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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나가시마 유 지음, 이선희 옮김 / 창해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일본소설을 읽다보면 늘 떠오르는 느낌이 있다. 일본 소설중에서도 특히 스릴러부분을 좋아하지만 이런 잔잔한 감성을 지닌 책들을 가끔 읽을때면 뭐랄까. 우리들은 그냥 스쳐 지나갈 법한 이야기를 글로써 옮기고, 그 글속에서의 삶을 상상하게 만드는 그런 재주가 일본인들에게는 있는것 같다. 물론 그 느낌은 강렬함이 아닌 그저 잔잔함이라서 나같은 스릴러나 판타지 매니아들에게는 지루하게 느껴질수도 있겠지만 가끔씩은 좋다.
이 책도 그렇다. '울지 않는 여자는 없다'.. 제목만 듣고서는 무언가 애절한 사랑이야기이겠거니 했다. 하지만 여지없이 나의 상상력을 무너뜨리는 이 책. 평범하고 평범한 일상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속에서 지루함도 함께 따라올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다가 살짝 졸음이 몰려오기도 했으니까. 작은 단편 두개를 엮어 놓은 책속에서 지루함과 평범함, 그속에서 바로 우리네 삶의 일상이 녹아들어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심화된 취직난 속에 입사지원서를 낸 한곳에서 사장이 고쳐준 시험 답안지로 최종면접을 보게된다. 이렇게까지 해서 취직을 해야하나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딱히 다른곳에 취직할수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그렇게 시작된 매일매일 출근길속의 낯선이들 가운데서 떠오르는 느낌. '우리는 모두 하나로 이어져 있으면서 단절되어 있다.' 우리 모두 지하철속에서, 버스안에서 매일 마주치는 얼굴들이지만 연대감은 느끼지 못하는건 주인공인 그녀나 우리나 다를바 없다.
처음엔 낯설고 거리감이 들지만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일상에 배어들어 친해지는 동료들. 그 속에서 싹터오른 동료에 대한 사랑. 그 때문에 동거하는 남자친구와의 결별까지 하지만 고백조차 하지 못하고 이야기는 끝을 낸다. '이렇게 끝인가?' 잠시 허무해지지만 그녀에게 그 이야기는 끝이 아닐것이라는 상상력이 피어오른다. 작가의 끝을 이어받아 내 머릿속에서 나라면 앞으로 어떻게 하겠어.. 라며 이야기를 끌어내고 있다.
"그 소장은 자기가 옳다고 믿는 가치관에 의해, 언젠가 자기도 필요 없는 사람이 될지 모르지. " -106쪽. 어찌보면 흑백논리가 뚜렷한 현대의 많은 사람들처럼, 아니 내 모습이 비춰보이는것 같기도 하다. 그저 좋은게 좋다고 무르기만 한것이 좋지도 않겠지만 '이것이 정답이다'라는 기준을 너무 내세워 딱딱해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것이 역시 요즘 조금은 마음이 물러지고 있나보다 싶어 피식 웃음이 피어오른다. 소극적이고 평범하지만 우리 자신의 이야기일지도 모르는 그런 삶의 이야기. 그래서 심심한지도.
두번째 이야기 '센스 없음' 에서도 그렇게 싱거웁게 이야기를 풀어놓고, 그렇게 이야기를 마치고 있다. 불륜을 저지른 남편과 시작된 별거속에서 남편이 빌려온 성인물 비디오테이프를 반납하며 왠지모를 통쾌감을 느끼는 그녀. 이혼을 요구하는 남편에게 돈같은것 대신에 이마에 문신을 새기라는 그녀. 그것도 고기 육肉자를. 무덤덤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무언가 다른 이질감이 느껴진다. 글쎄, 모르겠다.
두개의 짧은 단편속에서 작가는 무엇을 그려내고 싶었을까. 아니, 무엇을 느끼게 하고 싶었을까. 평범하고 무난한 이야기속에서 잠시라도 내 삶의 모습을 비추어보길 바라는 것이라면 그것도 글쎄. 모르겠다. 조금은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사람들의 일상적인 삶에 닿아있을지도.
"사람은 누구나 머릿속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기억을 가지고 있지. 그런 건 쓸 수 있을 때 써야 돼. 그냥 내버려두면 아깝잖아. 기회가 있을 때 말해서 한바탕 웃고 넘기는 거야. " -93쪽