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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은 옷을 입지 않는다 - 인류 최후의 에덴동산, 아마존 오디세이
정승희 지음.사진 / 사군자 / 2006년 11월
평점 :
제목에서 나를 강하게 끌어당긴 책이다. 무척이나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계속 다른책들에게 순서를 내어주고 겨우 손에 잡을수 있었던 책이다.
이 책은 '도전! 지구탐험대'의 촬영감독이었던 정승희PD가 10여동안을 아마존을 넘나들며 얻어온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땀에 찌든 더러운 옷을 입고 쑥스러운듯한, 하지만 고향에 서있는듯 편안한 웃음을 짓고있는 정PD의 사진을 보며 책에 대한 기대로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340여페이지의 책속에는 그가 10여년동안을 들락거린 아마존의 삶이 담겨져 있다.
여러 부족의 인디오들과 그들의 삶, 그리고 흐르는 아마존이 사진과 함께 그려져 있다.
투박하지만 솔직하고, 그리고 때로는 촬영감독 답지않은 시적인 문체로 내게 아마존을 담뿍 안겨준. 그런 책이었다.
난 하뽄이 아니야~!! 꼬레아노 라고!! 꼬레아노!!!!
예전 촬영을 왔던 일본의 NHK때문에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일본을 지칭하는 '하뽄'이라고 불리웠다는 정PD. 그들에게 한국을 알리기 위해 삼양라면을 나눠주며 '꼬레아노'를 심어주듯 알려준 이야기를 보며 미소와 함께 나도 뿌듯함이 밀려들었다. 그의 성인 정(Chung)을 '충'이라고 부르는 그들의 삶의 이야기를 읽어가보자.
그림 같은 아마존 강을 따라 흐르는 검은 강. 마약.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마약이 만들어 지는 곳이 이곳 아마존이라고 한다. 정작 이곳에서는 마약의 힘을 필요로 하는 이가 없는데 말이다. 전 세계의 불행한 사람들에게 팔려나간다는 마약. 정말 우리는 약의 힘을 빌릴만치 행복하지 못한 것일까? 필요치 않은 곳에서 만들어져 그림같은 강을 검게 물들이는 불행한 사람들. 안타까워진다.
사라지지 않는 침략의 증거, 혼혈
과거 우리나라의 일제침략때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생각난다. 그들의 목적을 위해 그저 '사용'되듯 짓밟혔던 우리네 할머니들처럼 눈물짓게 만드는 이야기가 그곳 아마존에도 있었다.
위대한 발견이라는 콜롬버스의 신대륙발견은 그들 인디오들에겐 무서운 문명의 침략으로만 기억될 뿐이리라. 그리고 그 침략의 증거로 사라지지 않고 잊혀질만하면 몇대만에 나타나는 혼혈. 심심풀이로 인디오들을 사냥하고 죽여버린후 고무나무의 수액을 체취하기위해 필요한 노동력을 얻기 위해 인디오 여자들을 가둬놓고 임신을 할때까지 강간을 해댔던 '문명'인들.
100년여 전에 끝났지만 그 침략의 증거는 아직도 인디오들의 피에 남아서 그렇게 나타나곤 한단다. 정말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것은 사람의 욕심이 아닐까.
또 하나의 아마존, 싱구족
싱구강 유역의 고무나무들은 작고 가늘어 침략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아 평화로움속에 살아남은 싱구족. 싱구강의 고무나무들의 둘레가 10센티만 굵었더라면 사라지고 없었을 거라는 그곳의 삶은 정말로 지구상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에덴동산이 아닐까.
'과잉'이 없다는 그들의 삶. 필요한만치만 취하고 상대를 누르고 일어서야 하는 욕심도 없고, 그렇게 '자유'만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는 싱구족.
'옷'이라는 것도 없이 맨발에 허리에 감고 있는 가느다란 장식인 끈하나가 그들에게 입혀진 전부인 그들. 그들의 나신을 바라보아도 전혀 어색하다거나 미개인이라는 생각이 들기보다는 그들이 바로 '자연'이구나.. 하는 느낌만 전해져왔다.
항상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인내'를 가르치는 성인식을 지켜보며 많은것을 배워가는 느낌이 가득해져 왔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임신중인 여자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다는듯이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왈떼의 사랑만들기... 진짜 사랑은 파리도 아니고 프라하도 아니고, 아마존에 있다며 글솜씨를 풀어놓는 정PD..이 사람 정말 카메라 감독 맞어? 하는 생각과 함께 나도 왈떼가 부러워진다.
그곳의 사랑은 우리네 드라마에서 빼놓을수 없는 주제인 '불륜'조차 침범할 수 없는 그런 고귀함까지 느껴진다.
물론 그는 아마존에서 평화로운 풍경만을 접한 것은 아니다. 오지를 넘나들다보니 여러 자연의 재해도 겪고, 원주민들의 창에 찔릴뻔 하기도 했으며 국경지역의 마약상이나 게릴라등 수많은 위험을 겪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돌아온지 얼마후면 다시금 아마존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그에게 아마존은 삶의 두번째 고향같은게 아닐까.
과거에는 문명인들의 침략으로 인디오들을 학살로 죽여나갔고, 지금은 현대의 '자본'과 '개발'로 인디오들을 침략하고 있다. 이제 고작 10만명밖에 남지 않았다는 그들. 돈을 가지고 '장보기'를 나오는 그들의 미래를 생각하며, 사라져가는 인디오들을 보며 가슴아파하는 '충'. 강물위로 떠 있는 무지개를 바라보며 인디오들의 미래에도 무지개가 비추기를 바란다는 그의 소망에 나도 함께 응원해본다.
책의 내용은 차치하더라도 책의 곳곳에 담겨있는 아마존의 사진만으로도 책을 읽은 값어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아름답고 가슴벅찬 느낌을 안겨준 책한권으로 내 안에도 아마존이 흐르는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