게만 살아왔다는 말은 마음을 뜨끔하게 만들기도 한다.


바쁘게만 살다보면 놓치는 것들이 많아진다.

누군가에겐 사랑일지도, 누군가에겐 사람일지도,

또 누군가에겐 건강이기도 한다.


어느 순간부터 사회는 바쁘게 살아야 한다며 등을 떠밀고,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적응해버렸다.


인생을 마라톤에 비유하곤 하는데,

나는 종종 인생을 산책이라 말하곤 한다.


내가 썼던 짧은 소설 속에서도 인용하곤 했는데,

숨가쁘게 달려가야하는 마라톤과 같은 인생이라면

많은 것을 놓치며 살아가지 않을까.

그래서 앉아 쉬기도 하고, 천천히 걸으며 주변을 둘러보는 산책과 같은,

그런 삶을 살아야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지 않을까 싶다.


삼랑진이라는 추억의 공간과

느리게 걸으며 비로소 활력을 되찾은 창화와 미정을 보며

아주 오랜만에 삼랑진을 한번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잊고 있던 어릴 때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드는,

아무것도 없어서 아무것도 안 해도 되어서

느리게 걷는 삶과 인생의 쉼표를 생각하게 만드는,

"괜찮아?"라는 말 한마디가 뭉클했던

'내리실 역은 삼랑진 역입니다' 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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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오거스트의 열다섯 번째 삶
클레어 노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반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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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면 다시 아이로 돌아간다.


끝없이 반복되는 무한 루프. 

어떤 생을 살든, 죽게 되면 다시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아가야한다. 

'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해리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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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을 간직한 채로 다시 태어나는 삶

과연, 온전히 버텨낼 수 있을까.


자신을 원치않은 친아버지 집안 대신,

양아버지인 해리엇과 양어머니인 패트릭 사이에서 성장한

해리 오거스트.


첫번째 삶이 끝날 때까진

자신이 윤회하는 삶을 살게 될거라곤 생각하지 않았기에

두번째 삶이 시작되었을 때는

멘붕에 빠져 어린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럼에도 다시 태어나

또 한 번의 삶을 살아가게 된 해리의 삶은

때론 아버지의 유산을 넘겨받기도,

때론 지독한 고문을 받기도,

때론 윤회자라는 걸 고백하기도,

때론 또 다른 윤회자를 만나기도 하며

자신이 이토록 같은 생을 반복하게되는

존재의 이유를 알아가려 한다.


해리와 같이 기억을 간직한 채로 다시 태어나는 존재로 이루어진

크로노스 클럽의 규칙 중 하나인

선형의 시간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모든 윤회자가 클럽에 속한 것은 아니었고,

그 중에는 미래를 바꾸려는 시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무분별하게 역사를 바꾸게 되면

우주가 붕괴될 위험이 있음에도 멈추지 않은 존재에 맞서

해리는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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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운명을 걸고 싸우는

두 회귀자의 이야기


해리 오거스트와 빈센트 랜키스.

이 방대한 이야기는 끝을 향해 갈수록

대립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우주의 붕괴를 몰고 올 존재, 빈센트.

그를 잡으려는 존재, 해리.


두 사람을 지켜보는 종장이 재미있는데,

그곳으로 가기 전, 해리의 열다섯 번의 여정을 함께 하다 보면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이 빙 도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킨다.


664페이지의 방대한 분량만큼

그만큼 내용이 복잡하고 철학적이면서

이게 저건가? 이게 맞나? 헷갈리기도 한다.


하지만 열다섯 번의 생을 반복하는 인물이기에

이토록 방대한 내용이 아니었다면

그의 삶에 대해 다 말하지 못했을 것 같다.


'우리는 신이 되지 않을 거야, 자네도 나도.'


읽기 전에는 두꺼운 책에 덜컥 겁을 먹었지만,

복잡한 내용 속에서도 회귀자의 만남이 주는 긴장감과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의 재미를 느낄 수 있어서

빠르게 읽어내려가는 그런 작품이었다.


누구도 신이 될 수는 없다.

모든 건 순리대로, 시간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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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색
추설 지음 / 모모북스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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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에 빠지는 시간, 48시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에 충동적으로 일본 도쿄로 날아온 현서. 

그곳에서도 채워질 리 없는 외로움이었지만, 

한 여자를 만나며 무채색이던 그의 세상에 따뜻한 색이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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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GB 0의 세상,

그리고 RGB 255의 세상.


무채색으로 보이는 세상에서

외로움과 그리움, 그리고 구렁텅이에 지쳐버린 현서.


다채롭고 밝게 보이는 세상에서

실패의 반복과 외면, 그리고 연애에 지쳐버린 유카리.


그날, 도쿄의 한 술집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마치 운명처럼, 서로에게 끌리는 자석처럼

그렇게 서로에게 빠져들었다.


대화가 통하지 않아 번역 앱을 통한 필담.

시끄러운 술집에서도 오직 두 사람만이 진심을 나누었고,

그 진심은 이틀 간의 추억과 사랑으로 번져 나갔다.


하지만 현서는 구렁텅이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

유카리는 다시 와달라며 요청하고,

두 사람은 서로 잊지 말자며 약속하지만

현서의 귀국 이후 연락은 끊겨버렸다.


그날의 만남은 그저 이틀 간의 불꽃일 뿐이었을까?

아니면 다시 타오를 날만을 기다리는 불씨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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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자와 일본 여자.

한일 커플은 유튜브를 통해서도 많이 알려져있고

그만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로맨스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세상에 없던 색'은

드라마로도 다뤄지며 소재가 흔해졌다 생각되는 한일 로맨스를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를 해나갈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상처 받는 게 싫어서, 아파서,

어느 샌가 세상을 무채색으로 보게 된 현서와

실패하고 무너짐에도 따스한 말 한마디에

다시 일어설 용기를 얻게 된 유카리가 만들어낸 이야기는

기나긴 터널에도 끝은 있음을,

시린 겨울이 지나면 결국 봄이 찾아온다는 것을,

그러니 한 걸음만 용기를 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색'이라는 것을 매개로

잃을 줄 알았던 색을 사랑으로 찾는 것과

감정이 담긴 글로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보여주는

이야기 자체는 좋았지만, 문단 구성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았다.


하나의 문장임에도 줄바꿈을 해서

문장이 끊어지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현서의 과거 이야기에선 또 그런 구성이 아니여서

가독성 보다는 감정의 여운을 주기 위한

하나의 장치가 아닐까 생각되긴 했지만,

그 부분이 너무 잦아서 몰입을 방해해버렸다.


대사마저 그렇게 되어 있는 데다가

망설이는 효과를 위한 말줄임표가 생각보다 많아서

나도 글을 쓰는 쪽이다보니 그런 게 더 두드러지게 보여서

생각보다 그런 부분에서의 아쉬움이 좀 컸다.


책 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보면

이 소설은 작가의 경험을 녹여낸 것이 아닌가 싶기도.


어두운 터널에서 마침내 빠져나온 현서를 응원하는 한편,

감정을 담아낸 글을 쓰는, 그리고 행복을 찾게 된 유카리와의 재회가

영원한 사랑이라는 결실로 끝맺음할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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